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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을 빕니다
김이환 지음 / 들녘 / 2020년 11월
평점 :
어릴 때 티비 외화시리즈 <환상특급>을 참 좋아했었다. (나는 재방송으로만 보았는데, 일정이 정해진 방송이 아니어서 어쩌다 티비에 나오는 것을 발견하면 엄청 기뻐하며 열심히 보았던 기억이 난다. 너무 너무 재미있게 보았는데 다시 한번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특유의
이상하고 기묘한 분위기, 무서운 듯 무섭진 않은 그 이야기들이 재미있었다. 지금은 그때 보았던 에피소드들의 내용은 기억이 하나도 안나는데, 두근두근
하며 보았던 기억과 매우 재미있다는 느낌만 남아있다. 나에겐 특별한 단어가 된 ‘환상특급’을 책 소개글에서 발견하고는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며 다시
한번 그런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서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참고로, 이 소설은 2013년 <오픈>이란
제목으로 출간되었던 것을 이번에 제목을 바꾸고 내용도 수정 보완하여 재출간한 것이라고 함.)
이 소설은 낯선 사람에게 정체모를 흰 상자를 받게 되면서 시작되는 사건들의 이야기다. 같은 상자를 받게 된 각각의 사람들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를 단편 하나 하나에 담아 들려준다. 그래서 차례에 나와있는 제목들은 모두 ‘그의 상자’, ‘꼬마의상자’, ‘호랑이의 상자’,
‘엄마의 상자’ 이런 식이다. 같은 상자를 받아들었지만
누가 받게 되었나, 소원이 무엇이었나에 따라 각각의 이야기가 주는 분위기도 전혀 달랐다.
주인공들이 받게 되는 상자는 언뜻 보면 흰 종이상자이지만, 자세히
보면 대리석 같은 광택이 나는 재질로 되어 있어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상자의 한쪽 면에는 작은 글씨로 ‘OPEN’이라고 쓰여있다. 상자를 건네 준 검은 양복의 남자는 “사람은 누구나 소원을 가지고 있죠, 그렇죠?” 라는 묘한 질문 아닌 질문과 함께 이 상자가 당신의 소원을 들어줄 것이라 말한다. 대신에 그만큼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도 덧붙인다. “행운을 빕니다.”라는 말과 함께
홀연히 사라져 버리는 남자. 그리고 상자를 받아 든 사람들이 마음속에서 빌었던 소원들. 이상하기도 하고 신비하기도 하고 약간은 으스스하기도 한 이야기들을 읽고 있으니 시간이 금세 지나가 버렸다.
이 소설은 한국 전래동화에서 영향을 받아 쓴 이야기들이 많아서 소설을 읽으면 뭔가 익숙한듯 새롭고 흥미롭게 느껴질
것이다.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들 속에는 ‘선녀와 나무꾼’, ‘은혜 갚은 호랑이’, ‘우렁각시’, ‘해님 달님’ 등이 녹아 있다. 비현실적인 신기한 이야기 속을
걷고 있으면 내가 어디에 있는지 잠시 잊어버리게 된다.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끝이 나도 머릿속에는
재미있는 공상들이 마구 떠다니게 된다.
어느 날 내가 이 ‘흰 상자’를
만난다면 어떻게 될까? 내가 마음에 품고 다녔던 소원은 뭐였더라? 그것이
실제로 이루어진다면 내 삶은 어떻게 바뀔까? 나는 더 행복해질까?
환상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밌는 단편들을 읽으며 시간순삭을
경험하고 싶다면, 한국식 환상소설은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행운을 빕니다>를 한 번 읽어 보길 바란다.
이 글은 ‘책과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