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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할 자유
이재구 지음 / 아마존북스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오랜만에 시간가는 줄 모르는 소설을 읽었다. <포기할 자유>는 폭력, 침묵, 분노, 체념이 반복되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장편소설이다. 한국 현대사 속에서 흔히 지나쳐혼 인물들의 내면을 끈질기게 파고들며 살아남은 자들의 죄책감과 살아야만 했던 자들의 절박함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작품은 주인공인 형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형제 간의 얽히고 설킨 원망과 희생의 기억 속에서 점점 말이 없고 감정이 메마른 사람으로 변해간다. 형제는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입히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하나의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발버둥친다.
이 소설은 가족과 돈 중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지 끊임없이 묻는다.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남의 땅을 빼앗고 공동체의 몰락을 막기 위해 짐승처럼 일하거나 말없이 떠난다. 모든 것이 가족을 위한 선택이라는 이름 아래 이루어지지만 결국 그 선택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되묻게 만든다. 가족은 보호망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잔인한 감옥이 되기도 한다.
가족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인가 하는 장면들이 있는데 이런 장면들은 저자의 문체가 담담하기에 더욱 깊에 와닿는다. 이 책에서 돈은 생계수단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를 결정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돈은 가난한 이들에게만 문제가 아니다. 가난이 누군가의 자유를 빼앗고 포기를 강요하는 수단이 된다는 점에서 더 비극적이다. 돈 때문에 무너지는 관계, 돈 앞에서 작아지는 사람들, 돈을 지키기 위해 포기했던 모든 것들을 냉정하게 보여준다. 현재까지도 소중한 가족 보다는 그저 돈만 외치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