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 마노의 일러스트 자수 - 실과 바늘로 그리는 나만의 작품
류승희(마노자수) 지음 / 책밥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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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사극에서 수를 놓는 장면을 볼 때마다 멋지다는 생각을 해 왔었다. 실과 바늘로 예쁜 그림들을 그려내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을 것 같다고도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생각과 관심만 있었을 뿐, 실제로 배워본 적은 없었다. 요즘엔 프랑스 자수 관련 취미 도서도 많이 나와있지만, 완전 초보가 혼자 책을 보고 시작하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시도도 해보지 않았었다. 그런 중에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고, ‘자수 스티치 영상 28가지가 수록’되어 있다는 말과 ‘실물 도안 및 PDF 도안집’이 제공된다는 말에 초보도 쉽게 배울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읽게 되었다.





“반복되는 잔잔한 일상에서 작게나마 뭔가를 이루고 싶다면 이 책을 곁에 두고 자수의 세계에 빠져보길 추천합니다. 처음에는 바늘에 손도 찔릴 테고, 엉킨 실을 풀어야 하는 일도 생길지 모릅니다. 하지만 단번에 포기하지 않는다면 한 땀, 두 땀이 쌓여 금세 실력이 느는 것이 눈에 보이는 매력적인 취미랍니다. 작품 하나만 완성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해보시길 바랍니다.” (p. 4)

















책을 받자마자 내용이 궁금해 스르륵 넘겨보았는데, 실려 있는 예시 작품들이 너무 예뻐서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도 이 책만 따라하면 이렇게 만들 수 있는 거야?!!’ 라는 생각에 마음이 두근댔다. 언젠가 꼭 한번 해보고 싶었지만 시간적인 여유 때문에 계속 미루기만 했던 ‘프랑스 자수’를 드디어 시작하는구나 싶어 설레였다.









이 책은 프랑스 자수의 기초적인 설명(준비물, 수틀에 원단 끼우는 방법, 보빈에 실 감는 법, 완성 후 매듭 짓는 법, 세탁과 다림질 하는 법 등)을 시작으로 평면 자수, 입체 자수, 아플리케 자수로 분류된 다양한 예시 작품들을 상세한 설명으로 보여준다. 각 챕터에서는 그 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스티치들을 단계별 사진과 글로 상세하게 알려주고, QR코드로 스티치 방법 영상까지 제공한다. 유튜브 영상으로 동작을 직접 보고 따라할 수 있으니 글과 그림으로만 보았을 때 부족했던 부분도 쉽게 이해가 되었다.

















첫 자수로 나뭇잎을 수놓아보았다. 아직 준비물이 갖춰지지 않아서 집에 있는 자투리 천과 일반 실을 이용했다. 나의 첫 나뭇잎은 뭔가 균형이 어긋나고 실의 결도 일정해 보이지 않는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거겠지. ^^;; 수를 놓고 있으니 내가 사극에 나오는 아씨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ㅎㅎㅎㅎ









‘프랑스 자수’라고는 생전 처음 해보는 사람에게도 쉽고 자세한 설명으로 따라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것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평소 프랑스 자수에 관심이 있는 사람, 새로운 집콕 취미 생활을 찾고 있는 사람, 예쁘고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알록달록 마노의 일러스트 자수>를 추천한다.





이 글은 출판사(책밥)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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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개미의 아이패드로 누구나 쉽게 시작하는 캘리그래피 - 프로크리에이트로 감각 있는 디지털 손글씨 쓰기
신은경 지음 / 비제이퍼블릭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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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책을 읽는 것은 좋은 문장을 수집하는 일처럼 여겨질 때가 많았다.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들, 생각을 깨어나게 하는 문장들을 만나게 되면 그것들을 노트나 파일에 정리해두곤 했다. 그러다 최근 sns에 좋은 문장들을 예쁘고 멋진 캘리그래피로 써 놓은 것을 보며 나도 저렇게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글씨체가 그리 예쁜 것도 아니고 그림을 잘 그려내는 것도 아니었기에 내 스스로 캘리그래피는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선을 그어 두었었다. 그런 중에 <은개미의 아이패드로 누구나 쉽게 시작하는 캘리그래피>란 책을 발견하게 되었고, 아이패드와 프로크리에이트의 도움으로 어쩌면 나도 멋진 캘리그래피를 써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몇달 전에 아이패드 드로잉을 시작하면서 펜슬도 샀고, 프로크리에이트앱도 결제 했었기에 디지털 캘리그래피를 시작하기 위한 모든 준비는 이미 되어 있었다. (참고로 프로크리에이트는 아이패드에서만 사용하는 유료 앱이고 가격은 12,000원이다. 비싸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용해보면 정~~~말 좋다.)











이 책은 프로크리에이트 앱에 대한 설명과 사용법을 시작으로 아이패드를 이용해 글자, 단어, 문장을 연습하고 다양한 디지털 효과를 이용해 글씨를 쓰는 방법을 알려준다. 글씨를 완성해 나가는 단계를 세분화하여 차근차근 상세히 알려주니 차례대로 따라가면 어렵지 않게 작품을 완성해낼 수 있다.











이 책을 시작으로 디지털 캘리그래피의 실력을 차근히 쌓아 나의 인생문장들을 멋지게 그려내보아야겠다. 나는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어 놓았던 분야의 것을 디지털 기기를 통해 해내는 것은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나를 새싹 캘리스트로 이끌어 준 <은개미의 아이패드로 누구나 쉽게 시작하는 캘리그래피>가 참 고맙다.





이 책은 간단한 도구로 어디서든 캘리그래피를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아이패드를 이용해 새로운 취미를 시작하고 싶은 사람에게, 캘리그래피를 해보고 싶었지만 손재주가 없어 자신이 없었던 사람에게 추천한다.





이 글은 ‘책과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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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현관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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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로 일하고 있는 주인공 아오세 미노루. 그가 의뢰 받아 지은 집 중에는 조금 특별한 집이 있었다. “전부 맡기겠습니다. 아오세씨가 살고 싶은 집을 지어주세요.”라는 말과 함께 받은 건축 의뢰는 시작부터 그에게 특별한 마음을 가지게 만들었다. 건축사 본인이 살고 싶은 집을 지어보라는 의뢰는 거품경제 이후 패잔병처럼 살아온 아오세의 마음에 강한 열망을 불러일으켰다. 더군다나 완공 후 그 집은 대형출판사에서 발행된 <헤이세이 주택 200선>에 ‘Y주택’이라는 이름으로 실려 더욱 특별했다. 그러나 집주인에게 그 집을 넘긴 후부터는 그 집과의 인연이 끊어졌다. 심혈을 기울여 지은 집이었지만, 실제로 살아본 감상은 다를 수 있기에 그는 집주인의 연락을 기다리고 기다렸다. 그러나 연락은 끝내 오지 않았고, 아오세에겐 애틋한 집이었지만 건축주의 연락이 있기 전까지는 먼저 연락하지 않는 것이 사무소의 규칙이기에 그렇게 연락은 끊기게 되었다.



그렇게 넉달이 지난 어느 날, 아오세는 새로운 의뢰로 ‘Y주택’과 같은 집을 지어 달라는 요구를 받게 되면서 다시금 Y주택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 집을 마음에 들어한 또다른 고객은 아오세에게 메일을 보내 그 집을 직접 방문하였지만 사람이 살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Y주택의 내부가 궁금해 집주인에게 대신 부탁을 해 달라는 메일을 보낸 고객때문에 아오세는 Y주택에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당시의 상황들을 떠올려보았을 때 Y주택은 별장으로 사용될 리가 없었고, 그때부터 뭔가 이상한 분위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집주인에게 여러번 전화를 걸었으나 응답은 없었고, 결국 그는 Y주택을 직접 방문해보기로 한다. 그러면서 소설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주인공 아오세가 의뢰인의 가족들에 대한 사실을 캐낼수록 의심이 커지면서 진실이 궁금해졌다. 완공된 집을 보며 기뻐하던 의뢰인 부부의 모습은 거짓이었는지, 단란해 보였던 가족들의 진짜 모습은 무엇인지, 왜 그들은 새로운 집에 이사를 가지 않았고, 지금 그들은 어디에 있는지... 모든 것이 궁금했고 얼른 페이지를 넘겨 사건의 진실을 확인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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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을 하다 보면 안다. 인간이 집에 가진 고집들은 단순한 취미나 기호에 머물지 않는다. 개인의 가치관과 숨겨진 욕구가 드러난다. 그것은 미래지향적이라기보다 오히려 과거에 뿌리내리고 있다. 그 내력이 그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이는 것이다.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 무엇을 용납할 수 있고, 무엇을 용납할 수 없는지. (p. 30)





건축과 집에 대한 소재를 가진 소설이어서 그런지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집’과 ‘나의 공간’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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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기로에 섰을 때, 혹은 도무지 인생이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절로 떠오르는 곳을 고향이라 부른다면 아오세에게는 숫제 고향이 없었다.

남은 건 빛의 기억뿐이다. 부드러운 빛 속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갈망이 솟아오를 때가 있다. (p.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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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위 새집을 얼마나 꿈꾸었던가. 당시에는 알아채지 못했지만, 소년이 꿈꿨던 건 정주의 상징으로서의 집이었다. 살아 있는 것들은 본능적으로 의지할 곳을 찾는다. 늘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있기에 인간은 어디든 갈 수 있는 것이다. (p. 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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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처음 시작했던 그 아파트로 돌아갔더라면.

그때, Y주택을 ‘우리 집’으로 제안할 수 있었다면.

아오세는 타우트의 일기를 덮었다.

만일 집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거나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면, 건축가는 신도, 악마도 될 수 있으리라.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거나 불행하게 만드는 건 인간이라는 사실을, 센신테이가, 그 소박한 공간이 가르쳐주었는지도 모른다. (p. 187)






담담하고 차분한 문체에는 묘하게 집중하게 되고 빨려들어가는 매력이 있었다. 적당히 딱딱하고 적당히 진지한 분위기가 좋았다. 책을 펼치면 그 매력에 이끌려 책을 덮는 것이 아쉬웠다. 앞부분에서는 정말 무서운 사건이 관련된 것이 아닐까 생각했으나, 뒤로 갈수록 무섭다기보다는 궁금함이 커져갔다. Y주택의 주인 가족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왜 하필 주인공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지, 그리고 건축가 타우트로 인해 변화되어 가는 주인공의 의식이 주인공의 삶을 어떻게 바꾸게 될지 궁금했다.





잘 짜여진 스토리와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느꼈다. 일본의 미스터리 거장이 7년만에 발표한 신작이어서 그런 걸까. 책을 덮고 나서도 한참동안 가볍지 않은 무게로 여운을 남겨주었다. 이 소설은  단순히 ‘미스터리 소설’로만 분류해 부르기에는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요코야마 히데오의 소설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이 책 다음으로 이전 작품들도 찾아 읽어보려 한다.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이 소설은 추천한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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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을 빕니다
김이환 지음 / 들녘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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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티비 외화시리즈 <환상특급>을 참 좋아했었다. (나는 재방송으로만 보았는데, 일정이 정해진 방송이 아니어서 어쩌다 티비에 나오는 것을 발견하면 엄청 기뻐하며 열심히 보았던 기억이 난다. 너무 너무 재미있게 보았는데 다시 한번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특유의 이상하고 기묘한 분위기, 무서운 듯 무섭진 않은 그 이야기들이 재미있었다. 지금은 그때 보았던 에피소드들의 내용은 기억이 하나도 안나는데, 두근두근 하며 보았던 기억과 매우 재미있다는 느낌만 남아있다. 나에겐 특별한 단어가 된 ‘환상특급’을 책 소개글에서 발견하고는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며 다시 한번 그런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서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참고로, 이 소설은 2013년 <오픈>이란 제목으로 출간되었던 것을 이번에 제목을 바꾸고 내용도 수정 보완하여 재출간한 것이라고 함.)





이 소설은 낯선 사람에게 정체모를 흰 상자를 받게 되면서 시작되는 사건들의 이야기다. 같은 상자를 받게 된 각각의 사람들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를 단편 하나 하나에 담아 들려준다. 그래서 차례에 나와있는 제목들은 모두 ‘그의 상자’, ‘꼬마의상자’, ‘호랑이의 상자’, ‘엄마의 상자’ 이런 식이다. 같은 상자를 받아들었지만 누가 받게 되었나, 소원이 무엇이었나에 따라 각각의 이야기가 주는 분위기도 전혀 달랐다.



주인공들이 받게 되는 상자는 언뜻 보면 흰 종이상자이지만, 자세히 보면 대리석 같은 광택이 나는 재질로 되어 있어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상자의 한쪽 면에는 작은 글씨로 ‘OPEN’이라고 쓰여있다. 상자를 건네 준 검은 양복의 남자는 “사람은 누구나 소원을 가지고 있죠, 그렇죠?” 라는 묘한 질문 아닌 질문과 함께 이 상자가 당신의 소원을 들어줄 것이라 말한다. 대신에 그만큼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도 덧붙인다. “행운을 빕니다.”라는 말과 함께 홀연히 사라져 버리는 남자. 그리고 상자를 받아 든 사람들이 마음속에서 빌었던 소원들. 이상하기도 하고 신비하기도 하고 약간은 으스스하기도 한 이야기들을 읽고 있으니 시간이 금세 지나가 버렸다.





이 소설은 한국 전래동화에서 영향을 받아 쓴 이야기들이 많아서 소설을 읽으면 뭔가 익숙한듯 새롭고 흥미롭게 느껴질 것이다.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들 속에는 ‘선녀와 나무꾼’, ‘은혜 갚은 호랑이’, ‘우렁각시’, ‘해님 달님’ 등이 녹아 있다. 비현실적인 신기한 이야기 속을 걷고 있으면 내가 어디에 있는지 잠시 잊어버리게 된다.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끝이 나도 머릿속에는 재미있는 공상들이 마구 떠다니게 된다.



어느 날 내가 이 ‘흰 상자’를 만난다면 어떻게 될까? 내가 마음에 품고 다녔던 소원은 뭐였더라? 그것이 실제로 이루어진다면 내 삶은 어떻게 바뀔까? 나는 더 행복해질까?



환상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밌는 단편들을 읽으며 시간순삭을 경험하고 싶다면, 한국식 환상소설은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행운을 빕니다>를 한 번 읽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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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 제작자들
요아브 블룸 지음, 강동혁 옮김 / 푸른숲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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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어” 라고 생각했던 하루가 누군가의 치밀한 계획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면? 이 소설은 그 질문에서 출발한 이야기 같았다.



살아가면서 운명 같은 순간을 마주할 때가 있다. 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면 아주 사소한 한 가지라도 변수가 있었더라면 이루어지지 않았을 일들이었다. ‘내가 그날 친구와 함께 나가지 않았더라면?’ ‘내가 그 시간에 버스를 타지 않았더라면?’ ‘그 시간에 내 전화를 받았던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있었다면?’ 그런 사소하지만 중요했던 조건들의 합이 특정한 사건을 만들어냈다. 그러한 사건이 내 인생에서 매우 큰 줄기를 만들어 낸다면, 이건 이렇게 될 수밖에 없던 필연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이 소설은 사소한 우연의 조각들로 필연을 엮어내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머리아플만치 복잡한 조건들을 치밀하게 계획하여 우연을 만들어낸다. 우연의 사건 속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의 복잡하고 다양한 생각들까지 모두 고려해야한다. 빠져나갈 수 없는 촘촘한 거미줄 안에서 계획은 실행된다. 그들의 일을 눈치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사자들은 우연속에서 본인들의 순수한 선택에 의해 일어난 일이라고 믿을 뿐이다.



“가끔 어떤 일이 일어나면, 사람들은 누군가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또 가끔 어떤 일이 일어나면, 사람들은 누가 자기를 부추겼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그냥 행동하게 되지. 그리고 가끔 어떤 일이 일어나면, 사람들은 현실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된다. ‘인생’이라는 로르샤흐의 잉크 얼룩을 다른 각도에서, 조금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이런 세 유형의 사건을 일으키는 것이 우리 임무다.” (p. 93)



우연에는 사랑을 이어주는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의 세계관을 바꿀 수도 있고, 예술이나 과학적 영감을 줄 수도 있고, 가족을 화해시키기도 하는 등 다양하다.


소설을 읽어나가며 궁금했다. 이런 계획을 짜는 이유가 뭘까. 저 당사자들은 어떻게 선택된 것일까. ‘우연 제작자들’이 필요한 이유는 뭘까. 궁금한 질문들에 답을 빨리 확인하고 싶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계속 읽어 나갔다.



이 책은 우연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판타지 속에 로맨스와 스릴러도 적절하게 버무려 놓은 소설이다. 우연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사랑에 빠질까? 그 만남은 정말 우연일까? 아니면 그것조차 다른 제작자가 만들어낸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스스로 우연을 만들어낼까? (개인적으로 앞에서 뿌려놓은 떡밥들을 모두 회수해 결말을 맺는 스타일이 맘에 들었다.)



재미있는 상상으로 시작한 이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흥미로운 소재의 장편소설 한 권을 읽고 싶다면 <우연 제작자들>을 읽어봐도 좋을 것이다.




이 글은 ‘책과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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