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문학이란 무엇일까요?
문학이란, 작가란, 언어란, 삶이란, 과연 무엇이며 어떠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한 번이라도 던져본 사람이라면 이 책을 먼저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박경리 선생님께서 40년 창작 인생의 경험을 담아 '문학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에게' 강연하신 내용을 정리한 책입니다. <토지>를 집필하는 북새통 속에서 정리하고 새로 쓰시며 '괴로웠다'고 서문에 적어두셨는데, 얼마나 힘드셨을까 짐작하며 선생님의 문학 강연이 사라지지 않고 책으로 남게 된 것에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박경리 선생님이 말씀하신 문학은 삶의 본질과 진리를 향한 필사적이고, 절대적이고, 치열한 과정이었습니다. 사리사욕이나 명리를 따르지 않고 문학과 창착을 향한 순수한 각오나 치열한 태도를 갖춘 사람만이 진정으로 문학을 할 수 있고 작가가 되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또, 불확실성이 가득한 이 세상과 삶 속에서 헤매는 길을 그대로 진실되게 보여주는, 저마다의 독자적인 글에 대해서도 말씀하셨습니다. 남이 간 길은 뒤쫓지 말고, 자기 자신의 마음과 눈으로 보고, 어떤 이론에도 얽매이지 말고 자유롭게 써야 한다는 조언은 문학을 하려는 이들에게 "당신도 할 수 있다"는 격려처럼 다가왔습니다.
이 책은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 문학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과 조언을 담았을 뿐 아니라 인간 존엄과 생명 외경에 대한 박경리 선생님의 깊은 철학을 배울 수 있게 합니다.
문학은 삶에 관한 것으로 사회문제, 철학, 역사, 경제, 정치, 모든 것을 포용합니다.
문학은 자기 자신에 대한 존엄성 없이 투신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진실하게, 정직하게, 자기 존엄을 지키며 어떤 것에도 굴종하거나 사로잡히지 말고 나아가야 합니다.
저는 요즘에서야 과학책을 읽으며 거대한 우주와 원자의 미시 세계를 비교하기도 하고, 한 생명이 우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합니다.
박경리 선생님께서는 책에서 억조창생, 삼라만상 같은 우주와 생명의 경이로움을 자주 비유하셨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고향 집 마당에서 바라보았던, 쨍하고 차가운 공기가 감도는 가을밤이나 겨울 밤하늘의 별들이 자주 떠올랐습니다.
신비스러운 우주라는 열린 공간에 딱 맞는 '언어', 그 별을 찾아 자맥질하고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 속에 깃든 소우주를 뜨거운 심장과 투철한 눈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모습을 그려보기도 했습니다.
문학은 '왜'라는 질문에서 출발하는데 공간과 삶의 본질, 생명의 본질인 시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생명으로서 생명의 집합체이며, 우주라는 개념 속에서 나는 우주일 수 있고, 모든 생명도 나 자신이라는 다만 그런 느낌이 의식 속에 맴돌 뿐 합리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입니다.
작가는 칠흑과 안개를 향해 왜냐고 묻는 사람이라 하셨습니다.
작가는 잡힐 듯 보일 듯 말 듯 한 말을 찾아 언어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데 '언어와 피 흘리는 투쟁'으로 존재한다고 하셨습니다. 말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아야 하는 사람이 작가라고요.
감성을 항상 깨끗하게 닦아놓고 모든 사물을 공평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작가로서뿐만 아니라 지혜로움이며 인생을 꽉 차게 살 수 있는 길입니다.
블로그에서 스스로를 작가라고 칭하면서도 정치와 이 시대의 현실에 무관심한 것을 자랑이나 미덕처럼 여기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요즘 흔히 사용하는 '작가'라는 말과 이 책 속에 담긴 '작가'는 그 의미와 무게감이 같다고 할 수 없겠습니다.
시대를 파악하는 것은 작가의 필수적인 요구입니다. 시대는 생명이 생존하는 시간이며, 시대의 자리는 모든 생명의, 삶의 터전이기 때문입니다.
삶 자체가 치열한 것이기에 삶을 다루는 작가정신이 치열해야만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며, 결코 문제를 회피해서도 안될 것입니다.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일지라도 생명에는 다 존재 가치가 있고, 예술은 생명에 접근하려는 행위라는 것을 배웁니다.
여러분들은 수재도 천재도 아닌 자신에 대하여 실망할 필요가 없고 자기 특성에 순응하면서 세상에 존재하는 것, 그 모든 사물을 넓게 깊게 바라보며 받아들이며 삶의 본질에 접근해 가야 합니다.
언어의 배를 타고 도저히 당도할 수 없는 피안을 향해 노 젓기를 멈추지 않는 것, 언어라는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 글을 쓰고, 포기할 수 없이 가는 것.
생각의 진폭이 넓어야 생기 있는 어휘를 구사할 수 있고 작가는 언어로 생명의 본질에 다가가는 존재입니다.
생명이, 삶이, 언어가 불확실해서 문학이 어렵고 본질을 향해 가는 과정, 탐구를 보여주려는 것이 문학이라 이해됩니다.
문학은 삶 자체, 알 수 없는 생명이 삶이라는 현장에 나타났다가 알 수 없는 삶을 겪으며 사라지는 바로 그 과정의 탐구가 아닐까요?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뿐만 아니라 여행도 거의 못하셨던 박경리 선생님의 외로운 삶을 엿볼 수 있습니다.
문학은 학문같이 체계적인 것이지 않아 작가는 세상의 온갖 것을 다 수렴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독서를 많이 하지 않고는 문학에 뜻을 세울 수 없는 일. 체계적이기보다 폭넓은 독서를 하셨던 박경리 선생님의 독서 경험을 들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 권유하고 싶은 것은 문학을 하겠다는 생각이면 체계적인 것보다, 무엇이든 읽고 싶은 것은 다 읽어라, 그것은 다 쓸모가 있고,.
문학 기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박경리 선생님의 경험과 간접 체험이 소설 작품( '토지', '김약국의 딸들' 등)에 어떻게 넣으셨는지, 소설 속 공간과 배경들이 어떤 의도로 설정하셨는지, 특정 인물의 설명이 작품에서 왜 생략하셨는지 등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문학에 대한 태도와 삶에 대한 태도가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문학의 길을 가지도 않고, 더이상 젊은이도 아니지만, 제게는 더할 수 없이 좋았던 최고의 문학수업이었습니다.
작가, 창작&예술의 길을 가시려는 분들께
박경리 선생님의 문학을 사랑하시는 분들께
문학을 사랑하는 분들께
이 책의 일독, 재독을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