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책
니나 게오르게 지음, 김인순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세상을 보지만 세상을 알지는 못해.

현실은 우리가 인지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복잡하거든."

☞ 종군기자로 전 세계를 누비며 세상을 보고 사람들을 만난 헨리가 에디에게 했던 말을 에디가 샘에게 그대로 들려준다. 이 문장은 독자들에게, 헨리가 코마상태에서 생각하고 표현하는(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것에 대해 의심없이 공감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

 

독일 작가 '니나 게오르게'의 소설 <종이 약국> 이후 두번째로 <꿈의 책> 을 만났다. 쌤앤파커스 출판사 서평단으로 받아서 읽게 되었다. <종이 약국>도 책과 사랑, 죽음으로 잘 짜여진 소설이었는데 이번 책도 그랬다. 다른 점은 <꿈의 책>이 더 슬프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안타깝다...

 

이 책도 주인공들이 책과 연결되어 있고 사랑이 중심축이며 죽음에 대해서는 더 깊숙히 천착한다.

주인공 헨리는 아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사고를 당한다. 태어나는 것도 보지 못했던 13살된 아들에게서 만나자는 메일을 받고 가는 길. 템즈강을 지나다가 유람선에서 떨어지는 소녀 매들린을 구해서 나오다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그리고 그 둘은 코마상태에 빠지게 된다.

소설은 사고 후, 헨리와 그의 아들 샘, 헨리의 연인이었던 에디, 이 셋의 시점으로 서술된다. 작가는 서술어를 모두 현재진행형으로 썼다. 과거 회상도, 헨리의 꿈 혹은 무의식도 모두 현재형으로 서술되기 때문에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을 독자들이 지금! 직접!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헨리는 코마상태로, 아무런 생체반응을 보이지 않는 상태이다. 음향과 목소리, 음악을 색깔로 보고 다른 사람의 드러내지 않는 감정을 알아차리는 능력을 가진 샘은 멘사회원이다. 에디는 출판사 사장으로 작가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꼼짝않고 누워 있는 헨리의 병실에 매일 찾아가는 샘과 에디(참고로 둘은 모자관계가 아니다)는 헨리가 깨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샘은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아빠와 부자간의 정을 나누고 싶고, 에디는 2년 전 무정하게 떠나버린 헨리를 아직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제목이 꿈의 책이라서일까. 그들이 기억하는 과거는 마치 꿈을 꾸는듯 하다. 하나의 사건이 다른 과정으로 진행되더니 결과가 달라지기까지 한다. 그리고 미래까지 펼쳐지면서 꿈꾸듯 과거와 미래를 자유자재로 오고간다. 우리가 후회할 때 흔히 가정법을 생각하듯. 만약에 이랬다면 어땠을까?하며 다른 결과들이 보여지기도 한다. 코마상태인 헨리의 꿈 속에서 더욱 그렇다.

헨리가 꼭 깨어나주길 바라는 샘과 에디처럼 독자도 점점 같은 마음이 된다. 그래서 후반부로 갈수록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졌다. 얼른 헨리가 깨어나고 해피엔딩이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p.296

                 

내 아들이 나를 보고 싶어 한다.

어서 달려가고 싶다!

오늘 내 아들을 기다리게 하지 않을 것이다.

p.377

나는 잠을 잔다. 그렇다. 확실하다. 나는 곧 깨어난다.

깨어난다. 나는 그저 깨어나기만 하면 된다.

갑자기 향긋한 내음이 코끝을 스친다. 브르타뉴 해변의 온화한 여름 저녁의 냄새가 난다.

 

 

저렇게 깨어나고 싶어 했던 헨리였는데...

이 책은 사랑하면 말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아들과 함께하고 싶었고 사랑하는 여인을 떠나고 싶지 않았으면서 생각과 다른 행동을 했던 헨리가 코마 상태에서 얼마나 후회하는가를 보여준다. 한편 의학적으로 코마상태에서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 그게 다가 아님을 말하고 있기도 하다.

                   

p.439

누군가가 코마상태에서 꿈을 꿀 수 없고 주위를 전혀 지각하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도대체 어디 있었던 걸까요? 그게 꿈도 현실도 아니라면, 돌아온 사람들이 하는 얘기는 뭘까요?

 

샘은 아빠가 분명 자신을 보고, 느끼고 있을 것이라 확신하며 저렇게 말한다. 그리고 헨리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삶과 죽음 사이에는 우리가 이곳에서 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이 존재한다."

맨 처음에 인용한 문구처럼 우리가 이 세상을 보고 있어도 다 알지 못하는 것은, 복잡하고 많은 것들이 있기 때문에 눈으로 보는 게 다가 아님을 이 소설은 말해주고 있다. 작가는 코마상태에 빠진 주인공과 주위 인물들을 통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현실인지 꿈인지 잠시 헷갈리게 한다. 그러나 분명한 건 내가 살아 있다고 느끼려면 사랑을 놓지 말자! 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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