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란 무엇인가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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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시야가 조금씩 트이는 느낌을 받는다.

너무도 당연한 민주주의의 원칙들이 집권 세력뿐만 아니라 민중들에 의해서 짓밟히는 것을 보고 안타깝게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후불제 민주주의>를 통해서 어느 정도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노무현대통령은 그렇게 순수한 마음으로 노력했지만 지지율이 형편 없었는데도, 이명박은 계속 삽질이나 해대지만 만만치 않은 지지율을 얻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던 어떤 이의 넋두리에 대한 답이 떠올랐다. 현대사의 격랑을 온몸으로 헤쳐 온 지은이의 역량이 느껴지는 책이다.

 

이 책은 7개의 질문에 대한 답을 풀어가는 것으로 이루어졌다.

1. 국가란 무엇인가

2. 누가 어떤 사람이 국가를 운영해야 하는가

3. 애국심은 고귀한 감정인가

4. 혁명의 길과 개량의 길, 혁명주의와 개량주의, 어느 것이 효과적인가?

5. 진보는 보수와 어떻게 다르며, 진보정치란 국가를 어떻게 바꾸려고 하는 것인가

6. 진보정치가 국가로 하여금 실현하게 하려는 선은 어떤 것인가

7. 국가권력이 선을 실현하는 데 쓰이도록 하거나 적어도 악을 저지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정치인이 지켜야 할 윤리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그들에게는 어떤 도덕법이 요구되는가.

 

지은이는 국가관을 국가주의 국가론, 자유주의 국가론, 마르크스주의 국가론, 목적론적 국가론으로 분류한 후 자신은 자유주의 국가론과 목적론적 국가론의 절충 형태를 취한다. 현재 대한민국 국민 중 1/3정도가 국가주의 국가론(이념형 보수)을 지지한다는 점에서 한나라당과 이명박의 지지도를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친숙한 것을 사랑하고 낯선 것을 배척한다. 그것이 진화 과정에서 내면화한 생존전략이다.

진보는 “바람을 거슬러 나는 새, 물살을 거슬러 헤엄치는 물고기(大鵬逆風飛 大魚逆水泳)”와 같다. 그만큼 진보주의자들은 열정적이다. 막스 베버의 말에 따르면 신념 윤리에 충실한 사람들이다. 진보의 목표를 이남곡의 <진보를 연찬하다>에서 ‘인간의 자유를 확대하는 것’으로 잡아, 읽어 본 책이라 반가웠고 수긍도 갔다. 진보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마르크스주의 비판으로 유명한 카를 포퍼의 점진적 공학(개량주의)를 채택한다.

진보 정치는 국가로 하여금 선을 행하게 하는 정치이다. 라인홀트 니버에 의하면 사회에 요구할 수 있는 최고의 도덕적 이상은 정의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란 각자에게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막스 베버가 좋은 정치인의 덕목으로 제시한 ‘열정, 책임 의식, 균형 감각’ 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열정이 넘치는 진보주의자들은 대체로 신념윤리에 기반해 책임의식이 부족하며, 그 극단적인 예를 ’한국전쟁‘으로 들고 있다.

지은이는 진보자유주의자로 자차하며 베른슈타인에게서 대한민국 진보의 길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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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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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마리아인들이란 '곤경에 빠진 사람들을 이용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무정한 사람들'이라는 뜻이라고 작가는 밝히고 있다. 이 책에서는 부자 나라를 가리킨다. 
 

보호무역과 국가의 개입으로 부(富)를 이룩한 부자 나라들은, 사악한 삼총사라 불리는 IMF, 세계은행, WTO를 중심으로 해 가난한 나라들을 무장 해제시킨다. 그들이 내세우는 이데올로기가 '신자유주의'다. 비교 우위를 내세워 완전한 자유 무역만이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보호 무역을 하지 않고, 국가가 시장에 개입하지 않고 부를 이룩한 부자나라는 없다. 자기들은 그렇게 해서 일정한 부를 이루고, 나머지 후발국가들은 그런 방법을 사용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신자유주의다. 전형적인 '사다리 걷어차기'인 것이다. POSCO를 국가의 개입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들고 있다는 점에 친근하게 느껴졌다.

이 책은 신자유주의 비판서이다. 특히 금융자본으로 가난한 나라들을 착취하는 부자나라들을 비판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신자유주에서 벗어나는 길은 '마셜플랜'과 같이 가난한 나라가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마샬플랜 이후 신자유주의 전까지를 자본주의 황금기라 불릴 정도로 세계 경제가 호황을 누렸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경제에 문외한인 나에게는 다소 지루했지만 교과서적인 경제 지식과 상식을 뛰어넘는 주장들은 경제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 주었다. 
 
기억에 남는 구절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쁜 일을 할 때는, 그 일로 엄청난 이득을 얻는다거나, 그 일에 대해 강한 확신이 있어서가 아니다. 다만 그것이 가장 쉬운 길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경우가 많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이들 가운데 대다수는 순응주의자가 되는 편이 훨씬 쉽다는 단순한 이유에서 잘못된 정책을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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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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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신용 등급 하락으로 세계 증시가 출렁이고 있다.
인터넷, TV를 통해 시시각각으로 올라오는 각종 지수들이 말 그대로 널뛰기를 하고 있다.
경제나 주식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는 나도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을 정도다.
이러한 때(8월 6일 ~ 8일) 읽은 이 책은 상황 이해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23개의 소주제로 분류해 강의하듯이 쉽게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끝에 다시 한번 요약해줌으로써 경제에 관한 지식이 별로 없어도 쉽게 읽을 수 있었다. 
경제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들이 읽기에 좋은 책이다.

특히 작년(2010년) 말에 나온 책이라 현실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어 호기심과 흥미를 갖고 읽을 수 있었다.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의 원인은 1980년대부터 범세계적으로 추진된 신자유주의 정책에 있다.  
신자유주의 정책은 미국과 영국이 중심이 되어 개발도상국을 착취한 나쁜 정책이다.
미국은 경제적 불평등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나라이다.
특히 CEO들의 터무니 없이 많은 보수는 그들의 힘을 키워 정치`경제를 주무르고 있다.
그래서 미국은 이들의 이익을 중심으로, 세계는 미국을 비롯해 잘사는 나라들의 이익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결국 이 세계는 미국 부유층의 이익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금융 불안도 미국 부유층의 감세 영향 때문이다.
안정적인 경제 활동을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어야 하고, 복지를 확충해 나가야 한다.
복지가 발달되어 있는 유럽의 경제 상황이 어려운 것은 복지 탓보다는 이를 축소한 신자유주의 정책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정책은 계층 간의 갈등을 일으킨다. 
계층 간의 갈등이 사회를 불안하게 하고 경제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아직 읽지 못한 <나쁜 사마리아인>도 읽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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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용 평전 - 극단의 시대, 합리성에 포획된 근대적 인간 한겨레역사인물평전
김윤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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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무언지 모를 답답함이 느껴졌다.
조심스러운 지은이의 어투 때문일 것이다.
아직도 이완용은 살아 있는 권력인 것 같다.
특히 역사학계에서는.

이완용의 조카가 이병도이다.
일제의 식민사관 확립에 크게 기여하고도 해방 후 학자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누린 사람이다.
정운찬의 뒤를 이어 24대 서울대 총장을 역임한 이장무,
유홍준의 뒤를 이어 4대 문화재청장을 역임한 이건무는 이병도의 손자다. 

이완용은 우봉 이씨 22대손인 이호석의 장남으로 태어나 이호준의 양자로 들어간다.
이호준의 집안은 조선 후기에 정권을 장악했던 노론 출신으로 정계에 두터운 인맥을 형성하고 있었다.
현실추종적인 성격이 강한 이완용은 갑신정변으로 상심해 있던 고종을 위로하여 환심을 산다.
이후 고종과 이완용은 서로 이용하고 이용당하면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한다.
최익현의 말대로 나라를 지킬 기개조차 보이지 않았던 고종,
주어진 현실을 조망하고 그 속에서 최대의 이익을 추구했던 극단적 현실적 이기주의자 이완용,
정말로 어울리는 조합이다.
그런데 왜 이완용만 욕을 먹는지? 
망국에 대한 책임은 고종에게 더 있는 것 같은데.

어쩌면 우리는 이완용을 닮으려고 애쓰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어떤 상황에서도 권력을 지향하며,  주어진 현실이 아무리 부조리할지라도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면서, 실리를 추구하는 이완용의 모습이 바로 현재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최고의 관직, 조선인 중 두 번째 가는 부자, 높은 학식과 일가견을 이룬 서예. 말 그대로 부귀영화를 한껏 누린 이완용의 모습이 바로 우리가 바라는 모습이 아닐까?  이런 삶을 추구하다 보니 이상한 대통령도 나오고 말이다.

이완용에게도 본받을 점은 있다.
검소한 생활과 신중하고 치밀한 성격이다.
당시의 민족주의 개혁세력들이 이완용과 같은 신중하고 치밀했다면 우리의 역사는 분명히 좋은 쪽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이완용의 후계자들이 설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개혁 ․ 진보세력의 신중함과 치밀함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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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고준
고종석 지음 / 새움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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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독고준>은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서문에 해당하는 ‘1부 아버지의 일주기’,  본문에 해당하는 ‘2부 사계’,  후기에 해당하는 ‘3부 독고준 소묘’로 나눌 수 있다.

 

1부에서는 노무현 대통령과 독고준의 자살을 동시에 설정해 놓음으로써 독자의 관심을 충분히 끌어들인다. 더 이상 삶에서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 없다는 무력감 때문에 자살한 노무현처럼 독고준도 그렇게 죽음을 택했다. 독고준의 일주기 때 소수종교(여호와의 증인)를 신봉하는 어머니에게서 아버지의 일기를 건네받은 딸 독고원은 2부에서 일기를 재구성한다. 계절적으로는 4월 혁명부터 3월까지, 역사적으로는 4월 혁명부터 이명박 당선시기인 2000년대 중반까지 아버지의 일기에 딸이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는 형식으로 엮어 놓았다. 
 

2부는 소설적인 성격보다는 수필적인 성격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실재의 사건과 실존했거나 실존하고 있는 인물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읽는 즐거움보다는 발견하는 기쁨을 주기 때문이다. 같은 실존 인물이라도 복거일, 최종천 등 몇몇 인물은 실명을 그대로 쓰고 대부분은 가명을 쓴 이유는 무엇일까? 내 생각에는 한 계층을 대표할 수 있는 문제적 인물만 실명을 그대로 쓴 것 같다. 소설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2부에서는 독고준의 인물됨에 초점을 맞추었다. 

3부는 독고준의 삶에 대한 해석이다.
서술자는 독고준의 삶을 이해하는 열쇠말로 자유, 균형, 소수자(차별)을 제시한다. 독고준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는 자유이며, 민중이기를 거부하면서 소수자를 옹호한다. 자신도 문단 내에서 소수자에 속하며, 특정 종교인인 아내, 레즈비언인 큰딸, 이혼남과 결혼하는 막내딸 등 가족 자체가 소수자들의 집합체이다. 그리고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필수적인 요소가 균형 감각이라고 믿었다. 무엇이든지 극단을 지향하게 되면 퇴행을 불러오듯이 모든 일에는 균형이 필요하고, 이 균형은 절제라고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독고준은 소수자로서의 자신의 자유를 추구할 수 없는, 균형이 깨진 극단의 세력 앞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으로 죽음을 택한 것이다. 마치 전직 대통령이 그러했듯이...

글을 읽으면서 독고준이라는 이름에 자꾸 <광장>의 이명준 이미지가 겹쳐졌다. 독고준을 주인공으로 했다는 <회색인>, <서유기>를 구태여 읽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는 '참 글을 읽지 않았다'는 자괴감과 '더 많이 읽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하는 교양서로 받아들여진다.

참고) 책에서 언급한 인물들
현우림 : 강준만,  남지수 : 김해화,  성학인 : 윤성학,  김현진 : 이순현,  김혜선 : 양선희,  안희준 : 이재무,   오서경 : 오규원,  한경미 : 김경미
복거일, 최종천, 조은, 한택수,
폴 리쾨르, 모리스 토레즈, 마티아스 폴리티키, 빅토르 하라, 파스칼 키냐르(낯선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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