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삐삐, 아키시가 다시 한국을 찾아왔다. 그래픽 노블 <아키시> 시리즈의 3권이 샘터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코트디부아르 출신 작가 '마르그리트 아부에'의 어릴 적 이야기에 만화가 '마티외 사팽'이 그림을 그렸다.
이 작품은 2018년 스웨덴 ‘피터 팬 상’ 수상을 비롯, 프랑스 교육부 추천 도서 선정, 미국 "커커스 리뷰" 선정 최고의 책, 영국 “폴 그래빗” 선정 TOP 25 그래픽 노블 등을 기록했다.
책의 주인공 아키시는 우리가 아는 주근깨 소녀 삐삐처럼 엉뚱한 아이다. 이 어린 소녀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로 탄생한 아키시는 코트디부아르 출신 작가의 분신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이 어렸을 때를 회상해 엉뚱발랄한 아키시로 탄생시킨 것이다.
이번에 츨간된 3권은 9편의 짤막한 단편 만화로 구성되었고 부제는 ‘친구가 없어’이다. 여름에 만난 2권에서의 아키시보다는 조금 성숙한 것 같다. 2권에서는 학교에 가기 싫다고 떼를 쓰고 그저 놀고 싶어하는 천방지축이었는데 이번 편에서는 적극적으로 모험을 벌이는 이야기와 친구에 대한 고민도 나온다.
프랑스에서 전학 온 예쁜 여자아이 ‘시도’와의 에피소드가 많다.
아키시는 전학 온 시도에게 친구들의 모든 관심이 쏠리자 시도를 질투하고 친구가 없다며 엄마에게 투정부리기도 한다. 제멋대로이고 이기적인 것처럼 보이는 아키시가 실은 관심 받고 싶고 외롭기도 한 마음을 자신도 잘 몰라서 그러는 것이었다. ‘시도’는 자기보다 예쁘고 전학생답지않게 잘 적응하고 발레까지 잘 하니까 질투가 날 수밖에... 시도는 다리가 한쪽이 없는데도 발레 대회에서 1등을 받을 정도였다. 아키시는 자신의 1등을 장담하고 있다가 시도에게 뺏기고나서 어떤 행동을 했을까?
헉... 동네 정육점에 뛰어가서 자기 다리를 잘라달라고 말한다. 역시 엉뚱한 아키시답다.
이 책을 읽는 초등학생이라면 아키시의 저런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감정이입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나이 대의 여자아이라면 할 법한 고민이기 때문에 자신의 경험과 비교해가면서 읽으면 좋겠다. 이 책은 자녀 혼자 읽도록 내버려두지 말고 부모와 같이 읽으면 좋다. 저 장면에서 아키시의 행동에 대한 가치판단을 부모가 먼저 하기 보다는 자녀의 생각과 평가를 먼저 들어주면 좋다. 이런 만화를 보면서 너무 비판적 잣대로 평가하기 보다는 유머러스하게 마무리하려는 작가의 의도를 설명해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키시가 시도에 대해 질투만 하고 끝나지 않고 시도를 도와주면서 진정한 친구가 되는 과정이 나온다. 아키시는 친구들과 함께 시도의 의족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시도네 집에 든 강도를 쫓아내기도 한다.
이것은 어린이 독자들에게 마음과 달리 행동하게 되는 주인공의 양가강점을 보여주면서 실생활에서 친구 사귀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어린이용 책에서 빠질 수 없는 똥과 관련된 에피소드도 나온다. 더러워하면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라 아이들이 좋아할 요소도 충분하다. 그리고 자신의 애완 원숭이 부부를 위해 ‘차차통가’의 똥을 찾으러 떠나는 이야기는 모험적 요소가 다분해서 용기있는 아키시의 행동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단,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이나 정서와 맞지 않는 부분에서는 부모의 지도가 필요하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옛날 이야기이고 한 번도 가본 적 없고, 미디어에서도 잘 만나기 힘든 나라인 코트디부아르가 배경이므로 단순히 우리의 시각과 맞지 않는다고 해서 폄하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시간적, 공간적 배경이 다르고 인종도 다르지만 아키시는 아주 귀업고 매력적인 캐릭터다. 같은 어린이로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충분하므로 그 부분을 부각한다면 부모와 자녀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책의 마지막에는 보너스 코너가 있어서 활용하기에 좋다. 아키시의 얼굴과 표정을 그려보고 6컷으로 만들어둔 곳에 자녀가 직접 뒷이야기를 완성하고 만화도 그려넣으면 더 재미있는 활동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