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러운 도둑>은 중세 잉글랜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역사적 사건과 픽션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어서 마치 12세기 잉글랜드로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느낌이었다. 종교, 정치, 귀족과 농민의 관계, 수도원의 규율, 당시 사회가 안고 있던 모순들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읽다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골함을 차지하려는 인간들의 모습은 현대의 권력 다툼과 다를 바 없었다. 캐드펠이 복음서를 펼쳐 짚은 구절인 '형제끼리 서로 잡아 넘겨 죽게 할 것이며...'이 장면은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신의 이름 아래 벌어지는 폭력과 위선, 인간 존재의 불완전함을 그대로 보여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