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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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미술관련 서적 쫌 읽어왔다. 미술관에 그림 감상도 하러 다녔다.

미술에세이라고 해서 반기며 책을 받았다.

단, 줄리언 반스가 쓴 책이라해서 살짝 걸리긴 했다.

왜냐하면 그의 소설 두 권을 읽었는데 그리 감동 받은 건 아녔기 때문이다.<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두 번 읽고도 빨간책방 가서 이동진이랑 김중혁의 해설을 들어야 했고, <연애의 기억>을 읽고는 좀 실망스러웠기 때문이다.

여윽시!!

 

 

이 냥반이 이번에도 나를 골리는구나!!

책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산책>이야기다. 이 책에서 그는 자신의 교양과 지식과 문학적 실력을 한껏 뽐내주신다. 웬만해선 감히 범접할 수 없다! 그의 발뒤꿈치 때만큼도...

그동안 그림 쫌 봤네~ 하던 나를 아주아주 작아지게 만들었다.

 

이 책에 실린 17명의 화가에 대한 글들은 작가가 1989년에서 2013년까지 25년간 쓰고 기고해온 에세이들 중에 고르고 고른 것이라 한다.

일단 책에서 다룬 17명의 화가들 중 아는 이는 9명뿐! 나머지는 그나마 이름이라도 들어본 적~~~이? 없고, 다 첨 만나는 화가였다. 목차에서 화가들의 이름을 주욱 훑어 본 순간 이미 의욕은 방바닥 아래로 푸욱 꺼지고 ...


그래~~서!

아는 화가들부터 읽기 시작!!

하...

그동안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건, 이름만 아는 거였어! 내용을 읽어보니 죄다 첨 듣는 말!! 어떻게 이렇지? 이제 어디가서 미술관 가는거 좋아한단 이딴 말은 절대 안 해야겠다!

 

그나마 꽤 유명한 세잔이나 마네의 경우도 일화든 그림에 대한 이야기든 모두 생소한 내용이었다. 작가가 미술에 대해 가지고 있는 해박한 지식, 아주아주 꼼꼼한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썼음을 알 수 있다. '귀스타브 쿠르베'같은 경우, 내가 아는거라곤 잘생겼다는것 뿐, 아는 그림도 "안녕하세요, 쿠르베씨" 달랑 하나뿐이었다!는 걸 확인했다.ㅠㅠ


이 그림은 거만하기 짝이 없는 쿠르베의 자세 때문에 '천재를 맞이하는 부자'라는 풍자섞인 별칭으로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외 화가 쿠르베 이야기는 모두 첨 듣는 내용... 그 얼굴에 여자 맘도 못 얻고 결혼도 하지 않았다니 놀라웠다.

앞서 말했듯 나는 잔뜩 주눅 들 수밖에 없었다. 전문가 뺨치는 소설가의 미술 산책을 감히 내가 따라가도 되나 싶어서...

 

 

이 책은 예술에 대한 사랑과 그림에 대한 넓고 깊은 지식이 소설가의 필력과 만났을 때 어떻게 꽃 피는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 나같은 사람은 그저 혀를 내두르며, 침 발라가며(혀 낸 김에) 책장을 넘기게 된다. 조~심,조~심. 왜냐하면 단번에 스윽 읽어내기엔 아깝기도 하거니와 뇌에 바로 접수가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미술에세이의 입문서로는 적합하지 않다. 혹시 작가의 명성만 믿고 책을 집어든 미알못(미술 문외한)이라면 중간에 책을 덮어버릴 수도 있다. 그럴까봐 작가가 앞에 배치한 화가는 '테오도르 제리코'다.


그림의 배경이되는 사건, 역사, 화가 이야기, 그림의 디테일 설명까지! 보통 미술관 도슨트에게서 들을 수 있는 친절함이 묻어난다.

작가는, "1장은 읽어야하지 않겠냐?"며 너무 일찍 손놓지 못할 글을 1장에 잘 배치한 듯 하다.

일단 1장은 권유한다. 혹시 2장에서부터 힘들다면 목차에서 아는 화가부터 찾아 읽으면 좋을 것이다. 그 후부턴 알아서 하시라~~ 그만 읽든 텀을 두고 읽든...

아, 또 누가 아는가? 처음 만난 반스의 글빨에 반하게 될지!!

 

미술 전공자이거나 미술사에 대한 전문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떨까? 그래도 줄리언 반스라는 작가를 이 책으로 처음 만난다면 각오는 해야할 것이다. 작가의 글 스타일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고, 자신의 미술사 지식 자부심에 스크래치가 생길 수도 있다. 작가가 수집한 디테일에 고개 숙이게 될지도 모른다. 작가적 상상력에 고개 갸우뚱하게 되더라도 너무 비판하진 말길 바란다. 제목에서 이미 밝혔지 않은가? '아주 사적' 이라고!!

이 책은 가고 싶은대로 이리저리 그림 산책하는 소설가의 뒤를 살금살금 쫓아가는 맛으로 읽으면 좋다. 놀랐다가 감탄하다가 하품도 좀 하다가~~ 소설가의 뒤만 놓치지 않으면 어느 순간 뿌듯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웬만한 그림 설명을 들어도 쉽게 접수되는 순간, 줄리언 반스에게 고마워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놀란 게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인상깊게 읽었던 장 위주로 짧게 정리해본다.

9장의 앞부분을 읽다가 이 이야기 어디선가 들은 것 같은데... 하고 몇 장 더 읽다보니 그림이 나왔다. <욕조안의 나체>였다. 그제서야 작년에 처음 만났던 ‘피에르 보나르’였고 도슨트의 설명이 떠올랐다. 급 반가웠다. 목차에서 이름만 보고 못 알아봐서 미안합니다!! 보나르~~

그가 너무나 사랑했던 뮤즈, 마르트가 등장하는 그림을 385점이나 그렸다. 죽은지 5년이 지날 때까지 마르트만 그렸다던 보나르의 정부 르네이야기. 작가가 펼치는 화가와 그의 삶, 그리고 그림이야기가 흥미롭게 읽혔다. 마치 소설처럼.

15장 이것은 예술인가?에서 만난 ‘론 뮤익’과 ‘폴 리셰’의 작품은 섬칫했다. 예술을 논할 때 접점에 놓는 단어는 외설이고 주로 회화가 많았던 것으로 안다. 쿠르베의 작품 ‘세상의 기원’을 논할 때도 그러했을 것이고. 그런데 폴 리셰의 조각은 기괴하다. 척수매독 환자의 상태라고 한다.

 

 

충격적 조각상을 보여주며 시작한 이 장에서 작가의 아주 사적인 예술론은 이렇게 마무리 된다.

 

 

"예술이 주는 지속적인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의식의 각도에서 접근하여 우리의 걸음을 멈추게 하고 감탄을 자아내는 힘이다. <운동 실조증에 걸린 비너스> 때문에 론 뮤익의 <죽은 아빠>의 강렬함이나 그 감동이 조금이라도 약화되는 일은 없다. "

 

 

16장 일화주의자에서는 작가로서의 실력을 뿜뿜해주신다. 일화주의자와 서사주의자의 차이를 비교하기 위해 작가와 화가들을 두루 불러온다. 이 장에 등장하는 작가와 화가의 면면이 장난 아니다. 읽을수록 ‘아니, 어떻게 이런 걸 다 알 수가 있지? 누구누구가 했다는 이 말은 진짠가? 프로이트가 전처 딸이랑 잤다는 건 또 어떻게 알고?’ 급 팩트체크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바로 깨갱이다. 내가 감히 무슨 수로 팩트체크를 하겠는가?ㅎㅎ 여기서 프로이트는 화가 루치안 프로이트로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손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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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조언 - 그럴듯한 헛소리 차단하고 인생 꿀팁 건지는 법
비너스 니콜리노 지음, 솝희 옮김 / 샘터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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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당신 자신을 보여라."

"나를 먼저 사랑해야 남도 사랑할 수 있다."

"기대하면 실망하게 된다."

"주는 대로 받고 속상해하지 마라."

"아무도 허락 없이 당신을 기분 나쁘게 할 수 없다."

"정직이 최선의 방책이다."

"기쁨을 주는 일을 좇아라."

"매일을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아라."


 

이런 조언들 한 번씩은 들어본적 있을 것이다. 지인에게서든, 책에서든, SNS상에서든.

그런데?

저런 조언들이 인생에 도움이 되었는가?

 

관계 전문가 '비너스 니콜리노'박사는 책 <나쁜 조언>에서, 단언컨대 NO! 라고 말한다.

(저자 설명은 아래 사진 참조)



 

저자는 말한다.

나쁜 조언은 고통을 덜어 주지 못하고 그저 고통의 존재를 부인하게 이라고.

저자는 이 책에서 나쁜 조언들이 왜 나쁜지 반박하며 좋은 조언을 해주겠다고 장담한다. 좋은 조언은 인생의 중요한 질문에 확실한 답을 주지는 않지만, 좋은 조언에 따라 행동한다면 자기 스스로 그 질문에 답을 할 수있게 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힘, 재능, 가능성을 발휘할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위 8가지 나쁜 조언 중 몇가지만 자세히 살펴보자~~


 

[그냥 당신 자신을 보여라]

 


어떻게 하면 면접을 잘 볼지, 소개팅 상대가 나를 맘에 안들어하면 어쩌지? 하는 주로 안 좋은 상황에서 듣게 되는 말인데, 저자는 정신 나간 헛소리일 뿐이라고 일갈한다. 이 말의 숨은 뜻은 "생긴 대로 살아, 이 쓸모없는 자식아!" 이다. 또 대부분의 자기계발 문화가 '다른 사람 생각 따위 신경 안써'라고 생각하는 걸 개인주의의 표현이라고 믿고 장려하는 게 문제다. 다른 사람이 무슨 생각하는지 정말 신경쓰지 않는다면, 신경쓰지 않는걸 다른 사람이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없는 것이다.


 

그럼 이 나쁜 조언에는 어떻게 대응하면 될까?

저자의 좋은 조언은,

"자신에게  FUCK을 날려라!"이다.

응? 웬 욕질??

저자가 말하는 FUCK이란 다음과 같다.

"자기 안에서 이해와 자신감, 지식을 발견하라" 는 말이다.

영어로는 "Go Find Understanding, Confidence,and Knowledge in Yourself"이다.

자신을 잘 이해하면 스스로를 신뢰하게 된다. 그리고 바라는 바를 구체적으로 연구해서 알게 된 것을 기록해본다. 자신을 정확하게 인지하면 자신감이 흔들릴 때 단단한 자기지식을 가질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진짜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자신감은 자기 인식, 자기 지식, 자기 신뢰가 하나로 합쳐져야 가능하므로 자신을 발견하라!!


당신은 당신이 보는 것 이상이다.

당신은 다른 사람이 보는 것 이상이다. 

당신은 당신이 아는 것 이상이다.


[정직이 최선의 방책이다]


 

정말 그게 가능할까?

 

사람들은 대화를 나누는 동안 10분에 한 번씩 서로에게 거짓말을 하며 온라인 채팅 때는 평균 15분에 한 번씩 거짓말을 한다는 최신 데이터가 있다. 모두가 이렇게 거짓말하는 상황에서 정직이 최선의 방책이 아닌 이유는, 거짓말이 인간의 결함이 아니기 때문이다. 거짓말은 기만 행의의 하나로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진화한 능력이다. 우리는 종종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다른 사람과 신뢰를 쌓고 그것을 지킬 필요가 있다. 예컨대 진실을 감추는 것이 무고한 사람에게 도움이 될 때처럼.


 

정직이 최선의 방책이란 말은 복잡다단한 인생의 경험을 이분법적으로 지나치게 단순화해버린다. 인생은 그렇지 않으며 우리는 타인을 속여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과 신뢰를 통해 연결되고 싶은 본능 사이에서 계속갈등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그 안에서 방향잡기가 어렵다.


 

자비로운 거짓말과 기본 거짓말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다면 자신을 속이는 본능을 이해하는 게 수월해질 것이다. 자비로운 거짓말쟁이가 되기로 결정한다면 사람들과 진정성 있는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속임수가 사회적 유대나 그 유대를 지탕하는 신뢰를 보호하는 역할을 할 때만 거짓말하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매일을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아라]

 

언뜻 낭만적인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 말은 부유한 선진국에서 안락한 삶을 사는 특권층을 겨냥한 조언이다. 자신을 돌보고자하는 욕구와 다른 사람에 대한 책임을 무시하는 말이다. 원하지 않으면 고통도 영리하게 피할 수 있다고 믿도록 사기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저자가 하는 조언은 어떤 것인가?

너무 바쁘게 살지 마라! 어차피 다 못 끝낸다!며 이렇게 하루를 살아보자고 말한다.


- 조용한 곳을 찾아라, 그러면 모두 들릴 것이다!

- 사는 곳이 어수선하면 머릿속도 어수선하다!

- 당신의 창의력을 표출하라!

- 신중하라, 인생엔 되돌리기 버튼이 없다!

- 영원히 살고 싶다면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어라!

- 감사로 채울수록 여유가 생긴다!

- 매일을 당신의 날인 것처럼 살아라!


 

마지막으로 저자는 이 책이 독자를 하나도 변화시키지 못했다 해도 이것만은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당신은 아무 문제가 없다!"

 

 

그리고 좋은 조언 한마디.

 

"살기 위해 자신을 믿어라!"


 

☞ 저자는 이책을 통해 자신을 알고 믿고 자신감을 가지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주위에서 들리는 나쁜 조언들에 휘둘리지 말자고! 지금 그러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한번 읽어보면 좋겠다. 그동안 나쁜 조언때문에 회의적인 생각과 자신을 부정적으로만 평가하게 됐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일생에 도움 안 되는 그럴듯한 헛소리는 차단하고 좋은 조언을 들어보자.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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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앞에 서는 게 두려워요 - 나서는 게 죽기보다 싫은 사람들의 심리 수업
오카다 다카시 지음, 박재현 옮김, 김병수 감수 / 샘터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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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게 힘들고 말이 안 나올 때가 있다.

- 거래처에 전화해야 할 일이 생기면 갑자기 불안하고 두려워진다.

- 회식이나 파티에는 가급적 참석하고 싶지 않다.

- 사람들 앞에서 결혼식 방명록에 글씨를 쓰려고 하면 손이 떨린다.

- 차갑고 무뚝뚝한 사람 앞에서 더 위축된다.

 

위와 같은 경험이 자주 있는 사람들이라면 참고하고 따라해 볼만한 책이 나왔다.

 

성격 장애 연구의 일인자이자 일본 최고의 정신과 의사 오카다 다카시의 책 <사람들 앞에 서는 게 두려워요>이다.

 

저자는 도쿄대 철학과를 중태하고 교토대 의학부에서 정신의학을 공부했으며 현재 오카다 클리닉 원장, 오사카 심리교육센터에서 고문을 맡고 있다.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 <예민함 내려놓기>등 현대인의 불안과 걱정을 살펴보는 베스트셀러를 집필했다. 저자도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무섭고 서툴렀다고 한다. 중학생 때부터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기 시작해 사회생활을 할 때까지 점점 심해졌다. 때로는 학교에 가지 않고 학술 모임도 긴장되어 피했다. 견딜 수 없을 만큼 마음이 불편해 그런 기회를 계속 피하다 보니 사람들 앞에서 제대로 말을 하지 못했다. 이제 저자는 울렁증과 멘붕에서 벗어났다.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은 환자들을 만나면서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차례는 아래와 같다.

 

1장에서는 사교불안장애의 증상과 유발 요인과 과정을 설명하며 독자에게 아래처럼 각 장을 읽고 자신의 상황을 써보도록 유도한다.

2장에서는 더 나아가 자신의 상황이 사교불안장애의 진단 기준의 어디쯤에 부합하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3장에서는 불안과 대면하도록 돕는다. 사교불안장애가 있는 사람은 타인에게 좋은 인상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고, 타인의 평가에도 너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 타인의 반응보다 자신의 반응에 사로잡히는 우를 범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불안에 지나치게 사로잡히지 않으려면 다른데로 시선을 돌리라고 권유한다. 불안하든 말든 중요한 건 자신이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성심성의껏 전하는 것이다. , 자신이 전하려는 메시지에 집중하라고 한다. 아래 표 생각을 기록하는 연습을 참고로 기록해 보자.

 

4장과 5장은 정신분석을 토대로 죄책감과 애착이 불안을 야기하는 원인을 밝히고 이를 극복할 방안들도 제시해 준다.

6장에서도 기록을 권유하는데 일명 노출치료이다.

자신이 어떤 상황에 노출되었을 때 공포감이 가장 큰지 기록해 보고, 행동이 끝난 뒤에 느끼는 공포도도 기록한다. 그리고 132쪽에서136쪽까지의 상황별 노출치료행동을 따라해보는 것이다.

예컨대 연설이나 발표가 서툰 경우 사용하는 행동사례는 아래와 같다.

 

- 방에 들어갈 때 큰 소리로 인사한다.

- 회의에서 한번 이상 발언 혹은 질문한다. 발언할 때는 일어서서 해 최대한 눈에 띄도록 한다.

- 다른 사람이 발표할 때 반드시 한번은 질문한다.

- 친구나 가족과 노래방에 가서 큰 소리로 노래 부른다.

- 노래방에서 연설을 연습한다.

- 가족 앞에서 발표나 연설을 연습한다.

- 낭독이나 연극 동호회에 가입하고 정기적으로 연습하러 간다.

-발표할 기회를 의도적으로 늘린다.

 

 

 

아래 표를 사용하여 실천한 것을 기록한다.

 

7장부터 마지막 장까지는 적극적 방법론들이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유명인들의 극복 사례를 참고로 용기를 내어 하나씩 실천해보도록 유도하고 있다.

카를 융의 경우 간질발작으로 학교에 다니기 어려울 정도였는데, 더 이상 회피해봤자 소용없다는 생각에 죽을 각오로 맞섰고 마침내 극복할 수 있었다.

간디는 이제 도망치고 싶지 않다고 결심하고 자신 앞에 놓인 일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동안 그를 괴롭히던 사교불안장애에서 벗어났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p.219

우리는 인생이 자신의 것이라고 해도 90퍼센트 이상은 외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어떤 부모를 가지는가, 어떤 환경에서 태어나는가와 같은 문제는 물론, 어떤 일을 선택하는가, 어떤 사람과 만나는가 등도 자신의 의사만으로 정할 수는 없다. 대부분 우연한 만남이나 계기에 의해 생긴다. 그러나 외부의 계기가 큰 기회로 이어지거나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전기가 되기도 한다. 큰 위기로 여겨지던 사태가 오히려 그 사람을 자유롭고 새로운 세계로 안내하거나 이제까지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우연에 지나지 않는 것이 그야말로 운명의 목소리로 변하라고 말한다.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의 과제나 직면한 문제에서 도망치지 말고 맞서면서, 새로운 가능성에 마음을 열고 밖에서 들려오는 운명의 목소리에 답해야 한다.

 

 

다양한 요인들로 타인 앞에 쉬 나서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고, 자신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고 병원이나 상담자를 찾아가지 않더라도 개선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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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책
니나 게오르게 지음, 김인순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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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상을 보지만 세상을 알지는 못해.

현실은 우리가 인지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복잡하거든."

☞ 종군기자로 전 세계를 누비며 세상을 보고 사람들을 만난 헨리가 에디에게 했던 말을 에디가 샘에게 그대로 들려준다. 이 문장은 독자들에게, 헨리가 코마상태에서 생각하고 표현하는(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것에 대해 의심없이 공감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

 

독일 작가 '니나 게오르게'의 소설 <종이 약국> 이후 두번째로 <꿈의 책> 을 만났다. 쌤앤파커스 출판사 서평단으로 받아서 읽게 되었다. <종이 약국>도 책과 사랑, 죽음으로 잘 짜여진 소설이었는데 이번 책도 그랬다. 다른 점은 <꿈의 책>이 더 슬프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안타깝다...

 

이 책도 주인공들이 책과 연결되어 있고 사랑이 중심축이며 죽음에 대해서는 더 깊숙히 천착한다.

주인공 헨리는 아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사고를 당한다. 태어나는 것도 보지 못했던 13살된 아들에게서 만나자는 메일을 받고 가는 길. 템즈강을 지나다가 유람선에서 떨어지는 소녀 매들린을 구해서 나오다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그리고 그 둘은 코마상태에 빠지게 된다.

소설은 사고 후, 헨리와 그의 아들 샘, 헨리의 연인이었던 에디, 이 셋의 시점으로 서술된다. 작가는 서술어를 모두 현재진행형으로 썼다. 과거 회상도, 헨리의 꿈 혹은 무의식도 모두 현재형으로 서술되기 때문에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을 독자들이 지금! 직접!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헨리는 코마상태로, 아무런 생체반응을 보이지 않는 상태이다. 음향과 목소리, 음악을 색깔로 보고 다른 사람의 드러내지 않는 감정을 알아차리는 능력을 가진 샘은 멘사회원이다. 에디는 출판사 사장으로 작가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꼼짝않고 누워 있는 헨리의 병실에 매일 찾아가는 샘과 에디(참고로 둘은 모자관계가 아니다)는 헨리가 깨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샘은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아빠와 부자간의 정을 나누고 싶고, 에디는 2년 전 무정하게 떠나버린 헨리를 아직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제목이 꿈의 책이라서일까. 그들이 기억하는 과거는 마치 꿈을 꾸는듯 하다. 하나의 사건이 다른 과정으로 진행되더니 결과가 달라지기까지 한다. 그리고 미래까지 펼쳐지면서 꿈꾸듯 과거와 미래를 자유자재로 오고간다. 우리가 후회할 때 흔히 가정법을 생각하듯. 만약에 이랬다면 어땠을까?하며 다른 결과들이 보여지기도 한다. 코마상태인 헨리의 꿈 속에서 더욱 그렇다.

헨리가 꼭 깨어나주길 바라는 샘과 에디처럼 독자도 점점 같은 마음이 된다. 그래서 후반부로 갈수록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졌다. 얼른 헨리가 깨어나고 해피엔딩이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p.296

                 

내 아들이 나를 보고 싶어 한다.

어서 달려가고 싶다!

오늘 내 아들을 기다리게 하지 않을 것이다.

p.377

나는 잠을 잔다. 그렇다. 확실하다. 나는 곧 깨어난다.

깨어난다. 나는 그저 깨어나기만 하면 된다.

갑자기 향긋한 내음이 코끝을 스친다. 브르타뉴 해변의 온화한 여름 저녁의 냄새가 난다.

 

 

저렇게 깨어나고 싶어 했던 헨리였는데...

이 책은 사랑하면 말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아들과 함께하고 싶었고 사랑하는 여인을 떠나고 싶지 않았으면서 생각과 다른 행동을 했던 헨리가 코마 상태에서 얼마나 후회하는가를 보여준다. 한편 의학적으로 코마상태에서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 그게 다가 아님을 말하고 있기도 하다.

                   

p.439

누군가가 코마상태에서 꿈을 꿀 수 없고 주위를 전혀 지각하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도대체 어디 있었던 걸까요? 그게 꿈도 현실도 아니라면, 돌아온 사람들이 하는 얘기는 뭘까요?

 

샘은 아빠가 분명 자신을 보고, 느끼고 있을 것이라 확신하며 저렇게 말한다. 그리고 헨리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삶과 죽음 사이에는 우리가 이곳에서 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이 존재한다."

맨 처음에 인용한 문구처럼 우리가 이 세상을 보고 있어도 다 알지 못하는 것은, 복잡하고 많은 것들이 있기 때문에 눈으로 보는 게 다가 아님을 이 소설은 말해주고 있다. 작가는 코마상태에 빠진 주인공과 주위 인물들을 통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현실인지 꿈인지 잠시 헷갈리게 한다. 그러나 분명한 건 내가 살아 있다고 느끼려면 사랑을 놓지 말자! 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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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목격자 - 한국전쟁 종군기자 마거리트 히긴스 전기
앙투아네트 메이 지음, 손희경 옮김 / 생각의힘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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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종군기자라는 단어는 내게 직업으로 다가오기보다 왠지 모르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시쳇말로 있어 보인다고나 할까. 마냥 멋지게 들린다는 뜻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 맥락없는 느낌의 근거는 어디서 온걸까 생각해봤더니 헤밍웨이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것도 참 근거없긴 매한가지인 것이, 그저 내가 아는 종군기자가 달랑 헤밍웨이 한명뿐이라 그런것이란 생각이 드니 좀 부끄럽긴 하다. 그런데 한국정쟁 종군기자 마거리트 히긴스라는 이름을 봤을 땐 깜짝 놀랐다. 아니, 한국전쟁에 여자 종군기자가 왔었다고? 1950년에 여자가 종군기자로 올 수 있었다는 것에 놀랐지만, 책의 표지를 보는 순간 한 번 더 놀랐다. 무슨 영화배우인줄 알았다. ‘, 책 표지를 옛날 영화에서 가져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마거리트 히긴스본인의 사진이었다. 저런 얼굴로 그런 험한 일을 했다고?

 

 

 

과연 마거리트 히긴스의 전기 <전쟁의 목격자>를 읽어보니 그녀는 내 선입견과 유사한 사람들의 시선을 온몸으로 받고 살았다. 그 시선 안에는 부러움과 질투, 관심과 유혹이 공존했다. 그런 시선을 받을 만큼 그녀는 충분히 빼어난 미모를 가지고 있었고 그에 더해 지성도 겸비하고 있었다. 또한 자신이 원하는 것은 기필코 얻어내고야마는 집념도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1세기 전에 태어난 그녀는 시대를 앞서가는 사고방식을 가진 여성이었고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었다. 이 책은 작가 앙투아네트 메이가 쓴 그녀의 전기이다. 70여 년 전에 한국전쟁에 종군기자로 참전했다는 이력보다 책표지의 외모에 끌릴 수밖에 없는 이 외모지상주의적 시각을 탓하며 표지를 넘겼다.

 

 

마거리트 히긴스는 아일랜드계 미국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192093일에 태어났다. 아버지는 1차 대전에 참전한 군인이었고 어머니와 파리의 공습대피소에서 만났다는 것이 그녀의 운명의 시작이었던 게 아닐까싶다. 그녀는 홍콩에서 태어났는데 이미 생후 6개월부터 여행을 시작하게 된 것 역시 세계 곳곳을 누비게 될 두 번째 전조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부모가 미국 오클랜드의 섀벗코트라는 곳에 정착했고 마거리트는 그 동네에서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시기어린 눈총을 받았다. UCLA와 컬럼비아 대학에서 수학 후 뉴욕 헤럴드 트리뷴에서 기자로 입사하게 될 때까지 닥쳤던 여러 난관들을 그녀는 깔끔하게 클리어했다.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일등공신은 그녀의 외모와 직진하는 그녀의 성격 덕분이었다.

UCLA의 동문 버딘 프랭클의 증언을 보면 그녀의 매력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p.58

자기가 속한 집단에서 매기(마거리트의 애칭)는 늘 리더였는데 부드럽고 조용한 방식으로 권력을 손에 쥐었어요.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 언제 끝낼지 결정하는 것은 그녀였어요. 대체로 매기가 매력을 발산하면 사람들은 그게 자기에게도 유리하거나 심지어 원래 자기 아이디어였다고 확신했어요. 매기에게는 귀엽고 어린애 같은 면이 있었는데 그게 정말이지 대단히 유혹적이었어요. 1950년대 후반에 브리지트 바르도가 무척 인기 있었을 때, 난 대학 시절의 매기 생각이 자주 났어요.”

 

 

또한 그녀의 추진력은 컬럼비아대학의 저널리즘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하게 되는 과정을 무용담처럼 말했던 칼 애커먼 학장의 입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대학원의 여성정원이 모두 찼다고 규정을 아무리 설명해도 끈질기게 학장에게 요구했고, 그는 결국 여성학생처장을 설득하면 수락하겠다고 하자 기어코 그것까지 받아내고야 말았다. 그러나 나흘 안에 추천서 다섯 통을 첨부한 고등학교와 대학교 성적표를 제출하라고 했다. 40년대에 서부에서 동부까지 그 서류들을 어떻게 다 보낸단 말인가? 그녀는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항공우편으로 받아냈고 학비까지 도움을 받았다. 이처럼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은 끝내 이루고야 마는 성격이었다.

 

 

그 후 마거리트는 트리뷴에서 기자 생활을 하며 전 세계의 전장을 누비게 된다. 2차대전 당시 독일에서 전쟁의 참상과 인간의 폭력성을 목도하고 자신의 정치철학을 구체화하고 발전시켜나갔다. 그러나 군인도 종군기자도 남자뿐인 전장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을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p. 130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마거리트는 종종 외로웠다. 그녀의 빼어난 외모는 때로 골칫거리가 되기도 했다. 여러 파티에서 모욕적인 희롱을 당한 그녀는 자신이 다른 남성기자들끼리 공유하고 있는 동지애에서 배제돼 있다는 것을 알고 처음에는 놀랐다. 재능과 용기를 갖춘 여성은 남성 기자들이 보기에 기자로서의 역량뿐만 아니라 남성성에 대한 도전이었다. 예쁘장한 금발 미녀의 외양 뒤에 지칠 줄 모르는 경쟁자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나면 그들은 그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난처해했다.

 

 

다음은 <라이프>지의 칼 마이댄스의 평가다.

 

p.254

남성저널리스트들은 언제나 서로를 비판했어요. 보도에서 부정직하거나 게으르거나 어쩌면 알코올의존증일지도 모른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기자가 여러 사람과 자고 돌아다닌다는 이유로 혹평을 받는 일은 결코 없었습니다. 매기를 향해서는 끊임없이 퍼부어졌던 비난이지요. 남자에 대해 의견을 나눌 때는 고려할 만한 가치조차 없던 문제가 여성을 묘사할 때는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남자들은 보도를 자기들만의 특권적인 영역으로 여겼습니다. 그들이 가장 신성시하는 영지인 전쟁에 침범한 여성이 남자와 동등한 재능을 갖추었고 때로 더욱 용감하다는 것이 밝혀지기라도 하면, 그건 품위있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죠. 예전 도쿄에서 있었던 칵테일파티에서 매기는 매혹적이고 여성스러웠으며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전선에서 그녀는 전적으로 일에만 몰두했어요. 그녀는 체제, 그러니까 군대라는 남성들의 세계와 전투를 치러야 했던 직업 무대에서는 아주 냉철했습니다. 남자였다면 존경받았을 경쟁심과 결단력 같은 바로 그 자질 때문에 남자들은 매기를 괘씸하게 생각했어요. 그들은 매기의 도덕관념을 공격함으로써 자신들이 느끼는 괘씸한 마음을 표출했죠.

 

 

마거리트는 종군기자로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목숨을 내놓고 일해야 했고 한편 여성으로서 남성과 총성없는 전쟁을 벌여야 했다. 그런데 그녀는 여성이기에 치러야만 했던 이 이중고에 대해 그리 불만스러워하진 않았던 것처럼 보인다. 저자의 시각이 그러해서인지는 모르겠는데, 자신의 상황에 대해 투덜거리기보다는 자기 앞에 주어진 덤불을 하나하나 헤치며 앞으로 그저 앞으로 나아갔던 것으로 보인다.

 

독일과 폴란드 러시아등 유럽 각지를 누비며 <트리뷴>의 베를린 지국장으로 근무하던 그녀는 19504월 도쿄에 도착한다. 그녀 나이 스물아홉이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한국으로 가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한국은 여자가 갈 곳이 아니라며 만류했지만 그의 동료 키스 비치그녀라면 괜찮아.”라고 말했다. 이제 그녀는 인정받는 종군기자가 되어 있었으며 한국전쟁 최초의 여성종군기자가 되었다. 한국전쟁에서 그녀는 일반 병사들과 같이 잠들었고 몇 주간 씻지도 못하고 같은 옷을 그대로 입은 채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전장을 누볐으며 맥아더 장군이 지휘한 인천상륙작전에도 함께 했다. 한국의 상황을 그녀는 이렇게 표현했다.

 

p.204

궁극적으로 공산주의 한국과 자유 한국 사이의 경계선이 되어 버린 위도 38도는 국제법상 아무런 근거가 없다. 이 위도선은 일본 전쟁 포로들을 나누는 문제에서 해결점을 찾으려는 미국과 러시아가 임의대로 선택한 것이다. 합의에 따르면 위도선 위쪽에서 항복한 모든 일본인은 소련의 포로가 되고, 위도선 아래쪽에서 항복한 일본인은 미국의 전쟁포로수용소로 가게 되었다. 연립 정부 수립이 불가능하다는 게 러시아와 미국 양쪽 모두에게 분명해졌을 때, 이 위도선은 총과 철조망이 빼곡한 영구적인 장벽으로 변했다.

 

 

당시에 이미 그녀는 객관적 상황을 토대로 이런 시각을 표현했는데 우리는 오랜 시간 장막에 가려져있다시피 했고 한국전쟁 발발에 관한 팩트를 알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학교에선 물론 반공교육을 받았으며 사회전반에 가득 찬 반공이데올로기는 북한의 남침으로 발발한 전쟁이라는 정설을 의심할 여지없이 살아왔다. 물론 아직까지 그렇게 믿고 있는 사람도 많으며 학교교육현장에서도 특별히 바뀌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정세를 정확히 파악하고 설득력 있는 칼럼을 썼던 마거리트는 해외 취재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1951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퓰리처상을 받은 것으로 확인 가능하지만 그녀의 저널리즘에 대한 긍정적 평가 중 하나는 다음과 같은 글이다.

 

p.290

한국의 정치 행위를 바라보는 매기의 견해는 그 솔직함, 우리 다수가 강하게 느끼면서도 잘 표현할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한 단순한 표현, 전장의 비극과 거기에 밀접히 관계된 사람들의 행태에서 관찰되는 희극사이를 오가는 완급 조절이라는 점에서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 그녀의 글은 짧은 문장에서도 상황을 풍부하게 전달하는 능력이 탁월해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질 듯하다. 전투중인 병사들에 관해 심각하게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도 그녀는 풍자를 잊지 않고, 관찰한 것들은 오래도록 기억되고 널리 인용될 만한 진실한 울림을 담고 있다.”

육군성의 정치역사학자 S,L.A. 마셜의 평가다.

 

그녀에 대해 다르게 평가한 종군기자도 있다.

그녀의 에너지와 무모함은 다른 모든 사람들을 힘들게 했죠.”

그러나 마거리트는 자신의 행동이 무모하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렇게 말했다.

총에 맞을까봐 걱정해서는 결코 기사를 따낼 수 없다.”

 

다른 사람에게는 막무가내로 보일지 몰라도 그녀는 어떤 상황에서도 몸 사리지 않고 다른 누구보다 맨 앞에 서는 사람이었다. 그녀의 생애를 읽으면서 놀랍고 존경스런 마음이 솟아오르는 한편 안쓰러운 마음도 절로 들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서... 그러나 그녀는 꼭 그렇지만은 않았던 듯하다. 마거리트는 자신의 외모적 매력을 십분 활용했으며 그에 더해 일적인 능력도 최대치를 끌어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자원을 거의 모두 사용해서였을까? 그녀는 너무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돌아와 결혼도 하고 남매를 낳고, 각계 유명 인사들과 인터뷰도 하며 인기 칼럼니스트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베트남에 다녀온 후 희귀한 열대성 질환으로 196613일에 사망하고 말았다.

 

마거리트는 죽음의 손길에서 여러 번 비껴간 자신의 생을 돌아보며 자신과 함께했던 행운에 대해 1955년 자서전 <뉴스는 둘도 없는 것>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p.286

모든 것을 잃어버렸고 주위를 둘러싼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시기에 살아남는 경이를 전달 할 수 없다. 운명, 숙명, 천명... 무엇이라 하든, 나는 한국에서 내게 할당된 몫 이상을 받았다. 그리고 아마 내가 전쟁에서 집으로 돌아온 직후에 자주 행운이 따르지 않은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그녀의 외조부가 베트남에서 얻은 열대성 열병으로 사망했고, 그녀가 생후 6개월만에 여행을 갔던 곳도 베트남이었으며, 그녀의 마지막 취재지와 열대성 질환을 얻어온 곳 역시 베트남이었다. 이거야말로 운명인건지, 신기한 반복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한국전 종군기자로서 마거리트 히긴스의 활약상이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그러나 전기이다보니 한국전쟁에만 초점이 맞춰져있지 않는 게 당연했고 오히려 그녀의 전 생애에 대해 알게 되었다. 외모때문에 능력이 가려지는, 그렇고 그런 뻔한 여성으로 사는 것을 온몸으로 거부하고, 하나의 몸으로 두 개의 전장에서 활약했던 마거리트 히긴스의 생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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