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가 될 거야! 작은 곰자리 41
신지 가토 지음, 윤수정 옮김 / 책읽는곰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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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본 그림책 작가 '신지 가토'의 책 <발레리나가 될거야!>가 책읽는곰 출판사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작가 소개]

일본 구마모토 출신.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로 잡화, 문구, 신발, 옷, 액세서리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에 걸쳐 사랑스러운 제품을 선보여 온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전 세계에서 널리 사랑받고 있으며 디즈니, 포켓몬스터, 영국 해러즈 백화점 같은 다양한 기업과 협업하고 있다. 북극곰 형제 '하늘이'와 '곰곰이' 캐릭터를 내세워 어린이들에게 환경 교육을 하고 신재생 에너지를 개발 보급하는 민간 비영리 단체 "하늘 곰"을 만들어 2010년 일본 환경 대산상을 수상했다. 그동안 쓰거 그린 그림책으로 <북극곰 형제의 첫 모험> <뭘까? 뭘까?> <주머니 가득> 등이 있다.

그림책의 등장인물은 발레리나가 되고싶은 여섯 살 라미와 라미의 단짝 고양이 찰떡이, 그리고 언니 소미이다.

 

언니 소미의 발레발표회 전날, 엄마가 언니의 발레복을 준비하고, 라미는 고양이 찰떡이와 발레복을 만들겠다며 난리 법석이다.

 

 

그러다가 언니의 옛날 발레복을 입고 잠이 들면서 라미의 꿈이 시작된다. 인사를 하고 나가는 언니의 뒤를 따라 나서는 라미와 찰떡이. 언니를 뒤쫓아 가다가 문이 닫혀 깜깜해진다. 발레의 막이 바뀔 때 암전 상태가 되듯 검정 바탕이었다가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발레 무대가 나타난다. 그곳에서 라미와 찰떡이는 발레를 같이 추며 신나는 시간을 보낸다. 라미가 함께 한 발레는 “코펠리아”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이다.

 

 

 

 

한바탕 발레를 추다가 언니를 만난다. 마지막은 웃는 얼굴로 잠든 라미의 모습으로 끝이 난다.

 

이 그림책의 매력은 그림이다. 라미와 찰떡이가 사랑스럽게 표현되고, 발레 장면의 그림들도 귀여우면서 역동적이다. 그림이기 때문에 평면이라는 한계도 있지만 라미와 언니가 만나는 장면에서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각도로 처리되어 그 한계는 어느 정도 극복하고 있다. 발레 공연이든 영상이든 무대 위에서 아래로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어떻게 보여지는지에 대한 감각을 키워준다.

라미도 그렇지만 고양이 찰떡이의 표정 변화가 다채로웠다. 내가 고양이를 좋아해서 그런지 사실은 라미보다 고양이에게 눈길이 더 오래 머물렀다. 찰떡이와 라미의 행동을 보며 절로 엄마미소 지었다.

이처럼 그림이 중심이 되는 그림책은 나이불문하고 빠져들게 만든다. 이 책의 주인공이 6세라고 해서 유아만 읽으라는 법은 없다. 소재가 발레니까 아무래도 남아보다는 여아들에게 선택받을 가능성이 높기는 하다. 발레에 관심있거나 좋아하는 아이들, 혹은 배우고 있는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책이다. 발레는 직접 보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이 그림책으로 먼저 만났다면 발레에 흥미를 가지는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보통 유아나 초등 저학년이 그림책을 읽고 할 수 있는 활동은 마음에 드는 장면을 그려보거나 직접 한 장면을 연기해보는 것이다. 이 책은 발레가 소재이므로 더욱 다양한 방식의 독후활동을 할 수 있다.

책에서 소개되는 발레를 직접 보러 가면 가장 좋다. 하지만 사전 정보 없이 바로 공연을 보러 가는 것보다는 집에서 영상으로 먼저 보면서 내용을 숙지한 다음에 실제 공연을 보는 것이 좋다. 유튜브를 적극 활용해서 아이에게 단계별로 보여주면 좋겠다. 단 유튜브에 제목만 검색해서 올라와 있는 영상들을 바로 보여주는 것은 오히려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다. 전편은 길기도 하거니와 처음 발레를 보는 아이들이 바로 발레의 맛을 느끼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수많은 영상들을 선별하는 것도 큰 일이다. 양육자가 발레에 대해 지식이 없다면 줄거리나 요약 영상을 먼저 보고 숙지한 다음 아이의 연령과 관심도에 따라서 골라야 한다.

세 편의 발레 중에 아이들에게 가장 유명한 것은 “호두까기 인형”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늘 공연되는 것이 “호두까기 인형”이고 아이들과 같이 관람하는 부모들도 많다. “호두까기 인형” 2막에는 다양한 나라의 춤이 나온다. 스페인 춤, 아라비아 춤, 중국 춤, 러시아 춤이 화려한 복장과 익살스러운 춤으로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유명한 꽃의 왈츠까지. 유아에게 두 시간 가까이 되는 전편을 보여줄 수는 없으므로 주요 장면위주로 보여주고 음악은 평소에 BGM처럼 계속 틀어주면 음악적 소양을 키우기에 좋다. 알다시피 차이코프스키 발레음악은 음악만으로도 완성도가 높다.

“백조의 호수”도 1막에서 백조 군무 도중 4마리 백조가 추는 춤은 음악도 아주 유명하다. “백조의 호수”는 전체가 다 아름답지만 2막에서 백조떼의 군무, 백조와 흑조의 파드되(발레에서 2인무)도 선별 감상용으로 좋다.

비교적 덜 유명한 “코펠리아”에도 3막에 ‘기쁨 파드되’의 군무 ‘시간의 춤’등 요약영상으로 볼 만하다.

발레를 배우고 있다면 이미 이런 영상들은 보았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아직 영상으로 접하지 못했다면 그림책 한 권 읽고 그냥 끝내지 말고 다른 장르로 넘어갈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좋겠다. 이런 활동들을 해봄으로써 아이에게 책이라는 매체가 재미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게 된다. 요즘은 책이 인기가 없다. 책보다 더 재미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아이고 어른이고 책을 손에 들기보다는 휴대폰을 든다. 어제 tvN에서 방영된 <책의 운명>에서 독일 학자는, “책이 아닌 매체에서 얻은 지식은 깊이가 없다”고 말했다. 무조건 책만 봐야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책과 관련된 의미있는 활동을 한 아이는 책을 멀리하지 않는다. 책과 영상, 직접하는 활동이 적절히 배합되도록 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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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글쓰기 - 혐오와 소외의 시대에 자신의 언어를 찾는 일에 관하여
이고은 지음 / 생각의힘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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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성의 글쓰기>는 우리 사회에서 여성에게 기대하는 대부분의 과제를 모두 해내고 있음에도 도무지 만족하고 행복해질 수 없었던 전직 전문직 여성이 어떻게 글쓰기에서 그것을 이루어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가 여성이므로 ‘여성의 글쓰기’이기도 하거니와 모든 여성은 자신을 알기 위해 글쓰기를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무엇을 위해, 왜 글을 써야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무엇을 위해, 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과도 같으므로 정치적 글쓰기가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것은 곧 삶을 향한 글쓰기이기 때문이므로.

삶을 향한 글쓰기는 이 책의 부제와도 연결된다고 볼 수 있는데, 부제는 ‘혐오와 소외의 시대에 자신의 언어를 찾는 일에 관하여’다. 여성이 자신의 언어를 삶을 향한 글쓰기로 드러낼 때 살아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책은 4장으로 구성되었으며 각 장의 제목은 아래와 같다.

1장 자아를 찾아가는 글쓰기

2장 진실을 찾는 글쓰기

3장 결핍과 충족의 글쓰기

4장 사회, 연대, 글쓰기

각 장의 마지막에는 ‘어떻게 쓸 것인가’ 라는 제목으로 글쓰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순서로 쓸 것인지에 대한 코칭이라 하겠다. 그 제목은 다음과 같다.

# 구조와 흐름

# 호흡과 리듬

# 정확성과 표현

# 시작과 끝맺음

저자 이고은씨는 경향신문에서 사회부, 정치부에서 기자로 근무하다가 출산과 육아를 위해 기자 일을 그만두었다.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퇴사했지만 자신의 시간을 가지지 못하고 자신의 일과 멀어지는 불안감을 느꼈다. 전업주부로 있으면서도 계속 할 수 있는 일이란 글쓰기 뿐이었다. 자신의 일터로 돌아가지 않은 채 글을 쓸 수 있는 팩트체크 전문 미디어 뉴스톱에 기사를 쓰기 시작한다. 정치하는 엄마들의 창립에 함께 하기도 했고 현재는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하고 있다.

리뷰의 첫 문단에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요약했지만 기실 나는 앞부분을 읽으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1장 2장을 읽는데 기자의 일과 미디어에 대한 이야기, 저자가 퇴사 후 힘들었던 것에 대한 내용들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나에게 질문했다. 이 책에서 기대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를. 내가 원했던 것은 3, 4장에서 찾을 수 있었다.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 그래서 얻을 수 있는, 얻고자 하는 것!에 대한 답들이 나와서 고개를 끄덕였다.

각 장마다 부록처럼 끼워진 글쓰는 방법 코칭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동안 읽어온 글쓰기 관련 책과 겹치는 부분이 많았지만 읽었다고 해서 다 알고 그대로 하고 있는 건 아니므로 복습이 되기도 하고 볼 때마다 새로운 것도 있다.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은 글 안에 큰따옴표와 작은따옴표가 빈번하게 사용되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자주 쓰는데 그 이유는 이름이나 지명같은 고유명사를 구분, 강조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했다. 나혼자...

그런데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큰 따옴표가 많으면 내용을 자기 언어로 소화할 수 없음을 드러내는 것이고, 작은따옴표가 많으면 논리적으로 서술할 능력이 부족해 인위적으로 강조할 수밖에 없음을 고백하는 것이다. 내 의도가 저렇게 인식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이 리뷰에서는 평소 같으면 작은따옴표를 썼을 부분에서 생략하고 써보았는데, 습관이란 무서운 것이 왠지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저자가 자신의 전직이나 미디어의 문제를 앞부분에 배치한 것은 뒷부분에서 여성에게 글쓰기란 어떤 것이 되어야 하는지 강조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해석했다. 나아가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페미니즘으로 연결되는 내용들이 나온다.

읽기는 하지만 쓰기는 하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만한 내용을 인용한다.

P. 47~48

보통의 세계에서 특별함을 발견하고 글로 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현상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유의미한 것과 아닌 것을 구분하며, 그중 거시적이고 통시적은 굵은 주제와의 연결고리를 찾아 세밀하고 친절하게 묘사하는 일. 모든 과정에 글쓴이의 날카로운 렌즈가 작동해야 한다. 어떤 현상을 관찰할 것인가. 그중 무엇을 골라낼 것인가. 그것은 어떤 이야기의 한 단면인가, 어떻게 표현해낼 것인가. 이 모두가 쓰는 이가 홀로 감당해야 할 외로운 숙제가 된다.

하지만 이 과제의 무게를 견뎌내는 방법이 있다. 혼자만 감당하지 않는 것이다. 비슷한 고민을 해온 앞선 이들의 글을 탐독하고, 같은 숙제를 안은 이들과 함께 생각을 나누는 일이다. 그것은 현상에 대한 취재일 수도 있고, 하나의 주제에 대해 사람들과 나누는 진지한 논의일 수도 있따. 그 과정을 통해 이야기에는 구체성이 더해지고 깊은 사유가 담긴다. 나의 고뇌가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 유사한 고민을 안고 있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 그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 하는 요구가 있다는 사실, 실존하는 수요를 확인하고 나면 글을 써야 할 이유가 보다 확고해진다. 이 과정이 없다면 글 속에 허세와 관념이 가득 찰 위험이 크다.

그래서 저자는 정치하는 엄마들의 활동을 하게 되었고, 주부이자 엄마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음에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의 해소로 글쓰기를 계속 하게 된다. 저자는 기자로서의 필력을 요구하며 어느 정도의 보수가 있는 글을 쓰면서도 책 쓰기에도 힘을 쏟았다.

나의 글쓰기를 돌아보았다. 책 쓰기를 시도하다가 잠정 중단 상태이다. 올 일 년 간 쓴 글은 대부분이 책 리뷰였다. 책의 내용을 요약하는 것을 포함 나의 느낌을 일정부분 포함하는 글쓰기였다. 저자가 쓰는 글의 종류와 차이가 있는데 위 인용글에서 말하는 글을 써야하는 이유와 유사하지는 않은 것 같다. 너무 많은 책들의 리뷰를 기한 내에 써내야하는 압박으로 저런 고민보다는 마감일에 제때 써내는 것에만 급급했다. 서평단 활동을 과하게 한 결과이다.

내년부터는 나의 글을 써야한다. 중단된 책쓰기의 마감이 사실상 내년 여름이다. 그리고 책 리뷰보다는 수필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눈물이 마르는 시간>에서 이은정씨는 수필을 희망적인 문학이라고 했다. 그는 수필을 쓰면서 “나 자신에게 위로 받은 내가 비로소 타인의 잘못을 이해하고 용서하게 만들어주었다”고 하면서 “수필의 진실함으로 우울증을 씻어냈고 상처받은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게 해주었다”고 말했다. 내가 책 리뷰 쓰기에만 몰두했던 것은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이 두려워서였을까? 진실한 글을 쓰기에 주저하게 만든 것은 무엇이었을까? 남은 2019년 동안 이 두 질문을 더 깊이 파고들어 내년에는 그 답을 찾고 글로 풀어내야 하지 않을까. 이것이야말로 저자가 말한 삶을 향한 글쓰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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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시 3 : 친구가 없어 이야기 파이 시리즈
마르그리트 아부에 지음, 마티외 사팽 그림, 이희정 옮김 / 샘터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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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삐삐, 아키시가 다시 한국을 찾아왔다. 그래픽 노블 <아키시> 시리즈의 3권이 샘터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코트디부아르 출신 작가 '마르그리트 아부에'의 어릴 적 이야기에 만화가 '마티외 사팽'이 그림을 그렸다.

 

 

이 작품은 2018년 스웨덴 ‘피터 팬 상’ 수상을 비롯, 프랑스 교육부 추천 도서 선정, 미국 "커커스 리뷰" 선정 최고의 책, 영국 “폴 그래빗” 선정 TOP 25 그래픽 노블 등을 기록했다.

책의 주인공 아키시는 우리가 아는 주근깨 소녀 삐삐처럼 엉뚱한 아이다. 이 어린 소녀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로 탄생한 아키시는 코트디부아르 출신 작가의 분신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이 어렸을 때를 회상해 엉뚱발랄한 아키시로 탄생시킨 것이다.

이번에 츨간된 3권은 9편의 짤막한 단편 만화로 구성되었고 부제는 ‘친구가 없어’이다. 여름에 만난 2권에서의 아키시보다는 조금 성숙한 것 같다. 2권에서는 학교에 가기 싫다고 떼를 쓰고 그저 놀고 싶어하는 천방지축이었는데 이번 편에서는 적극적으로 모험을 벌이는 이야기와 친구에 대한 고민도 나온다.

프랑스에서 전학 온 예쁜 여자아이 ‘시도’와의 에피소드가 많다.

 

 

아키시는 전학 온 시도에게 친구들의 모든 관심이 쏠리자 시도를 질투하고 친구가 없다며 엄마에게 투정부리기도 한다. 제멋대로이고 이기적인 것처럼 보이는 아키시가 실은 관심 받고 싶고 외롭기도 한 마음을 자신도 잘 몰라서 그러는 것이었다. ‘시도’는 자기보다 예쁘고 전학생답지않게 잘 적응하고 발레까지 잘 하니까 질투가 날 수밖에... 시도는 다리가 한쪽이 없는데도 발레 대회에서 1등을 받을 정도였다. 아키시는 자신의 1등을 장담하고 있다가 시도에게 뺏기고나서 어떤 행동을 했을까?

헉... 동네 정육점에 뛰어가서 자기 다리를 잘라달라고 말한다. 역시 엉뚱한 아키시답다.

 

이 책을 읽는 초등학생이라면 아키시의 저런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감정이입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나이 대의 여자아이라면 할 법한 고민이기 때문에 자신의 경험과 비교해가면서 읽으면 좋겠다. 이 책은 자녀 혼자 읽도록 내버려두지 말고 부모와 같이 읽으면 좋다. 저 장면에서 아키시의 행동에 대한 가치판단을 부모가 먼저 하기 보다는 자녀의 생각과 평가를 먼저 들어주면 좋다. 이런 만화를 보면서 너무 비판적 잣대로 평가하기 보다는 유머러스하게 마무리하려는 작가의 의도를 설명해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키시가 시도에 대해 질투만 하고 끝나지 않고 시도를 도와주면서 진정한 친구가 되는 과정이 나온다. 아키시는 친구들과 함께 시도의 의족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시도네 집에 든 강도를 쫓아내기도 한다.

 

 

이것은 어린이 독자들에게 마음과 달리 행동하게 되는 주인공의 양가강점을 보여주면서 실생활에서 친구 사귀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어린이용 책에서 빠질 수 없는 똥과 관련된 에피소드도 나온다. 더러워하면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라 아이들이 좋아할 요소도 충분하다. 그리고 자신의 애완 원숭이 부부를 위해 ‘차차통가’의 똥을 찾으러 떠나는 이야기는 모험적 요소가 다분해서 용기있는 아키시의 행동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단,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이나 정서와 맞지 않는 부분에서는 부모의 지도가 필요하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옛날 이야기이고 한 번도 가본 적 없고, 미디어에서도 잘 만나기 힘든 나라인 코트디부아르가 배경이므로 단순히 우리의 시각과 맞지 않는다고 해서 폄하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시간적, 공간적 배경이 다르고 인종도 다르지만 아키시는 아주 귀업고 매력적인 캐릭터다. 같은 어린이로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충분하므로 그 부분을 부각한다면 부모와 자녀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책의 마지막에는 보너스 코너가 있어서 활용하기에 좋다. 아키시의 얼굴과 표정을 그려보고 6컷으로 만들어둔 곳에 자녀가 직접 뒷이야기를 완성하고 만화도 그려넣으면 더 재미있는 활동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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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 미트 - 인간과 동물 모두를 구할 대담한 식량 혁명
폴 샤피로 지음, 이진구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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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2040년 어느 날, 당신은 슈퍼마켓에 고기를 사러갔다.


아래 설명을 읽고 어떤 고기를 살 것인가?

 


당신은 두 가지 동일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한쪽은 동물로부터 만들어졌습니다. 포장지에는 제품 생산을 위해 동물이 고통받거나 죽었다는 문구가 찍혀 있습니다.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므로 환경세도 부과됩니다. 그리고 완전히 같은 제품이지만 실험실에서 생산된 것이 있습니다. 맛과 품질은 동일합니다. 가격은 같거나 더 저렴합니다. 어떤 제품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전자인가? 후자인가?


나는 후자를 고르겠다. 나는 비건은 아니다. 하지만 고기를 좋아하지도 않고 잘 먹지도 않는다. 아예 안 먹는다는 뜻은 아니다. 모임에서 고기를 먹으러 갈 경우 많이 먹어야 5점 안팎으로 먹고 그 외에 야채류를 먹는다. 주부니까 고기를 재료로 요리를 하지만 집에서 내가 만든 요리 속의 고기는 거의 먹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고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고 어른이 되어 고기를 더 먹게 된 것도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공장식 축산의 폐해에 대해 알게 된 후부터는 더 먹지 않았다. 그런데 위 설명에서처럼 동물로부터 고기를 얻을 때 발생하는 단점을 강조한다면 차라리 실험실에서 생산된 고기를 먹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렇다고 지금보다 더 많이 먹게 될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잔인한 방식으로 키워지고 항생제 범벅인 사료를 먹여 키워 비위생적으로 도살한 소를 불쌍하게 생각해서 소고기를 안 먹은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같은 사람에겐 그리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기를 아주 많이 먹는다. 고기의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공장식 축산은 더욱 확대되었고 그에 들어가는 비용과 발생하는 환경오염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고기를 많이 먹어서 발생하는 문제는 인류와 지구에 재앙에 가깝다. 이러한 문제들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클린미트이다.


<클린미트>는 동물로부터 얻은 고기를 대체할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고기에 대한 내용이 총망라되어있다. 이 책은 클린미트 탄생의 역사에서부터 그것을 만들어낸 사람들의 노력, 향후 전망에 대해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작가 폴 샤피로에 대한 소개는 다음과 같다.


세계 최초로 클린 미트를 시식한 인물이자 TED의 연사 도살에도 자비를이라는 동물보호단체의 설립자다. 동물권의 증진을 위해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 분야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고, 미국 동물보호협회의 대변인과 부회장으로 13년 동안 활동한 이력이 있다. 동물복지와 지속 가능한 식품을 주제로 일간지를 비롯한 학술지에 수 십건이 넘는 기고를 했다.


이 책은 동물을 이용한 식용 고기를 비롯 우유와 계란, 가죽까지 실험실에서 만들어진다는 놀라운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해당하는 업체, 인물들(의사, 과학자, 업계 종사자, 비평가등)를 밀착 취재, 인터뷰를 한 내용이다. 이러한 내용들을 처음 접하게 해준 작가의 공로는 크다고 하겠다. 실험하고 상용화하기 위해 주로 노력한 사람들은 모두 유럽이나 미국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내용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을 통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접하게 되는 것은 출판사나 작가에게 고마운 일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클린미트에 대해서 알고 자신의 식생활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이제 한 발짝 더 들어가 보자.

클린미트를 우리 말로 하자면 청정고기.(지금부터는 청정고기로 부르겠다)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고기의 이름이 처음부터 청정고기였던 건 아니다. 맨 처음 실험실에서 배양해 만들어진 고기를 시험관 고기라고 불렀다. 명칭은 정확하지만 호감가는 이름은 아니다. 마치 소금을 염화나트륨이라 부르는 것과 같은 느낌이고 게다가 시험관이라는 말에서 시험관 아기를 연상하게 되어 혐오감까지 느끼게 되는 것이 문제였다.

그 후로 실험실 고기’ ‘합성고기’ ‘수경재배 고기’ ‘발 없는 고기’ ‘청정고기’ ‘좋은 고기’ ‘재배 고기까지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지만 배양 고기라고 하기로 했다. 고기(동물의 골격근)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배양해서 얻어진 것이니 배양 고기라는 말이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설문조사에서 배양 고기5가지 선택지중 4위였다. 결국 청정고기라는 이름을 얻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양을 복제한다고 해서 가짜 양이 나오지 않듯이 동물세포에서 만든 고기가 상용화된다고 해서 가짜 고기가 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실험실에 기반한 기술로 성장호르몬, 농약, 대장균, 식품첨가물 등에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고기를 생산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최종 결과물을 지칭하는 더 정확한 이름은 청정고기입니다.”


청정고기는 만들어지는 과정만 깨끗한 것이 아니라 보관시 세균증식도 거의 없으며 공장식 축산처럼 지구 생태계를 더럽히는 일도 원천 차단한다.


책을 읽지는 않았고 이 리뷰로 청정고기에 대한 내용을 알게 된 당신은 아직도 궁금할 것이다.


정말로 진짜 고기와 풍미가 같을까?’

모든 종류의 고기를 다 청정고기로 만들 수 있나?’

살코기만 되고 갈비 같은 건 안 될 것 같은데?’

만드는데 비용이 많이 들것 같은데, 진짜 고기 가격보다 저렴하게 먹을 수 있을까?’

기존의 축산업 종사자들의 반발이 장난 아닐텐데?’

더 이상 소나 닭을 키우지 않게 된다면 우유랑 달걀은 못 먹는 걸까?’


같은 의문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이런 의문들은 책 속에서 다 해결해 준다. 독자의 예상에 맞춰 답을 제시하고 있다. 그만큼 자료 조사와 인터뷰, 책의 구성이 잘 되어있고 번역도 매끄럽다. 이 리뷰에서 위 모든 의문점을 다 해소하기에는 너무 길어지므로 더 궁금한 사람은 책을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하루라도 고기를 먹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 사람이나 비건들이라면 꼭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그동안 공장식 축산의 폐해를 모른척하고 육식을 즐겼던 사람에게 숨어있는 죄책감을 해소해 주고, 인권 못지않게 지켜주고 싶은 동물권 때문에 채식만을 하는 사람들 역시 청정고기를 부담없이 먹을 수 있을 것이다.


, 물론 지금 당장 먹을 수는 없다. 가격 경쟁력 때문이다. 2013년 최초로 소 줄기세포를 배양해 만든 햄버거 패티의 생산비용은 약 4억원정도였다. 그런데 2016년에는 약 140만원을 들여 미트볼을 생산했다. 그래서 이 글의 맨 처음에 2040년에 슈퍼마켓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상정해본 것이다. 저자는 청정고기를 만드는데 드는 비용변화를 자세히 보여주면서 약 20년 후쯤이면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래도 이 의견에 회의적이라면 구글의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의 말을 한 번 들어보자.


앞으로 일어날 일은 세 가지밖에 없습니다. 하나는 우리 모두가 채식주의자가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환경에 피해를 끼치는 문제들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입니다.”


첫 번째는 하기 힘들 것이고 두 번째는 줄곧 하고 있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뭔가 새로운 시도는 당장 우리가 할 수는 없고 저런 투자자나 이 일을 몸소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기대는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는 청정고기를 만들어내는데 큰 역할을 한 두 사람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보여준다. 미국인 제이슨 매시니와 인도인 우마 발레티이다. 그들의 공통점은 우연한 기회에 보게 된 동물 도살과 비위생적 축산에 충격을 받아 고기를 대체할 무언가를 만들어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이다. 각자 다른 곳에서 다른 일을 하던 그들은 같은 곳을 향하고 있었고 결국 만나게 되어 청정고기의 탄생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우마 발레티는 심장전공의 수련 과정중 환자의 심장에 줄기세포를 주입하면 심장근육이 재생되는 모습을 보며 근육을 배양해서 키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것을 실현시킬 방안을 고민하다가 제이슨 매시니와 연결되었고 심장전공의보다 자신이 평생에 거쳐 고민해오던 일을 해야겠다는 결심까지 하게 된다. 그러나 과연 의사로서의 수입을 포기하고 그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할 때 아내의 지지로 마음을 굳히게 된다.


여보, 평생을 원했던 일이잖아요. 나중에 아이들과 그다음 세대를 위해 우리가 꿈꾸던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줄 용기를 내지 못했노라고 후회하고 싶지 않아요.”


세상은 저렇게 혁신을 꿈꾸는 사람들 덕분에 나아져 감을 또 보게 되었다. 대부분 우리는, 비윤리적 동물 사육과 살육을 모른 척하면서 육식을 마음껏 즐기고, 후세대는 모르겠고 그저 내가 사는 동안 지구를 맘껏 훼손하며 살다 죽겠다는 식의 삶을 산다. <클린미트>를 읽으며 새로운 고기의 출현에 놀라웠고 인간의 잘못을 깨닫게 되었다. 더 이상 동물들에게, 지구에게, 못할 짓 그만해야할 시점이 온 것 같다.

 

 

** 위 리뷰는 네이버 리뷰어스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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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에게만 친절합니다 - 독일인에게 배운 까칠 퉁명 삶의 기술
구보타 유키 지음, 강수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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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가 선인장이다. 그것도 가시가 아주 큼직큼직하니 찔리기라도 하면 엄청 아플 것만 같다. 그런데 책 제목에 친절이란 말이 들어간다. <나는 나에게만 친절합니다> ? 그럼 이 책의 저자는 남에겐 까칠하고 자신에게만 친절하단 말인가?

 

저자는 일본인 구보타 유키씨이고 편집일을 한 적이 있고 출간한 책도 여러권 있다. 표지의 부제를 보니 이렇게 쓰여있다.

독일인에게 배운 까칠 퉁명 삶의 기술

철학의 나라 독일에서 찾은 라이프 스타일 트렌드

 

으흠... 그러면 일본인이 독일에 가서 살면서 독일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보고 느낀 것을 책으로 쓴 것이구나!’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이 책에 대한 사전 정보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보통 책을 구매할 때는 본인이 좋아하는 장르나 작가를 선택하고, 그러면서 책 내용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한다. 그런데 이번 책은 RHK 서평단으로 받았기 때문에 책을 받고 표지와 제목 책 날개의 작가설명으로 유추할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전혀 모르는 작가의 모르는, 내가 선택하지 않은 책을 받아서 읽는 것이 바로 서평단의 매력이다. 물론 선택권 없이 도착한 책이 다 내 마음에 들거나 재미있지는 않다. 하지만 이번 책처럼 정보없이 받아서 어떤 내용일까 예상하면서 책장을 넘기는 맛이 좋다.

 

아아니~~

이 무슨 우연인가?

내가 유럽에 가서 한 달 간 살아본다면?? 1순위로 '베를린'을 뽑아두었는데, 저자는 베를린 이야기를 하겠단다. 나아가 독일 이야기도!! 괜히 나혼자 반가워서 형체 없는 저자와 하이파이브를 할 뻔 했다.

 

그는 어느날 출근하던 신주쿠역에서, 누군가와 부딪히면서 솟구쳐 오른 짜증에 자신도 깜짝 놀랐다고 한다. 스스로가 망가져가고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떠오른 것은 바로 어릴 때 살았던 독일’! 그래서 그는 베를린으로 떠났다. 이 책은 베를린에 살면서 독일 생활의 이모저모를 전달하려고 썼다고 한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이렇게 밝힌다.

 

제가 독일에서 경험한 것, 시행착오를 거치며 어느새 편안한 마음으로 살게 된 과정, 그리고 독일에 살지 않더라도 스트레스를 덜 받으며 살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솔직히 저는 베를린이 좋아서 살고 있지만, 독일이라는 나라가 뭐든 근사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모은 게 이상적인 나라는 없습니다. 딱히 독일을 그대로 모방하자는 건 아님을 알아주세요. 다만 다른 가치관을 앎으로써 시야를 넓히고 지금까지 받아온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데 이 책이 하나의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다양한 사고 방식을 알면 그만큼 넓은 시야로 자기 기준을 정할 수 있어요. 내 기준이 있으면 내 행동을 수긍하게 됩니다. 그러면 어디서든 내 인생을 살아갈 수 있어요. 저는 그것이야말로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여러분도 저도 스트레스를 쌓아두지 않고 하루하루 알차게 보낼 수 있기를, 그런 삶을 살아가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와 다른 점이 아주 많아 보이는 일본이지만 동양과 서양으로 구분하자면 우리는 독일보다는 일본과 비슷한 면이 많을 것이다. 이 책은 일본인의 사고와 문화로 봤을 때 이해하기 어려운 독일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다고해서 차이를 비교하며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다. 시작할 때의 에피소드는 황당하게 당했던 택배 기사 이야기 였는데 일본문화와 너무나 달라서 적응하기 힘들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 것들이 계속되는가 싶었는데 어느 순간 독일인 라이프 스타일의 장점으로 슬그머니 넘어가고 있었다. 읽다보니 무뚝뚝하지만 심플하고 합리적인 독일 사람들의 생각과 문화가 괜찮게 느껴졌다. 작가에게 스르르 동화되어가는...ㅎ

 

편집자로 일한 경력이 있어서인지 책의 구성이 읽기 편하게 되어 있다. 한 꼭지가 그리 길지 않아서 읽는데 부담이 없고 중간중간 사진도 적절하게 배치해서 텍스트만으로 부족한 독일의 분위기를 실감할 수 있도록 해준다. 특히 자신이 사는 집에 대한 이야기와 사진은 마음에 들었다. 오래된 것의 진진함을 보여주었다. 저자가 사는 집은 100년된 공동주택 알트바우이다. 건물 자체는 오래 되었지만 실내는 현대에 맞게 리모델링 되어있다. 신축 건물보다 이렇게 오래된 건물을 더 가치있다고 여긴다하니 뭐든 부수고 새것을 지어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일본도 비슷한 사고가 있는 모양이다. 우리와는 결이 조금 다르긴 해도...

 

오래된 것에서 가치를 발견하는 건 서양적인 사고방식인 듯해요. 일본의 신사에는 센구라는 행사가 있어서 정기적으로 신전을 지어 옮겨요. 신을 모시는 장소는 늘 새롭고 맑아야 한다는 사상은 서양의 사고방식과는 정반대일 수 있죠. 어쩌면 나무 문화와 돌 문화의 차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어떤 집에 산다는 게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냐고요? 우선 베를린에 살기 시작하면서 시간에 대한 감각이 바뀌었어요. 알트바우에 살고 있다는 게 크게 작용한 것 같아요. 일본에 있을 때는 10년 전은 옛날 일, 1세기 전은 저와는 관계없는 역사 교과서 속 세계였어요. 그런데 베를린에서 1세기 전에 지어진 집에 살게 되자, 역사의 세계와 제가 지금 살고 있는 현실이 이어져 있다는 걸 느껴요.

 

 

이 책을 읽으며 독일인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기실 독일에 대해 내가 아는게 대체 뭐 하나라도 있나? 기억을 더듬어보니, 영화 속 배경으로 나온 베를린에 반했고, 저주받은 건축프로젝트에서 함부르크의 랜드마크가 된 앨프 필하모니 홀 건축 다큐를 보며 독일인의 옹고집을 확인했다. 수순대로 하자면 그곳에 꼭 한번 가봐야 직성이 풀리는데 아직 독일은커녕 유럽 근처에 발 한번 디뎌보지 못했으니 로망만 차곡차곡 쌓여가는 중이다.

 

앗차차... 독일인에 대해 알게 된 것!

그들은 의식주 중에 주에 가장 관심이 많다고 한다. 베를린 여성들의 옷차림은 티셔츠에 청바지로 그렇게 단촐할 수가 없는데 집에 대해선 소중하게 여긴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각방의 용도를 명확하게 한다. 특히 조명에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데 약간 어두운 조명으로 안정감을 가지게 한다. 간접 조명 여러 개가 방 이곳저곳을 비추거나 양초의 촛불이 하늘하늘 흔들리면 독일식 휘게인 게뮈트리히해진다. 독일어 게뮈트리히는 안락하고 편하다’, ‘느긋하게 쉰다라는 뜻이다.

 

독일에서는 손님을 초대하면 집 구석구석을 다 보여주는데 대체로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고 깨끗하다고 한다. 독일인들은 정리정돈에 능숙하고 깔끔한걸 좋아한다. 그렇게 된 이유는 어릴 때부터 청소하는 습관을 길러주기 때문이다. 집안 정리에서도 중요한 것은 역시 버리기다. 그들은 아무리 넓은 집에 살아도 불필요한 물건은 정기적으로 체크하고 처분한다. 필요한 물건만 남기면 정리정돈하기도 편해진다. 불필요한 것들을 내보내면 공간도 마음도 상쾌해지게 된다.

 

이 책에서 내가 관심있게 본 것은 주생활이지만 그 외의 생활, 그리고 일과 휴가에 대한 것들도 있어서 독일인의 삶에 대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그들의 라이프스타일 중 가장 부러웠던 건 휴가였다. 연초에 휴가 계획을 세우고 회사에도 미리 알려 일의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조율한다. 유급휴가로 30일을 쓸 수 있다는 것에는 더 놀랐다. 그러니 휴가 떠날 생각에 평소 더 열심히 일하는게 아닐까. 심지어 유급인데 말이다.

 

저자는 맺음말에서 독자들의 마음이 가벼워졌길, 뭔가 도움이 되었길 바란다고 했다. (독일에서 살아본 적 없는)많은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며 독일에 대해 알게 되었을 것이다. 한 일본인의 시각으로 만난 독일인이기에 긍정할 내용도, 의심이 가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게독일인에 대해 가지고 있던 선입견을 어느 정도 벗을 수 있는 기회였다. 딱딱하고 냉정하고 재미없는 사람들이라는 선입견이었는데, 그들의 자유로움 안에 들어있는 합리적인 사고를 보았다. 제목에서 언급한 나에게만 친절한 태도가 까칠한 것이 아님을 알겠다.

 

~~ 언젠가 베를린에 가서 살아볼 날이 온다면!! 나도 저자처럼 베를린 통신원이 되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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