바람의 독서법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99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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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파는 상점의 김선영 작가의 단편 소설집 바람의 독서법

시간을 파는 상점하나로 믿고 읽게 되는 작가라 할 수 있다. 이번엔 5편의 단편 속에 어떤 감동을 줄지 궁금했다.

 

<바깥은 준비됐어>

인서는 학교도 엄마의 관계도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데 심리상담센터에서 비둘기알을 지키는 특별한 경험을 한 이후 소원해졌던 친구 유라와 대화해 보기로 마음먹는다.

쥐다. 구덩이 속에 갇혀 세상 밖을 내다보는 쥐, 나는 쥐의 눈으로 구덩이에서 바라본 바깥세상을 그렸다. 동굴 속에서 바라본 하늘 쥐 한 마리가 불안에 떨며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하늘엔 게 구름이 봉싯봉싯, 그 아래는 푸른 바다가 펼쳐지고 사람들은 알록달록한 수영복에 튜브를 끼고 파도를 타기도 수영을 하기도 한다. 까치발을 한 생쥐의 뒷발에는 바깥세상에 대한 부러움과 동경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다. (p.36)

 

<바람의 독서법>

공부보다는 독서를 좋아하던 강우는 어느 순간부터 바람이 분 이후 특별한 시각적 경험을 하고 시험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자신과는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 같다는 생각에 순간 지나가는 바람이길 바란다.

바람은 시공간의 경계를 허물며 달려와 잠시 내게 머물렀을 것이다. 밤바람 속에 댕기 머리를 휘날리며 서책 심부름을 하던 소년의 간절한 기원이 나에게 당도한 것일지도 모른다. 까막눈을 면하고 싶던 누군가의 간절한 소원이 나에게 도착한 것일 수도 있다. (p.69)

 

<흔들리는 난타>

한 마디로 놀던 아이 이채원은 선생님의 강요로 난타 동아리에 들어가지만, 어느 순간 난타에 마음을 다하게 된다. 소원하던 부모님의 관계도 채원의 난타 공연을 기점으로 다시 회복될 기미를 보인다.

고개를 들어 앞산을 보았다. 똑같은 나무는 없었다. 저마다 빛깔이 달랐다. 손가락을 펴기 시작한 태아의 손처럼 바람이 빗질할 때마다 나뭇잎들은 움질거렸다. 새순들은 방금보다 조금 더 펴져 있을 것이다. (p.98)

 

<나는 잘 지내>

딸과 함께 베니스 여행을 하며 티격태격하지만, 서로를 위하는 마음을 이해하게 되면서 죽은 언니에 대한 안타까움과 미련도 조금은 내려놓는다.

나는 쪽지 안 언니의 실반지를 꺼내 바다로 던졌다. 반지는 포물선을 그리며 아주 짧은 순간 반짝하더니 이내 수면 아래로 사라졌다. 언니의 반지가 지중해의 푸른 바닷속을 유영하듯 자유롭게 떠다니길 빌었다. (p.122~123)

 

<중독>

인해는 모으는 걸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모은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 세월이 흐르고 수집품의 종류가 바뀌고 갤러리까지 꾸며놓지만 홍수로 수집품이 다 훼손된다. 인해를 닮아서인지 아들 또한 손 사진을 찍어 저장한다.

사치?”

"먹고사는 문제가 아닌 낭만 같은 거. 사는 데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그게 없으면 건조해서 견딜 수 없는데, 견딜 수 있게 해주는 것." (p.151)

 

삶은 어느 한 시기도 완성 또는 미완성이라고 말할 수 없다. 삶의 모든 순간순간이 하나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청소년기를 미완의 시선으로 보거나 어른이 되기 위한 준비 기간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청소년기 그 자체를 소중한 내 삶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좀 더 충실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리라고 본다. (p.156 작가의 말 중)

 

저자의 말처럼 삶이 소중하고 매 순간 충실히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도 마찬가지다. 또한 청소년기가 미완성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성인이 되어서도 완성된 삶을 사는 것을 아니다. 나 또한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고 허점도 많고 채워야 할 부분들이 많다. 그런 면에서 청소년 도서라고 분류하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충분히 감동적이고 교훈적인 이야기들이 많다. 김선영 작가는 너무 어두운 분위기를 담고 있지 않아도 충분히 감동적인 이야기를 선사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게 된다. 이번 책 또한 잔잔한 감동 그리고 청소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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