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포스터 북 by 신기루 아트 포스터 시리즈
신기루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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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더 포스터 북 by 신기루>는 나에게는 이미 지나간 시간이 되어버린푸릇한 날들 속 사랑의 시간들에 대한 그림이었다. 밝고, 따뜻하고, 포근하고, 때로는 아리기도 했던 그 시간들 말이다. 소중했던 시간을 떠올리게 만드는 포스터북의 이번 신간으로 감성충전을 제대로 했다.

 








[널 닮은 향] 이번 <더 포스터 북 by 신기루>에서 가장 좋았던 그림이었다. 커다란 나무 아래 놓여있는 작은 의자 두 개. 신비로운 분위기의 색들 위로 봄날의 꽃잎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이곳에서 사랑하는 이의 향기를 만났다고 하는 작가의 말에 이 그림이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가진 이유를 짐작해본다. 사랑의 향기가 날리는 곳에서 나의 마음속의 반짝임들은 바깥으로 새어 나오고, 사랑이 가득 차 있는 마음으로 보는 세상은 이전과 달리 더 아름다워진다. 사랑에 빠진 이의 눈으로 보는 세상의 모습을 표현한 것 같은 이 작품이 가장 좋았다.

 

 







[나랑 사랑하자, 같이 살아가자] 이 그림은 사랑이 이루어진 순간의 모습이라 생각했다.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각자의 추억이 있을 것이다. 내가 세상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 설레고, 따뜻하고, 밝고, 모든 것이 예쁘게 보이는 것 같은 시간들... 시간이 지나도 그런 기억은 잊히지 않고 마음속에 살고 있다. 감정과 연결된 기억이라 그런지 그 기억들은 내 마음속에서 파스텔 톤의 색깔로 예쁘게 리터치 되어있다. 신기루 작가의 그림들은 내 안에 있는 예쁜 시간들을 꺼내 보도록 만들어주었다.

 





 

[구름이 어디로든 흘러가듯] 바람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꽃도 만나고, 바다도 만나고, 비바람도 만난다. 결국 그 끝엔 담대해진 내가 있다.”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내가 비행기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 여행지에서의 추억은 뒤로 하고 다시 돌아가는 비행기라는 생각을 했다. 꽃도 만나고 바다도 만나고 비바람도 만난 뒤 나의 자리로 다시 돌아올 때는 분명 한층 더 단단해진, 더 나은 내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림에 담긴 스토리와는 별개로, 여행을 갈 수 없는 요즘 그림 속 비행기 창문을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비행기 창문을 매우 좋아하는 1)

 








[나를 건네는 일] 내가 가지고 있는 밝음, 따뜻함을 모아 사랑하는 이에게 주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것 같았다. 어쩌면 짝사랑하는 이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사랑의 순간이 진행중인 사람은 그 감정 그대로 이 그림들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고, 이 시간들을 지나온 사람이라면 또 그대로 과거의 순간들 속 그때의 나와 그때의 생각들을 다시 꺼내 볼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한번쯤 마주하는 인생의 아름다운 시간을 만나보고 싶다면, <더 포스터 북 by 신기루>를 추천한다.

 



 

이 글은 출판사(아르테)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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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무를 그리다 오늘도 나무를 그리다
김충원 지음 / 진선아트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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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기를 시작하면 그 나무는 더 이상 그냥 나무가 아닙니다. 그 나무에서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많은 것이 보이기 시작하고, 스케치북을 접고 뒤돌아설 때는 못내 아쉬워 다음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게 됩니다. 그림을 잘 그리고 못 그리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 느낌을 표현해 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이 중요합니다. 그리면 그릴수록 자연을 향한 경외감이 깊어지고, 나무를 그리면서 느끼는 조용한 성취감은 당신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듭니다. 관심이 생기면 좋아하게 되고, 좋아하면 자꾸 하게 되고, 하면 할수록 잘하게 됩니다.” (p. 3)

세상은 내가 가진 안목만큼 보이고, 내가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세상도 달라집니다. 잘 보고 관찰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과정인 드로잉은 세상을 이해하는 또 다른 방식입니다.” (p. 7)





나무를 좋아하는 나는 <오늘도 나무를 그리다>라는 제목에 이끌려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내가 나무를 즐기는(?) 방식은 눈으로 나무를 보는 것코로 나무 냄새를 맡는 것두 가지였다. 그러나 이 책은 나무를 느끼고 즐기는 방법으로나무 그리기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고, 그 덕에 나는 새로운 방식으로 나무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 책과 함께 연습하기에 가장 적당한 펜은 문구점이나 편의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0.3mm 가량의 검은색 하이테크 잉크 펜 종류입니다. 촉이 가늘수록 섬세한 표현이 가능하고, 잉크가 번지지 않아 깨끗한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빠른 속도로 선을 그었을 때 중간 부분이 엷어지거나 갈라지는 제품은 드로잉에 적합하지 않은 제품이거나 잉크가 떨어졌음을 의미합니다.” (p. 15)



저자는 이 책 속 나무들을 그리는 데는 ‘0.3mm가량의 검은색 하이테크 펜이 가장 적합하다고 한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그 이름하이테크 펜이다.) 지금 나에게는 하이테크 펜이 없어서 그 대신 0.38mm유니볼 시그노 펜을 이용하기로 했다. 2021년 다이어리와 함께 사용하려고 펜을 몇 개 구매했었는데 요렇게 나무 드로잉에 사용될 줄은 몰랐다. ㅎㅎ







이 책은 특이하게 책의 시작 부분에 목차가 없었다. 대신 책의 끝부분에나무 그림 찾아보기가 실려 있어 관심있는 나무를 찾아볼 수 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책이 완전하게 펼쳐지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다. 책 속 그림을 따라 그리는데 책이 자꾸 접혀진다면 굉장히 불편했을 텐데 그 점을 고려한 디자인 같았다. 그런 부분을 세심하게 챙긴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은 앞 부분에서는 펜으로 나무를 그리는 방법을, 뒷부분에서는 연필로 그리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펜 드로잉으로 스트로크와 형태 감각을 어느 정도 익혔다면 펜보다 훨씬 예민한 감각이 요구되는 연필 드로잉에 도전합니다. 관념적으로는 지우개로 지울 수 있는 연필 드로잉이 더 쉬울 것 같지만, 실제 그림을 그려 보면 연필 드로잉은 더 많은 연습과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p. 164)

















책 속에 드로잉의 모습으로 소개된 다양한 나무들을 넘겨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나무의 색감은 느낄 수 없지만, 나무들마다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표현된 드로잉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나무 그리기는 자연을 즐기는 새로운 방식이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외출이 어려워지고 초록을 가까이 접하기 어려워진 때에 시작하기 좋은 취미라는 생각도 든다.








(책에 나와있는 밑그림에 바로 그림을 그려도 되지만, 나는 연습장에 그려보았다. 연습장은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찢어 버리면 되니 책에 그리는 것보다 훨씬 마음이 편했다.)





책의 드로잉들을 따라 펜으로 나무를 그리고 있으면 잡생각이 사라지는 것이 가장 좋았다. 펜이 종이를 지나갈 때마다 나는 슥슥 거리는 소리를 듣고, 종이에 채워지는 선들과 색깔을 느끼며, 마지막에 완성된 나무의 모습까지 보고 나면 기분이 참 좋아진다. 잘 그리고 못 그리고를 떠나 그리는 행위 자체가 즐거웠다. 이것이 몰입의 즐거움일까. 나무를 직접 만나지 않았는데도 나무와 더 친해진 것 같고 나무가 더 좋아졌다.









새로운 취미를 찾고 있는 사람, 평소 드로잉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 나무를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비움의 시간을 가지고 싶은 사람에게 <오늘도 나무를 그리다>를 추천한다.


이 책 참 좋아요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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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마노의 일러스트 자수 - 실과 바늘로 그리는 나만의 작품
류승희(마노자수) 지음 / 책밥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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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사극에서 수를 놓는 장면을 볼 때마다 멋지다는 생각을 해 왔었다. 실과 바늘로 예쁜 그림들을 그려내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을 것 같다고도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생각과 관심만 있었을 뿐, 실제로 배워본 적은 없었다. 요즘엔 프랑스 자수 관련 취미 도서도 많이 나와있지만, 완전 초보가 혼자 책을 보고 시작하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시도도 해보지 않았었다. 그런 중에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고, ‘자수 스티치 영상 28가지가 수록되어 있다는 말과 실물 도안 및 PDF 도안집이 제공된다는 말에 초보도 쉽게 배울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읽게 되었다.





반복되는 잔잔한 일상에서 작게나마 뭔가를 이루고 싶다면 이 책을 곁에 두고 자수의 세계에 빠져보길 추천합니다. 처음에는 바늘에 손도 찔릴 테고, 엉킨 실을 풀어야 하는 일도 생길지 모릅니다. 하지만 단번에 포기하지 않는다면 한 땀, 두 땀이 쌓여 금세 실력이 느는 것이 눈에 보이는 매력적인 취미랍니다. 작품 하나만 완성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해보시길 바랍니다.” (p. 4)

















책을 받자마자 내용이 궁금해 스르륵 넘겨보았는데, 실려 있는 예시 작품들이 너무 예뻐서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도 이 책만 따라하면 이렇게 만들 수 있는 거야?!!’ 라는 생각에 마음이 두근댔다. 언젠가 꼭 한번 해보고 싶었지만 시간적인 여유 때문에 계속 미루기만 했던프랑스 자수를 드디어 시작하는구나 싶어 설레였다.









이 책은 프랑스 자수의 기초적인 설명(준비물, 수틀에 원단 끼우는 방법, 보빈에 실 감는 법, 완성 후 매듭 짓는 법, 세탁과 다림질 하는 법 등)을 시작으로 평면 자수, 입체 자수, 아플리케 자수로 분류된 다양한 예시 작품들을 상세한 설명으로 보여준다. 각 챕터에서는 그 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스티치들을 단계별 사진과 글로 상세하게 알려주고, QR코드로 스티치 방법 영상까지 제공한다. 유튜브 영상으로 동작을 직접 보고 따라할 수 있으니 글과 그림으로만 보았을 때 부족했던 부분도 쉽게 이해가 되었다.

















첫 자수로 나뭇잎을 수놓아보았다. 아직 준비물이 갖춰지지 않아서 집에 있는 자투리 천과 일반 실을 이용했다. 나의 첫 나뭇잎은 뭔가 균형이 어긋나고 실의 결도 일정해 보이지 않는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거겠지. ^^;; 수를 놓고 있으니 내가 사극에 나오는 아씨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ㅎㅎㅎㅎ









‘프랑스 자수라고는 생전 처음 해보는 사람에게도 쉽고 자세한 설명으로 따라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것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평소 프랑스 자수에 관심이 있는 사람, 새로운 집콕 취미 생활을 찾고 있는 사람, 예쁘고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알록달록 마노의 일러스트 자수>를 추천한다.





이 글은 출판사(책밥)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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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개미의 아이패드로 누구나 쉽게 시작하는 캘리그래피 - 프로크리에이트로 감각 있는 디지털 손글씨 쓰기
신은경 지음 / 비제이퍼블릭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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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책을 읽는 것은 좋은 문장을 수집하는 일처럼 여겨질 때가 많았다.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들, 생각을 깨어나게 하는 문장들을 만나게 되면 그것들을 노트나 파일에 정리해두곤 했다. 그러다 최근 sns에 좋은 문장들을 예쁘고 멋진 캘리그래피로 써 놓은 것을 보며 나도 저렇게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글씨체가 그리 예쁜 것도 아니고 그림을 잘 그려내는 것도 아니었기에 내 스스로 캘리그래피는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선을 그어 두었었다. 그런 중에 <은개미의 아이패드로 누구나 쉽게 시작하는 캘리그래피>란 책을 발견하게 되었고, 아이패드와 프로크리에이트의 도움으로 어쩌면 나도 멋진 캘리그래피를 써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몇달 전에 아이패드 드로잉을 시작하면서 펜슬도 샀고, 프로크리에이트앱도 결제 했었기에 디지털 캘리그래피를 시작하기 위한 모든 준비는 이미 되어 있었다. (참고로 프로크리에이트는 아이패드에서만 사용하는 유료 앱이고 가격은 12,000원이다. 비싸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용해보면 정~~~말 좋다.)











이 책은 프로크리에이트 앱에 대한 설명과 사용법을 시작으로 아이패드를 이용해 글자, 단어, 문장을 연습하고 다양한 디지털 효과를 이용해 글씨를 쓰는 방법을 알려준다. 글씨를 완성해 나가는 단계를 세분화하여 차근차근 상세히 알려주니 차례대로 따라가면 어렵지 않게 작품을 완성해낼 수 있다.











이 책을 시작으로 디지털 캘리그래피의 실력을 차근히 쌓아 나의 인생문장들을 멋지게 그려내보아야겠다. 나는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어 놓았던 분야의 것을 디지털 기기를 통해 해내는 것은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나를 새싹 캘리스트로 이끌어 준 <은개미의 아이패드로 누구나 쉽게 시작하는 캘리그래피>가 참 고맙다.





이 책은 간단한 도구로 어디서든 캘리그래피를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아이패드를 이용해 새로운 취미를 시작하고 싶은 사람에게, 캘리그래피를 해보고 싶었지만 손재주가 없어 자신이 없었던 사람에게 추천한다.





이 글은책과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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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현관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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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로 일하고 있는 주인공 아오세 미노루. 그가 의뢰 받아 지은 집 중에는 조금 특별한 집이 있었다. “전부 맡기겠습니다. 아오세씨가 살고 싶은 집을 지어주세요.”라는 말과 함께 받은 건축 의뢰는 시작부터 그에게 특별한 마음을 가지게 만들었다. 건축사 본인이 살고 싶은 집을 지어보라는 의뢰는 거품경제 이후 패잔병처럼 살아온 아오세의 마음에 강한 열망을 불러일으켰다. 더군다나 완공 후 그 집은 대형출판사에서 발행된 <헤이세이 주택 200> ‘Y주택이라는 이름으로 실려 더욱 특별했다. 그러나 집주인에게 그 집을 넘긴 후부터는 그 집과의 인연이 끊어졌다. 심혈을 기울여 지은 집이었지만, 실제로 살아본 감상은 다를 수 있기에 그는 집주인의 연락을 기다리고 기다렸다. 그러나 연락은 끝내 오지 않았고, 아오세에겐 애틋한 집이었지만 건축주의 연락이 있기 전까지는 먼저 연락하지 않는 것이 사무소의 규칙이기에 그렇게 연락은 끊기게 되었다.



그렇게 넉달이 지난 어느 날, 아오세는 새로운 의뢰로 ‘Y주택과 같은 집을 지어 달라는 요구를 받게 되면서 다시금 Y주택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 집을 마음에 들어한 또다른 고객은 아오세에게 메일을 보내 그 집을 직접 방문하였지만 사람이 살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Y주택의 내부가 궁금해 집주인에게 대신 부탁을 해 달라는 메일을 보낸 고객때문에 아오세는 Y주택에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당시의 상황들을 떠올려보았을 때 Y주택은 별장으로 사용될 리가 없었고, 그때부터 뭔가 이상한 분위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집주인에게 여러번 전화를 걸었으나 응답은 없었고, 결국 그는 Y주택을 직접 방문해보기로 한다. 그러면서 소설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주인공 아오세가 의뢰인의 가족들에 대한 사실을 캐낼수록 의심이 커지면서 진실이 궁금해졌다. 완공된 집을 보며 기뻐하던 의뢰인 부부의 모습은 거짓이었는지, 단란해 보였던 가족들의 진짜 모습은 무엇인지, 왜 그들은 새로운 집에 이사를 가지 않았고, 지금 그들은 어디에 있는지... 모든 것이 궁금했고 얼른 페이지를 넘겨 사건의 진실을 확인하고 싶었다.






건축을 하다 보면 안다. 인간이 집에 가진 고집들은 단순한 취미나 기호에 머물지 않는다. 개인의 가치관과 숨겨진 욕구가 드러난다. 그것은 미래지향적이라기보다 오히려 과거에 뿌리내리고 있다. 그 내력이 그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이는 것이다.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 무엇을 용납할 수 있고, 무엇을 용납할 수 없는지. (p. 30)





건축과 집에 대한 소재를 가진 소설이어서 그런지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나의 공간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인생의 기로에 섰을 때, 혹은 도무지 인생이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절로 떠오르는 곳을 고향이라 부른다면 아오세에게는 숫제 고향이 없었다.

남은 건 빛의 기억뿐이다. 부드러운 빛 속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갈망이 솟아오를 때가 있다. (p. 33)






언덕 위 새집을 얼마나 꿈꾸었던가. 당시에는 알아채지 못했지만, 소년이 꿈꿨던 건 정주의 상징으로서의 집이었다. 살아 있는 것들은 본능적으로 의지할 곳을 찾는다. 늘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있기에 인간은 어디든 갈 수 있는 것이다. (p. 184)







그때, 처음 시작했던 그 아파트로 돌아갔더라면.

그때, Y주택을 우리 집으로 제안할 수 있었다면.

아오세는 타우트의 일기를 덮었다.

만일 집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거나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면, 건축가는 신도, 악마도 될 수 있으리라.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거나 불행하게 만드는 건 인간이라는 사실을, 센신테이가, 그 소박한 공간이 가르쳐주었는지도 모른다. (p. 187)






담담하고 차분한 문체에는 묘하게 집중하게 되고 빨려들어가는 매력이 있었다. 적당히 딱딱하고 적당히 진지한 분위기가 좋았다. 책을 펼치면 그 매력에 이끌려 책을 덮는 것이 아쉬웠다. 앞부분에서는 정말 무서운 사건이 관련된 것이 아닐까 생각했으나, 뒤로 갈수록 무섭다기보다는 궁금함이 커져갔다. Y주택의 주인 가족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왜 하필 주인공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지, 그리고 건축가 타우트로 인해 변화되어 가는 주인공의 의식이 주인공의 삶을 어떻게 바꾸게 될지 궁금했다.





잘 짜여진 스토리와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느꼈다. 일본의 미스터리 거장이 7년만에 발표한 신작이어서 그런 걸까. 책을 덮고 나서도 한참동안 가볍지 않은 무게로 여운을 남겨주었다. 이 소설은  단순히미스터리 소설로만 분류해 부르기에는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요코야마 히데오의 소설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이 책 다음으로 이전 작품들도 찾아 읽어보려 한다.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이 소설은 추천한다.




이 글은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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