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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메론 프로젝트 - 팬데믹 시대를 건너는 29개의 이야기
빅터 라발 외 지음, 정해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6월
평점 :
14세기 페스트를 피해
모여 있던 사람들이 서로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설 <데카메론>.
그런데 이 소설이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 상황에서 다시 사람들에게 읽히기 시작했고, <뉴욕타임스>는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우리 시대의 <데카메론>을 쓰고자 이 책을 펴냈다고 한다.
21세기판 데카메론인 <데카메론 프로젝트>에는
29명의 작가가 전염병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위로하기 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실
나는 이 책의 띠지에 적혀 있던 한 문장, “힘든 한 해를 보내셨군요. 안 그런가요?”에 이끌려 이 소설집을 구매하게
되었다. 그 어떤 말보다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된 문장이었기에 이 책의 내용이 더욱 기대되었다.
【 “그저 두세 달로 끝나면 좋을 텐데. 더 길어지면 어쩌지? 1년 내내 이러면?”
“그렇지는 않겠지.” 그가 말한다. 좀 더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지금부터 우리 세계가 이런 식이면
어쩌지? 이 바이러스 다음에 다른 바이러스, 또 다른 바이러스가
계속 나오면? 그녀가 묻지만, 그 역시도 묻고 싶다. 똑 같은 말과 똑같이 불안한 억양으로. 】 (p.
178)
단편 작품들은 바이러스, 팬데믹, 셧다운과 관련된 이야기들이다.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이기에, 소설을 읽으며 공감이 가는 부분도 몇 부분 있긴 했다. 자유롭지
못한 날들에 대한 답답함, 바깥의 위험에 대한 두려움 등 내 안에 있던 감정들을 소설을 통해 다시 꺼내
보고 확인하기도 했다. 책 속 단편들을 쓴 작가들과 나는 거리상으로는 매우 떨어져 있지만, 팬데믹 아래에서 우리는 비슷한 경험을 했고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 책을 펼치기 전 기대했던 만큼 큰 공감과 위로는 얻지 못해 아쉬웠다.
책 속에 실려 있는 단편 중 몇 편은 꽤 괜찮았다. 가장 재미있었던 작품은 역시 마거릿 애트우드의 단편이었다. 팬데믹과 sf적 요소를 섞어 재미있는 설정으로 풀어낸 이야기가 매우 흥미로웠다.
지금 우리의 상황에 맞아떨어지는 소설을 찾는다면 <데카메론 프로젝트>를 읽어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꼭 우리와 같은 배경을 가진 소설만이 우리를 위로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란 걸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