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의 오래된 노트 - 움직이는 시인, 살아 있는 언어
김신정 지음 / 사계절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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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중학교 때 교과서로 만난 윤동주 시인과 그의 시에 대해 보다 깊이 있게 알고 싶었습니다.

이 책은 윤동주의 원고 노트에 담긴 시와 낙서, 메모와 퇴고의 흔적들 등 그의 육필 원고를 통해 시인의 창작 과정과 문학 세계를 더 깊이 들여다보는 여정이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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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의 자필 시를 읽으면서 윤동주 시인이 살았던 시대로 공간 이동을 한 듯, 저자는 당시 시인이 살았던 시대와 장소로 시야를 확장하여 시를 읽을 수 있도록 독자들을 인도합니다. 빽빽한 학술적인 내용만으로 할 수 없었던 일을 저자는 시를 가르치는 선생이자 윤동주의 마음에 깊은 공감을 읽어내는 데 탁월할 애독자로서 독자를 자연스럽게 윤동주의 시세계로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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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2페이지의 다소 방대한 분량을 다 읽고 나면, 교과서에서 배웠던 '민족시인', '저항시인'과 같은 단편적 이미지가 아닌 지역, 국가, 민족, 언어의 경계에 살았던 윤동주의 삶과 문학의 궤적이 총체적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시인에 대해, 그의 시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다 읽은 후에는 식민지 조선의 아픔이 더 크게 다가오고, 그가 남긴 시들이 훨씬 깊이 있게 느껴집니다.


윤동주는 1917년 옛 만주 북간도 명동촌에서 태어나 1935년(18세) 평양 유학을 떠났다가 이듬해(19세) 간도로, 1938년(21세) 연희전문 입학으로 경성으로, 졸업 후인 1942년(25세)년 일본 유학을 떠나 이듬해 7월 교토에서 체포된 뒤, 1945년(28세) 2월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짧은 생을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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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국 치하 은진중학교 시절 윤동주는 원고 노트를 마련해 시를 쓰고 고치고 다시 쓴 작품들 가운데 선택한 시를 두 번째 노트에 옮겨 적어 다듬는 작업을 합니다.

정지용과 백석의 시를 필사하고 자신의 감상을 적는 등 시 쓰기 연습을 한 그의 성실함을 읽을 수 있습니다.


윤동주의 고향인 간도 지역에 대한 역사와 당시의 시대상인 식민지 조선에 대해서 자세히 읽을 수 있습니다. 고향 간도는 만주국이라는 지위에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일제의 괴뢰국이었고, 일본인, 조선인, 한족, 만주족, 몽골족이 뒤섞여 있었던 공간입니다.​

저자는 윤동주 고향인 간도의 특수성과 여러 지역을 이동하며 살았던 윤동주 생애에 주목하면서 윤동주의 '모어의 시 쓰기'을 꺼집어 냅니다. 이역에서 이방인들의 언어와 부대끼면서 조선어가 처한 객관적 위기를 예리하게 간파했고, 조선어 사랑이 각별해진 듯합니다.

윤동주 고향 마을의 말씨는 '순하고 은근하고 아름다운 말씨'라고 합니다. 윤동주의 시에서 옛말이 아니라 고향 방언인 단어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예: 별 헤는 밤에서 '헤는'은 방언이고, 표준어로는 '세는, 헤어리는'에 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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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은 의대 진학을 원하는 아버지와 심각한 대립 끝에 자신이 원하는 문과로 지원, 대학 시절 담배도 술도 입에 종종 대는, "유순하고 다정하고 또 재미스러"웠으며 "대단한 독서가"이자 장서가였다고 합니다.​

글벗 정병욱과 같이 하숙을 했는데 그들의 일과는-아침이면 인왕산 중턱까지 산책, 산골짜기에서 세수, 청소와 아침식사를 하고, 통학하고, 하굣길에 서점과 헌책방을 순례하고 음악 다방에 들러 책을 보고, 저녁에 김송과 환담을 나누고, 자정 가까이까지 책을 읽다가 잠들었다고 합니다.

그의 삶을 자세히 알 수 있었습니다.


윤동주 시는 정제되고 간명한 시어와 자연스러운 운율감이 느껴집니다. 생명체와 사물에 대한 주의 깊은 시인의 시선을 느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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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는 치안유지법 5조 위반으로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생체 실험'으로 죽음에 이르렀습니다. 일제 파시즘이란 거대한 폭력에 의한 양심적이고 성실한 인간의 부당한 죽음이었습니다.


책에 학술적 내용뿐만 아니라 저자 개인적 경험이 포함되어, 더 생생한 느낌과 공감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윤동주 고향 연변과 일본을 오가며 오랜 기간 취합한 자료들은 윤동주 생전과 사후를 포함합니다. 윤동주는 중국 조선족 사회에서는 자랑스러운 이민과 개척의 역사를 대변하는 ‘중국 조선족 시인’, ‘애국 시인’으로 기억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평화의 시인’, ‘화해의 시인’으로 그를 기억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하며, 상세한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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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시인, 살아있는 언어’라는 부제처럼

시공간을 넘어서 오래오래 사랑받는 시인, 시로 남을 것입니다.

책을 통해 우리가 사랑하는, 우리의 시인 윤동주와 그의 시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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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파 in 도쿄 - 일본 미술관에서 만나는 모네와 고흐, 피카소
전원경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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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그림을 보러 일본 여행 가셨던 블로그 이웃님을 통해 일본 미술관 투어에 호기심이 있긴 했으나, 도쿄에서 인상파 화가 그림들을 대거 볼 수 있다는 건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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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읽은 미술책들을 통해 인상파 화가들이 일본 우키노에에 영향을 받았다는 건 알았으나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자세히 알지는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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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상파의 탄생과 소멸의 역사, 인상파와 일본의 관계, 도쿄 미술관에서 소장한 인상파 화가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작가의 탄탄한 필력과, 아름다운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 감상이 더해져 독서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저자는 10년 이상 유럽과 미국으로 예술 투어를 다녔는데, 2,3년전 여러 여행사의 도쿄 미술 투어 제안이 있기 전까지 도쿄의 미술품에 대해서 몰랐다고 합니다.

도쿄 미술관들이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걸 인상적으로 보고, 미술관이 보유한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을 설명하며 일본과 인상파 사이의 근본적인 관계를 책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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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미술관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유파인 인상파.

인상파는 1874년부터 1886년까지 파리에서 열린 여덟 차례의 전시에 참가했던 화가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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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가 발명된 시대,

인상파 화가들에게 가장 중요한 점은 대상의 정확한 묘사가 아니라, 자연이든 인물이든 대상이 화가의 눈에 비치는 '시작적 경험', 즉 '인상'을 그리는 것입니다. 형식보다 화가의 감각이 훨씬 더 중요한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1장에서는 인상파의 역사, 인상파 화가들의 삶과 그들의 관계를 설명합니다.


2장은 세계는 어떻게 일본을 만났는가? 입니다.

대항해 시대 유럽 문물을 받아들인 일본 역사와 도쿄의 미술관들이 인상파 작품들을 대거 콜렉팅하게 된 경유가 흥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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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 황금과 진주가 무궁무진한 땅으로 소개된 '지팡구Chipangu'는 오늘날 일본의 영어 표기 '재팬Japan'이 됩니다. 일본의 나카사키와 연결된 인공섬 데지마에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가 머물고, 일본은 서구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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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마쓰가타 고지로(1896년 가와사키 조선소 설립자) 등이 인상파 컬렉션의 접점인 시기 서양 미술품을 모으기 시작했고, 일본 경제 호황기이던 시대에도 적극적으로 미술품을 사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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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에도(지금의 도쿄)에서는 우키요에라는 목판화가 유행했는데 에도 사람들의 취향과 정서가 반영되었습니다.

일본은 서구에서 열리던 만국박람회에 참여하여 우키요에를 선보였는데 인상파 화가들은 이에 열광하게 되고,19세기 후반에 활동한 화가 대부분이 자포니즘의 영향하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합니다.

(우리가 익히 아는 마네, 모네, 르누아르, 드가, 피사로, 클림트, 고흐, 고갱,,등등)


3장에서는 도쿄의 미술관들이 소장하고 있는 인상파 전후에 등장한 미술 회화들을 소개합니다. 도쿄 국립서양미술관, 아티존 미술관, 폴라 미술관, 도쿄 후지 미술관, 솜포 미술관 등 다섯 곳의 미술관에 소장한 작품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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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눈에 누가 그렸는지 알 수 있는 그림부터, 익숙한 화풍이 아닌 새로운 화풍을 시도한 화가의 그림도 있습니다. 화가 고유의 주제나 화풍이 완성되기 이전의 작품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모네, 르노아르, 카미유 피사로, 고흐, 고갱 등 여러 인상파 작가의 작품과 삶을 그림과 함께 자세히 읽을 수 있습니다. 몰랐던 화가의 삶을 알게 되고, 처음 보는 그림에서 화가에 대한 새로운 매력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예술 여행자를 위한 도쿄 미술과 안내'(부록)를 통해 도쿄에 있는 다섯 개의 미술관에 대한 소개와 미술관이 소장한 그림 목록을 볼 수 있어 도쿄 미술관 여행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겠습니다.

읽으면서 끝까지 알찬게 만들어진 책이라고 느껴졌습니다.


고흐의 <해바라기>, 모네의 <수련>, 마네, 드가, 카미유 피사로, 폴 세잔, 폴 고갱, 르노아르, 마티스,,등등 미술 교과서에서 친숙했던 인상파 화가의 그림들을 도쿄 미술관에서 대거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가까워서 가기 쉬운 일본, 이 책과 함께 도쿄로 미술관 여행을 계획해도 정말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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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파에 대한 심도 있는 미술 공부와 함께 일본의 역사와 예술적 흐름, 인상파 화가들과 일본 사이의 관계를 깊이 있게 읽을 수 있어서 미술과 일본 여행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먼 유럽이나 미국이 아닌, 가까운 도쿄의 미술관에서 인상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성비 넘치는 해외 여행이 아닐까 싶다.

보이지 않는 것까지 느낄 수 있게 만드는 힘, 그것이 물의 시적 정서를 표현하기 위해 반세기 가까운 시간을 씨름해온 대가가 도달한 경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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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쉬운 오페라는 처음이지? - 만화로 읽는 오페라 교양상식 12
하얀콩.백재은 지음 / 더퀘스트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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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만화로 교양상식 읽는 걸 좋아하는데,

이 책은 쉽고 재미있게 오페라를 만날 수 있도록 돕는 만화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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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추천하신 지휘자 금난새님의 , '알면 들리고, 들리면 사랑하게 되는 오페라의 매력'이라는 추천서 문장에 공감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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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춰줄 오페라 입문서로, 재밌게 만화를 읽으면서, 극 전개에 맞게 (QR코드를 통해) 아리아를 바로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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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파격적 줄거리와 전개 방식이 가끔 이해되지 않았는데 만화가의 깨알같은 재치와 공감가는 설명을 보며 즐겁게 읽었습니다.

모르고 어렵게 느껴지는 오페라를 더 친근하고 재밌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오페라는 대개 유명한 신화나 문학작품의 내용을 주제로 삼기에 극 중의 시대 상황이나 스토리 등을 미리 예습을 하고 가면 등장인물의 마음을 더 빠르게 잘 이해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오페라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음악'이기 때문에 작품의 내용을 미주알고주알 설명하면 지루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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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스토리와 음악을 미리 듣고 예습할 수 있는 오페라 예습서 내지는 입문서로 책이 좋다고 느껴졌습니다.

​만화는 재미있고 오페라 음악은 아름답습니다.

각 장마다 <오페라의 요령> 코너를 두어 오페라 감상에 필요한 교양 지식들을 소개합니다.

‘뮤지컬과 오페라의 차이는? 오페라 극장에서 좋은 자리는? 모차르트는 왜 요절했을까요? 음유시인이란 무엇인가? 작곡가 베버는 어떤 사람이었나요? ’등등 총 21개의 질문과 해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주세페 베르디 작곡의 < 라 트라비아타>를 보면서 19세기 중반 프랑스 사교계의 모습을 엿보기도 합니다. 흥미진진한 비극적 서사입니다.

작품에 대한 해석을 읽으면서 문학 전공자이자 만화가인 작가의 장점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막장극같은 전개, 개성 강한 인물들이 부르는 아름다운 노래들을 듣다 보니 멀게만 느껴졌던 오페라가 훨씬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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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말~17세기 초 이탈리아에서 탄생한 음악극인 오페라.

알고 보면 가장 대중적인 예술일 수 있습니다.

마이크가 없던 시절, 커다란 극장에서 발성 좋은 성악가들의 공연을 보며 사람들은 웃고 울고 감동을 받았을 것입니다. 좋아하는 작곡가, 가수, 노래가 생기고 또 보고 또 듣고, 또 열광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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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치있는 만화 해설이 더해져 오페라를 한층 더 가깝고 흥미롭게 느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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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트루드 지킬 - 정원을 예술로 만든 아티스트
앙헬라 레온 지음, 이민 옮김 / 이유출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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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최근 영국 정원 관련 책을 몇 권 읽었더니 '영국식 정원'을 완성한 인물로 불리는 거트루드 지킬이 궁금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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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을 예술로 만든 아티스트, 거트루드 지킬(앙헬라 레온, 이유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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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 시기, 영국에서 태어나 자연과 인간, 건축과 식물의 조화를 통해 자신만의 정원을 창조한 거트루드 지킬.

90세에 이르기까지 영국, 유럽, 미국에 400여 개의 정원을 디자인하고 영국인에게 정원 가꾸기라는 즐거움을 취미로 갖게 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 거트루드 지킬의 삶을 그림책으로 만나보았습니다.


1943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거트루드​

그녀가 살았던 산업 혁명 시기는 도시의 환경 오염이 심했고 거트루드의 가족은 시골로 이사를 갑니다.

시골에서 자연과 어울리는 생활을 했던 거트루드.

12세가 되던 해 가정교사로부터 선물 받은 야생동물도감을 평생 보물처럼 간직했다고 합니다. 자연을 사랑하고 예술을 사랑하며 친구들과 여행도 많이 다니며 누구에게든 배우려고 했던 그녀. 도시보다 시골을 더 좋아하고, 결혼을 하지 않았으며, 화려한 옷보다는 편안한 옷을 즐겨 입고 작업에 몰두하길 좋아했습니다.

자수와 조각, 금속 세공을 배우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였고 가장 좋아한 활동은 그림 그리기였습니다.

시력이 나빠져서 더 이상 그림을 그리기 어려워지자 그림 대신 정원을 디자인하는데 몰두합니다. 에드윈 루티엔스와 함께 멋지고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고, 양묘장에서 새로운 식물 종을 만들기도 합니다.

업튼 그레이 정원, 린디스판 정원, 메리 왕비의 인형의 집 정원 등 평생 400여 개의 정원을 디자인했고, 40여 권의 책과 1,000여 편의 기고문을 남깁니다.

아흔 살 가까이 건강하게 살면서 정원 디자인으로 계속 일했다는 거트루드 지킬. 자연과 수공예, 장인 정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그녀의 라이프 스타일은 많은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영국인들은 그녀가 남긴 자연에 대한 사랑과 조언 덕분에 정원 가꾸기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가 되었습니다.


앙헬라 레온의 개성 넘치는 예쁜 그림이 함께 하는 그림책을 통해 잘 몰랐던 거트루드 지킬의 일생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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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사랑하고 정원 디자인에 열정을 바친 그녀의 삶도 인상적이었지만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를 기계처럼 대하던 산업혁명 시기, <예술공예운동>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예술공예운동은 수공예의 전통을 되살리고 인간 노동의 가치를 강조하였고, 예술공예운동을 펼친 예술가 중 가장 유명했던 윌리엄 모리스는 "누구나 자신의 일을 사랑하면서 아름다운 것들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 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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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일하던 곳곳에 로봇들이 대체되는 AI 시대,. 앞으로 생계를 위해 일이 필요 없는 시대가 도래한다면, <예술공예운동>이나 자연과 수공예, 장인 정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거트루드 지킬의 라이프 스타일이 더 필요로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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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도 (박경리 큐레이션 리커버) ㅣ 박경리 탄생 100주년 기념 큐레이션 리커버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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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제가 읽은 모든 소설 중에 '토지'를 최고로 걸작이라 여기기에 박경리 선생님에 대한 애정과 존경은 특별하다 할 수 있습니다.

‘박경리 대표 연애 소설'이라는 문구를 보고 읽게 된 '표류도'는 다시금 소설가 박경리 선생님의 필력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표류도'는 연애 소설이라는 표피 안에 넣을 수 없는, 슬프고도 고독한 한 여성의 삶이 담겨 있습니다.

한국 전쟁 때 남편을 잃고 사는 전쟁 미망인이 주인공이기에 박경리 선생님의 자전적 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주인공의 내밀한 감정과 생각이 생생하게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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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선생님 작품을 읽지 않으신 분들도 이 소설이 가진 매력과 중량감은 크게 느껴지실 것입니다.

1950년대 사생아를 낳은 전쟁미망인이 헤쳐 나가야 했던 녹록지 않은 삶과 사회적 잣대로 보면 '불륜'이라 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가 개연성 있게 그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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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자체의 재미와 감동, 현재 삶에도 적용될 수 있는 문학의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랑에 있어서 사회적 통념을 넘어 여주인공이 행복한 삶의 선택을 하도록 응원하게 되는데 주체적으로 살아가려는 그녀의 의지와 진실되면서도 인간적으로 연약한 부분까지 독자로서 이해하게 되어서입니다.

연애 이야기가 이야기의 축을 이루지만 '감정'을 기반으로 한 사랑은 지나고 나면 기억조차 희미해지는 일이 되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카운터의 '청동 꽃병'이라는 앞에서의 복선은 작품 후반에서 (스포일 수 있어 구체적인 사건은 밝히지 않겠습니다) 뜻하지 않은 파국적 사건으로 드러납니다. 주인공은 인간의 슬픔, 괴로움, 비극이 남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것으로 함께 하는 낮은 자리에 서게 됩니다.

하지만 거기가 끝이 아닙니다. 소설 마지막 열장도 남기지 않은 부분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남아 있었습니다. 삶을 부정하기도 감당하기도 어려운 불행. 그녀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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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책을 읽으면서 소설 <토지>와 박경리 선생님이 자주 떠올랐습니다.

<표류도>의 주인공 '이상현'은 글을 쓴다는 점이나 세상과 타협하지 못하는 순수한 면에서 소설 <토지> 최서희가 사랑했던 '이상현'이 떠올랐습니다. 소설 속 기생 소화가 아편쟁이가 되어 물에 빠져 죽었다는 부분은 <토지>의 기화(봉선)가, 현회의 여학교 시절 이야기에서는 <토지> 상의의 학교 생활이 떠오르기도 하였습니다.

소설 <토지>의 애독자로서 이 소설의 흥미롭고 재미있었던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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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강현회'는 젊고 아름답고 지적인 여성이지만 같은 학생 대학생 신분이었던 남편이 한국 전쟁 중에 죽게 되자 결혼식을 못했기에 졸지에 사생아를 둔 엄마가 됩니다. 당시의 사회적 시선으로는 용인될 수 없었기에 학교 교직에서 쫓겨납니다. 생계를 위해 다방 마담으로 지내며 밤에는 번역을 하며 살아갑니다. 신문사 논설위원이자 좋은 집안 출신인 가정이 있는 '상현'과 사랑에 빠지는 '현회'

한국전쟁이후 근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고리대금과 부동산으로 부를 이루는 동창 부류는 가난하지만 주체적으로 살아가려고 하는 '현회'를 도덕과 규범으로 비난합니다. '현회' 스스로 자신의 감정과 욕망, 현실적 제약과 처지 앞에서 갈등하지만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고 살아가려 합니다. 그녀의 삶에 일어난 예기치 못한 사건들은 작가의 경험이 반영된 듯 소설 속 배경과 사건은 정교하고 인물의 감정선은 섬세하고 생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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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현회'는 홀로된 어머니와 배다른 동생, 유복자 딸, 그리고 종업원인 광희를 돌보지만 광희의 경우 남자에게 버림받고 스스로 타락의 길을 걷다 불행하게 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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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사랑하는 '이상현'과 '김환규' 두 인물은 연인감, 남편감의 전형을 보는 듯 느껴지기도 합니다. 마지막 장에 이르러 삶의 의욕을 잃어버리고 '산다는 것이 치사스럽고 징그럽기만 한' 현회에게 환규가 하는 말 속에서 이 소설에 작가님이 담아둔 메시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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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다 몇만 년을 살지 못합니다. 속된 말이지만 사람은 늙으나 젊으나 죽어갈 수밖에 없지요. 사람은 살아 있는 동안에도 각각 떨어져서 떠내려가는 외로운 섬들입니다. ..."

​

"산다는 것만은 확실하고, 확실한 기간 동안 자기를 낭비하지 않는다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강한 에너지가 될 수 있거든요."

​

",,,상현이는 감정의 대상이요. 찬수(죽은 남편)는 지성이 대상이요. 환규는 의지의 대상입니다. 의지는 인간의 마지막 가능성입니다, 우리는 의지의 세계를 위하여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애정이나 일이나 죽음까지도 극복해야 할 것입니다.,,,"

​

"우리는 사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주변의 죽음보다 자기 자신의 일이 더 절실한 문제입니다. 일은 산다는 뜻이요. 사람은 움직이는 섬입니다. 지금도 우리는 떠내려가고 있습니다.,,,"


표류도.

사람은 누구나 홀로 각각 떠내려가는 외로운 섬 같은 존재일지 모릅니다. 살아있는 한 우리는 각자 '의지'의 세계로 저마다 노력하며 살아가야 하고, 인연이 되면 서로 가까운 거리에서 혹은 조금 떨어진 거리로 지내다가 어느 순간에는 혼자 물속으로 잠겨야 하는 때를 맞이하게 되는 존재.

직접적인 설교가 아닌 이야기의 힘을 빌려 사랑과 삶에 대해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진 책, <표류도>였습니다.

​

아직 제가 읽지 않은 박경리 선생님의 다른 책들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가슴 설레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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