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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학교폭력인가요? - 개념부터 대안까지, 학폭의 모든것
김인서 외 지음, 이정규 감수 / 페이지미디어브릿지 / 2026년 6월
평점 :
교실 안에서 매일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무수한 교육 현장의 변화를 지켜본 교육자로서 최근 몇 년간 학교폭력이라는 단어만큼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는 화두는 없었습니다. 수선국어 서재를 운영하며 수많은 인문학 서적과 심리 서적을 읽어왔지만, 이토록 현실의 교실을 적나라하게 비추며 마음을 서늘하게 만드는 책은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이번에 읽은 이것도 학교폭력인가요?는 단순히 멀리 있는 뉴스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오늘 우리 아이들의 교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리 없는 전쟁에 대한 기록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가장 깊이 공감했던 부분은 장난과 폭력을 구분하는 명확한 삼각 잣대, 즉 행동의 의도성과 반복성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의 불균형이었습니다.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선생님, 그냥 장난친 거예요"라는 말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듣게 됩니다. 과거에는 그저 아이들끼리 웃고 지나가던 소소한 다툼이나 짓궂은 장난이, 이제는 서로 얼굴을 붉히는 심각한 갈등으로 번지는 일이 허다합니다. 이 책은 그러한 모호한 경계선 위에서 방황하는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아주 명확하고 단호한 판단의 기준을 제시해 줍니다. 이제는 그저 조심해야지라는 막연한 다짐만으로 아이들을 지킬 수 없는 시대가 되었음을 책을 읽는 내내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현직 초등교사들과 교육심리학 교수, 그리고 교사 출신 변호사가 함께 모여 정립한 구체적인 사례들은 이론서의 딱딱한 문장들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각색된 언어폭력, 따돌림, 사이버폭력 등의 진짜 이야기들을 마주할 때마다 제 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져 왔습니다. 아직 전두엽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자신의 행동이 지닌 무게를 다 알지 못하는 아이들의 특성을 아동 발달 심리와 뇌과학적 관점으로 풀어낸 대목에서는,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 모두가 결국은 어른들의 정서적 안전기지와 올바른 지도가 필요한 미완의 존재들이라는 사실에 깊이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습니다.
특히 책의 후반부에서 강조하는 회복적 접근법과 사안 발생 단계별 협력 매뉴얼은 제 교육 철학인 하이터치 교육의 가치와 완벽하게 맞닿아 있었습니다. 오늘날의 학교가 교육적 회복력을 상실한 채 법적 공방만이 오가는 삭막한 법정처럼 변해가는 현실이 참으로 개탄스러웠는데, 이 책은 사과와 용서를 통한 관계 회복이야말로 진정한 해결책임을 역설합니다. 미안해라는 말보다 중요한 것은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책임감이라는 문장을 읽을 때는,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해 학부모와 교사가 서로 책임을 미루며 대립할 것이 아니라 일상 회복을 위해 한 팀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연대의 필요성을 강렬하게 깨달았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학교폭력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정보 제공용 도서가 아닙니다. 헌정 위기와 사회적 혼란 속에서 우리 공동체의 무너진 질서를 바로잡고 아이들의 안전한 일상을 되찾아주기 위해 어른들이 먼저 가져야 할 시선이 무엇인지 묻는 실천적 지침서입니다. 제대로 알아야만 하고 제대로 움직여야만 아이들을 지킬 수 있습니다. 막연한 위로나 뻔한 훈계 대신 사안의 본질을 꿰뚫는 단호한 해법을 담은 이 책은,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우리 아이들의 마음 근육과 회복탄력성을 어떻게 길러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모든 부모와 교사들에게 든든한 최후의 보루가 되어줄 것입니다.
교실이라는 일상 공간에서 장난의 가면을 쓴 폭력을 예리하게 걷어내고, 아이의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교사와 학부모가 잡아야 할 단단한 길잡이입니다.
학교폭력의 해결은 누군가를 처벌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으며 진정한 관계의 회복에서 비로소 완성됩니다. 우리 아이들의 안전한 미래를 위해 이제 어른들이 먼저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다정하게 손을 맞잡아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