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용 평전 - 극단의 시대, 합리성에 포획된 근대적 인간 한겨레역사인물평전
김윤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으면서 무언지 모를 답답함이 느껴졌다.
조심스러운 지은이의 어투 때문일 것이다.
아직도 이완용은 살아 있는 권력인 것 같다.
특히 역사학계에서는.

이완용의 조카가 이병도이다.
일제의 식민사관 확립에 크게 기여하고도 해방 후 학자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누린 사람이다.
정운찬의 뒤를 이어 24대 서울대 총장을 역임한 이장무,
유홍준의 뒤를 이어 4대 문화재청장을 역임한 이건무는 이병도의 손자다. 

이완용은 우봉 이씨 22대손인 이호석의 장남으로 태어나 이호준의 양자로 들어간다.
이호준의 집안은 조선 후기에 정권을 장악했던 노론 출신으로 정계에 두터운 인맥을 형성하고 있었다.
현실추종적인 성격이 강한 이완용은 갑신정변으로 상심해 있던 고종을 위로하여 환심을 산다.
이후 고종과 이완용은 서로 이용하고 이용당하면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한다.
최익현의 말대로 나라를 지킬 기개조차 보이지 않았던 고종,
주어진 현실을 조망하고 그 속에서 최대의 이익을 추구했던 극단적 현실적 이기주의자 이완용,
정말로 어울리는 조합이다.
그런데 왜 이완용만 욕을 먹는지? 
망국에 대한 책임은 고종에게 더 있는 것 같은데.

어쩌면 우리는 이완용을 닮으려고 애쓰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어떤 상황에서도 권력을 지향하며,  주어진 현실이 아무리 부조리할지라도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면서, 실리를 추구하는 이완용의 모습이 바로 현재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최고의 관직, 조선인 중 두 번째 가는 부자, 높은 학식과 일가견을 이룬 서예. 말 그대로 부귀영화를 한껏 누린 이완용의 모습이 바로 우리가 바라는 모습이 아닐까?  이런 삶을 추구하다 보니 이상한 대통령도 나오고 말이다.

이완용에게도 본받을 점은 있다.
검소한 생활과 신중하고 치밀한 성격이다.
당시의 민족주의 개혁세력들이 이완용과 같은 신중하고 치밀했다면 우리의 역사는 분명히 좋은 쪽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이완용의 후계자들이 설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개혁 ․ 진보세력의 신중함과 치밀함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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