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 무너뜨리기 - 세상을 지배하는 가부장제의 교묘한 작동 원리를 파악하고 해체하는 법
캐럴 길리건.나오미 스나이더 지음, 이경미 옮김 / 심플라이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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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 무너뜨리기>는 페미니스트이자 심리학계의 거장 캐럴 길리건과 인권 변호사이자 뉴욕대학교 연구원인 나오미 스나이더의 공저로 심플라이프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이다. 이 책은 가부장제에 관한 기존의 논의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인간으로 태어나 반드시 겪을 수밖에 없는 사랑, 이별, 상실, 배신의 순간 우리가 어떻게 가부장제 안으로 편입되는지, 견디기 힘든 고통에 시달릴 때 가부장제가 우리의 심리를 어떻게 통제, 보호하는지 파헤친다. 기존의 논의가 가부장제가 가져다주는 사회적, 경제적 이득 같은 외적인 동인에 주목했다면 <가부장 무너뜨리기>는 불안의 감소, 고통의 경감 같은 내적인 동인에 초점을 맞춘다.

 

파트 1에서는 가부장제가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파트 2에서는 가부장제와 결별하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 밝히고 있다.

 

저자는 가부장제가 젠더 이분법에 기초한 문화라고 보고 있으며 일종의 프레임 혹은 렌즈라고 아래 세 가지로 정의한다.인간의 능력을 남성적또는 여성적이라고 보고 남성적인 것을 우월하다고 규정한다.일부 남성이 다른 남성들보다 우위에 있지만 모든 남성은 모든 여성보다 우위에 있다고 본다.남성은 자아를 갖춘 반면 여성은 자아가 없고 대신 남성의 욕구를 은밀하게 보살피는 관계에 속한다고 강요하며 자아와 관계를 분리시킨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서로의 감정을 나누고 어떤 분열이 생기려하면 이를 복원하려는 노력을 하게 되는데 그것을 방해하는 것이 가부장제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가부장제는 권력과 지위로 이루어진 위계질서를 공고하게 해야 하고 이를 유지하려면 관례를 희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부장제의 작동방식이 지속가능하게 하는 이유이다.

 

다음 대화를 한 번 보자.

 

여자 : 우리 관계에 뭔가 문제가 있어요. 지난주에는 만나지도 못했잖아요.

남자 :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여자 : 만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당신은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관심도 없는 것 같아요.

남자 : 당신 입에는 늘 불만이 걸려 있어.

여자 : 정말, 내가 말하려는 건 그러니까...

남자 : 이봐, 당신이 하라는 대로 하고 있잖아. 모든 걸 다 당신 말대로 할 수는 없다고.

(침묵)

남자 : 원하는 게 있어?

여자 : 신경 쓰지 말아요.

 

관계를 복원시키려고 하는 여자의 태도를 모르는 척 하다가 얼버무리려하는 남자의 태도에 여자는 포기하는 모습을 보인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이거나 직접 경험한 유사한 예도 있을 것이다. 보통 이런 류의 대화를 그저 남녀의 차이, 대화기술의 차이의 예로 사용하거나 까탈스런 여자 vs 단순,무심한 남자라는 유머코드로 사용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가부장제의 압력에 못 이겨관계 복원 능력을 포기함과 동시에 거리 두기로 접어든다는 뜻이라고 했다.이처럼 관계의 상실을 강요하고 그 상실을 회복 불능인 양 몰아가는 과정을 통해 가부장제가 지속되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가부장제는 어디서부터 그 근원을 찾아야 할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뿌리 깊고 공고하다. 의식 깊이 파고들어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는 모든 방식에 개입하기 때문에 무엇이 문제인지 명확히 알아채기 어렵다. 설령 알아챈다 하더라도 올바른 해결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

 

파트1에서는 젠더 이분법과 위계질서를 기반으로 한 가부장제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사이 어떤 피해를 입혀왔는지, 우리는 그 안에서 어떤 이득을 얻으며 어떻게 가부장제의 조력자로 살아왔는지 명확하게 알려준다. 다양한 예시를 통해 유령처럼 존재하는 가부장제의 실체를 목도할 수 있게 돕는다.

 

p. 58~59

사랑의 희생, 사랑의 포기는 가부장제가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특징입니다. 그것은 위계질서를 세우고 유지하도록 길을 닦습니다. 가부장제는 다른 남성보다 일부 남성이 더 큰 특혜를 받으며 사는 질서이자 모든 남성이 여성보다 더 큰 혜택을 받는 구조입니다. 가부장제 정치학은 지배의 정치학이지요. 민주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불평등을 합리화하고 억압으로 보이는 것에 눈감게 하는 정치학입니다. 가령 밑바닥 계층이 납작 엎드리는 것,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못하는 것, 상위 계층이 내리는 처분에 고분고분 따르는 것 같은 상황을 외면하지요. 제도로서의 가부장제와 그것의 가치가 지속되는 원리는 가부장제의 정치적 힘 외에도 심리적 힘의 관점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p. 68

소년에게는 앎을, 소녀에게는 돌봄을 배당하는 젠더 이분법을 내면화하면 일부 소녀들은 자신이 아는 것을 실로 알지 못하게 되고 일부 소년들은 진심으로 자신이 염려하고 돌보려는 사람이나 상황에도 관심을 두지 않게 됩니다. 관계 맺음에서 침묵이라는 여성스러움으로 혹은 거리 두기라는 남성스러움으로 전환하는 것이 위계질서를 세우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보니 상위 계층에 있는 이들은 공감 능력을 잃어야 하고 하위 계층에 있는 이들은 자기주장 능력을 상실해야 합니다. 앎과 돌봄은 정치적 저항에 반드시 필요한 덕목입니다. 이 두가지 덕목은, 특히 지성()과 감정(돌봄)을 분리함으로써 남성이든 여성이든 온전한 인간으로 성장하지 못하도록 유도하고 성별에 따라 제한적인 행동지침을 강요하는 가부장제에 대항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 가치입니다.

 

파트2에서는 가부장제와 결별하는 사람들의 행보를 조명한다. 2017년 갈등, 폭력, 전쟁을 끝내기로 결심한 여성들이 모여 유대 사막을 행진한 평화로 가는 여정을 좇아가며 분열을 조장하는 적대를 넘어 우리가 어떻게 연대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증명한다.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 사건 이후 시작된 미투 운동을 재조명하며 우리가 서로서로 공명해야 하는 이유, 가부장제의 압력에 의해 숨겨왔던 자신의 진짜 목소리를 드러내야 하는 이유, 끊어진 관계를 다시 이으며 가부장제에 맞서야 하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전개한다.

 

p.193

역설적이게도 갈등이 없고 서로의 의견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그것이 가부장제의 특징입니다. 가부장제에서 아버지의 목소리에 문제를 제기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전체주의 정권은 어떤 반대의 목소리도 응답하지 않으므로 재빨리 침묵 속으로 들어가지요. 반면 민주주의는 갈등과 의견 충돌에 열려 있어야 꽃이 핍니다.

 

우리는 그동안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갈등을 불편해하며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무마하려고 했다. 이러한 행동들이 바로 가부장제가 내면화된 것이었다. 위 인용처럼 의견이 충돌할 수 있도록 열려있는 사회가 민주주의이고 가부장제와 결별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에 저자 캐럴 길리건은 이렇게 말한다.

 

가부장제를 굳건하게 지키는 기제가 얼마나 정교한지를 깨달은 것이 성과입니다. 시계가 작동하는 듯합니다. 민주주의와 사랑이 가는 길에 분열이 생기고 그 상처를 회복하려는 어떤 움직임이 보일 때마다 가부장제는 정확하게 수치심을 건드립니다. 가부장제는 회복을 가능케 하는 능력의 심장을 공격합니다. 그 능력은 우리가 경험한 것을 말할 수 있는 능력이고 관계를 잃었을 때 발생하는 고통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능력이기도 하지요.”

 

그리고 민주주의와 가부장제가 엇갈리는 위험한 교차로에서 어느 쪽 길로 갈 것인지를 묻는다.

 

책의 원제를 직역하면, ‘왜 가부장제가 지속되는가?’이다. 내용은 제목에 대한 고찰로 맞다고 생각하지만 의역한 제목 <가부장 무너뜨리기>로는 조금 부족하다고 본다. 어떻게 가부장제가 지속되어오고 있는지 책 내용을 인용하며 공감했다. 남자들도 남성다움을 의식하지 못한 채 학습했고, 여자들은 여성다움이 생존에 적합한 것으로 길들여져왔다. 세상이 급변하고 한국사회에서도 페미니즘을 큰소리로 드러내는 사회가 되었지만 가부장제가 우리의 사고와 행동양식속에 숨겨져 있고 지배당하고 있는 것 역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을 통해 의식하지 못했던 것까지 확인하게 된 것이 독자로서 수확이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은 <가부장 무너뜨리기>라는 제목에 어울릴만한 해법이 속시원하게 제시되지 못한 점이다. 제목에 낚인 느낌이다. 우리 안에 숨어있는 가부장제를 무너뜨리기 위한 방법은 뭘까? 책과 연결하자면 민주주의의 실현이다. 약자가 홀대받지 않는 사회, 평준화와 일반화가 아닌 개개인의 개성대로 살 수 있는 사회, 자신의 의견을 거리낌 없이 개진할 수 있는 사회, 갈등을 모른 척하거나 무마하려하지 않고 드러내 싸울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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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에 간 복돌이
오진혁.오인구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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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에 간 복돌이>는 가족 네명이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러시아를 여행한 여행기이다. 그 가족은 지리교사 아빠, 수학교사 엄마, 고등학생 아들과 초등학생 딸이다. 자세한 가족 소개는 아래와 같다.

 

 

 

20181230일에 인천에서 출발해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이르쿠츠크,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찍고 2019113일에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떠나오기까지의 여정을 아빠와 아들이 같이 썼다.

 

이 여행에세이는 기존에 읽었던 것들과는 달랐다. 보통 여행에세이를 읽는 이유는, 다른 사람이 낯선 곳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보기 위해서다. 또한 자신이 여행 하고 싶은 곳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그동안 모녀나 모자가 같이 여행한 책은 읽어봤지만 가족이 함께 한 여행기는 처음이었다.

 

이 책은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내용이라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거창한 경험도 없다. 가족이 함께 기차타고 버스타고 호텔 찾아가고 밥 먹고 기념품 사는 등 평범한 여정들이다. 기대를 많이 한 독자라면 너무 평범하고 심심하다며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시베리아 횡단열차와 관련된 책을 처음 접한 독자라면 열차 안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들과 정보를 접하는 재미가 있다. 또한 가족끼리 이렇게 먼 곳으로 여행 가서, 같이 지내는 이야기에 재미를 느낄 수도 있겠다. 러시아는 겨울이 제 맛이라는 걸 확인하러 떠난 이 가족의 용기가 가상하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겨울 날씨의 느낌이 사진으로 전달된다. 물론 100퍼는 아니다. 나갈 때마다 중무장을 해도 콧물 줄줄 흘리며 연신 추워, 추워!”를 외치는 걸 보며 짐작할 따름이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해 러시아를 횡단하여 모스크바에 도착하는 기차이므로 이층 침대 두 개가 마주보고 있다. 가족일 경우 방처럼 문이 달린 객실을 이용하기도 한다. 식당 칸이 있어서 사먹을 수도 있고, 이 책처럼 주문하면 식사가 나오기도 하지만 보통 우리나라 음식들을 가져가서 데워 먹는다. 객차마다 담당하는 차장이 있는데 기차를 타고 가는 동안은 차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차장이 소소한 물건을 팔기도 하는데 몇 가지 사주면 더 친절하게 대해준다. 나도 5년 전 바이칼 호수에 가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이르쿠츠크까지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갔었다. 그 땐 8월이라 러시아가 꽤 선선하니 좋았다. 나같이 추위를 못견디는 사람은 겨울에 러시아에 가는 건 엄두도 못낼 일이다. 기차는 34일간 탔는데 특별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기차에서 내려 한참이 지나도 몸이 좌우로 흔들흔들 거리는 느낌이 지속됐다.

 

이 책에서도 기차안에서 경험한 재미난 에피소드가 많았는데 그 중에 컵을 변기에 빠뜨려서 식겁했던 일이다. 아빠랑 딸이 화장실에 같이 갔다가 그랬는데 컵을 떨어뜨린 변기 안엔 x이 그대로 있는 상태였다는 거... 아빠가 컵을 아주 빡빡 문질러 씻었지만 다시 사용할 수는 없었다는 웃지못할 사연이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는 러시아인 뿐아니라 외국 관광객도 많이 타기 때문에 다른 여행객과 사귈 수도 있고. 속도는 우리나라 무궁화호보다 더 천천히 가는 느낌이다. 정차하는 역에 짧게는 5분 길게는 40분씩 머물기도 한다. 길게 정차하는 역에서는 내려서 역 주변을 둘러보거나 간식을 사먹는 재미도 있다.

복돌이네 아빠는 바이칼 호수에 가보고 싶었는데 일정이 여의치 않아 들르지 못한 걸 아쉬워했다. 기차가 바이칼 호수 근처를 지나가기 때문에 기차안에서 쳐다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 가족의 여행기는 특별하거나 거창한 사건사고가 있지는 않다. 우리가 집에서 일상생활을 한다고 보면 가족이 함께 모여 있는 시간은 하루 중 채 한 시간도 안 될 것이다. 이 가족은 보름동안 24시간 내내 몸 부대끼며 지내면서 가족애가 더 피어남을 느꼈다.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된다. 뭐 그리 대단한 내용이 아니어도 좋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의 느낌을 나누고 가슴에 추억과 함께 담아두는 것이다.

 

덜컹거리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안, 가족의 대화.

 

엄마는 기차를 탈 땐 항상 앞이 보이는 순방향의 좌석을 좋아했어. 스쳐 지나갈 풍경을 예측할 수 있어서 좋았거든. 하지만 횡단열차에서는 역방향으로만 앉아 있어 처음에는 너무 어색한 거야. 뭐가 갑자기 나타날지 예상하기 힘들었거든.”

엄마가 힘을 빼고 이야기를 하니 방 안이 조용해집니다.

엄마, 갑자기 왜 그런 이야기를 해?”
복돌이는 엄마가 하는 이야기를 들으니 불안해집니다.

오래전에, 할아버지도 갑자기 몸이 좋지 않아서 병원에 간 지 3일 만에 돌아가시고 해서 우리 모두 놀랐었잖아! 앞에 다가올 일을 예측하지 못하고, 그저 역방향으로 달리는 기차를 타고 있는 것처럼 주어지는 대로 받을 수밖에 없는 게 우리의 인생인 것 같아.”

아빠는 엄마의 말에 말없이 고개를 숙이다가 차창을 바라봅니다.

오빠랑 복돌이, 엄마 말을 잘 듣고 가슴에 새기면 좋겠어.”

엄마도 차창을 보면서 말을 이어 갑니다.

좋은 일이든, 불행한 일이든, 지금은 알 수 없지만 언젠가는 마주칠 수밖에 없는 게 인생이야. 엄마도 아빠도 복돌이와 오빠가 성인이 되었을 때는 하늘나라로 갈 수밖에 없잖아? 그러니 항상 마음을 굳게 먹고 지내야 해!”

 

여행하면서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는 가족.

 

아버지, 여행은 왜 다녀요?”

...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도전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아빠는 오빠의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깁니다.

여행에서 반드시 뭘 얻어야 하나? 여행은 우리 생활로부터 일탈해서 다른 사람들의 일상으로 들어가는 거잖아? 아빠에게는 여행을 통해 느꼈던 것이 좋은 수업자료가 돼. 학교에서 아이들과 지리 학습을 할 때, 보고 느낀 내용을 사실대로 이야기해 주면 아이들이 좋아하거든.”

엄만, 우리 아이들과 함께 만든 추억을 오랜 시간이 지나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아.”

저는, 아직 어려서 그런지 잘 모르겠어요.”

사실 오빠는 어려서부터 여행이라는 단어가 익숙한 편입니다. 아빠랑 미국 답사도 다녀오고, 초등학교 6학년 때는 페루와 볼리비아로 30일 넘게 여행 학교를 다녀온 적도 있습니다.

저는 여행을 다녀온 지역을 떠올리면 힘들게 고생했던 기억이 나서 눈물이 나기도 하고, 그곳 사람들의 순박한 모습이 떠올라서 다시 만나러 가고 싶어지기도 해요.”

아마, 그런 과정을 통해 성장을 많이 할거야. 아빠는 엄마 말씀처럼 가족 여행은 경험을 함께 공유할 수 잇는 소중한 추억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다는 말에 공감이 되네.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우리가 함께할 수 있을 때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자.”

엄마는 너희들의 눈으로 직접 다양한 세상을 보면서 생각할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경험에 투자를 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믿어.”


소유하는 물건을 사는데 돈을 쓰는 게 아니라 멋진 경험을 하는데 돈을 쓰라는 말이 있다. 이 가족은 이미 그것을 실천하고 있다. 공연을 보고 미술관을 가는 것 정도는 가능할지 모르나 이 가족처럼 보름, 한 달씩 여행을 떠나는 것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이번 겨울방학에는 시도를 한 번 해보자. 가족과 함께 소중한 기억을 공유할 수 있는 경험을 하는 건 어떨까. 러시아까지는 못가더라도 국내여행이라도...

 

 

*** 이 리뷰는 네이버 카페 리뷰어스클럽 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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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일대의 거래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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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생일대의 거래가 뭘까?

어떤 거래이기에 인생을 걸만큼일까?

제목에서부터 궁금증을 자아내더니

첫 페이지에 나오는 작가의 말은 더하다.

한 생명을 구하려면 어떤 희생을 치를 준비가 되어야 하는지를 다룬 짧은 소설 이라고 밝히고 시작한다.

희생이란게 그 거래겠구나...

 

주인공 남자는 이름이 없다.

이름만 들으면 모든 사람들이 알만큼 명망가다.

돈과 명예를 모두 가진 그가 암에 걸려 입원했다.

돈과 명예를 가지기 위해 동분서주하느라 가족과 멀어졌다.

지금 그는, 혼자다.

 

암 병동에서 만난 다섯살 여자아이를 보며 그는, 자신의 아들을 떠올린다.

 

 

 

 

"네가 평범한 아빠를 원했던 걸 안다. 출장 가지 않고, 유명하지 않고, 자기를 쳐다봐주는 두 개의 눈동자, 그러니까 네 눈동자만 있으면 행복해하는 아빠.

나는 너를 학교에 데려다 준 적도, 네 손을 잡아준 적도, 생일 촛불을 끌 때 옆에서 도와준 적도, 네 침대에서 책을 네 권째 읽어주다가 내 쇄골에 네 뺨을 얹고 같이 잠든 적도 없었지.

하지만 너는 모두가 갈망하는 모든 걸 가지게 될 거다. 부, 자유. 나는 너를 버렸지만 적어도 욕망의 사다리 꼭대기에 버렸다."

 

 

 

아빠노릇 못 한걸 생각하니

이 여자아이의 시한부가 너무나 안타깝다.

남은 시간을 길게 늘여주고 싶다.

그래서 그는 사신과 거래를 하게 된다.

 

 

네가 죽는 걸로는 부족해. 그 여자아이의 온 생애가 들어갈 수 있을 만한 공간을 만들려면 다른 생명이 존재를 멈추어야 하거든. 그 생명 안의 내용을 삭제해야 해. 그러니까 네가 네 목숨을 내주면 네 존재는 사라질 거야. 너는 죽는 게 아니라 애당초 존재한 적 없는 사람이 되는 거지. 아무도 너를 기억하지 않아. 너는 여기 없었던 사람이니까.

 

 

 

이 책은 <오베라는 남자>로 유명한 스웨덴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짧은 소설이다.

양장본이고 내지가 제법 두꺼워서 맘에 든다.

중간중간 삽화가 들어있 고 글자 분량이 많지 않아 금방 읽을 수 있다.

그러나 한 번만 읽을 수 없는 소설이다.

짧아서 빨리 읽었더라도 다시 읽어보아야 한다.

 

처음 작가가 이 소설을 쓰게 된 이유와

무명의 남자가 죽인건 누구인지,

그는 어째서 어렸을 때부터 사신을 볼 수 있었던 건지,

그가 청춘과 가족을 바쳤던 까닭을,

날마다 인생을 건다는 거래는 무엇인지,

하나하나 찾아보기 위해 다시 읽어야 했다.

여러 번...

 

옛날에 로마 시인은 '카르페 디엠' 이라 외쳤고, 

최근에 우리나라의 어떤 교수는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고 말했다.

책 속 무명의 주인공은 '이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한 가지가 1초의 가치' 라고 했다.

 

우리는 늘 내 옆에 있는 이의 소중함은 그가 떠난 후에 깨닫고,

영원히 살 것처럼 오늘을 살고,

지금 지나가고 있는 이 순간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꿈과 희망이라는 단어로 포장해 현재를 놓친다.

지금이 너무나 빨리 과거가 되기에,

순간은 아무리 움켜쥐어도 빠져나가버리는 모래알 같다.

 

책을 덮으며, 독자마다 떠올리는 사람이 다를수 있고 감동의 지점 또한 다를 것이다.

이 책을 읽은 독자가 부모일수도 혹은 자식일수도 있겠다.

어떤 독자이든 이 책을 다 읽고 곁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을 꼬옥 껴안아줄 것이다.

분명! 그럴 것이다!!

 

작가는, 우리가 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것은 사랑했다는 사실 하나로 충분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 사랑을 작가는 부정으로 표현했다.

물론 소설이라 극적 장치를 넣었지만.

그들은 절대 모르겠지만 부모는 자식에게 전부를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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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교육 - 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형 인재를 만드는, 2018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도서
로베르타 골린코프 & 캐시 허시-파섹 지음, 김선아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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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교육>로베르타 골린코프캐시 허시-파섹이라는 미국 교육, 심리학계에서 유명한 학자들이 쓴 책이다. 책 표지에 부제로 “21세기 역량, 어떻게 키워줄 것인가?” 그 아래엔 아이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과학적인 방법 6가지라고 쓰여 있다.

 

유행처럼 미디어를 장식하는 말들, 4차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등을 접할 때마다 학부모들은 미래를 살아갈 자녀들을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모르겠고 부담감도 크게 다가온다.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가늠할 수 없는 미래를 어른들도 잘 모르겠는데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할 지는 막막할 따름이다. 세상은 격변하고 있는데 아직도 주입식으로 교육하고 시험으로 평가하는 대한민국 학부모들은 어안이 벙벙한 상태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살아온 시대의 방식대로 스카이대학을 나와서 사짜 직업을 가지는 것을 최고로 여기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대학나와봤자 직장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인데 공부보다는 유튜브 영상 만들어 대박 터뜨리는 게 훨씬 낫다고 말하는 철없는 부모도 있다. 전자는 자신이 살아왔던 시대를 버리지 못한 어른이고 후자는 미래를 막연하게 낙관하는 무책임한 어른이다. 이처럼 부모들도 격변하는 상황을 수용하기 힘들어 갈팡질팡 두리번두리번 거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럴 때 누가 나서서 나를 따르라! 식으로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을 가르칠 방법을 딱딱 정해줬으면!! 싶어진다. 한국의 부모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안그래도 하루하루 사는 게 너무 바쁘고 자신과 다른 사고를 하는 요즘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할지 갈피를 못 잡겠다면 역시 또 그러할 것이다.

 

<최고의 교육>은 한국이든 미국이든 부모의 생각은 비슷하니 미래세대를 위한 자녀 교육법으로 참고하기에 좋다. 이 책에서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하드스킬(수학, 언어, 작문 등 시험으로 측정 가능했던 지식)을 넘어서는 소프트 스킬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소프트 스킬이란 하드 스킬을 제외한 모든 역량이 포함되는데 타인과의 협력 능력, 문제를 해결하는 실행기능 능력, 감정을 조절하는 자기 제어성, 의사소통 능력, 리더십, 회복탄력성 등 다양하다. 이러한 하드 스킬과 소프트 스킬을 모두 포괄하는 것이 이 책에서 주창하는 6C.

6C란 아래와 같다.

 

협력(Collaboration), 의사소통(Communication), 콘텐츠(Content),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창의적 혁신(Creative Innovation), 자신감(Confidence)

 

협력은 모든 역량의 기초가 되며 가장 핵심적인 능력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아기 때부터 사회성을 익히는 과정에서 협력을 배운다. 오늘날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 중 하나로 꼽는 팀워크나 마시멜로 테스트로 유명해진 자기 제어성등이 협력 능력을 만든다.

 

의사소통은 협력을 촉진시키는 동시에 협력을 기반으로 구축된다. 이야기를 들려줄 상대가 없다면 의사소통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달로 의사소통 수단은 더욱 편리해졌지만 역설적이게도 사람들은 소통에 더 어려움을 느낀다. 유수의 비즈니스 리더들이 의사소통 능력을 가진 인재를 절실히 구하고 있는 현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콘텐츠는 지식습득과 관련돼 있으며 결국 의사소통 능력을 통해 거두게 되는 결과다. 그런데 지금의 학교는 학습내용만을 배우는 콘텐츠만을 교육의 중심으로 취급하고 있다. 저자들은 로봇과 인공지능(AI)이 루틴화된 일자리를 점점 더 많이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로봇들도 더 깊이 사고하기 시작했다고 언급하면서 콘텐츠에 치중된 교육의 획일성을 경고한다. 콘텐츠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라, 학습민첩성을 기르고 창의적인 사고와 더 깊이 생각하는 능력을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비판적 사고는 어떠한 사실을 검증하고 자신의 견해를 갖는 것이다. 수많은 정보가 폭발하는 빅데이터의 시대에 꼭 필요한 능력이다. 사실이나 의견에 대한 무비판적인 수용은 아이들의 장래를 어둡게 만들 뿐이다.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사색하고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이 필요한지를 생각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 새로운 시대가 찾는 사람이 될 것이다.

 

창의적 혁신은 콘텐츠와 비판적 사고에서 탄생한다. 비판적 사고를 가진 사람은 많은 답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능숙함), 많은 다른 종류를 생각해낼 수 있는 사람(다양성) 그리고 좀 다르거나 영리한 사람(독창성)들이다. 저자들은 우리의 노동력을 보다 창의적으로 혁신하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은 자동화와 해외업무위탁으로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자신감은 의지와 끈기로 구성된다.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 창의적인 해결책이 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인내심을 가지고 자신감을 가진다면 쉽게 포기하지 않고 실패를 극복할 것이다. 아이들이 생각의 경계를 넓혀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실험하고 생각하고 질문하고 그리고 실패하도록, 그래서 아이들이 실패의 교훈으로 다시 시도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또한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잠재력이다. 6C를 활용하여 아이의 잠재력과 역량을 키우고 나아가 성공으로 이끌어주는 역할을 부모와 교사가 도와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한 방법론들을 각 장에서 풀어주고 있다.

각 장마다 4단계로 구분하여 각 능력의 확장순서를 설명한 후 마지막에는 그 능력을 원활하게 도와주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부모가 해줄 수 있는 방법, 환경제공하는 방법등이다. 그 중 몇 가지 방법을 살펴보자.

 

6장 의사소통의 방식은, 1단계 감정 그대로에서부터 2단계 보여주고 말하기’ 3단계 대화하기’ 4단계 공동의 이야기하기로 발전해 나간다. 이렇게 나아가도록 마지막 장,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해주는 방법을 참고하면 된다. 부모들이 아이들의 의견을 가치있게 대해주고 말할 기회를 주고 있는지 묻고 있다. 폐쇄형 질문보다 개방형 질문을 해야한다. 의사소통능력 향상에서 강조하는 것은 기본 예의를 지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또한 아이들은 부모의 행동패턴을 모방하므로 모범을 보일 것도 강조한다.

 

11장 창의적 혁신에서는 창의성에 대한 오해를 확인하고 키워주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창의적이 된다는 것은 위험을 감수하고 실패할 것이 뻔해도 새로운 요리에 도전해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밖에도 그림을 그려보거나 사진을 찍거나 작곡을 해보는 등 자신의 루틴에서 벗어나 시도하지 않았던 것을 해보는 것이다. 또한 아이에게 매일 15분씩 시간을 내서 발명할 수 있게 해주라고 한다. 창의적 시도를 성원하라고 한다.

 

그리고 6C를 활용한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p.348 가정에서 학습을 위한 놀이 환경 만들기

가정에서는 부모들도 재미있게 놀이에 동참할 수 있다. 가정을 신나는 협력, 의사소통, 콘텐츠, 비판적 사고, 창의성과 자신감을 장려하는 신나는 6C계발센터로 바꾸는 방법은 정말 많다. 이 책의 각 장에는 부모들이 자신과 자녀를 위해 어떻게 6C를 개발하고 실천에 옮길지에 대한 조언이 덧붙여져 있다. 아이들이 저녁 식사 준비나 식탁 정리에 참여할 때 아이들은 이미 협력과 의사소통을 배우고 있는 것이다. 저녁 식탁의 풍경은 어떤가? 그날 있었던 일을 서로 이야기해보는가? 어떤 대화가 오고가는지 좀 더 의식적으로 주의를 기울일 수는 없을까? 저녁 식사 후 10분이나 15분 정도 따로 시간을 내는 건 어떨까?퍼즐 게임을 하거나 수수께끼 문제를 풀고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거나 학교 토론 시간을 위한 발표안을 의논해보거나 하는 것이다. 그리고 배운 점들을 강화해줄 수 있다. 퍼즐은 공간 능력을 길러주고 수수께끼 문제는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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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 만나지 마세요 -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의 관계 에세이
유영만 지음 / 나무생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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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 만나지 마세요>는 한양대학교 교수이자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가 쓴 책이다. 그는 책 본문에서 자신을 이렇게 표현했다.

 

꾸미는 사람은 자기 색깔을 감출 수 있는 컬러링(coloring)을 좋아하지만 가꾸는 사람은 자기 색깔을 드러내는 컬러풀(colorful)을 선호합니다. 컬러에서 나온 두 가지 형용사, 즉 자신을 위장하는 컬러링과 위대하게 만드는 컬러풀은 지향하는 바가 전혀 다릅니다. 컬러풀 지식생태학자로 나만의 고유함을 드러내는 공부와 연구로 세상을 지금보다 따뜻한 세계로 가꾸고 싶습니다.”

 

지식생태학자라는 말이 낯설다. 그래서 반디앤루니스와 한 인터뷰 ‘100인의 큐레이션에서 지식생태학을 설명한 부분을 찾아 인용한다.

 

생태계의 수많은 생명체들이 살아가는 이유와 원리를 관찰한 후 생각하다가(고찰) 깨달음(통찰)을 얻게 되면 다시 생각(성찰)하게 된다.(관찰-고찰-통찰-성찰) 이러한 원리와 방식을 사람에게 적용해서 사람의 생각을 바꾸고 조직을 변화시키는 것 을 지식생태학이라고 한다.

 

이렇게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학문을 하는 저자가 책 제목을 왜 부정적 뉘앙스가 풍기는 <이런 사람 만나지 마세요> 라고 했을까?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우리는 매일매일 누군가와 만난다. 그런 만남에서, 헤어지면 또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고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다. 만나고 싶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왜 생기는 건지 1년을 정리하면서 인간관계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자 했다.”

 

이렇게 그는 만났던 사람과의 인간관계를 반성하고 성찰하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가 다시 만나고 싶지 않다고 한 사람의 유형을 읽으면서 앗, 나도 그런 부류에 속하는 게 아닌가 뜨끔뜨끔했다.

 

이 책의 목차는 3부로 구성되어 있고 제목은 다음과 같다.

1부 이런 사람 만나지 마세요,

2부 이런 사람 피하세요.

3부 뭔가 다른 이런 사람 되세요.

 

책을 읽다보니 내 경험과 유사한 상황과 사람이 제법 많았다. 저자가 말하는 사례들이 그리 특별하지 않을 수 있다. 인간관계라는 것이 누구와 누가 만나느냐에 따라 경우가 다 다르다 하겠으나 전체적으로 보면 결국 보편적으로 일어나는 상황들인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 책을 읽다가 뭐야, 다 아는 얘기잖아? 이런 상황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만큼 우리 인간관계속에서 벌어지는 갈등이 비슷비슷하다는 말도 되고, 누구나 유사한 경험들이 있다는 것도 된다. 나에게 해당되거나 고민하고 있던 인간관계에 대한 내용 위주로 정리해보려고 한다.

 

1부의 과거로 향하는 꼰대를 보자.

p.41

어떤 모임에 가면 과거 이야기로 꽃을 피웁니다. 그것도 한 두 번이 아니고 매번 만날 때마다 예전에 자신들이 생각하고 행동했던 추억에 빠집니다. 물론 행복한 순간을 떠올리며 잠시 향수에 젖는 즐거움을 무조건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 문제는 지금 여기서 살아가는 이야기나 미래 이야기는 없고 온통 과거 이야기로 대화가 채워집니다. 꼰대들의 향연이 따로 없습니다.

 

 

꼰대들의 향연에 완전 공감했다. 일 년에 한 두 번 가는 모임이 있는데  그 모임에 다녀올 때마다 나는 저런 꼰대 아줌마는 안 돼야지!’라고 다짐한다. 그곳에 오는 사람들 모두 전문직이며 다들 입으로 벌어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10년 동안 계속 느끼는 거지만 저자가 말하는 것과 똑같다. 맨 똑같은 래퍼토리다. 늘 내가 그 모임에 합류하기 전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처음엔 몰랐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다 아는 내용이 되어버렸다. 옛 영화를 그리워하거나 한 사람을 뒷담하는 내용이 자동 재생된다. 미래를 향한 이야기보다 과거에 빠져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지 않다. 저자는 이런 사람들 만나지 말라고 했으니 내가 그 모임에서 빠지면 된다. 헌데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 일년에 한 두 번인 걸 다행으로 생각하며 어쩔수 없이 이어가는 중이다. 과감하게 이런 사람들 안 만나면 좋겠는데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저자는 사소하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는 행동을 하는 사람은 만나지 말라고 한다. 우리 주위에 이런 사람들 꼭 있다. 밥 먹듯 약속 안 지키는 사람, 매사를 삐뚤게 보는 사람, 인간미 없는 매정한 사람, 분위기 파악 못하는 사람 등등.

 

1부의 두 번째 챕터를 읽다보니 왠지 나를 보는 느낌이었다. 늘 그런 건 아니어도 다들 저런 짓 할 때가 있지 않나? 나만 그런가? 상대의 행동에 부정적 피드백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좋게 말하면 비판적 시각이고 사사건건 그러는 건 꼬투리 잡기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나만 빼고 다른 사람들 다 저래!”라고 한다면 이 세상에 만날 사람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역으로 생각해 보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생각할 만한 언행을 한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남들이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신경 쓴다면 저자의 지식생태학 수업을 들은 것이나 진배없다.

 

2만나면 위기가 오는 사람들을 읽다보니 주위에 이런 사람들 꽤 있다. 도전하지 않고, 만나면 남 뒷담화만 하고, 자기 반성보다 타인을 질책하는 사람, 경험보다 욕망을 자극하는 물건을 사는 사람 등등. 이 파트도 1부와 마찬가지로 나는 이러고 사는게 아닌가 돌아보았다.

 

도전을 하기보다 현실에 안주하는 사람챕터에서 소개한 마지막 어휘를 보자.

p.109~110

미국의 철학자 리처드 로티는 <우연성아이러니연대성>이라는 책에서 마지막 어휘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마지막 어휘는 자신의 행동과 신념, 그리고 삶을 정당화하는 데 필요한 단어입니다. 개인 혹은 집단이 딜레마에 빠지거나 결연한 결단을 내릴 때 의사 결정이나 판단을 내리는 데 최후까지 의지하는 신념을 말합니다. 마지막 어휘는 보통 의식 아래 있다가 삶이 흔들릴 때 표면 위로 솟아오릅니다. 죽음과도 맞바꿀 수 있는 결연한 어휘입니다.

예를 들어 간디에게 마지막 어휘는 비폭력이고 부처에게는 자비’, 공자에게는 ()’입니다. 스티브 잡스에게는 혁신이고 리처드 브랜슨에게는 상상입니다. 플라톤에게는 이데아’, 사르트르에게는 실존’, 스피노자에게는 코나투스’, 니체에게는 아모르파티’, 라캉에게는 욕망’, 비트겐슈타인에게는 언어가 마지막 어휘입니다.

저마다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는 한 가지 단어, 죽음과도 맞바꿀 수 있을 만큼 내 삶을 이끌어가는 견인차 같은 단어가 있을 것입니다. 그 마지막 어휘가 지금 여기서의 삶에 머무르지 않고 보다 소중하고 숭고한 삶, 자기를 넘어 타자와 공동체로 연결되는 삶을 꿈꾸게 만듭니다.

 

나에게 마지막 어휘는 무엇일까? 인생 책, 인생 영화도 단박에 대답하지 못해 어물어물하는데 마지막 어휘가 바로 떠올랐을 리가 없지... ‘자기를 넘어 타자와 공동체로 연결되는 삶을 꿈꾸게 만드는마지막 어휘! 너무 거창해서 부담스럽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요즘 내가 하고 있는 고민의 종착역이 마지막 어휘 찾기가 아닌가 싶다.

 

작년 초, 100일 글쓰기를 시작해서 1000일 글쓰기로 가는 동안 직진만 했다. 700일을 향해 달려가는 요즘, 브레이크가 걸렸다. ‘나는 지금 뭘 위해 이러고 있나?’ 하면서 뒷머리를 긁적여봐도 답을 모르겠다. 이것이 슬럼프일까. 그제부터는 다 중단하고 싶은 마음이 확 들었는데 이 리뷰도 써야하고 읽어야 할 책들이 순번대로 주르르 줄을 서있는 걸 보니 그럴 수도 없다. 하고 있던 고민과 저자가 언급한 마지막 어휘찾기가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된 것이 수확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나의 마지막 어휘를 찾아다니는 것이라 생각해야겠다. 타자와 공동체로 연결되는? 거창한 정도는 아니어도 분명 내 인생관에 부합하는 단어를 찾으면 흔들리는 마음을 고정시킬 수 있을 것이다.

 

3부에서 저자가 말하는 뭔가 다른 이런 사람은 이렇다. 겸손하고, 시간을 내서 뭔가를 하고, 지적보다 지지해주고, 적게 말하고 많이 들으며, 말한 대로 살아가는 진정성을 가진 사람이다.

진정한 인간관계란 기쁨을 주는 관계라고 하며 엄기호의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를 인용한다.

p. 223

재미는 사람을 웃게 한다는 점에서 기쁨과 매우 유사하다. 그러나 재미는 현존으로부터 오지 않는다. 그가 존재한다는 것으로 나는 기쁠 수 있다. 그가 존재한다는 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기뻐서 웃을 수 있다. 그렇기에 나를 기쁘게 하는 그의 현존에 대해 나는 감사할 수 있다. 나를 기쁘게 하려고 애쓰는 그라고 한다면 더더욱 그의 현존에 감사할 수 있다. 그 감사로 인해 삶은 살아갈 만한 것이 된다.

 

요즘은 뭐든지 재미있어야 한다. 책도 영상도 재미있어야 본다이상형의 조건 상위에 유머러스한 사람이 있다는 것도 인간관계에서 재미가 중요하다는 걸 보여준다. 그러나 상대를 재미있게 하려면 이전보다는 더 재미있는 무언가를 해야 하므로 그렇지 않게 되면 그 인간관계는 끊어진다. 기쁜 인간관계는 존재 자체의 소중함으로 맺어진 관계이다.

 

잘 알고 있다!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상대가 있는 그대로이기보다 자꾸 무언가를 요구하고 기대한다. 나는 어떤 사람이 존재만으로도 기쁜가?? 떠올려봤는데 없...... 그냥 당연히 떠오르는 가족?정도...

, 있다! 그런데 사람이 아니라 고양이다...

얘들은 그냥 존재자체가 기쁨, 맞다!!

 

... 내가 인간관계를 잘 못해온건가??

내가 이렇듯 다른 사람도 나를 존재자체로 기쁘다고 여기지 않을 수도 있다.

일방이 아닌, 서로가 기쁜 관계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행복한 관계는 함께 만들어가는 연대라고 말한다.

 

p.229

오늘의 나는 보이지 않는 가운데서도 내가 전경으로 드러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수많은 은인들 덕분입니다. 인간관계는 전경과 배경 사이에 존재하는 아름다운 관계입니다. 어두운 배경이 밝은 전경을 낳고, 걸림돌이라는 배경이 디딤돌이라는 전경을 낳으며, 밑바닥 좌절이라는 배경이 정상에서 느끼는 기쁨이라는 전경을 낳습니다. 화려한 스타 플레이어가 돋보이도록 도움을 주는 어시스트의 존재가 인간관계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입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힘들게 키워놨더니 저 혼자 큰 줄 안다!”고 푸념하곤 한다. 우리는 모두 저 잘나서 큰 줄 안다. 부모님에게는 물론 주위 사람, 이 사회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아 이만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잊고 산다. 매초마다 그것을 기억하고 살지는 못한다. 그러나 우리는 항상 주인공, 전경이 될 수는 없다. 배경의 존재가 있기에 전경이 아름다운 것처럼 서로의 어시스트가 되어주는 인간관계를 추구해야 한다.

 

이 책은 별 도움이 안 되는 사람과는 관계를 정리하라는 것처럼 읽힌다. 그런 사람들과 모두 안 만나면 홀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 저자의 주장은 그게 아니다. 인간관계를 다 정리하고 고립되면 무슨 소용인가. 자신은 남이 관계를 끊고 싶어하는 사람이 아닌지를 돌아보고 서로에게 배경이 되는 존재가 되도록 노력하자는 뜻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은 나를 성찰하는데 도움을 많이 받았다. 막혀있던 생각의 물꼬를 터주는 기회를 주어 기분 좋은 책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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