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의 오래된 노트 - 움직이는 시인, 살아 있는 언어
김신정 지음 / 사계절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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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중학교 때 교과서로 만난 윤동주 시인과 그의 시에 대해 보다 깊이 있게 알고 싶었습니다.

이 책은 윤동주의 원고 노트에 담긴 시와 낙서, 메모와 퇴고의 흔적들 등 그의 육필 원고를 통해 시인의 창작 과정과 문학 세계를 더 깊이 들여다보는 여정이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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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의 자필 시를 읽으면서 윤동주 시인이 살았던 시대로 공간 이동을 한 듯, 저자는 당시 시인이 살았던 시대와 장소로 시야를 확장하여 시를 읽을 수 있도록 독자들을 인도합니다. 빽빽한 학술적인 내용만으로 할 수 없었던 일을 저자는 시를 가르치는 선생이자 윤동주의 마음에 깊은 공감을 읽어내는 데 탁월할 애독자로서 독자를 자연스럽게 윤동주의 시세계로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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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2페이지의 다소 방대한 분량을 다 읽고 나면, 교과서에서 배웠던 '민족시인', '저항시인'과 같은 단편적 이미지가 아닌 지역, 국가, 민족, 언어의 경계에 살았던 윤동주의 삶과 문학의 궤적이 총체적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시인에 대해, 그의 시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다 읽은 후에는 식민지 조선의 아픔이 더 크게 다가오고, 그가 남긴 시들이 훨씬 깊이 있게 느껴집니다.


윤동주는 1917년 옛 만주 북간도 명동촌에서 태어나 1935년(18세) 평양 유학을 떠났다가 이듬해(19세) 간도로, 1938년(21세) 연희전문 입학으로 경성으로, 졸업 후인 1942년(25세)년 일본 유학을 떠나 이듬해 7월 교토에서 체포된 뒤, 1945년(28세) 2월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짧은 생을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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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국 치하 은진중학교 시절 윤동주는 원고 노트를 마련해 시를 쓰고 고치고 다시 쓴 작품들 가운데 선택한 시를 두 번째 노트에 옮겨 적어 다듬는 작업을 합니다.

정지용과 백석의 시를 필사하고 자신의 감상을 적는 등 시 쓰기 연습을 한 그의 성실함을 읽을 수 있습니다.


윤동주의 고향인 간도 지역에 대한 역사와 당시의 시대상인 식민지 조선에 대해서 자세히 읽을 수 있습니다. 고향 간도는 만주국이라는 지위에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일제의 괴뢰국이었고, 일본인, 조선인, 한족, 만주족, 몽골족이 뒤섞여 있었던 공간입니다.​

저자는 윤동주 고향인 간도의 특수성과 여러 지역을 이동하며 살았던 윤동주 생애에 주목하면서 윤동주의 '모어의 시 쓰기'을 꺼집어 냅니다. 이역에서 이방인들의 언어와 부대끼면서 조선어가 처한 객관적 위기를 예리하게 간파했고, 조선어 사랑이 각별해진 듯합니다.

윤동주 고향 마을의 말씨는 '순하고 은근하고 아름다운 말씨'라고 합니다. 윤동주의 시에서 옛말이 아니라 고향 방언인 단어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예: 별 헤는 밤에서 '헤는'은 방언이고, 표준어로는 '세는, 헤어리는'에 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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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은 의대 진학을 원하는 아버지와 심각한 대립 끝에 자신이 원하는 문과로 지원, 대학 시절 담배도 술도 입에 종종 대는, "유순하고 다정하고 또 재미스러"웠으며 "대단한 독서가"이자 장서가였다고 합니다.​

글벗 정병욱과 같이 하숙을 했는데 그들의 일과는-아침이면 인왕산 중턱까지 산책, 산골짜기에서 세수, 청소와 아침식사를 하고, 통학하고, 하굣길에 서점과 헌책방을 순례하고 음악 다방에 들러 책을 보고, 저녁에 김송과 환담을 나누고, 자정 가까이까지 책을 읽다가 잠들었다고 합니다.

그의 삶을 자세히 알 수 있었습니다.


윤동주 시는 정제되고 간명한 시어와 자연스러운 운율감이 느껴집니다. 생명체와 사물에 대한 주의 깊은 시인의 시선을 느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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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는 치안유지법 5조 위반으로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생체 실험'으로 죽음에 이르렀습니다. 일제 파시즘이란 거대한 폭력에 의한 양심적이고 성실한 인간의 부당한 죽음이었습니다.


책에 학술적 내용뿐만 아니라 저자 개인적 경험이 포함되어, 더 생생한 느낌과 공감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윤동주 고향 연변과 일본을 오가며 오랜 기간 취합한 자료들은 윤동주 생전과 사후를 포함합니다. 윤동주는 중국 조선족 사회에서는 자랑스러운 이민과 개척의 역사를 대변하는 ‘중국 조선족 시인’, ‘애국 시인’으로 기억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평화의 시인’, ‘화해의 시인’으로 그를 기억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하며, 상세한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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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시인, 살아있는 언어’라는 부제처럼

시공간을 넘어서 오래오래 사랑받는 시인, 시로 남을 것입니다.

책을 통해 우리가 사랑하는, 우리의 시인 윤동주와 그의 시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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