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는 개인의 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든 세상의 '턱'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책."
아이들에게 놀이터는 단순한 놀이 공간 그 이상입니다. 처음으로 친구를 사귀고, 규칙을 배우며, '우리'라는 감각을 익히는 첫 번째 작은 사회죠. 하지만 누군가에게 이 사회는 시작부터 높은 문턱에 가로막혀 있을지도 모릅니다.
전설적인 사이클 선수에서 배리어프리 활동가로 변신한 저자 크리스티나 포겔은 자신의 경험을 밀라라는 작은 아이의 이야기에 투영했습니다. 이 책은 "장애가 있는 친구를 도와주자"라는 일방적인 배려를 가르치지 않습니다. 대신 "왜 밀라가 함께 놀 수 없을까?"라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의 원인을 발견하고 해결해가는 '연대의 즐거움'을 보여줍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장애의 문제를 '개인의 능력'에서 '환경의 설계'로 옮겨놓았다는 점입니다. 휠체어를 탄 밀라는 키가 작아 선반 위 인형을 꺼내지 못하는 친구를 집게 팔로 도와주기도 하는 씩씩한 아이입니다. 그런 밀라를 멈춰 세우는 건 휠체어 자체가 아니라, 푹푹 빠지는 모래밭과 고장 난 엘리베이터 같은 무심한 환경들입니다.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놀이터의 바닥을 모래 대신 고무로 바꾼 뒤입니다. 바닥이 평평해지자 밀라는 친구들을 제치고 경주에서 우승합니다. 이 장면은 아이들에게 아주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조건만 갖춰진다면 누구나 앞서 나갈 수 있고,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죠. 이는 교육이 지향하는 '하이터치'의 정수와도 닮아 있습니다. 아이의 가능성을 가로막는 환경의 문턱을 치워주는 것, 그것이 교육이 해야 할 가장 본질적인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턱'에 무심합니다. 하지만 휠체어를 탄 이들에게 그 작은 턱은 거대한 벽과 같습니다. 제가 아는 청소년 팀 중에는 가게마다 경사로를 설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하는 일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그저 가게 입구의 작은 턱을 완만한 경사로로 바꾸는 것뿐입니다.
하지만 그 작은 행동 하나로 휠체어 사용자는 물론 유모차를 미는 보호자, 무거운 짐을 든 노인까지 그 공간에 발을 들일 수 있게 됩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작은 변화'가 어떻게 '모두의 행복'으로 이어지는지를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보여줍니다. 옷걸이 아래를 비워두고, 의자 놀이를 서서 하는 놀이로 바꾸는 사소한 배려들이 모여 '우리 모두의 놀이터'를 완성하는 과정은 아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세상에 '차이'가 없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키가 큰 아이가 있고 작은 아이가 있듯, 장애가 있는 아이와 없는 아이가 있을 뿐입니다. 문제는 그 차이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있습니다. 차이를 '틀림'이나 '결함'으로 보는 순간 차별이 시작되지만, 차이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순간 창의적인 대안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이런 시선을 갖추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어릴 때 형성된 '배리어프리(Barrier-free)'에 대한 감각은 성인이 되어서도 세상을 더 따뜻하고 공정하게 바라보는 나침반이 되어줍니다. 말로 백 번 설명하는 것보다, 밀라와 친구들이 머리를 맞대고 저상버스를 타기로 결정하는 에피소드 한 조각이 아이의 마음속에 훨씬 더 큰 변화의 씨앗을 심어줄 것입니다.
배리어프리는 장애인만을 위한 특별한 혜택이 아닙니다. 엘리베이터가 생기면 무거운 짐을 든 사람도 편해지듯, 모두가 각자의 모습 그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보편적인 배려이자 약속입니다.
릴리 바론의 포근한 그림체와 크리스티나 포겔의 진솔한 목소리가 담긴 이 책은, 우리 아이들이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더 나은 세상을 고민하는 어른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이제 책장을 덮고 아이와 함께 동네 놀이터를 산책해 보세요. 그리고 물어봐 주세요. "우리가 여기서 더 신나게 놀기 위해 필요한 작은 경사로는 무엇일까?"라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