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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아이 마음 읽어주기 엄마 마음 위로하기 - 한국의 대표 독서치유 심리학자 김영아 교수의 심리 특강
김영아 지음 / 사우 / 2019년 11월
평점 :

“자꾸 화를 내서 아이에게 상처를 줘요.”
“아이를 보면 자꾸만 조급해져요.”
“훨훨 날고 싶은데, 아이가 내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 같아요.”
“초라한 내 모습에 눈물이 나요.”
이 땅의 엄마들 중에 아이 키우며 위와 같은 유사한 생각들을 해본 사람 많을 것이다.
저런 생각들이 불끈 솟아올라 울먹거리다가도 새근새근 잠든 아이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죄책감에 사로잡혀 한숨과 눈물짓게 되는 경험도 있었을 것이다.
‘이 어린 것이 뭘 안다고 애꿏은 화풀이나 하고... 나는 무자격 엄마인가봐...’
이런 생각을 하며 잠들었다가도 다음 날은 또 아이에게 화를 내는, 무슨 뫼비우스의 띠처럼 돌아도 돌아도 제자리로 돌아오는 날들을 살아가고 있는 엄마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 나왔다.
치유심리학자이자 독서치유 상담사인 김영아씨의 신간, <그림책으로 아이 마음 읽어주기 엄마 마음 위로하기>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 상처와 첫아이 육아의 경험을 털어놓고 시작한다. 내 고통이 제일 크게 느껴져서 그 누구의 사연도 나를 넘어서지는 못할거라는 높은 벽을 쌓고 책을 펼쳤더라도 저자의 고백아닌 고백에 바로 그 벽은 허물어져 버릴 것이다. 평범하지 않았던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과 일찍 결혼해서 아이 둘을 낳고 시부모님 모시며 남편 공부 뒷바라지를 위해 정신없이 달렸던 사연들을 고백한다. 급기야 첫째 딸에게 자신을 투영해 괴롭히는 꼴이 되어 아이는 정신과 치료까지 받게 된다. 저자는 심리상담학을 공부하면서 자신과 딸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자신의 경험과 상담사례를 가져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독자들에게 그림책으로 위로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1부는 아이 마음 읽어주고 공감하기, 2부는 엄마 마음 위로하기로 구분했다.


상담이 많은 사례들을 골라 그러한 마음을 분석하고 그림책을 읽으며 아이와 엄마가 함께 할 수 있도록 했다. 각 장의 끝에는 마음 성장노트라는 코너를 두어 독자가 직접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도록 했다.
출판사 리뷰에서도 이 부분을 꼭 챙기라고 아래와 같이 당부하고 있다.
‘마음 성장 노트’를 그냥 지나치지 말기 바란다. 마음 성장 노트에는 상담실에서 상담가가 내담자에게 던지는 발문과도 같은 질문이 3개씩 나온다. 이 질문은 미처 모르고 있던 나 자신을 알아가고, 내가 느끼는 여러 감정의 실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저자는 최적의 발문을 뽑아내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독자는 저자가 던지는 질문을 통해 나 자신을 객관화하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책을 읽는 데 그치지 말고 질문에 대한 답을 쓰면서 자신과 깊숙이 만나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바란다. 나를 안다는 것은 곧 내 감정의 실체를 아는 것이다. 이것이 심리치유의 시작이다. ‘마음 성장 노트’를 작성하고 나면 마음이 훨씬 더 단단해질 것이다.

이 책은 순차적으로 읽어나가도 되지만 목차의 제목을 보고 독자가 현재 직면한 문제와 유사한 챕터를 먼저 읽어도 무방하다. 그리고 집에서 읽지 말고 도서관 어린이 자료실에서 읽기를 추천한다. 내용을 읽으며 자신이 무엇을 잘못 생각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기도 하지만 그림책을 연결해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저자가 말하고 있는 부분을 그림책을 보며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레 든다. 그런데 저자가 이 책에서 소개하는 그림책 25권을 집에 구비하고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최근 그림책테라피, 그림책치유라는 이름으로 그림책 소개를 하는 책들은 그림책의 그림을 그 책에 싣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 책은 온전히 텍스트로만 소개하고 그림책의 그림 컷은 하나도 들어있지 않다. 사실 그림 몇 컷을 소개한다고 해서 더 잘 이해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을 집에서 읽다보면 소개하는 그림책이 궁금해서 도서관으로 뛰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그러니 도서관 어린이 자료실에 앉아서 읽다가 확인해 보고싶은 그림책을 바로바로 찾아서 읽으면 이 책에서 받은 위로가 감동으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그 감동을 계속 간직하고 싶다면 그림책을 구매하하는 것도 좋겠다.
1부에서 내가 고른 그림책은 앤서니 브라운의 <공원에서 일어난 이야기>이다. 이 그림책으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아이는 부모의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이다. 아이의 순간적 감정표출을 엄마가 너무 몰입한 나머지 아이보다 더 불안한 심정을 드러내면 아이가 그 감정을 고스란히 느낀다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사소한 문제를 엄마가 오히려 큰 불안과 공포를 야기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림책에 나오는 찰스와 스머지는 자신의 엄마 아빠와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그나마 아이 둘이 공원에서 잠시 즐거운 시간을 보냄으로써 아이들에겐 변화가 생기고 그림에서도 표현된다. 하지만 집에 돌아가면 또 엄마 아빠의 시선아래에 지내게 될 것이다. 그림책 속 찰스 엄마 모습이 자신인 것 같아 뜨끔해 하는 엄마들 꽤 될 것이다. 저런 모습의 엄마는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내 아이가 찰스처럼 주눅들고 어두워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면, 이 책을 통해 이미 도움을 받은 셈이다.
☞ 나는 앤서니 브라운의 책을 다 알고 있다고 장담했는데 이 책을 처음 소개 받으며 역시 사람은 책을 읽어야해!!라며 겸손모드로 스위치를 살짝 옮겼다. 이 책 등장인물은 사람이 아니라 고릴라로 그려진다. 역시 앤서니브라운은 고릴라를 너무 좋아한다. 찰스가 얼마나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이인지 안타까웠는데 스머지랑 공원에서 한바탕 뛰어놀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꽃이 뿌려져 있는 것을 보고 작은 희망을 눈치챘다.

스머지가 아빠와 공원으로 가는 길과 돌아오는 길은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져 있다. 여기서는 조금 큰 희망을 보았다. 스머지가 찰스랑 재미있게 놀다가 돌아가는 기분 좋은 길이기도 하지만, 공원에서 신문 구직란을 보던 아빠에게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희망 말이다.

그 외에도 이 책의 그림들은 숨은 그림찾기 하듯 재미있게 찾아보고 비교할 수 있어서 아이와도 재미있게 읽어볼 수 있을 것이다.
2부에서 고른 그림책은 낸시 틸먼의 <네가 태어난 날엔 곰도 춤을 추었지>이다.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심리치유상담을 했던 사례와 연결된 책이다. 네 살짜리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의 사연이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언과 폭력에 시달렸고 엄마에게 폭행하는 것도 지켜봐야 했고 엄마에게서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라면서 부모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쌓였다. 그러면서 자신은 절대 그런 부모가 되지 않으리라 다짐했는데 이상하게도 아이가 칭얼거릴 때마다 욱하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는 것이다. 손이 올라가려는 걸 간신히 참으며 그토록 싫어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자신에게서 발견하고 당혹감과 두려움에 힘들어하고 있었다. 저자는 책에서 여러 가지 이론과 함께 설명하고 있는데 리뷰에서 모두 담을 수는 없으므로 결론만 말하자면, 어린 시절 자신의 경험을 바꿀 수는 없다. 그래도 지금 내 아이와 충분히 잘 할 수 있으므로 내 아이를 ‘어린 시절의 나’라고 바꾸어 생각하고 그 시절 내가 받고 싶었던 사랑을 준다면 나에게 끔찍했던 기억을 내 아이에게만큼은 물려주지 않을 수 있다. 아이에게는 좋은 기억으로 소중한 추억으로 바꿔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추천한 그림책이 <네가 태어난 날엔 곰도 춤을 추었지>이다. 이 책은 영유아 베스트셀러이지만 이 책을 읽는 엄마들이 놓치기 쉬운 부분을 이렇게 알려주고 있다.
당신의 아이뿐만 아니라 당신 또한 세상의 축복을 받을 만한 존재라고. 만일 지금껏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했다면, 그리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했다면, 아이가 태어난 날, 나 또한 다시 태어났다고 생각하자. 마음껏 축복받고, 또 사랑받자. 당신은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나를 가장 많이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 이 책을 어젯밤에 읽었고 오늘은 그림책 북토크에 갔었는데 신기하게도 비슷한 내용을 만나게 되었다. 문희정 작가는 자신의 책 <엄마 친정엄마 외할머니>를 구성하는 과정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생일에 친정엄마에게 꽃을 선물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한다는 마음을 담아서 보낸다고 했는데 아이가 태어난 날 자신도 다시 태어났다고 생각하고 축복하자는 저 말과 비슷한 느낌이다. 세상에 태어난 생명은 누구나 축복받을 존재이며 낳아준 엄마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다른 그림책에서, 아주 다른 이야기에서 공통적인 부분을 발견할 때야말로 정말 기분이 좋다.

이 책은 현재 육아로 고충을 겪고 있는 엄마들에게 현실적 조언을 주며 그림책으로 치유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미 힘든 시기는 지나갔으니 안 읽어도 괜찮다고 여기지는 말자. 그림책은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읽어도 감동을 주니 말이다. 나 역시 양육의 시기는 끝났음에도 자신을 알아가는 길은 끝없는 여정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