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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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시인’ ‘서스펜스의 대가로 불리며, 우리 시대의 최고의 범죄소설과 심리소설 작가로 손꼽혀온 미국의 소설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하이스미스는 생전에 에드거 앨런 포 상, 오 헨리 상, 프랑스 탐정소설 국제 부문 그랑프리, 미국 추리작가협회 특별상, 영국 추리작가협회 은상 등을 수상했으며, 사후인 2008년에는 <더 타임스> 선정 역대 최고의 범죄 소설 작가로 꼽혔다. 작가 탄생 100주년 기념 소설집 레이디스는 그녀의 초기 소설 열여섯 편을 담고 있다.

 

미스터리나 추리소설 속 긴장감에 대한 기대했는데 사실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를 주로 다룬 작품집이었다. 등장인물들은 사랑, , 평화로운 일상도 부푼 기대 속에 시작하지만, 불안정하거나 상처가 더 커지며 우울감은 더 깊어진다. 또한 뉴욕이라는 공간적 배경이 자주 등장하는데 안정되고 편안한 생활이 아닌 불안감을 가득 안고 사는 사람들의 심리를 그려놓았다.

 

 

뼈 아픈 건 어차피 거의 불가피한 일이었다는 절감이었다. 떠나는 행위 바로 그 자체에 내포된 파멸의 감각이었다.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마을이 허물어져 내렸다. (p.85, <최고로 멋진 아침> )

 

세상의 고요한 지점.” 젊은 그녀가 속삭였다.

"돌고 도는 세상의." 그는 또 죄책감을 느꼈다. 그들 주위에 서 온통 세계가 돌고 있었다. 여기 성역과 같은 초록색 섬에서 기계들도 돌아가고 시계도 돌아갔지만, 그와 그녀는 가만히 움직이지 않았다. (p.163, <돌고 도는 세상의 고요한 지점> )

 

불안한 심리 묘사 가운데 그나마 서스펜스를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은 <영웅>이었다. 평화로운 가정에 아이들의 보모로 들어간 루실은 그 가족에게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힌다. 루실은 큰 사건이 발생해 아이들을 구해내는 자기 모습을 상상하며 결국 집에 불을 지른다.

그녀는 불안하게 방 안을 서성거렸다.

아니면 지진이 난다면 어떨까... 사벽이 허물어지는 가운데 안으로 들어가서 아이들을 끌고 나오리라. 니키의 납 병정이나 엘로이즈의 색칠 도구처럼, 뭔가 하찮은 물건을 가지러 다시 들어갔다가 깔려 죽어도 좋았다. 그러면 크리스천슨 가족이 그녀의 현신을 알아줄 테니까. (p.266~267, <영웅> )

 

불안한 심리묘사가 대부분이었기에 저자가 추리 소설 대가라는 진가를 발견하기엔 부족했다. 사실 이번에 저자의 작품을 접한 게 처음이었기에 다른 추리소설을 미리 읽어봤더라면 아마 이 작품집에 대한 느낌은 다르겠지만. 오싹한 분위기의 장르물을 잔뜩 기대한 나에겐 심리소설집이라는 강한 인상을 남긴 작품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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