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 제작자들
요아브 블룸 지음, 강동혁 옮김 / 푸른숲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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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어라고 생각했던 하루가 누군가의 치밀한 계획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면? 이 소설은 그 질문에서 출발한 이야기 같았다.



살아가면서 운명 같은 순간을 마주할 때가 있다. 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면 아주 사소한 한 가지라도 변수가 있었더라면 이루어지지 않았을 일들이었다. ‘내가 그날 친구와 함께 나가지 않았더라면?’ ‘내가 그 시간에 버스를 타지 않았더라면?’ ‘그 시간에 내 전화를 받았던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있었다면?’ 그런 사소하지만 중요했던 조건들의 합이 특정한 사건을 만들어냈다. 그러한 사건이 내 인생에서 매우 큰 줄기를 만들어 낸다면, 이건 이렇게 될 수밖에 없던 필연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이 소설은 사소한 우연의 조각들로 필연을 엮어내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머리아플만치 복잡한 조건들을 치밀하게 계획하여 우연을 만들어낸다. 우연의 사건 속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의 복잡하고 다양한 생각들까지 모두 고려해야한다. 빠져나갈 수 없는 촘촘한 거미줄 안에서 계획은 실행된다. 그들의 일을 눈치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사자들은 우연속에서 본인들의 순수한 선택에 의해 일어난 일이라고 믿을 뿐이다.



가끔 어떤 일이 일어나면, 사람들은 누군가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또 가끔 어떤 일이 일어나면, 사람들은 누가 자기를 부추겼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그냥 행동하게 되지. 그리고 가끔 어떤 일이 일어나면, 사람들은 현실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된다. ‘인생이라는 로르샤흐의 잉크 얼룩을 다른 각도에서, 조금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이런 세 유형의 사건을 일으키는 것이 우리 임무다.” (p. 93)



우연에는 사랑을 이어주는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의 세계관을 바꿀 수도 있고, 예술이나 과학적 영감을 줄 수도 있고, 가족을 화해시키기도 하는 등 다양하다.


소설을 읽어나가며 궁금했다. 이런 계획을 짜는 이유가 뭘까. 저 당사자들은 어떻게 선택된 것일까. ‘우연 제작자들이 필요한 이유는 뭘까. 궁금한 질문들에 답을 빨리 확인하고 싶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계속 읽어 나갔다.



이 책은 우연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판타지 속에 로맨스와 스릴러도 적절하게 버무려 놓은 소설이다. 우연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사랑에 빠질까? 그 만남은 정말 우연일까? 아니면 그것조차 다른 제작자가 만들어낸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스스로 우연을 만들어낼까? (개인적으로 앞에서 뿌려놓은 떡밥들을 모두 회수해 결말을 맺는 스타일이 맘에 들었다.)



재미있는 상상으로 시작한 이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흥미로운 소재의 장편소설 한 권을 읽고 싶다면 <우연 제작자들>을 읽어봐도 좋을 것이다.




이 글은 책과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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