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고준
고종석 지음 / 새움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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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독고준>은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서문에 해당하는 ‘1부 아버지의 일주기’,  본문에 해당하는 ‘2부 사계’,  후기에 해당하는 ‘3부 독고준 소묘’로 나눌 수 있다.

 

1부에서는 노무현 대통령과 독고준의 자살을 동시에 설정해 놓음으로써 독자의 관심을 충분히 끌어들인다. 더 이상 삶에서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 없다는 무력감 때문에 자살한 노무현처럼 독고준도 그렇게 죽음을 택했다. 독고준의 일주기 때 소수종교(여호와의 증인)를 신봉하는 어머니에게서 아버지의 일기를 건네받은 딸 독고원은 2부에서 일기를 재구성한다. 계절적으로는 4월 혁명부터 3월까지, 역사적으로는 4월 혁명부터 이명박 당선시기인 2000년대 중반까지 아버지의 일기에 딸이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는 형식으로 엮어 놓았다. 
 

2부는 소설적인 성격보다는 수필적인 성격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실재의 사건과 실존했거나 실존하고 있는 인물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읽는 즐거움보다는 발견하는 기쁨을 주기 때문이다. 같은 실존 인물이라도 복거일, 최종천 등 몇몇 인물은 실명을 그대로 쓰고 대부분은 가명을 쓴 이유는 무엇일까? 내 생각에는 한 계층을 대표할 수 있는 문제적 인물만 실명을 그대로 쓴 것 같다. 소설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2부에서는 독고준의 인물됨에 초점을 맞추었다. 

3부는 독고준의 삶에 대한 해석이다.
서술자는 독고준의 삶을 이해하는 열쇠말로 자유, 균형, 소수자(차별)을 제시한다. 독고준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는 자유이며, 민중이기를 거부하면서 소수자를 옹호한다. 자신도 문단 내에서 소수자에 속하며, 특정 종교인인 아내, 레즈비언인 큰딸, 이혼남과 결혼하는 막내딸 등 가족 자체가 소수자들의 집합체이다. 그리고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필수적인 요소가 균형 감각이라고 믿었다. 무엇이든지 극단을 지향하게 되면 퇴행을 불러오듯이 모든 일에는 균형이 필요하고, 이 균형은 절제라고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독고준은 소수자로서의 자신의 자유를 추구할 수 없는, 균형이 깨진 극단의 세력 앞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으로 죽음을 택한 것이다. 마치 전직 대통령이 그러했듯이...

글을 읽으면서 독고준이라는 이름에 자꾸 <광장>의 이명준 이미지가 겹쳐졌다. 독고준을 주인공으로 했다는 <회색인>, <서유기>를 구태여 읽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는 '참 글을 읽지 않았다'는 자괴감과 '더 많이 읽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하는 교양서로 받아들여진다.

참고) 책에서 언급한 인물들
현우림 : 강준만,  남지수 : 김해화,  성학인 : 윤성학,  김현진 : 이순현,  김혜선 : 양선희,  안희준 : 이재무,   오서경 : 오규원,  한경미 : 김경미
복거일, 최종천, 조은, 한택수,
폴 리쾨르, 모리스 토레즈, 마티아스 폴리티키, 빅토르 하라, 파스칼 키냐르(낯선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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