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약 - 프랑수아즈 사강의 환각 일기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베르나르 뷔페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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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 문장을 만났다. "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처음 이 문장을 읽었을 때, 너무 강렬했고 그렇기에 뇌리에 박혀버렸었다.

과연 그렇게 말한 이가 누구일까? 궁금했고 그러다 사강을 알게 되었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책은 이번이 세번째로 소설이 아닌 일기로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장편과 단편, 그리고 일기.

 

70여 페이지의 얇은 두께라 가볍게 읽힐거라 생각했지만 그녀가 내게 주는 글의 여운은 참 무겁기만 했던 거 같다.

 

22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큰 교통사고를 당한 그녀. 그녀는 팔피움이라는 모르핀 대용약제를 매일 처방받을 정도로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다. 결국, 석달 뒤에는 약물중독 증세가 심해져 전문 의료 시설에 입원하게 되었고, 그 시간동안 쓴 일기가 "독약" 인 것이다.

약물의 유혹으로부터 이겨내기 위해 참아온 고통. 그 고통의 무게가 책을 통해 고스란히 내게 전해졌다.

고통과 아픔을 참아내며 써 내려간 글 속에 이야기의 맥락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는 그녀 스스로 위로했고, 삶에 대한, 글쓰기에 대한 열정만은 놓지 않았다. 어린 나이의 그녀가 지닌 그 강한 정신은 진심으로 부러웠다.  

 

그리고 이 책은 사강의 글과 함께 베르나르 뷔페의 삽화가 아주 인상적이다.

20세기 화단을 이끈 대표 화가였던 그는 사강이 그에게 보여준 일기의 글을 보고 삽화를 그려주었다고 한다.

사실, 혼란스러웠던 글의 분위기 보다 삽화에 더 눈길이 갔던 것도 사실이다.

그의 삶을 검색해보았는데 사강과 왠지 삶의 분위기가 비슷하게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글과 삽화의 분위기 또한 묘하게 조화스러웠다.

 

어린 나이에 명성을 얻은 그녀. 두번의 결혼과 이혼, 도박, 자동차 경주, 약물 중독등 온갖 스캔들에 연류된 삶을 살았지만, 그녀는 사람들의 입방아는 신경쓰지 않았다. 오로지 작품을 통해 그녀가 느끼는 외로움과 고독, 늙어감에 따른 고통과 불안 등 자신의 감정을 여실이 보여주었다. 겉으로는 강하고 자유분방함을 내보이지만, 내면의 여리고 약한 그녀의 모습을 이 작품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p.56 - 젊음 그 자체라고 믿는 나는, 나는 늙지 않았다. 실은, 나는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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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인데 어두운 방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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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읽게 되었답니다. 일본 작가의 책 중에 이 분의 책은 꼭 빠뜨리지 않고 보려고 하는 편이에요.

청아하고 간결한 그녀의 문체가 마음에 들어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자극적인 소재로 이야기를 펼쳐도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는 희한한 매력이 있어서랄까요? 이번 책 역시, 들어내놓고 불온한 소설이라는 문구에 호기심이 확~ 일어요!

 

번듯한 남편에 큰 집. 어느 것 하나 부족할 거 없는, 보통의 여자들이라면 부러워할만한 환경에서 지내고 있는 미야코.

남편의 출근 뒤에, 집안 일을 하고 화초에 물을 주며,동네 아줌마들과의 수다시간도 가지고 남편을 위해 저녁을 준비하는 아주 평범한 일상을 사는 미야코의 삶에 어느날 미국인 존스씨가 불쑥 끼어듭니다.

잔잔했던 호수에 실바람이 불어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듯 존스씨는 미야코의 생활 속에 자연스레 스며듭니다.

그 잔잔한 스며듦이 미야코로서는 당황스럽기만 합니다. 필드워크를 하고,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들이 그 둘에겐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그 특별한 느낌은 감춘 채, 남편에게 존스씨와 있었던 일상들을 보고하듯 이야기를 하지만 남편은 그런 미야코의 말을 흘려듣고 맙니다. 

그렇게 천천히 자연스레 세상 밖에서 내민 존스씨의 손을 잡은 미야코씨. 항상 편안했던 그녀의 일상, 모든 환경이 낯설어지면서 그녀는 세상 밖으로 나와버립니다.

 

사실, 이야기의 소재가 편한 소재는 결코 아니에요. 흔한 말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이라는 말도 있듯이 기혼자인 입장에서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소재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미야코가 이해?가 되었다고 할까요?

분명, 결혼이라는 울타리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만 지루하게 틀에 박힌 듯 흘러가는 자신의 일상에 새로운 무언가가 나타난다면........

우린 빠져들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어요.

저 또한 남편과 연애했던 시간과 지금의 시간을 비교해보면 지금은 너무 틀에 박힌 듯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거 같아요.

결혼한 지 4년 밖에 안 됐는데 말예요. 책을 읽으면서 급, 반성하게 되었어요.

요런 일이 있으면 안 되니깐요^^;;;

 

3인칭 시점에서 쓰여졌기에 흘러가는 흐름, 주인공들의 마음 모두를 느낄 수 있어 미야코에게 더 마음이 가지 않았나 싶어요.

그리고 같은 여자이기에 그 마음을 더 이해하고 싶었을지도;;;

 

분명, 불온한 소재임에 틀림없지만, 에쿠니 가오리답게 이야기를 풀어낸 거 같아요.

그녀의 청아하고 간결한 문체. 이번 책에서도 한껏 느낄 수 있어 좋았답니다 :)

 

 

<밑줄>

▶ 약간의 특별한 일은, 일단 말해버리고 나면 이전만큼 특별하지는 않은 게 돼버리니깐 말이죠. -p.54

 

▶ 무려 10여 넘게 히로짱 이외의 남자와 손을 잡아본 적이 없었는데, 오래전부터 이래온 사이처럼 익숙하고 편안한 기분이야, 라고.

정말이지 신기하다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일이었습니다. 귀여운 아기를 보면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듯, 눈부신 햇살에 저절로 눈이 감기듯, 아주 자연스럽게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는 것을. -p.114

 

▶ 확실히 나는 존스씨와 있으면 평소 못 느끼던 것을 맣이 느꼈어. 바람을, 햇살을, 새소리를.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말았어. 히로짱과 있을 때에는 결코 느끼지 못하는 신선한 기분을. -p.186

 

▶ 유부녀라고 해서 뭘 느껴선 안 된다는 법은 없지 않나.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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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과 사귀다
이지혜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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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과 사귀다" . 이 책은 제목부터가 참 마음에 와 닿았던 책이었다.

작가가 생각한 그 곳이 어디인지, 어쩜 이렇게 이쁜 한줄의 문장으로 이 책을 표현했는지가 읽기 전 궁금했다.

작가가 말하는 그 곳은 총 50곳. 그 목차를 살펴보니 무엇하나 특별한 것 없는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그런 장소들이었다.

누구나 한번쯤은 가봤던 곳.

 

이런책의 장점이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는 점. 그래서 목차를 보고 내가 관심이 가는 공간부터 뒤적이기 시작했다.

아이의 출산이 곧 다가와서인지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곳이 산후조리원, 친구들과 자주가는 커피집, 한때 뜨거운 젊음을 발산하기 위한 노래방, 지금도 한창 방문하고 있는 결혼식장, 가끔 책냄새를 맡기 위해 가는 서점, 모든 설렘의 순간이 담긴 공항, 마음이 평안해지는 사찰, 예전에 몇번은 타 봤던 막차의 추억 등. 읽으면서 아~나도! 라는 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아직 내가 접하지 못했던 공간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 곳들이 그렇게 특별하지 만은 않은, 마음만 먹으면 한번쯤은 방문할 수 있는 곳들이었다.

 

평범한 우리의 일상에서 스쳐지나가는 이 공간들에 어쩜 이렇게 특별한 이야기들을 담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 봤다.

작가의 발걸음이 닿았던 공간,그 공간에서 느낀 그녀의 글, 그리고 그 공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지는 공간들이 다시 한번 특별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항상 분주하고 바쁘게 지나가는 나의 일상들을 천천히 음미해보고 싶어졌다. 내게도 스쳐지나가는 그런 공간들이 특별한 그 무엇으로 재탄생 될 수도 있기에 말이다.

무엇보다 여유라는 단어가 떠오른 이 책. 모카커피 한잔과 부드러운 케잌 한 조각이 생각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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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요리
하시모토 쓰무구 지음, 권남희 외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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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요리, 음식에 관한 레시피만이 있을 거 같은 요 아기자기한 책은 23편의 음식과 관련된 단편 이야기들이 묶여 있는 책이다.

어느 누군가와 밥을 한끼 한다는 것, 사실 친해지지 않으면 밥을 한끼 한다는 게 참 쉽지만은 않은 거 같다.

오랜만에 연락받은 친구들과 "어, 조만간 밥 한끼 해~" 라는 인사. 참 수도없이 많이 하면서 살고 있는 거 같다.

누군가와 함께 음식을 공유한다는 것, 그 음식에 추억이 담긴다는 것,그렇게 한끼 한끼 모아진 우리의 요리들은 나중에 추억으로 이야기 될 거 같기도 하다. 이 책에서처럼.

 

아주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음식 이야기. 그래서 이 책은 더 읽는 이들로 하여금 내 얘기를 엿보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작가의 실제 이야기가 고스란히 소개되어 있는 거처럼, 아주 평범한 음식에 사람들의 추억과 기억이 묻어나 있다.

책을 읽으면서 아, 내가 어제, 그저께 먹은 음식도 이렇게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요근래  있었던 일이 생각이 났다.

 

엄마가 좋아하는 국수, 어릴때부터 먹었던 음식이지만 세월히 흘러도 여전히 물리지 않는다는 음식 중 하나가 국수였다.

어릴 때부터 라면, 자장면 등은 좋아했지만 국수, 칼국수는 여전히 내 취향이 아니었다. 그러던 내가, 임신을 하고 나니 젤 먹고 싶었던 음식 중 하나가 엄마가 만든 국수였던 것이다. 임신을 하면 평소에 안 먹고 싶던 것들이 생각난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구나 싶었다.

그렇게 임신 초기 때 내내 엄마 국수를 얻어먹기 위해 친정으로 향하던 내 모습이 그려진다.

막상 내가 해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요리지만 내가 하면 엄마의 그 맛이 느껴지지 않아서 늘 엄마국수를 찾게 되었다.

국수, 하면 이제 이 때의 행복한 시기가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23편의 짧은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는 오늘의 요리. 많은 이들이 평범하게 즐길 수 있는 음식들이 어느 누군가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은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그들의 추억 이야기를 읽으면서 사실, 나의 미각을 자극하는 음식들도 있었고, 일본 요리다 보니 좀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 음식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전하는 그 따뜻함만은 책을 읽는 내내 그 온기가 마음으로 전해졌다.

그 온기 때문인지, 이 계절에 딱 어울리는 책이 아닐까 싶다.

 

<얼렁뚱땅 까르보나라는 나도 한번 만들어 먹어보고 싶어진 음식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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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 - 심장을 두드리는 소리
민병훈 지음 / 오래된미래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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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 심장을 두드리는 소리. 안일하게 닫힌 우리의 무딘 마음을 건드려 줍니다. 라는 문구.

너무나 슬퍼서 빨리 잊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하는데, 두 남녀 주인공의 얼굴로 장식된 표지를 보니 이야기가 밝지 않은 분위기라는 건 금방 알 수 있었다.

 

우연인지, 오늘 아침 터치가 실시간 검색어에 눈이 띄어 찾아보니, 개봉 8일만에 극장에서 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당초 개봉관수도 작았지만, 교차 상영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해 보였다. 감독은 단호하게 배급사에 상영을 중단한다는 소식.

책을 읽고 나서 이 기사를 봐서인지 마음이 더 짠~해지는 느낌이랄까?

 

책은 상당히 얇은 두께이다. 한편의 영화가 만들어졌다고 하기엔 너무나 얇은 두께.

하지만 책의 무게가 가벼운 반면에 그 내용은 무겁게 가슴에 내려앉았다.

 

전사격 국가대표였던 동식, 알콜 중독으로 모든 것을 잃고 대표선발전에서도 떨어진다. 지금 맡고 있는 중학교 사격부 코치 자리도 위태하기만 한 상황.

동식의 아내, 수원. 간병일을 하지만 그 수입으론 생활이 되지 않아 환자들에게 따로 약을 팔고, 노인 환자들을 무연고자로 둔갑시켜 요양원에 보내면서 돈을 받는 이중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에게는 어린 딸과 신랑과 함께 언젠가는 나아지겠지 하는 작은 희망을 품은채 살아가고 있다.

술을 끊었다고 선언한 동식이 학교 회식자리에서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시게 되고, 결국 그 날 자신의 사격부 학생 채빈을 차로 치게 된다.

얼떨결에 뺑소니가 되어버리고, 동식은 경찰에 잡히게 되는데. 그런 동식을 구하기 위해 수원은 이리저리 뛰어보지만 방법이 없다.

결국 돈의 유혹에 이끌려 노인 환자의 성적 욕구를 들어줌으로써 병원에서도 쫓겨나게 된다. 그런 와중에 그녀의 딸 주미가 없어졌음을 알게 되고 딸을 찾는 과정에서 정말 위급한 환자를 만나게 되는데.

 

이야기를 읽는 내내 묵직한 바위 하나가 내 가슴을 짓누르는 느낌을 받았다. 과연 이들에게 내일이 있을까? 수원이 그토록 바랬던 평범한 작은 희망이 그들 곁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어두운 이면들을 그려낸 이 작품. 선한 이면에 우리가 진짜 지니고 있었던 모습들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라는 이유로 어떠한 불법적인 일들이 자행되고 있는지. 그들이 왜 그렇게 살 수 밖에 없었는지.

그것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 대한 물음이 아닐까 싶다.

 

너무나 무거웠지만,  끝내는 그들의 삶이 어두운 결말로 치닫지 않았다는 점에서 수원이 그토록 바라던 작은 행복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위안을 받으며 책을 덮을 수 있었다.

자신의 삶이 너무나 힘들다고 해서 포기할 것이 아니라, 그 힘듦 속에서도 작은 희망을 가지고 진실된 삶을 살아간다면 그 작던 희망이 어느덧 나에겐 큰 행복으로 다가올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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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연 2013-01-15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