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이라는 말만 들어도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나랑은 상관없는 과학자들의 세계 같고 전공자들만 아는 어려운 이야기 같았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가 매일 쓰는 스마트폰, 반도체, 인터넷, GPS 같은 것들이 전부 양자역학 덕분에 존재하는 기술이다. 알고 보니 내 삶과 너무 밀접한 과학이었다. <양자역학의 결정적 순간들>은 양자역학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출간 되었다. 양자 얽힘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중심으로 책이 전개되는데 책을 읽다 보면 물리학 공부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 마치 위대한 과학자들이 펼치는 한 편의 역사극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물리학에 관심이 없어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느낌으로 천천히 따라갔더니 나도 양자역학을 좀 알게 된 것 같은 자신감이 조금씩 생겼다.
양자역학을 알다보면 양자 얽힘은 단지 과학 이론이 아니라 미래 기술을 여는 열쇠 같은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인슈타인과 보어가 치열하게 논쟁을 벌였던 장면, 양자 얽힘을 실험으로 증명한 벨 부등식 이야기까지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 어렵게 설명하지 않고 꼭 필요한 개념만 골라서 알려주기 때문에 머릿속에 흐름이 착착 정리된다. 책을 읽으면서 확률이나 불확정성 같은 물리학 개념들이 더 이상 어려운 말이 아니게 느껴졌다. 과학을 잘 모르는 나 같은 사람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서 추천하고 싶었다.
과학교양서를 읽다 보면 수 많은 과학자 이름이 많이 나온다. 플랑크, 아인슈타인, 보어, 하이젠베르크, 슈뢰딩거 등등. 이름은 많이 들어봤는데 누가 누군지 무슨 업적을 남겼는지 헷갈릴 때가 많다. 책 앞부분에 주요 등장인물이라는 챕터가 있는데 각 과학자들의 얼굴 그림과 간단한 설명이 함께 있다. 얼굴을 보면서 어떤 인물이 어떤 주장을 했는지 머리속에서 정리 할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양자가 입자인지 파동인지하는 질문이 틀렸다는 것이다. 전자 같은 입자는 꼭 당구공처럼 생길 필요도 없고 파동처럼 보여야 할 이유도 없다. 그냥 인간이 나눠놓은 개념일 뿐이라는 것이다. 나는 평소에도 사람을 내 편인지 아닌지 쉽게 둘로 나누려고 했었다. 양자는 입자이자 파동인 것처럼 사람도 내 편이자 남의 편일 수도 있는 것이다. 양자역학적으로 인간을 바라보면 마음의 평화가 찾아올 것이다. 복잡한 과학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 사고방식까지 돌아보게 될 줄은 몰랐다. 아마 이게 좋은 교양서의 힘이 아닐까 싶다. 물리학이 어렵다고 피하고 싶었던 사람, 미래 기술에 관심 있는 사람, 새로운 생각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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