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브레인 - 몰입을 빼앗긴 시대, 똑똑한 뇌 사용법
안데르스 한센 지음, 김아영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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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적인 측면에서는 점점 좋아지는데도 왜 많은 사람들이 불안을 느끼는 걸까? 지금처럼 많은 사람과 서로 연결되어 있던 적이 없는데도 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외롭다고 느끼는 걸까? 나는 이 책을 통해 이 질문들에 근본적인 원인이 뭔지를 파헤치고 싶었다. 한 가지 답변을 하자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지금 우리 스스로에게 더할 나위 없이 낯설다는 사실이다. 현재 우리를 둘러싼 세상과 우리가 지금까지 진화해온 세상 간의 불일치가 우리 기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p. 9~10)




우리는 인터넷, 스마트폰, SNS 등의 새로운 기술들이 가득한 세상에 살고 있지만, 우리의 뇌는 아직도 먼 과거의 조상들처럼 수렵 채집 생활에 익숙한 상태라고 한다. 과거 인류는 굶어 죽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칼로리를 갈망하도록 적응했으나, 이것은 먹거리가 넘쳐나는 현대사회에는 맞지 않아 비만이나 당뇨 등의 질병을 일으키게 되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과거의 위협적인 외부환경에 살아남기 위해 적응했던 우리의 뇌는 새로운 기술 앞에서도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작동되어 이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문제들을 만나게 되었다.


과거에는 우리의 생존에 유리했을 방식인 새로운 것을 향한 욕구 역시 스마트폰 환경에서도 유효했다. 화면 속 새로운 페이지를 볼 때마다 우리의 뇌에서는 도파민이 분비되어 그 행동을 계속하도록 만드는 덕분에,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들에 머물며 스마트폰을 손에서 내려놓기 어렵게 된다.



당신의 뇌는 지난 1만여 년 동안 진화한 그대로 행동했다. 불확실한 결과, 즉 문자 메시지에 도파민을 분비하여 보상을 제공했고 그 결과 휴대전화를 보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에 사로잡힌 것이다. 뇌는 새로운 정보, 특히 감정적으로 흥분되거나 위험과 관련 있는 내용을 추구한다. 이 경우에는 강도 사건 기사 같은 것이 그렇다. 그리고 푸시 알림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또한 당신의 이야기를 적은 피드에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했는지, 좋아요를 눌렀는지에 집중하게 만든다. (p. 91)



우리의 뇌는 휴대전화를 옆에 두는 것만으로도 주의력을 빼앗긴다. 심지어 그 휴대전화가 남의 것일 때조차도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멀티태스킹을 어려워하는 우리의 뇌에게 휴대전화는 존재 자체로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든다. 또한 휴대전화는 우리의 수면 시간에도 영향을 미친다. 잠을 자기 전 앱이나 SNS를 사용하면서 분비되는 도파민은 우리의 뇌를 깨우고,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는 멜라토닌 생성을 억제하여 잠을 깨우게 된다. 블루라이트는 공복 호르몬을 분비하게 하여 식욕 또한 높인다고 하니 여러모로 밤에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은 우리에게 해로웠다.



페이스북, 스냅챗, 트위터는 자유롭게 메시지와 사진, ‘좋아요같은 디지털 인정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해주는 곳이 아니다. 이들이 생산하는 제품은 우리의 관심이다. 이들은 다양한 광고주에게 팔려고 메시지, 사진, 디지털 인정을 통해 우리의 관심을 잡아끈다. 만약 공짜로 SNS를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면 잘못 짚은 것이다. (p. 178)




이 책은 우리가 왜 스마트폰을 가까이할수록, SNS를 사용할수록 우울함을 느끼는지에 대해 과학적으로 이유를 설명해 준다. 흥미로운 사실들을 매우 쉽게 설명해 주기 때문에 페이지는 빨리빨리 넘어갔다.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앞부분만큼의 재미가 줄어들고 힘이 빠지는 것은 조금 아쉬웠다. 저자는 우울감을 줄이고 충동 억제력을 높이기 위해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너무 뻔한 조언이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이 부분에선 다시 한번 운동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이전보다 집중력이 줄어들었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SNS를 사용할수록 공허함과 우울감을 느꼈던 사람에게,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아이들 때문에 고민인 사람에게 이 책 <인스타 브레인>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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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에 꽃은 피듯이 - 요즘 너의 마음을 담은 꽃말 에세이
김은아 지음 / 새로운제안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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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긋했던 꽃망울이 얼굴을 드러내며 활짝 피어 있었다. 그렇게 꽃은 피는데, 나의 시간은 그러지 못하는 것 같았다. 부딪치고 부딪쳐서 꺾여 있을 뿐······. 한참을 말없이 바라보자 눈에 어릴 만큼 강렬한 빨간 꽃잎이 냉랭한 가슴을 서서히 달구었다. ‘그래도 이겨내야지, 나아가야지라고 하면서. 한 시간 반 남짓 걸리는 기나긴 출근길을 뒤로한 채 멈춘 듯 피어나는 꽃의 시간 속에 조금 더 머무르고 싶었다.

느려도 좋다. 오롯이 피어날 수만 있다면.’ (p. 21, 『장미, 늦은 출근』 중에서)




관엽식물처럼 순하게 자라나 이십대가 된 저자는 진정한 자신을 찾아 헤매며 젊음을 보냈고, 시간이 흘러 마흔을 앞둔 날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표지에서꽃말 에세이라고 했지만, 여기에 실려 있는 꽃말은 기존에 알려진 꽃말이 아니라 저자의 감정의 흐름에 따라 쓰인 글이다. 저자의 마음과 만나 새롭게 쓰인 꽃말과 예쁜 일러스트는 책 속 글과 너무나 잘 어울렸고, 이 책을 한층 더 감성적으로 만들어주었다. 저자에게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는 언제나 꽃이 있었다. 그녀에게 꽃은 부족했던 마음 한구석을 채워주는 힘이 있었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꽃처럼 예쁘고 아기자기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이삼십 대 가장 반짝이는 시간 속에서 헤매고 아파하는 이야기였고, 그 시간을 지나오고 있거나 지나왔다면 충분히 공감할 만한 이야기였다. 마음에 그늘이 졌던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책 속에서 들려오는 저자의 목소리는 봄날 오후의 햇살 같았다. 적당히 따스하고 가벼운 바람을 머금은, 그리고 햇살이 비치는 곳을 아름답게 만드는 그런 따뜻하고 차분한 목소리처럼 느껴졌다. 이러한 문체 덕분에 저자가 들려주는 과거의 순간들은 책을 읽고 있는 나에게는 파스텔 톤의 필터로 보정된 것처럼 그려졌다. 그리고 이것은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전했던 말을 떠올리게 했다.



그 기억 속에는 순간의 감정이 아련한 향기와 빛깔로 물들어 있고, 지금의 우리는 그때의 순간을 예전보다 여유롭고 유연하게 바라볼 수 있다. 마치 공원에 핀 한 송이의 꽃을 지긋이 바라보는 듯한 시선으로. 돌이켜 보면 꽃처럼 아름다운 시간이 아니었다 해도 그때를 바라보는 지금의 시선이 아름답다면 삶이 분명 자라고 있음을 느낀다. (p. 5)



지나고 보니 내 경험도 그러했던 것 같다. 막막하고 불안했던 그때. 그렇지만 지나고 보니 그조차 아름답게 채색되어 있던 기억들. 이 책은 내 기억과 어렴풋이 닮아 있는 이야기로 지나간 나의 시간들을 다시 떠올리게 만들었다.




숫자가 오락가락하는 화면에서 눈을 떼고 하품을 시원하게 하는데, 흩어진 서류와 얼룩진 커피 잔 사이로 빼꼼히 얼굴을 내민 히아신스가 보였다. 낯설지만 그 파릇파릇한 생기가 싫지는 않았다. 흐리멍덩한 눈에도 꽃은 파란 별처럼 선명하게 빛이 났다. 그 모습이 귀여워 한참을 쳐다보자 작은 꽃 하나가 밍밍한 마음에 별 한 조각을 떨어뜨렸고, 화한 향기는 졸음을 깨울 만큼 시원한 봄 내음을 몰고 왔다. (p. 42, 『히아신스, 별이 빛나는 야근』 중에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요즘 계절에 어울리는 예쁘고 감성적인 에세이집이었다. 가볍게 휘리릭 읽는 것보다는 천천히 아껴가며 오래오래 읽고 싶은 글이었다. 내가 지나왔던 날들처럼, 새로 다가올 날들 역시 좋은 날들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흐리고 비가 오는 날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나에게 닥칠 힘든 시간들도 먼 훗날 돌아보았을 때는 역시나 예쁘게 채색되어 있을 것만 같다. 이 책이 나에게 그런 믿음을 심어 주었다.



가을밤을 함께 할 감성적인 에세이집을 찾고 있다면, 피어나는 꽃들을 통해 지친 마음에 위로를 건네고 싶다면 이 책 <모든 순간에 꽃은 피듯이>를 추천한다.


내가 그러했듯이, 이 책을 펼친 이들도 마음속에 피어나고 있는 각자의 꽃을 발견했으면 좋겠다.




이 글은 출판사를 통해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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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 백 - 성공의 결정적 차이를 만드는 첫 번째 단계
조셉 L. 바다라코 지음, 박진서 옮김 / 토네이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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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성찰을한 걸음 물러서서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것,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또는 지금 하고 있는 것에 대해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를 파악하는 일’(p.21) 이라고 정의한다.


세계 각 분야에서 정상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 세계적인 위인들은 대부분 바쁜 일상 속에서도 성찰을 하는 습관을 가졌다. 저자는 그들이 사용했던 성찰 방법을모자이크 성찰이라 이름 붙여 부른다. 그것은 작은 조각들을 붙여 만드는 회화의 모자이크 기법처럼 바쁜 일상생활에서 틈틈이 시간을 내어 다양한 방법으로 성찰하는 것’(p. 19)을 말한다. 이 모자이크 성찰을 위해서는 4가지 원칙이 필요하며, 그것은굿 이너프 정신, 다운시프팅, 조각가처럼 생각하기’, 잠시 멈추고 평가하기라고 한다. 그는 우리가 일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성찰하는 습관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인터뷰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 모자이크 성찰법에 대해 설명하며 독자들이 그들의 삶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도록 도와준다.




아래에 저자가 말한 4가지 원칙을 간략히 소개해본다.


1.굿 이너프 정신

이 부분에서 저자는 그가 인터뷰했던 사람들이 사용했던 적당히 괜찮은 성찰 방법들을 소개한다. 그들은 성찰을 위한 자신만의 공간을 마련하기도 했고, 교통 체증 시간을 성찰의 기회로 사용하기도 했고, 다른 이와의 대화를 통해 성찰하기도 했다. 그들은 완벽하게 성찰을 위한 세팅을 끝낸 뒤에 성찰을 하기 보다는, 정말 모자이크를 하듯이 짬짬이 성찰을 하고 있었다.



2.다운시프팅 접근법

저자는 다운시프팅 또는 사색의 근본적인 목표는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것에 대한 감각을 심화시키는 것’ (p.84) 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마음이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는 멘탈 미앤더링, 자연을 가까이 하기, 그리고 매일 축하하는 습관을 통해 이뤄낼 수 있다고 한다. 저자가 인터뷰했던 사람 중에서 과거의 경험 중 다시 경험하고 싶은 순간들을 버킷 리스트로 작성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것은 축하와 감사의 순간들을 떠올리기에 매우 좋은 방법이어서 특별히 기억에 남았다.



3.네 가지의 길 (조각가처럼 생각하기)

이 부분에서 저자는숙고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숙고는 어떤 사안이나 문제를 몇 번이고 되짚어가며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일’(p. 122) 이다. 숙고를 위해 저자는 자신의 사고 방식을 바꾸고, 중심이 되는 질문을 던져보고, 자신과 소크라테스식 대화를 나누어 보고, 풀리지 않은 문제들은 그것과 함께 살아보라고 조언을 한다. 마지막 조언은 최근 읽었던 릴케의 시를 떠오르게 했다.



4.멈춤과 평가

책에서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평가하기 위해서 자신 내면의 충고 보다는 동반자와 안내자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또한 결정을 내리는데 사용하는 자신만의 수칙 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며, 한걸음 물러서서 자기 인생의 철학자가 되어야 한다고도 말한다.




성찰이 없다면 우리는 표류할 것이고, 다른 요인들에게 휘둘리고 지배를 받을 것이다. 우리는 성찰을 통해 삶의 궤도를 이해하고 또 바꿀 수도 있다.” (p. 186)




다양한 분야에서 성취를 이뤄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이 궁금하다면, 저자가 주장하는모자이크 성찰법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 <스텝 백>을 읽어 보길 바란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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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메론 프로젝트 - 팬데믹 시대를 건너는 29개의 이야기
빅터 라발 외 지음, 정해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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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기 페스트를 피해 모여 있던 사람들이 서로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설 <데카메론>. 그런데 이 소설이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 상황에서 다시 사람들에게 읽히기 시작했고, <뉴욕타임스>는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우리 시대의 <데카메론>을 쓰고자 이 책을 펴냈다고 한다.



21세기판 데카메론인 <데카메론 프로젝트>에는 29명의 작가가 전염병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위로하기 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실 나는 이 책의 띠지에 적혀 있던 한 문장, 힘든 한 해를 보내셨군요. 안 그런가요?”에 이끌려 이 소설집을 구매하게 되었다. 그 어떤 말보다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된 문장이었기에 이 책의 내용이 더욱 기대되었다.




그저 두세 달로 끝나면 좋을 텐데. 더 길어지면 어쩌지? 1년 내내 이러면?”

그렇지는 않겠지.” 그가 말한다. 좀 더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지금부터 우리 세계가 이런 식이면 어쩌지? 이 바이러스 다음에 다른 바이러스, 또 다른 바이러스가 계속 나오면? 그녀가 묻지만, 그 역시도 묻고 싶다. 똑 같은 말과 똑같이 불안한 억양으로. (p. 178)




단편 작품들은 바이러스, 팬데믹, 셧다운과 관련된 이야기들이다.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이기에, 소설을 읽으며 공감이 가는 부분도 몇 부분 있긴 했다. 자유롭지 못한 날들에 대한 답답함, 바깥의 위험에 대한 두려움 등 내 안에 있던 감정들을 소설을 통해 다시 꺼내 보고 확인하기도 했다. 책 속 단편들을 쓴 작가들과 나는 거리상으로는 매우 떨어져 있지만, 팬데믹 아래에서 우리는 비슷한 경험을 했고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 책을 펼치기 전 기대했던 만큼 큰 공감과 위로는 얻지 못해 아쉬웠다.



책 속에 실려 있는 단편 중 몇 편은 꽤 괜찮았다. 가장 재미있었던 작품은 역시 마거릿 애트우드의 단편이었다. 팬데믹과 sf적 요소를 섞어 재미있는 설정으로 풀어낸 이야기가 매우 흥미로웠다.




지금 우리의 상황에 맞아떨어지는 소설을 찾는다면 <데카메론 프로젝트>를 읽어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꼭 우리와 같은 배경을 가진 소설만이 우리를 위로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란 걸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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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
유즈키 아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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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 리카는 한동안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었던 연쇄 의문사 사건을 취재하고 있었다. 사건의 피의자는 가지이 마나코라는 여성으로, 결혼 사이트에서 남성들을 만나 금품을 갈취하고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블로그에 올렸던 맛집과 사치품에 대한 사진들, 젊지도 예쁘지도 않았던 용의자의 외모 때문에 그녀는 사건이 일어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었다.




나는 돌아가신 아버지한테 여자는 누구에게나 너그러워야 한다고 배우며 자랐어요. 그러나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것이 두 가지 있어요. 페미니스트와 마가린.”

리카는 어색하게 웃으며 죄송합니다, 하고 중얼거렸다.

버터간장밥을 만드세요.”

순간, 무슨 소린지 몰라서 나도 모르게, ? 하는 소리가 조그맣게 나왔다.

갓 지은 밥에 버터와 간장을 넣고 비며 먹는 거예요. 요리를 하지 않는 당신도 그 정도는 하겠죠. 버터가 얼마나 훌륭한지 가장 잘 알 수 있는 음식이에요.” (p. 38~39)




가지이 마나코가 음식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에서 리카는 침을 꼴깍하며 듣게 되는데, 그 장면을 읽고 있던 나 역시 식욕이 돋아나며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침이 꼴깍 넘어갔다. 음식의 맛에 대한 묘사가 너무나 뛰어난 소설이라 읽고 있으니 자꾸 배가 고파진다. 좋아하지 않는 음식 중 하나였던 버터 간장밥까지 먹고 싶어졌다.




리카의 목 안에서 신기한 바람이 새어나왔다. 차가운 버터가 먼저 입천장에 서늘하게 부딪혔다. 갓 지은 밥과 버터의 대비가 질감, 온도와 함께 선명해졌다. 차가운 버터가 이에 닿았다. 부드럽게, 잇몸에까지 스며들 것 같은 식감이다. 이윽고 그녀의 말대로 녹은 버터가 밥알 사이로 흘러넘쳤다. 정말로 황금빛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맛이었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구수하고 향기로운 큰 파도가 밥에 엉키며, 리카의 몸을 저 너머로 흘러가게 했다. (p. 43)


리카는 연노란색 버터가 자글자글 퍼져서 진한 황금빛이 되어, 반짝거리는 명란젓과 섞이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유지방의 고소한 향이 바다 내음과 함께 모락모락 올라와서 한껏 냄새를 맡았다. 손으로 찢은 차조기 잎을 수북이 담아서 상자 식탁으로 날랐다. 명란젓의 어벙해 보이는 분홍빛이 버터의 걸쭉함과 섞이니 태평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마치 윤기가 흐르는 피부색 같은 파스타를 포크로 둘둘 말아 입으로 가져갔다. (p. 48)




버터를 유난히 좋아하는 여자 가지이 마나코. 그녀는 그녀의 범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음식에 대한 이야기로 주인공 리카와 만남을 이어간다. 편의점 도시락에 의존해 한 끼를 때우는 식사만 하던 리카는 가지이 마나코와 이야기를 나눌수록 음식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고 스스로 식사를 챙겨 먹기 시작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언의 폭력이라고 생각해요. 가까이에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자신을 돌보지 않는 것 역시 누군가에 대한 폭력이에요. 시노이 씨가 아무렇게나 살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만약 자신 따위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면 안타까워요. ( ··· 중략 ··· ) 누군가가 소중히 여기지 않아도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길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도움을 청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p. 216 ~ 217)



사실 남이 어떻게 보든 신경쓸 필요 없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무엇을 좋아할지도 남이 정해준 기준을 따르고 있었던 거야.” (p. 543)




소설의 도입부에서 이야기하는 그림책 <꼬마 삼보 이야기>는 소설 속 사건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동화에서는 호랑이들의 욕망이 엉켜 그들의 몸을 버터로 녹아내리게 만든다. 호랑이는 자신의 적당량을 지키지 못해 스스로를 망가뜨리게 된다. 처음에는 살인범 가지이가 삼보이고, 피해자들이 호랑이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그러나 소설이 진행될수록 가지이는 때로는 삼보 같기도, 때로는 호랑이 같기도 했다.




유즈키 아사코는 2009년 일본을 경악시킨 한 사건에 주목한다. ‘수도권 연속 의문사 사건으로 일명 꽃뱀 살인사건이라고 불린 이 사건의 범인은 기지마 가나에라는 30대 여성으로 결혼을 미끼로 만난 남자들에게 10억 원이 넘는 돈을 갈취하고 교묘히 살해한 것이다. 범인의 사진이 매체에 실렸을 때, 일본 사람들은 크게 놀랐는데 일반적으로 생각했던 꽃뱀의 이미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유지키 아사코는 살인범 기지마 가나에가 유명 요리 교실을 다녔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 사건의 배경에는 요리 잘 하는 가정적인 여자에 대한 환상과 가족주의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가 자리잡고 있다고 본 작가는 소설 『버터』를 집필했고, 이 책으로 157회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다. 】 (책 표지에서 발췌)




이 책은 일본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썼다고 한다. 소설은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모습에 대해서 계속해서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뭔가 모를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사회의 기준이 아닌 나에게 맞는 기준을 세우라는 메시지를 건넨다. 세상이 정해 놓은 틀에 갇힐 필요는 없다. 그 속에서 걸어 나와 나의 길을 가는 것은 결국 스스로 해내야 하는 일이다. 입맛에 맞지도 않고 따라 하기도 어려운 정해진 레시피를 고지식하게 따르며 힘들어할 필요는 없다. 주인공 리카처럼 자신을 위한, 자신에게 맞는 레시피를 만들면 된다.



요리와 미스터리, 작가의 메시지까지 맛있게 잘 버무려 놓은 소설을 찾는 이에게, 최근 식욕이 부쩍 떨어진 이에게 이 책 <버터>를 권하고 싶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오늘은 나만을 위한 요리가 먹고 싶어졌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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