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냉전 시대
제이슨 솅커 지음, 김문주 옮김 / 더페이지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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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냉전은 과거형이 아니다

냉전은 내게 20세기 역사 교과서의 한 페이지였고 소련과 미국의 체제 경쟁으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이 또 냉전 시대라니 선뜻 와닿지 않았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면서 내가 알고 있던 세계는 더 이상 평화로운 일방통행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 러시아와 유럽의 군사적 긴장, 기술과 자원을 둘러싼 전선까지, 뉴스 속 이야기로 넘기던 사건들이 실은 커다란 지각 변동의 한 조각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냉전은 과거형이 아니었다. 지금 더 복잡하고 치밀한 형태로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던 부분은 한반도의 위치에 대한 내용이었다. 솔직히 나는 우리나라가 그저 미중 사이에서 눈치 보며 줄타기하는 정도로만 생각해왔다. 그런데 저자는 한반도도 제2차 냉전의 중앙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북한은 이미 러시아, 중국과 밀착했고 우리는 미국과 군사적 공조를 강화하는 중이다. 무심하게 지나쳤던 우리의 위치가 얼마나 위태로운 균형 위에 있는지 이제야 실감이 났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

나는 일상에서 경제 뉴스 따로 정치 뉴스 따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환율, 무역, 반도체 수급 같은 이슈들이 국제 정세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특히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경쟁 속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위치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민감하다. 단순히 기술이나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외교 전략과 안보, 국민의 삶과도 맞닿아 있다. 저자는 그런 연결고리를 차근히 설명해주고 있다. 평화롭고 모두가 연결된 글로벌 시대인 줄만 알았던 나의 세계관은 이제 업데이트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코로나19 이후 각국은 점점 문을 걸어 잠그기 시작했고 우크라이나 전쟁은 평화가 얼마나 덧없는지를 보여주었다. 지금은 글로벌화가 아닌 블록화된 세계 속에서 살고 있다.

이제 모른척 할 수 없다

현재 트럼프는 중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며 글로벌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은 글로벌 공급망에 큰 혼란을 초래하고 있으며 특히 애플과 같은 기업들은 생산 거점을 중국에서 인도로 이전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런 관세 전쟁은 경제적 갈등을 넘어 국가 간 기술 패권과 안보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제2차 냉전시대'는 복잡한 시대를 뚫고 나아가기 위한 이성과 직관의 나침반이 될 책이다. 현재 국제 정세를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하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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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두뇌 사용법 -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어떻게 사고했을까?, 개정판
우젠광 지음, 류방승 옮김 / 아라크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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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두뇌의 상징, 다 빈치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 같은 그림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예술가는 물론 생각 그 자체를 탐구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 빈치는 회화뿐 아니라 해부학, 공학, 음악, 천문학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를 넘나들며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남겼다. 이 책은 다 빈치처럼 생각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두뇌 사용법을 알려준다. 다 빈치가 자주 활용했던 8가지 사고법을 중심으로 우리가 어떻게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는지 안내한다. 연습만 한다면 모든 사람이 다 빈치처럼 생각할 수 있으며 다양한 사고를 결합할 수록 더 창의적인 해결책이 나온다고 말한다. 생각의 기술도 연습이 필요하다.

다 빈치처럼 생각하는 방법

책에서는 각 사고법 마다 트레이닝과 훈련이 함께 제시된다. 예를 들면 난제 훈련법, 다양한 표현 훈련법, 공상 훈련법, 연상력 훈련법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다 빈치처럼 다방면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인간은 성장하면서 사고의 유연성을 잃어간다. 특히 한국은 시험 위주의 교육, 직장 내 효율 중심의 사고, 정답만 추구하는 삶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나도 모르게 한 방향으로만 생각하는 습관에 익숙해져 있었다. 어른이 된 지금이야말로 오히려 다양한 사고가 필요한 시기다. 뇌는 하나지만 생각은 여덟 방향으로 뻗어갈 수 있다. 이 책은 창의력을 높여주면서 생각의 프레임을 부수고 삶을 다채롭게 만들게 도와준다.

다시 열리는 느낌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두뇌 사용법>을 읽고 나서 사고라는 것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연습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다 빈치처럼 생각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책 곳곳에 제시된 훈련은 단순해보이지만 그 안에 담긴 사고 확장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일상에서 겪는 문제들, 막막한 순간들, 답이 보이지 않는 갈림길들은 어쩌면 사고의 방식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일이 아닐까 다 빈치는 자신의 뇌를 끝없이 실험하고 훈련했던 사람이었기에 천재같은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다 빈치처럼 되기 위해 눈앞에 있는 사물을 다르게 바라보고 연결하고 질문하다보면 나만의 사고를 완성하게 될 것이다. 성인이 아니라 학생들의 창의력을 위해서도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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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 퓨처(CHIP FUTURE) - 반도체의 미래가 모든 것의 미래다!
임준서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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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움직이는 칩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것일 때가 많다. 손톱보다 작은 반도체 칩이 인류의 기술 진보는 물론 세계 정치와 경제의 방향까지 좌우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스마트폰, 자동차, 인공지능, 전기차와 같은 문명의 혜택을 당연히 누리고 있지만 그 안에 있는 아주 작고 정교한 칩이 없었다면 이 모든 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 책은 작은 칩이 세계 질서를 어떻게 바꾸어놓고 있는지를 차분하게 짚어나간다. 책을 읽을 수록 반도체는 곧 권력이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미국, 중국, 대만, 일본 등 각국이 반도체 패권을 놓고 벌이는 힘겨루기 속에서 한국은 과연 어디쯤 와 있을까.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오랜 시간 세계 1위를 지켜왔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세계에서 인정받는 반도체 기업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시스템 반도체, AI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격차를 벌이려는 글로벌 경쟁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반도체는 기술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반도체 산업은 기술력으로만 굴러가는게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장비, 재료, 설계, 제조, 패키징 등 모든 요소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만 진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이른바 반도체 공급망이라는 거대한 생태계를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 있어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또한 이 책에서는 아무리 좋은 공정 기술이 있어도 그것을 다룰 수 있는 사람과 유지하고 발전시킬 사람 없이는 지속 가능한 산업이 될 수 없다고 한다. 현장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반도체 엔지니어들의 경험이야말로 이 산업의 보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미래 세대에게도 이 분야에 도전할 수 있는 매력과 자부심을 심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칩으로 읽는 세계사

이 책의 흥미로운 점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두고 세계사와 국제정치를 새롭게 읽어내는 것이다. 냉전 시기의 군수 경쟁, 중동과의 에너지 외교, 대만 해협을 둘러싼 긴장, 미국의 수출 규제와 첨단 기술 동맹의 뒷배경까지 모든 것이 반도체와 맞닿아 있다. 평소에도 세계 정세에 관심이 많았지만 이 책을 통해 내가 알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정교하게 얽힌 국제 질서의 민낯을 보게 되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지금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손꼽히는 반도체 강국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웠지만 그 위치가 영원하거나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 마음이 무거웠다. 기술의 변화 속도는 상상을 초월하고 국제 정세는 늘 예측 불가능하다. 그런 시대에서 우리나라는 꾸준히 배우고 과감히 투자하며 외부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은 내부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은 강국으로 성장하는 길을 이해 우리가 어떤 태도를 가져야할지 분명하게 알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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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자 시호도 문구점 2
우에다 겐지 지음, 최주연 옮김 / 크래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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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문구가 전하는 마음의 온도

책장을 넘기며 참 오랜만에 따뜻한 위로를 받은 기분이다. 제목부터 감성을 자극했던 '긴자 시호도 문구점2'는 문구라는 작은 세계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소설이다. 문구를 꽤 좋아하는 편이라 애착가는 문구들을 모아놓고는 한다. 특히 아트박스나 영풍문고처럼 문구를 파는 곳은 무조건 들어가서 많은 문구들을 구경하느라 시간가는 줄을 모른다. '긴자 시호도 문구점2'는 문구를 매개로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다. 긴자의 조용한 거리 한켠에 자리한 시호도 문구점과 문구를 통해 사람들의 고민과 인생을 어루만지는 이야기들은 여전히 따뜻하고 뭉클하다.

직장인의 일상에 스며든 공감

이 책이 무엇보다 좋았던 이유는 직장인으로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직장 내 인간관계, 일과 삶의 균형, 점점 관계에 지쳐가는 마음까지. 문구점에 들르는 손님들의 사연을 통해 마치 내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바쁘고 거칠게 지나가는 하루 속에서 잠시 멈추어 서게 만드는 이야기들이다. 나는 한 회사를 오래 다닌 편이 아니라 명함이 참 자주 바뀌었다. 하지만 이 소설에 나오는 것 같은 회장님을 만나본 적은 없다. 자기가 회장 또는 사장이라고 으시대는 사람들만 가득했을 뿐. 현대 사회에서는 중요한 일과 눈에 띄는 성과만을 인정받는 세상 속에서 조용히 해내는 일들이 무시되곤 한다. 그러나 이 책 속의 회장은 그런 조용한 노력을 누구보다 깊이 들여다보고 그것에 가치를 부여할 줄 아는 기업가였다. 때로는 인정받는 것보다 더 힘이 되는 것은 나의 진심을 알아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일지도 모른다.

책으로 먼저 만난 따뜻한 긴자

이 책의 배경이 되는 긴자는 사실 나에게 낯선 장소다. 일본은 몇 번 다녀왔지만 긴자는 이상하게 갈 기회가 없었다. 긴자는 번화가이기도 하지만 사람 냄새 나는 따뜻한 동네로 그려진다. 고즈넉한 골목 속 오래된 문구점, 세월의 결이 느껴지는 가게들. 도쿄 한복판 세련된 긴자에 있지만 오래된 정취를 간직한 시호도 문구점. 이 소설에서 그려지는 긴자는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들,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가는 이들의 온기로 가득한 공간이다. 문구점이라는 장소를 통해 보여주는 긴자의 풍경은 마음이 고단한 어느 날 잠시 기대고 싶은 안식처처럼 느껴졌다. 언젠가 진짜 긴자에 가게 된다면 책 속 인물들의 숨결이 남아 있을 것 같은 그 거리에서 천천히 걸어보고 싶다. 문구를 좋아하거나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꼭 한 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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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할 자유
이재구 지음 / 아마존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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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오랜만에 시간가는 줄 모르는 소설을 읽었다. <포기할 자유>는 폭력, 침묵, 분노, 체념이 반복되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장편소설이다. 한국 현대사 속에서 흔히 지나쳐혼 인물들의 내면을 끈질기게 파고들며 살아남은 자들의 죄책감과 살아야만 했던 자들의 절박함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작품은 주인공인 형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형제 간의 얽히고 설킨 원망과 희생의 기억 속에서 점점 말이 없고 감정이 메마른 사람으로 변해간다. 형제는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입히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하나의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발버둥친다.

이 소설은 가족과 돈 중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지 끊임없이 묻는다.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남의 땅을 빼앗고 공동체의 몰락을 막기 위해 짐승처럼 일하거나 말없이 떠난다. 모든 것이 가족을 위한 선택이라는 이름 아래 이루어지지만 결국 그 선택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되묻게 만든다. 가족은 보호망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잔인한 감옥이 되기도 한다.

가족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인가 하는 장면들이 있는데 이런 장면들은 저자의 문체가 담담하기에 더욱 깊에 와닿는다. 이 책에서 돈은 생계수단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를 결정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돈은 가난한 이들에게만 문제가 아니다. 가난이 누군가의 자유를 빼앗고 포기를 강요하는 수단이 된다는 점에서 더 비극적이다. 돈 때문에 무너지는 관계, 돈 앞에서 작아지는 사람들, 돈을 지키기 위해 포기했던 모든 것들을 냉정하게 보여준다. 현재까지도 소중한 가족 보다는 그저 돈만 외치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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