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나빴고 거의가 좋았다 -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박선추 외 지음 / 담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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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SNS에 자기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세상이다. 그것을 관종이라는 부정적 단어로 부르기도 하지만 강원국 작가도 본인은 관종이라고 스스럼 없이 표현하기도 한다. 글을 써서 자신을 드러내는 행위를 자아계발이라 부르든 관종이라 부르든 요즘은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활발한 SNS 활동 탓인지 예전보다 책을 낼 수 있는 문턱이 낮아져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글로 자신을 드러내는 세상이 된 건 사실이다.

 

여기 일반인 네 명 박선추, 박성식, 조수연, 최선경씨가 쓴 글들로 한 권의 책을 냈다. 이미 자신의 저서를 낸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데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의 피드백을 받은 사람들의 글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윤슬작가는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했다.

 

각기 다르게 살아온 네 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경험에서 끝내지 않고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한 흔적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갈 것이다. 새롭게 발견한 사실을 자신의 삶에 적용시키기 위한 다짐을 읽으면서 자신과 새로운 약속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친절함과 함께 타인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자유롭게 살아가겠다고 약속하는 그들의 목소리엔 희망이 숨어있다. ‘원하는 것이 있다라는 것이 결과와 상관없이 행복이고, 기쁨이라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싶다면, 내 인생에 대한 신뢰감을 회복하고 싶다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삶이 던진 질문으로 고민에 빠지거나 불안해하기보다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고 원하는 것이 있다라는 사실에 안도하게 될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 그들의 에세이를 읽으니 용기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살면서도 스스로를 계속 채찍질하는 사람, 생활 속의 소소한 행복을 찾으며 만족하는 사람, 부모님에 대한 사랑이 아주 강한 효녀까지... 그들의 일기 같은 글들은 유명 작가의 에세이를 읽을 때보다 쉽게 공감이 되었다. 작가라기보다 친구나 인생 선후배 같다고 여겨져 거리감이 좁혀졌기 때문인 듯하다. 그들의 상황과 내 상황을 비교해보기도 했고 내가 살아온 시간들을 반추해 보기도 했다. 읽는 사람이 이러했는데, 직접 글을 쓰고 몇 번이고 퇴고를 한 그들은 삶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하는 시간이되었을 것 같다. 처음보다 향상된 글쓰기 실력은 덤으로 받았으리라. 책이라는 결과물을 받아들고 그들은 한걸음 성장한 자신을 뿌듯해했을 것이고, 그들은 보는 나는 부러워할 수밖에 없다.

 

박선추씨의 엄마와 여행한 에피소드들을 읽으면서는 부끄러웠다. 미혼인 그와 나를 단순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겠으나 나는 친정엄마와 단둘이 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 작년 여름 동생의 경찰합격을 축하하기 위해 부모님 모시고 동생과 제주도 여행을 가본 것이 처음이었다. 물론 그것은 가족여행이었고.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도 그랬지만 아니 이 글을 쓰면서도 나는, 엄마와 같이 여행을 가지 못한 이유들을 하나하나 손으로 꼽아보고 있다. 핑계인 것이다. 이건 거의 자기합리화의 달인 수준이다. 나는 엄마생각을 하면 속좁은 딸이 되고 만다. 이것 역시 내가 왜 이럴 수밖에 없는지 이유를 떠올리는 것이 자동반사처럼 일어나는 현상인데 엄마와 그리 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해야겠다. 이번엔 변명이다. 엄마에게 잘해드려야겠다는 마음이 순수하게 일어나서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면서도 나 왜 이렇게까지 해야하는 거지? 라며 억울함이 차오르기도 한다. 이런 모순된 감정들을 친정의 시시콜콜한 대소사를  챙기면서 늘 느낀다. 신경쓰고 챙겨드리는 일을 기분 좋게 하든, 나몰라라 외면하든 하나만 하면 될 텐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아마 부모님 돌아가실 때까지 그럴 것 같은 예감이다.

 

 

조수연씨 글에도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는데 진심으로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우러났다. 고생만 하다 돌아가신 친정엄마 살아생전에 당신의 일생을 책으로 써드리겠다고 했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 부분에서는 시어머니 생애사를 쓰기로 하고서는 중단한 채 미루기만 하고 있는 내가 죄인처럼 느껴졌다.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그 일을 해보겠다고 큰소리 쳐놓고 이런저런 핑계만 대면서 다시 시작을 못하고 있다. 나는 아주 핑계만 대는 인간이다.

 

두 번째 저자 박성식씨는 투자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가 주식투자를 실패한 경험을 겪은 후 이제 그런 쪽으로는 관심을 내려놓았다고 하면서,

"돈이 더 많고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을 따라가기 위해 에너지를 소비하기보다는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려 한다"고 썼다.

그런 마음을 먹게 된 것은 독서와 글쓰기의 영향이 컸다고 했다.

"독서를 하면서 행복의 의미를 조금씩 알게 되었고 글쓰기를 하면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깨우친 것 같다."

 

이 부분을 읽으며 또 자아비판한다.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깨닫고 행하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왜 이러나 싶다. 책을 많이 읽고 글을 쓰면 변화가 있어야 한다. 내 생각은 얼마나 변했나? 본격적으로 열독한 것은 10년이 넘고 매일 블로그 글쓰기 한 것은 700일이 넘었다. 그런데 나란 인간은 무슨 변화가 있는지 모르겠다.

책 리뷰 위주로 써서 그런가?

나 자신을 드러내는 글쓰기를 하지 않기 때문인가?

책 리뷰를 쓰면서 내 생각을 분명 덧붙이는데 글에도 사고에도 발전적 변화가 없는 것같아서 좀 답답한 상황이다. 스스로에게 실망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에세이, 즉 오롯이 내 생각을 풀어내는 글을 쓰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일부러 피하려고 책 리뷰만 쓰는 것인가?

에세이에서 자신을 까발리는 게 두려운 것인가?

뭐가 부끄러운가?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문다. 아무래도 용기가 없는 것이다. 이 책을 낸 사람들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드러내야 하는데 그럴 자신이 없는 것으로 자평한다.

 

 

마지막 저자 최선경씨는 이미 책을 여러 권 냈으며 활발하게 블로그 활동을 하고 있다. 교직에 있으면서 자신의 능력을 많은 이들에게 공유하고자 블로그에 올리고 있다고 한다. 아이의 육아일기를 책으로 내기도 했다. 그는 기록과 공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부분은 며칠 전 북토크에서 만난 문희정 작가가 했던 말과 일치한다.

 

앞에 쓴 내용들이 자학하는 것뿐이라 이제는 자위해야겠다. 2년여간 블로그 글쓰기를 하면서 쓴 리뷰들은 기록이라 할 수 있다. 독서의 결과물로서 기록했고 그것을 읽은 사람이 몇 명 되지는 않는다. 최선경씨처럼 영향력이 크지 않지만 내 글을 읽고 공감을 해주는 사람 몇몇이 있으니 공유도 하고 있는 것으로! 역시 자기합리화의 달인인가...

 

책의 부제이자 최선경씨 마지막 글의 제목은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이다. 최선경씨는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앞으로도 어린아이와 같은 호기심을 잃지 않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여 누군가에게는 따뜻하고 친절한 사람, 누군가를 설레게 하는 사람, 영감을 주고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

아니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계속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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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아이 마음 읽어주기 엄마 마음 위로하기 - 한국의 대표 독서치유 심리학자 김영아 교수의 심리 특강
김영아 지음 / 사우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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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화를 내서 아이에게 상처를 줘요.”

아이를 보면 자꾸만 조급해져요.”

훨훨 날고 싶은데, 아이가 내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 같아요.”

초라한 내 모습에 눈물이 나요.”

 

이 땅의 엄마들 중에 아이 키우며 위와 같은 유사한 생각들을 해본 사람 많을 것이다.

저런 생각들이 불끈 솟아올라 울먹거리다가도 새근새근 잠든 아이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죄책감에 사로잡혀 한숨과 눈물짓게 되는 경험도 있었을 것이다.

 

이 어린 것이 뭘 안다고 애꿏은 화풀이나 하고... 나는 무자격 엄마인가봐...’

 

이런 생각을 하며 잠들었다가도 다음 날은 또 아이에게 화를 내는, 무슨 뫼비우스의 띠처럼 돌아도 돌아도 제자리로 돌아오는 날들을 살아가고 있는 엄마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 나왔다.

 

치유심리학자이자 독서치유 상담사인 김영아씨의 신간, <그림책으로 아이 마음 읽어주기 엄마 마음 위로하기>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 상처와 첫아이 육아의 경험을 털어놓고 시작한다. 내 고통이 제일 크게 느껴져서 그 누구의 사연도 나를 넘어서지는 못할거라는 높은 벽을 쌓고 책을 펼쳤더라도 저자의 고백아닌 고백에 바로 그 벽은 허물어져 버릴 것이다. 평범하지 않았던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과 일찍 결혼해서 아이 둘을 낳고 시부모님 모시며 남편 공부 뒷바라지를 위해 정신없이 달렸던 사연들을 고백한다. 급기야 첫째 딸에게 자신을 투영해 괴롭히는 꼴이 되어 아이는 정신과 치료까지 받게 된다. 저자는 심리상담학을 공부하면서 자신과 딸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자신의 경험과 상담사례를 가져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독자들에게 그림책으로 위로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1부는 아이 마음 읽어주고 공감하기, 2부는 엄마 마음 위로하기로 구분했다.

 

 

상담이 많은 사례들을 골라 그러한 마음을 분석하고 그림책을 읽으며 아이와 엄마가 함께 할 수 있도록 했다. 각 장의 끝에는 마음 성장노트라는 코너를 두어 독자가 직접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도록 했다.

출판사 리뷰에서도 이 부분을 꼭 챙기라고 아래와 같이 당부하고 있다.

 

마음 성장 노트를 그냥 지나치지 말기 바란다. 마음 성장 노트에는 상담실에서 상담가가 내담자에게 던지는 발문과도 같은 질문이 3개씩 나온다. 이 질문은 미처 모르고 있던 나 자신을 알아가고, 내가 느끼는 여러 감정의 실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저자는 최적의 발문을 뽑아내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독자는 저자가 던지는 질문을 통해 나 자신을 객관화하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책을 읽는 데 그치지 말고 질문에 대한 답을 쓰면서 자신과 깊숙이 만나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바란다. 나를 안다는 것은 곧 내 감정의 실체를 아는 것이다. 이것이 심리치유의 시작이다. ‘마음 성장 노트를 작성하고 나면 마음이 훨씬 더 단단해질 것이다.

 

 

이 책은 순차적으로 읽어나가도 되지만 목차의 제목을 보고 독자가 현재 직면한 문제와 유사한 챕터를 먼저 읽어도 무방하다. 그리고 집에서 읽지 말고 도서관 어린이 자료실에서 읽기를 추천한다. 내용을 읽으며 자신이 무엇을 잘못 생각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기도 하지만 그림책을 연결해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저자가 말하고 있는 부분을 그림책을 보며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레 든다. 그런데 저자가 이 책에서 소개하는 그림책 25권을 집에 구비하고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최근 그림책테라피, 그림책치유라는 이름으로 그림책 소개를 하는 책들은 그림책의 그림을 그 책에 싣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 책은 온전히 텍스트로만 소개하고 그림책의 그림 컷은 하나도 들어있지 않다. 사실 그림 몇 컷을 소개한다고 해서 더 잘 이해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을 집에서 읽다보면 소개하는 그림책이 궁금해서 도서관으로 뛰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그러니 도서관 어린이 자료실에 앉아서 읽다가 확인해 보고싶은 그림책을 바로바로 찾아서 읽으면 이 책에서 받은 위로가 감동으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그 감동을 계속 간직하고 싶다면 그림책을 구매하하는 것도 좋겠다.

 

1부에서 내가 고른 그림책은 앤서니 브라운의 <공원에서 일어난 이야기>이다. 이 그림책으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아이는 부모의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이다. 아이의 순간적 감정표출을 엄마가 너무 몰입한 나머지 아이보다 더 불안한 심정을 드러내면 아이가 그 감정을 고스란히 느낀다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사소한 문제를 엄마가 오히려 큰 불안과 공포를 야기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림책에 나오는 찰스와 스머지는 자신의 엄마 아빠와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그나마 아이 둘이 공원에서 잠시 즐거운 시간을 보냄으로써 아이들에겐 변화가 생기고 그림에서도 표현된다. 하지만 집에 돌아가면 또 엄마 아빠의 시선아래에 지내게 될 것이다. 그림책 속 찰스 엄마 모습이 자신인 것 같아 뜨끔해 하는 엄마들 꽤 될 것이다. 저런 모습의 엄마는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내 아이가 찰스처럼 주눅들고 어두워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면, 이 책을 통해 이미 도움을 받은 셈이다.

 

☞ 나는 앤서니 브라운의 책을 다 알고 있다고 장담했는데 이 책을 처음 소개 받으며 역시 사람은 책을 읽어야해!!라며 겸손모드로 스위치를 살짝 옮겼다. 이 책 등장인물은 사람이 아니라 고릴라로 그려진다. 역시 앤서니브라운은 고릴라를 너무 좋아한다. 찰스가 얼마나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이인지 안타까웠는데 스머지랑 공원에서 한바탕 뛰어놀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꽃이 뿌려져 있는 것을 보고 작은 희망을 눈치챘다.

 

스머지가 아빠와 공원으로 가는 길과 돌아오는 길은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져 있다. 여기서는 조금 큰 희망을 보았다. 스머지가 찰스랑 재미있게 놀다가 돌아가는 기분 좋은 길이기도 하지만, 공원에서 신문 구직란을 보던 아빠에게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희망 말이다.

 

 

그 외에도 이 책의 그림들은 숨은 그림찾기 하듯 재미있게 찾아보고 비교할 수 있어서 아이와도 재미있게 읽어볼 수 있을 것이다. 

 

 

2부에서 고른 그림책은 낸시 틸먼의 <네가 태어난 날엔 곰도 춤을 추었지>이다.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심리치유상담을 했던 사례와 연결된 책이다. 네 살짜리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의 사연이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언과 폭력에 시달렸고 엄마에게 폭행하는 것도 지켜봐야 했고 엄마에게서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라면서 부모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쌓였다. 그러면서 자신은 절대 그런 부모가 되지 않으리라 다짐했는데 이상하게도 아이가 칭얼거릴 때마다 욱하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는 것이다. 손이 올라가려는 걸 간신히 참으며 그토록 싫어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자신에게서 발견하고 당혹감과 두려움에 힘들어하고 있었다. 저자는 책에서 여러 가지 이론과 함께 설명하고 있는데 리뷰에서 모두 담을 수는 없으므로 결론만 말하자면, 어린 시절 자신의 경험을 바꿀 수는 없다. 그래도 지금 내 아이와 충분히 잘 할 수 있으므로 내 아이를 어린 시절의 나라고 바꾸어 생각하고 그 시절 내가 받고 싶었던 사랑을 준다면 나에게 끔찍했던 기억을 내 아이에게만큼은 물려주지 않을 수 있다. 아이에게는 좋은 기억으로 소중한 추억으로 바꿔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추천한 그림책이 <네가 태어난 날엔 곰도 춤을 추었지>이다. 이 책은 영유아 베스트셀러이지만 이 책을 읽는 엄마들이 놓치기 쉬운 부분을 이렇게 알려주고 있다.

 

당신의 아이뿐만 아니라 당신 또한 세상의 축복을 받을 만한 존재라고. 만일 지금껏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했다면, 그리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했다면, 아이가 태어난 날, 나 또한 다시 태어났다고 생각하자. 마음껏 축복받고, 또 사랑받자. 당신은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나를 가장 많이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 이 책을 어젯밤에 읽었고 오늘은 그림책 북토크에 갔었는데 신기하게도 비슷한 내용을 만나게 되었다. 문희정 작가는 자신의 책 <엄마 친정엄마 외할머니>를 구성하는 과정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생일에 친정엄마에게 꽃을 선물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한다는 마음을 담아서 보낸다고 했는데 아이가 태어난 날 자신도 다시 태어났다고 생각하고 축복하자는 저 말과 비슷한 느낌이다. 세상에 태어난 생명은 누구나 축복받을 존재이며 낳아준 엄마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다른 그림책에서, 아주 다른 이야기에서 공통적인 부분을 발견할 때야말로 정말 기분이 좋다.

 

 

 

이 책은 현재 육아로 고충을 겪고 있는 엄마들에게 현실적 조언을 주며 그림책으로 치유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미 힘든 시기는 지나갔으니 안 읽어도 괜찮다고 여기지는 말자. 그림책은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읽어도 감동을 주니 말이다. 나 역시 양육의 시기는 끝났음에도 자신을 알아가는 길은 끝없는 여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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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수룩 고양이 - 갸르릉 친구들 이야기 파이 시리즈
이인호 지음, 노예지 그림 / 샘터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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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사의 어린이책 이야기 파이에서 출간된 <덥수룩 고양이> 소개 편.

일단 고양이가 주인공이라서 아이들은 무조건 좋아할 것이고, 그림책인지 만화책인지 경계가 불분명하게 내지 구성을 분할해 놓았기 때문에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이라도 일단 펼쳐보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내용도 친구들사이의 우정과 협동, 타인에 대한 배려를 다루었기 때문에 아이들이 읽기에 좋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나같은 어른도 무조건 좋아라 할 책이다.

 

 

네 마리 고양이 니니, 무니, 코니, 포니는 친한 친구사이. 모두가 털 날리는 고양이들이지만 니니는 민폐냥이다. 장모종인데 털관리를 너무 하지 않아 온 집안이 니니의 털 투성이라서 친구들의 원성이 자자한 상황.

 

 

견디다 못한 친구들은 니니에게 미장원에 다녀올 것을 권유한다. 추운날씨에 나가기 싫지만 털찐 몸을 이끌고 니니는 집을 나선다. 하필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니니의 단골 미장원은 문을 닫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추위에 떨며 지나가는 힘없는 고양이를 마주친다.

 

 

집으로 오니 친구들이 직접 니니의 털을 잘라주었고, 그 풍성한 털로 무얼할까 고민을 하다가 실뭉치를 찾아내서 장갑과 목도리를 짜기로 한다. 니니의 털을 섞어서. 네 친구들은 오순도순 뜨개질을 해서 멋지게 완성한 것을 집밖에 내놓았고, 누군가가 고맙다는 쪽지를 남기고 가져간다. 고양이 친구들은 뿌듯한 마음으로 이제 조끼를 짜볼까하며 즐거운 궁리를 한다.

 

 

 

고양이를 키우는 집은 늘 털과의 전쟁이다. 그것을 감수할 수 있는 이유는 고양이에게서 받는 사랑이 더 크기 때문이다. 갸르릉 친구들도 니니의 털로 다른 이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하고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이런 책은 요즘같은 계절에 알맞다. 집안에서 따뜻하게 지내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을 한 번쯤 생각해보면 어떨까?

 

고양이를 키우는 가정이라면 길고양이를 위해 아이와 함께 사료 나눔을 해보면 좋겠다. 이런 계절에 먹이 구하기가 얼마나 힘이 들지 설명하지 않아도 아이와 같이 밖에 나가보면 금방 알게 될 것이고 길에서 사는 고양이들을 위해 집에 있는 사료나눔 정도는 충분히 같이 할 수 있을 것이다.

고양이가 없는 가정이라면 주위에 힘든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해 보는 것도 좋겠다. 직접 방문할 수 없더라도 온라인으로 기부할 수 있는 경로는 많다. 이런 책을 읽고 작지만 나눔하는 방법을 알아보고 실천해 보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귀여운 고양이가 나오는 책을 읽고 그냥 덮어버리는 게 아니라 이렇게 행동으로 옮겨보는 것이 더욱 즐거운 독후활동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자녀가 어리다면 이런 그림책으로는 등장인물 보고 그리기를 해보면 좋다. 그냥 그리게만 하지말고 양육자가 같이 그리면서 질문하면 좋다. 예컨대 왜 그 고양이를 그리려고 하는지,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는지 물어본다. 단순히 색깔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고 털길이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고 말이나 행동 때문이라고 답할 수도 있다. 그럴때에 확장질문을 추가로 하면 좋다. 아이의 답만 유도하기보다는 양육자의 의사도 표현해주면 타인의 생각을 들어보는 연습도 된다. 그림을 그리면서 주고받는 대화에서 말하기와 경청, 생각하기가 같이 이루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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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취향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일은 없겠지만 - 특별한 책 한 권을 고르는 일상의 기록
나란 지음 / 지콜론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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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섞이고 완벽히 녹아들 시간 - 스탠딩에그 커피에세이
에그 2호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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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est Coffee is The Coffee You Like."

 

책 <서로 완벽히 녹아들 시간>에서 찾아낸 위 문장. 세상 유명하다는, 최상 등급이라고 하는 그 어떤 커피보다 내가 좋아하면 그게 최고의 커피라는 말.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그걸 따라서 말해야만 하는 게 아닌! 내가 좋으면 그게 제일 좋은 거라는 말은 비단 커피뿐 아니라 모든 취향이나 개인의 선호에도 해당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신적으로 미디어와 SNS의 노예가 된 상태에서 내 취향이 진짜 내 취향인지는 알 수가 없다. 그 어떤 것에 휘둘리지 않고 직관적으로 내가 좋으면 좋은 것! 내 맘에도 딱 와닿은 저 문장을 저자는 더운 여름날, 스위스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MAME"라는 커피숍에서 마신 '콜드브루토닉'.

산미가 강한 에티오피아 계열의 브루 커피와 토닉 워터를 믹스했다는 그 커피를 한 모금 마신후 이렇게 표현했다.

 

 

더위에 헤롱거리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제일 먼저, 커피를 마시면서 단 한 번도 예상치 못했던 탄산의 자극이 전해지고 곧바로 혀의 양쪽이 조여지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강렬한, 하지만 기분 좋게 화사한 산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나도 모르게 와우 라고 크게 소리를 지른 탓에 모두가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이어서 다양한 크랜베리의 단맛이 입안에 오랫동안 맴돌았다. 말 그대로 단 한 모금에 더위를 싹 가시게 만드는 환상적인 맛이었다.

 

 

 

이 책은 커피와 책의 만남이라는 정보만 보고 아무 확인없이 신청했다가 받았다.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조차 모른 채 글을 읽어나가다보니 내 취향이었다. 이럴 땐 반갑고 좋고 고맙다! 보통 눈으로 본 것을 묘사하기는 쉽다. 하지만 냄새나 맛, 소리를 글로 표현하기란 그렇지 않다. 난 늘 어렵다. 저자의 커피에 대한 표현이, 문체가 맘에 들었다.이 책은 단순히 세계 유수의 카페를 다니며 커피 맛 본 것을 쓴 글이 아니다. 커피와 커피숍과 바리스타에 대한 이야기같지만 그 속에서 음악과 사람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의 표현들 중 마음에 들었던 것들을 인용해본다.

- 마음까지 울적하고 스산하게 만들어버리는 런던의 겨울아침에 마시는 플랫화이트는 마치 두툼하고 견고하게 짠 '영국산 모직 코트'의 온기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순전히 런던에 대한 나의 환상을 한스푼 첨가한 탓이다.

- 아포카토는 커피 맛 아이스크림과는 전혀 다른 맛이다. '커피를 넣어 만든 젤라토' 느낌이 아니라 젤라토의 표면에 커피를 코팅한 채로 입안에 넣는 것과 비슷하다. 커피가 먼저 느껴지고 젤라토가 그 뒤를 정리하는 느낌이랄까.

- 역시 어떤 공간을 사랑스러운 장소로 만드는 것은 그곳을 메우는 '빛과 공기' 그리고 '사람'이다. 카메마 안에는 나에겐 가장 아름다운 커피 도구인 '케맥스'를 사용해 행복한 표정으로 핸드드립을 하고 있는 바리스타들, 그리고 오후의 노란빛이 들이치는창가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있었다.내부는 은은한 커피향과 오븐에 파이를 굽는 냄새, 그리고 나른하게 데워진 공기로 채워져 있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릴 정도로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 좋은 커피는 생생한 붉은 색의 커피 체리 상태에서 씻기고, 건조되고, 뜨거운 불에 볶아지고, 마치 갈색의 곡물 같은 모습이 되고, 톱날에 갈려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뜨거운 물에 씻겨 갈색의 액체 상태가 되어도여전히 그 안에 체리 커피의 과육이 가졌던 단맛과 생기를 그대로 지니는 법이다.

- 문을 닫기 직전, 손님들이 모두 사라지고 흐르던 음악도 잦아든 카페에 홀로 앉아 커피를 기다리자니 '취이이이익' 하는 스팀 소리와 '쿠오오오'하고 우유 끓어오르는 소리, '우우웅'하는 에스프레소 머신의 보일러 도는 소리, '쪼르륵'하며 작은 샷잔에 담기는 에스프레소 소리가 마치 음악처럼 근사하게 들려왔다.

이외에도 인용하고 싶은 문장이 많지만 그랬다간 이 작은 책 천체를 다 베껴쓰기 할 것같아 여기까지만...

에세이의 경우 글빨의 부족함을 사진으로 보완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 에세이는 아니다. 시각적이지 않은 것을 눈에 보이게, 마치 맛보고 냄새 맡는듯이 텍스트화 한다는 것은 보통 실력이 아니다. 이것이야말로 글이 가진 힘이다. 나는 글을 읽으며 상상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이런 글이 좋다. 시각과 영상에 길들여져서 글의 이런 맛을 못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저자는 음악을 하며 커피를 내리고 글을 쓴다니 일반인보다는 훨씬 예민한 감각을 지니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가 내려주는 커피를 마셔보진 못해도, 음악을 들어보진 못해도, 이 책 한 권으로 그의 예술적 감성을 충분히 느꼈다. 작년부터 드립커피를 집에서 내리기 시작하면서 원두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골라 마시게 되었다. 단순히 커피에 대한 정보가 아닌 이 에세이가 마음에 꼭 든다. 취향과 예술에 대한 내용도 좋았다.

서로 섞이고 완벽히 녹아들 시간은 커피에도, 인간관계에도 꼭 필요함을 깨달았다는 저자의 말처럼 2020년 올해는 뭉근한 시간을 보내리라 다짐해본다. 난 너무 성질이 급해서 문제니까...

                            

p.142

사람과의 관계도 그가 말한 아메리카노처럼 '서로 섞이고 완벽히 녹아들 시간'이 필요한 것일텐데 나는 왜그리 성급하게 그를 놓아버렸을까. 시간이 많이 흘러 언젠가 12월의 어느 늦은 밤 그 카페를 찾아간다면 그의 커피를 다시 마실 수 있을까? 나를 커피 애호가에서 바리스타로, 그리고 카페 주인으로 만들어준 그의 커피를 꼭 다시 마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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