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은 언제나 서양 철학 - 2,500년 전부터 지금 이 순간에도
황헌 지음 / 시공사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철학이 삶에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게 하겠지만, 저는 철학책 한 권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었던 거 같습니다.

​

대학 시절 도서관 철학책 코너를 잠깐 훑어만 보아도 지루하고 어려워 보여서 읽기를 포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

저같이 철학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2,500년의 서양 철학을

쉽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책,

'답은 언제나 서양 철학(황헌, 시공사)'


저자는 철학 전공자가 아닌 언론인 출신입니다. 그는 대학 시절부터 철학에 푹 빠져 있었으며 순전히 지적 갈증과 철학을 향한 애정으로 서양 철학에 대한 글을 집필하였다고 합니다.

언론인 시절 세계 역사가 격동하는 현장을 누볐고, 문학, 역사, 철학의 고향을 취재 또는 여행을 다녔던 시기를 입체적으로 공부한 현장학습이었다고 말합니다.

​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시대정신이 담긴 배움, 철학의 물줄기를 유럽 역사와 함께 철학 사조를 읽으며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서양 철학을 조망할 수 있습니다.

​

'철학을 품지 않은 역사,

역사를 품지 않은 철학은 없다'

​

하나의 철학이 태동된 역사적 배경을 읽을 수 있어 철학자와 철학 사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고 동시에 철학이 역사에 영향을 끼치는 흐름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

이름만 알고 있었던 고대, 중세, 근대, 현대로 이어지는 여러 철학자들의 철학 사상과 그들이 살았던 해당 시대의 유럽 역사를 함께 설명하고 있어 철학과 역사를 함께 공부하기에 좋습니다.

​

날줄과 씨줄로 촘촘히 엮어진 역사와 철학의 관계를 이해하게 되며 철학 사상이 홀로 꽃피운 것이 아니라 후대 철학자들이 이전 철학자들에게 영향을 받아 발전하고 축적된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양 철학을 서양 역사의 물줄기를 따라 설명합니다.

B.C 451년 아테네와 스파르타 사이의 전쟁인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끝나고 혼란스러운 시대에 등장한 사상적 지도자가 소크라테스였습니다.

​

무지(無知)의 지(知) 자체가 중요한 가치라는 사실을 전하고, 질문과 대답을 통해 답을 정립해 나가는 대화법으로 가르칩니다.

​

소크라테스의 죄, 혐의 내용에 대해 자세히 몰랐는데 책을 읽고 역사적 배경과 사건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테네는 전쟁 후유증으로 전쟁 체제를 스파르타의 30인 참주제를 받아들여야만 했고 나중에 민주제가 회복되었습니다. 그의 제자 가운데 한 명이었던 알키비아데스는 30인 참주로 활동했는데 정적들의 함정에 빠져 스파르타로 망명하였습니다. 제자가 스파르타 편에 선 것으로 인해 소크라테스에게 배신자라는 오명이 붙고, 그에게 '청년들을 타락시켰다'는 혐의가 씌워져서 사형을 받습니다.

​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은 잘못 알려진 것으로, 고대 로마의 법률 격언ㅡ'가혹하지만 법은 법이다'라는 의미가 일본의 법철학 지식이 한국으로 전파되는 과정에서 와전되었다고 합니다.

​

꼬리에 꼬리를 물며 역사와 철학자들이 소개됩니다. 소크라테스를 사랑한 제자 플라톤, 플라톤이 세운 '아카데미아' 출신의 탁월한 인물이었던 아리스토텔레스,,,견유학파 디오게네스, 에피쿠로스, 스토아학파, 중세 시대 교부철학, 스콜라 철학이 소개됩니다.


중세의 종교개혁과 르네상스, 십자군 전쟁이 이어집니다

루터의 종교 개혁 이후 교황이 종교권력과 정치권력을 동시에 행사하던 권한이 무너지고 제후의 권한이 강화됩니다. 이 때 등장하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소개하고, 이후의 영국의 경험론과 대륙의 합리론을 설명합니다.

​근대로 이어지는 철학자로 프랜시스 베이컨, 토머스 홉스, 존 로크, 데이비드 흄, 르네 데카르트, 스피노자, 임마누엘 칸트가 나옵니다.


마지막 4장, 5장에서는 현대 철학자들을 시작으로 지금 현재에도 영향을 끼치는 철학자들을 소개합니다.

​독일 관념론의 완성자로 꼽히는 헤겔을 시작으로 제레미 벤담, 존 스튜어드 밀, 카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니체, 마르틴 하이데거, 장 폴 샤르트르, 위르겐 하버마스가 있습니다.

역사적 배경과 철학 사조의 등장, 철학자들과 철학 사상에 대해 자세히, 쉽게 설명되어 몰입해서 읽을 수 있습니다.


저자는 삶에 대한 질문에 어떤 현자도 명쾌한 답을 주지는 않았지만 삶의 진정한 답은 바로 철학 그 자체에 있었다고 말합니다.

​

홉스를 만나 민주주의의 역사를 얻었고, 데카르트를 통해 지식과 지혜의 합리적인 순환고리, 샤르트르와 하이데거에게서 나의 자유의 가치가 소중한 만큼 타인의 자유 또한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가르침을 얻었다고 합니다.

​

특히, 니체를 삶의 방식에 영감을 준 철학자로 소개하며 매순간 위버멘쉬를 떠올리는 삶이야말로 저자 인생의 나침반이라고 말합니다.

위버멘쉬는 '초인'으로 보통 묘사되는데, 니체가 말한 독일어 본래 표현으로 ‘기존의 도덕과 사회적 관점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는 사람’을 뜻합니다.

​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글을 쓰기 위해 참 많은 책을 읽었고 참고서로 삼았다고 하였습니다.

전공이 철학이 아닌 저자가 서양 철학의 긴 산맥을 철학이 어려운 독자들의 눈 높이에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서양 철학의 큰 줄기, 흐름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어서 중간에 막히거나 멈추는 일 없이 저도 끝까지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

저같이 철학이 어려우신 분들이

서양 철학 입문서로

쉽게, 즐겁게 읽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조지 오웰의 정치적인 글쓰기 - 뼛속까지 정치적이면서도 가장 예술적인 문장들에 대해
조지 오웰 지음, 이종인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학창 시절에 읽은 전체주의를 우화소설로 날카롭게 비판한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의 감동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

20세기 최고의 작가 반열에 오른 조지 오웰의 문학과 정치와 글쓰기를 주제로 하는 그의 에세이들을 엮은 책

'조지 오웰의 정치적인 글쓰기(조지 오웰, 위즈덤하우스)'


조지 오웰의 자기소개의 글, 글쓰기, 문학, 정치에 대한 솔직한 글을 통해서 그의 삶과 생각, 성격 등이 전해졌고, 매우 지적이면서 날카로운 그의 통찰력과 글쓰기의 절박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글쓰기를 하는 사람이라면 글쓰기, 문학, 정치적 글쓰기에 대해 참고하거나 배움을 줄 수 있는 내용과 사유할 수 있는 질문을 담고 있습니다.

​

조지 오웰은 현대 작가 중에 직선적으로 스토리를 말하는 서머싯 몸으로부터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하며, '정치와 영어'에서 글은 투명한 유리창 같은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의 에세이들은 직선적이며 매우 투명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자기소개의 글을 시작으로 작가는 무엇을 어떻게 쓰는지, 문학과 정치적인 글쓰기에 대한 그의 에세이들을 읽으면서 제 마음 속 조지 오웰에 대한 이미지가 베일 속 위대한 작가에서 솔직하고 개성 강한 한 인간의 면모를 가진 뛰어난 작가로 교정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어린 시절 그는 인기 없는 외로운 아이였기에 상상 속 인물과 대화하는 버릇이 생겼고, 마음속으로 자신에 관한 일기를 쓰는 연습을 해왔다고 합니다.

​

어린 시절부터 작가의 꿈을 가졌던 그는 정치적인 글을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키고 싶었습니다.

'동물 농장'은 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온전히 인식하면서 집필한, 정치적인 목적과 예술적인 목적을 하나로 융합하려 했던 첫 작품이라고 합니다.

​

생각하는 지식인이라면 영국 제국주의와 가난과 실업의 파급 효과를 가져온 자본주의 체제에 맞서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하며, 조지 오웰의 싸우는 방식은 책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문학 비평과 정치에 대한 그의 비판은 표현이 모호하지 않고 분명합니다.​

출판사들의 광고 수입에 의존한 신문, 잡지에 실리는 진정성 없는 서평, 소년 주간지의 현실성 없는 내용, 전체주의와 파시즘 등을 통렬히 비판합니다.

그와 의견을 달리하는 편에서는 불편할 것이고, 동조하는 입장에서는 속 시원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대치된 정치 노선에서 모호한 중립의 영역은 없다고 생각하기에 ㅡ어느 한 편을 든 상태에서 '심리적으로 정직'하게/ 작가는 정당의 노선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를 유지해야' ㅡ한다는 조지 오웰의 말에 공감이 갔습니다.

​

조지 오웰은 10년 동안 문학 비평을 하였다고 합니다.

찰스 디킨스, 헨리 밀러, 톨스토이와 셰익스피어, 러디어드 키플링, W.B. 예이츠, 마크 트웨인, 아서 쾨슬러, 걸리버 여행기 등에 대한 그의 문학 비평을 읽을 수 있습니다.

제가 알지 못하는 작가들은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흥미롭게 읽었던 파트입니다.

특히 <톨스토이와 셰익스피어>편이 인상적이었는데, 톨스토이는 생애 말년에 셰익스피어를 맹렬하게 공격했다고 합니다.

톨스토이가 셰익스피어 작품에 대한 비판과 조지 오웰의 견해, 그리고 조지 오웰이 쓴 여러 다른 작가들에 대한 문학 비평은 그의 의견에 동조하든 아니든 작가와 작품에 대한 다양한 각도의 깊이 있는 비평을 읽을 수 있어 읽을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톨스토이가 공격하였지만 셰익스피어 글이 오래 살아남아 사랑받는 문학 작품으로 남았듯이 조지 오웰의 작품도 오랫 동안 읽히는 문학 작품으로 남을 거라 생각합니다.


파시즘과 사회주의가 서로 싸우는 세상에서 지식인은 어느 한 편을 들어야 하고, 그의 감정은 그의 글쓰기뿐만 아니라 문학관에도 스며들게 된다. 문학은 반드시 정치성을 띠어야 하고, 그러지 않으면 심리적으로 부정직해지게 된다.

나는 정서적으로는 확실한 ‘좌파‘이나, 작가는 정당의 노선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를 유지해야만 정직한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어제의 기분으로 오늘을 살지 마라 -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신경 끄기의 기술
와다 히데키 지음, 전선영 옮김 / 달콤북스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슴슴하게 맛있는 음식이 시간이 지나면 다시 생각나는 것처럼 쉽고 가볍게 읽었던 책이 제 삶에 은은하게 스며들어 좋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강요하지 않고 느슨한 느낌으로 감정을 관리하는 방법을 쉽게 설명합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감정을 쓱 흘려보내는 방법과 부정적인 감정을 적극적으로 해소하는 기술을 함께 다루는 데, 정신 의학의 관점에서 찾아낸 기술과 그가 직접 경험으로 익힌 기술이라고 밝힙니다.

​

소제목 아래 글밥이 많지 않고 2~4페이지 정도이기에 내용이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습니다. 어찌 보면 기술이라고 하기에 일반적인 조언처럼 보여서, 소제목만 읽어도 본문 내용이 어느 정도 예측이 되는 내용일 수 있습니다.

​

쉬운 말로 쉽게 쓰였지만 감정 관리는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렵다고 외면할 수도 없는, 감정관리가 인생관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요한 일이라는 걸 알기에도움이 되는 문장에 밑줄을 긋게 됩니다.


SNS에 글을 남기는 저자는 악플을 만나면 댓글을 읽지 않고 '무시'한다고 합니다. ​

감정을 내버려둔다는 건 나를 불쾌하게 만드는 일을 계속해서 신경 쓰지 않는다는 뜻이며 "해야 할 일"에 몰두하라고 조언합니다.


'그럴 수 있지'라는 여유있는 태도를 갖고 감정싸움에는 한 걸음 물러나고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과는 감정 소모하지 말고 무시하고 내 할 일을 하라고 조언합니다

​

감정은 빠르게 점염되는 특성이 있기에 나의 감정을 나도 모르게 타인에게 전가할 수 있기에 감정을 절제하여야 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내뿜는 사람을 피하는 게 최선이라고 합니다

​​

누구든지 감정에 지배당하게 될 가능성이 있으니 주기적으로 내 감정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하다 보면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기 쉽고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벗어나려는 의지만으로 안될 때 대안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 단순한 일부터 해보세요.(몸을 움직이는 쉬운 일)

​

늘 밝은 기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관심이 마음의 내부가 아닌, 마음의 바깥으로 향해 있다는 점입니다. 산책할 땐 거리의 풍경에 시선을 두고, 사람과 만나면 대화에 집중하고, 음식을 먹을 땐 맛에 푹 빠질 줄 아는 것

​

밝은 기분을 찾고 싶다면 일단 몸을 움직이면 자연스럽게 시선이 외부로 향하게 되니, 사소하게라도 움직이라고 조언합니다. 사소한 행동이라도, 머리 대신 몸을 쓰는 것이라면 모두 괜찮습니다.

​​

인생에 정답은 없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믿고 일단 행동하는 쪽으로 선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행동력이 부족한 사람이 기억해야 할 사실은 생각만으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고민되는 일이 있다면 일단 행동하고, 막연한 두려움으로 스스로의 가능성을 가로막지 말라고 말합니다.

​

앞으로 몸은 더 많이 움직이면서

'아님 말고~'하는 태도로

일단 '뭐라도 하면서'

가볍게, 여유있게, 밝게 지내고 싶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좋은 결과가 나타날 확률은 0퍼센트고, 뭐라도 했을 때 좋은 결과가 나타날 확률은 최소 50퍼센트는 되니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라흐마니노프, 피아노의 빛을 따라
피오나 매덕스 지음, 장호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 라흐마니노프

그의 삶과 음악의 특별한 여정을 담은 책,

'라흐마니노프, 피아노의 빛을 따라(피오나 매덕스, 위즈덤하우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이 음악학연구서나 본격적인 전기가 아니며, 라흐마니노프를 이해하고자 애쓰는 호기심 많은 외부인으로 그가 어떤 사람인지 해석하기 위해 노력했음을 밝힙니다.

​

저자는 라흐마니노프에 대한 전기, 연구서, 뉴스, 평론, 편지, 일기, 그 시대 관련자들의 증언 등 방대한 자료를 담아 라흐마니노프의 삶과 예술 세계를 보여줍니다.

성격, 가족관계, 교류했던 사람들, 좋아했던 것들, 사랑했던 도시와 여행했던 발자취를 따라가며 무대 위에서와 무대 밖에서의 모습을 좇아갑니다.

​

러시아 혁명을 시작으로 망명 시기, 망명 이전의 삶, 미국에서의 영광의 시절, 두 번째 망명, 성취의 시간들, 라흐마니노프의 죽음,그리고 맨 마지막은 그가 사랑했던 시골 마을인 이바노프카의 추억을 담았습니다.


작곡가, 지휘자, 피아니스트인 라흐마니노프(1873~1943)는 1917년 러시아 혁명으로 인해 망명길에 올랐습니다.

​

이 책은 망명길에 나서면서부터 시작해 미국에 정착한 인생 후반부에 초점을 맞춥니다.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이 이 책을 대하는 태도는 다를 거라 짐작합니다.

그의 열렬한 팬이라면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 그의 숨겨진 면면을 알아가며 그의 작품이 어느 시기 만들어져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음악의 여정을 함께 할 수 있습니다.

​

저는 그의 팬이 아니었지만 라흐마니노프를 중심으로 당시 러시아 역사와 인물, 생활상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라흐마니노프는 사촌과 결혼, 그의 동료는 패혈증으로 사십대에 일찍 죽습니다. 푸시킨, 안톤 체호프, 막심 고리키, 레프 톨스토이 등 유명한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고 그와 인연이 있거나 연관된 에피소드들이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

라흐마니노프에 대한 사전 지식이 거의 없는 저는 이 책이 그에 대한 미화 없이 냉정하게 쓴 전기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당대에 그가 받았던 평가와 비평, 흠이 될 수 있는 인간적인 면모들을 자료들을 제시하며 사실적으로 담은 책으로 보입니다.


책을 읽고 라흐마니노프에 대해 세세한 것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190cm가 넘는 미남, 가늘고 날렵한 손가락을 가진 큰 손, 여성 팬들의 인기, 미국 자동차를 열렬히 좋아했고, 버섯 채집도 좋아함, 만성질환으로 신경통에 시달렸음, 2년정도 우울증, 우울하고 무심한 인상이라는 외부적인 평가와는 달리 친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유쾌하고 다정한 면모.

마지막 투병 생활의 모습은 의사와 간호사의 생생한 증언으로 묘사됩니다.


책을 다 읽은 후

그의 삶은 무엇보다 '러시아'와 '음악'으로 제게 남았습니다.

그는 평생 쉬지 않고 일을 하며 음악가로 성공합니다. 돈과 거리를 둔 예술가의 모습이 아니라 오히려 관심을 갖고 모으는 모습인데, 이는 가족 중 유일하게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에 계신 어머니와 가정부에게도 돈을 부치고, 기회가 될 때마다 러시아에 기금을 보내는 등 고국 러시아를 돕는 일에 앞장섰습니다. 1925년 딸의 이름을 따서 타이르라는 작은 출판사를 차려 러시아 음악 악보와 러시아 서적들을 펴냈습니다.

​

평생을 망명자로서 살아간 예술가였던 그는 스스로를 ‘러시아 작곡가', 그의 음악은 '러시아 음악'이라 말합니다.

그의 말과 글에서 음악가로서의 고뇌와 성실성, 돌아갈 수 없는 고국 러시아에 대한 그리움이 느껴졌습니다.


2021년 영국 클래식 FM에서 '명예의 전당' 25주년을 맞아 발표한 '최고의 명예의 전당'에 지난 사반세기(25년) 동안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곡들을 집계한 차트에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이 1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저자는 생전에 회화를 한 점밖에 팔 지 못했던 반 고흐의 현재 위상에 비유합니다.

​

구글 재미나이한테 ‘한국인이 사랑하는 클래식 작곡가?‘를 물어보니, (현재 차트상 1위인지는 모르겠으나) 최근 몇 년 사이 조성진, 임윤찬 등 한국의 젊은 피아니스트들이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라흐마니노프의 곡으로 우승하면서 라후마니노프의 인기가 독보적으로 급부상했다고 나옵니다.

​

화가의 삶을 알면 그림이 더 특별하게 보이듯이

그의 드라마틱한 삶을 알고나니 음악이 더 감동적으로 다가옵니다.

​이 책 덕분에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3번>을 들었고,

그의 삶과 음악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내 직업이 몹시도 혐오스럽네. ,,그저 피아노를 치고 수없이 많은 음악회를 열기만 했지. 이제 연습하고 연습하기를 4년째라네. 그래서 어느 정도 발전하기도 했지만, 사실 연주를 하면 할수록 나의 부족함이 더 명확하게 보여.

아름다운 여성은 영원한 영감을 주는 원천임에 틀림없지만, 그녀로부터 도망쳐서 자신만의 공간에 머물러야 해요. ,,,영감을 가슴과 마음에 담고 그녀를 생각하되 창조적 작업은 혼자서 하는 겁니다. 진정한 영감은 안에서 나와야 합니다.

는 러시아 작곡가이며, 내가 태어난 나라가 내 기질과 관점에 영향을 미쳤소. 음악은 내 기질이 만든 것이오. 그러니 러시아 음악이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인간 본성의 역습 - 인간 본성은 우리의 세상을 어떻게 형성했고, 구원할 수 있는가
하비 화이트하우스 지음, 강주헌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이 책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류학자 하비 화이트하우스의 40년 연구를 집대성한 책입니다.

​

인간 본성과 이에 따른 인류 역사를 살펴보고 오늘날 기후 위기 등 전지구적 위기 상황에 대해 인간 본성에서 해법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저자는 인간의 자연적 본성 세 가지를 정리합니다.

​

첫째, 순응주의(모방 문화)로 우리가 주변의 다른 사람들을 무작정 모방하는 성향입니다.

둘째, 종교성(야생의 종교)은 신과 혼령, 조상에 대한 자연 발생적 믿음으로 우리에게 내재한 자연스러운 성향으로 인간종의 가장 뚜렷한 특징 중 하나입니다.

셋째, 부족주의(사회적 접착제)는 집단과 하나라는 유대감입니다.

​

저자는 많은 역사학자, 고전학자, 고고학자, 인류학자의 도움을 받아 방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 통계적 분석 등 초학문적인 포괄적 접근법을 통해 과학적 연구의 결실을 이 책에 담았다고 합니다. 전세계 학자들의 연구와 함께 저자의 파푸아뉴기니 원주민과의 2년 현장 연구 및 다양한 실험들이 녹아있습니다.


1장에서 부족주의 유대감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

여러 인류학자들이 밝혀낸 연구에 따르면 여러 부족들이 전사 조직에 입문하는 "의식"을 치르는 과정은 고통스럽고 끔찍하며 항구적인 흉터를 남기는 경우가 많은데, 인간이 고통을 공유할 때 강력한 유대감이 형성되며 전투에서 영웅적인 행동을 마다하지 않게 합니다. 소규모 토착민 전사들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콜롬비아 마약 밀매 단체, 시에라리온 혁명연합전선에서도 살인을 "의례"화하는 행위는 집단 유대감, 정체성 융합과 관련되었습니다.

​

정서적으로 강렬한 경험일수록 개인적인 정체성과 집단 정체성이 하나로 융합하는 데 효과적이며, 조직은 "의식","의례"라는 방식으로 이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2장에서는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인류의 역사를 인간의 세 가지 본성에 기인하여 분석합니다.

​

초기 인류에서 농경 사회로 진입한 인류는 구성원들의 결손이 더 필요하기에 "의례"가 더 잦아집니다.

​

의례의 일상화는 더 큰 집단을 형성하고 안정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뿐 아니라 권력을 휘두르는 지도자의 등장에도 큰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아즈텍인들의 '인간 제물'은 구성원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주며 복종을 강요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데 이는 심리학자들이 일컫는 '공포 관리 이론'과 관련됩니다.

전세계 종교 전쟁, 제국주의 침입 등의 인류 역사 흐름을 인간 본성과 연관하여 설명합니다.

​

마지막 3장에서는 인류의 미래에 대해 다각적인 고민을 하는 저자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자본주의 병폐, 기후 위기의 핵심을 순응주의, 종교성, 부족주의의 편향성으로 보고 이러한 해법 또한 인간 본성에서 찾고자 합니다.

​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200여 개의 국가들이 범세계적인 문제인 기후 위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하는 고민에서부터 출발한다고 보여집니다.

저자는 자본주의 방식이 아닌 인류가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표준'을 일상화된 "의례"로 만들어갈 것을 제안합니다.

​

돈벌이로 전락한 싱가포르 '뉴크리에이션교회', 상업 광고 및 자극적인 뉴스 매체가 인간 본성의 종교적 편향성을 이용하여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지적하고 더 공정하고 더 포용적인 방향의 규제 도입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마지막 3장에서 화급하게 대응해야 하는 기후 위기 앞에서 위기 극복을 위한 인류학자의 오랜 고민이 느껴져서 반갑게 다가왔습니다.

​

인간 본성의 힘으로 미래 인류의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요?

저자는 인류 전체의 융합 가능성을 모색하는 등 전세계가 풀어나가야할 자본주의 병폐와 그 병폐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범세계적인 협력의 태도를 촉구합니다.

우리 행성의 미래는 우리에게 주어진 공동의 유산을 얼마나 현명하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

488페이지 분량으로 책이 두꺼운 편이나 읽기에 어렵지 않습니다.

​

진화론적 관점을 믿든 아니든 인류학자의 눈으로 인간 본성과 역사를 기술하고 인류 미래의 희망을 인간 본성에서 찾고자 하는 저자의 시선은 인간과 역사를 이해하는데 또 다른 통찰을 보여줍니다.

​

당신과 친구들이 이런 종류의 경험을 함께한 적이 있다면, 공유된 경험이 정체성 융합으로 이어졌다고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강력한 제국들은 확장 융합을 위한 도구의 일부로 종교를 채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신성한 가치를 도입해, 다양한 문화적 유산을 지닌 사람들을 하나로 결집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