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테크, 지구가 허락할 때까지 - 지속 생존을 위한 비즈니스 액티비스트 선언
이병한 지음 / 가디언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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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원헬스 개념을 알게 되고부터 지구와 생태계를 구하는 것에 대해 부쩍 관심이 생겼다. <EARTH TECH, 지구가 허락할 때까지>는 역사학자이자 ‘EARTH+’ 대표 이병한씨가 지구를 살리는 기술을 만든 4명의 스타트업 CEO를 만나 지구 사업의 현주소와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에 관해 대화를 나눈 내용이다. 지구를 망치는 하이테크(High Tech)에서 지구를 살리는 딥테크(Deep Tech)로 전향한 이들은 마이셀프로젝트 사성진 대표, 마린이노베이션 차완영 대표, 루트에너지 윤태환 대표, 심바이오틱 김보영 대표이다.






"마이셀프로젝트" 사성진 대표는 버섯을 이용하여 대체 고기를 만들고 대체 가죽을 만든다.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손꼽히는 소고기 대량 생산을 줄이고 향후 100억 인구의 식탁을 책임지게 될 주인공이다. 그는 미생물, 이것이 인류를 보존할 히든카드라고 말한다.





공장식 축산의 폐해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통해 뉴질랜드 청정육의 이면, 콩고기를 위한 대두 재배 문제, 배양육과 그린 워싱의 문제 등 새로운 것을 많이 알게 되었다. 나는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고기를 자주 먹는 편은 아니다. 그래도 사성진 대표가 만든 버섯고기의 맛은 궁금하다.



"마린이노베이션"의 차완영 대표는 해조류 추출물로 양갱, 해초 샐러드, 후코이단을 생산하고 부산물로는 달걀판과 종이컵, 종이접시 등을 만들고 있다.

인터뷰 후반에 개인사에 대한 부분도 나오는데 차원영 대표의 딸이 생후 1개월부터 희귀병을 앓기 시작했다는 것을 밝혔다. 차대표는 딸의 질병의 원인을 환경(호르몬)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환경 때문에 다른 아이들도 아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지금 어른 세대가 해결해야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부모가 자식의 병을 낫게 하는 심정으로 지구를 지키고 깨끗하게 후세대에게 물려주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도 했다.

지구를 위해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일에서 빠지지 않는 것은 재활용품 분리수거 잘하고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늘 궁금했다. 지속적인 캠페인 외에 뭔가 더 적극적으로 실천할 방법은 없을까? 마린이노베이션이 해조류를 이용해 만드는 제품들을 보고 무릎을 탁 쳤다. 이런 제품들이 더 많이 만들어지고 알려지면 좋겠다. 이 기업에서 스티로폼이 소재인 바다 부표를 해조류로 만들고 있다하고 항공사부터 아이스크림회사까지 주로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업체에 납품하겠다고도 했다.

이렇게 플라스틱 일회용품을 대체할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이미 있다는 걸 알게 되니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고 지금 사용하는 모든 일회용품이 해조류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이 회사에서 만든 제품을 실제로 본 적이 없고 어디에서 파는지 잘 모른다. 어서 마트 일회용품 코너에 진열된 이런 제품들을 죄책감 없이 골라 카트에 담고 싶다.


“루트에너지”는 온라인플랫폼을 통해 발전소 직접투자, 건설 관리, 관리 운영, 전력 중개 거래를 하는 기업이다. 윤태환 대표는 에너지 사업에 파이낸스와 로컬커뮤니티를 결합시켰다.




태양광과 풍력은 앞으로 더 확장되어야할 에너지 자원이라는 정도만 알았지 일반인인 나 같은 사람에게는 멀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태양빛과 바람이 어떻게 에너지화 되는지도 모르면서 전기를 숨쉬듯 편하게 잘만 쓴다. 이 인터뷰를 통해 태양광에너지에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사업을 하는 업체가 더 알려져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활성화된다면 에너지 생산과 재테크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세계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도 오락가락하는 정책 때문에 지속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계에 나가 상을 받아오면 그린뉴딜정책에 이용하기나 하고 실제 그린뉴딜은 구호만 난무할 뿐 이런 기업들에 실질적 지원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 뉴스에 오르내리는 그린뉴딜선언, 탄소감소정책 및 탄소세 같은 기사는 당장에 어떤 변화가 이루어진 것처럼 들렸는데, 현장에서 이런 어려움이 있다니 답답하다. 당사자들은 오죽할까... 현장과 정책의 차이를 누가 줄일 수 있을까?

"심바이오틱"의 김보영대표가 농업용 로봇회사를 창업한 사연은 드라마틱했다. 외교관이 꿈이었던 그가 부다페스트에서 기차를 놓치고 망연자실하게 앉아있을 때 다가와 말을 건 남자와 결혼한후 강원도 평창에 천 여평이 넘는 땅을 개간해 산삼농사를 시작했다. 엔지니어였던 그 남자는 이탈리아 사람이었고 그의 고향 마을에 따라갔다가 이탈리아 사회적 농장에 반해 한국에서도 실현해보고픈 꿈을 꾸게 된 것이다. 현재 심바이오틱은 무인인공지능트랙터를 필두로 다섯 종류의 농업 및 공업용 로봇을 탄생시켰다.


김보영 대표는 인간을 대체하는 로봇이 아니라 인간과 협업하는 시대가 곧 열릴 것이라고 했다. 강원도 땅에서 만들어낸 기술과 작물로 K-테크를 세계에 알리고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고 싶다고 했다. 내가 알고 있는 농업 로봇은 올 초에 읽은 일본소설 <변두리 로켓>에서 나온 논농사용 트랙터가 전부였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열정적으로 농업로봇을 만드는 사람이 있다는 걸 이번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심바이오틱에서 만든 트랙터는 험한 산지에서도 넘어지는 일 없이 움직인다고 하니 <변두리 로켓>속 그것보다는 훨씬 업그레이드 된 기술인 것 같다. 김보영씨와 남편 토스케티 지안 마리아씨는 농촌과 미래를 위한 생각을 24시간 내내 하면서 사는 사람들이었다. 두 사람의 운명적 만남처럼 그들의 기술이 농업의 운명을 바꿀 날을 기다려 본다.


평소 문학을 즐겨 읽지만 내가 접하지 못하는 지식이나 세상에 대한 책을 찾아 읽으려고 노력한다. 이번 책 <어스테크, 지구가 허락할 때까지>는 기업인을 만난 인터뷰였지만, 관심을 놓지 않고 있던 기후변화 문제, 원헬스 같은 개념들과 연결되는 내용이라서 읽게 되었다. 항상 느끼지만 역시나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게 너무나 많고 멋진 사람들도 많다는 걸 또 절감했다.

이병한 저자가 만난 네 명의 인물들은 공통점이 있었다. 세상을 이롭게 하고 지구를 위하는 일에 헌신하는 태도이다.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부를 축적하고 일신의 영달만을 꾀하는 이가 어디 한둘인가. 그러나 이 책에서 만난 사람들은 높은 이상을 현실에서 이룩하려고 노력하여 어느 정도는 이루어냈다. 단, 그들의 열정적 노력에 비해 정책적으로 뒷받침되지 못하는 부분은 몹시 아쉬웠다. 이렇게 멀리 보는 눈을 가진 사람들의 미래와 지구를 위해 하는 일이 더 잘 실현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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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 (반양장) 창비청소년문학 106
이희영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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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리뷰는 창비에서 사전서평단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가공개 전에 작성했습니다**

창비 신간 <나나>는 독특한 마케팅으로 관심을 끌었다. 10월 1일 정식 출간될 이 소설은 제목부터 궁금증을 유발하는데 출판사에서 공개한 해시태그로 작가를 유추해보는 재미를 주었다. #페인트 #아몬드 #위저드베이커리 는 모두 창비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이니 #나나 도 수상작일지 아니면 기존 이 문학상 출신 작가의 신간일지 예상해보았다.

사전 서평단용 표지에 ‘소설Y 대본집 #01’이라는 문구를 넣고 대본집처럼 만들어서 좌우가 아닌 위아래로 넘기게 되어있다. 기존 책과 다른 스타일로 편집을 한 점이 신선했는데 출간될 책도 동일하게 나올지 역시 궁금하다.

#영혼가출 #K-영어덜트 라는 해시태그는 남녀 두 주인공이 고등학생이라서 학생들이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물론 어른에게도 해당된다. 그동안 창비 청소년문학 수상작들이 나이 구분 없이 꾸준히 사랑받고 있으니 이번 책도 그 대열에 합류할 것 같다.

책 내용 외에 다른 설명이 너무 길었다. 그간 사전 서평단으로 받았던 책들과는 구별되는 지점이 있어서 그 소개를 다하려는 욕심이 컸다.

처음부터 사고다! 버스가 가로수를 들이받으며 책이 시작된다. 남녀 고등학생 두 명. 은류와 한수리의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오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식물인간 그런 거 아니다. 몸은 다친 데 하나 없이 멀쩡해서 바로 정상생활을 시작하지만 둘의 영혼은 이미 몸에서 나와 있는 상태가 된다. 자신의 몸이 영혼 없이 루틴대로, 몹시도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걸 지켜보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어벙벙하게 지켜보는 둘에게 선령이 다가와 말을 건다. 애들이 깜짝 놀라 저승사자인지 뭐 그런거냐고 묻자 자신은 살아있는 영혼을 사냥한다며 저승사자와는 전혀 다른 일을 한다고 말한다.(선령 : 사냥할 선獮 영혼 령靈) 선령은 영혼 털린 영혼?에게 이 황당한 상황을 이해시키고 틱틱거림과 토닥임을 같이 하는 츤데레같은 역할을 한다.

둘의 영혼이 일주일 안에 자신의 몸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과연 가능할까? 들어가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 그걸 이 리뷰에서 다 풀수는 없고...

주인공 소개부터~~ 로사여고 2학년 한수리는 엄친딸의 대명사다. 그런데 영혼없이 잘만 살아가는 자신의 몸을 보고 있는 영혼 수리는 답답하고 기막혀 한다. 어서 몸 안으로 들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류는 자신이 살아있는 게 죽은 동생보다 못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이런 일이 일어나고 보니 자신의 몸으로 되돌아가는 것에 그리 관심이 없다.

여기까지 보면 둘의 상황이 반대인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각자 자신의 삶을 지탱해나가기가 너무나 버거웠고,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두 고등학생의 생각을 통해 드러나는 작가의 세계관은 독자의 나이와 상관없이 공감하게 될 것이다.

인간들은 자신의 마음속을 온전히 들여다볼 수 없었다. 그래서 인간을 곧 우주라 표현하는 걸까? 너무 광대해서, 그 시작과 끝을 알 수 없어서.

나락 하나에도, 대추 한 알에도 우주가 들어있듯 인간이 곧 우주라고 말한다. 이럴 때 우주와 위의 류가 깨달은 우주는 조금 다르다. 남의 마음을 다 알 수 없기에 우리는 타인을 이해한다는 말을 함부로 쓰지 못한다. 그럼 내 마음은 내 것이므로 잘 아는 걸까? 그게 아니라는 걸 고작 17년 남짓 산 류는 알고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세상물정 다 아는 것 마냥 잘난 체 하면서 정작 제 마음은 잘 모르는 어른들이 수두룩한데 말이다.

총체적 난국입니다. 아시겠지만 인간들이 터진 주머니 속 동전처럼 홀랑홀랑 제 영혼을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육체는 멀쩡히 살아 있는데 말입니다. 이런 괴현상이 영혼을 단단히 키워야 할 십대들에게도 발생할 줄은 몰랐습니다. 멀쩡한 사자를 선령으로 강등하면서까지 제게 이 문제를 해결하라 하셨지요. 솔직히 말씀드려 뾰족한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

수리는 몹시 조급해하며, 류는 아주 태연합니다. 이렇게 극과 극의 영혼이 동시에 육체를 이탈한 일은 정말 이례적입니다. 그만큼 제 피곤이 가중된다는 사실 또한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만약 남은 사흘 안에 개성이 또렷하다 못해 흘러넘치는 두 영혼이 육체로 돌아가지 못한다면 제가 직접 저승으로 인솔할 수밖에 없습니다.

(……)

암울한 소식 중에 티끌만 한 희망적인 이야기가 있습니다. 수리의 영혼이 드디어 자신에게서 한 걸음 물러섰다는 것입니다. 류는 이제야 비로소 스스로에게 한 발 다가섰습니다. 각자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알아가는 듯 보입니다. 결과는 아직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일주일이란 그리 긴 시간이 아니지요. 평생을 스스로를 잃어버린 채 사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까. 인간이란 본디 쓸데없이 복잡하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단순한 생명체니까요.

[선령의 첫번째 서]

이 책에서 선령이 보고하는 편지는 두 번 나온다. 위는 3분의 1지점에 나오는 첫 번째 편지의 일부이다. 두 번째는 마지막에 나온다.

첫 번째와 두 번째 편지 사이에 수리와 류의 내밀한 심리와 숨겨진 상황이 드러난다. 이 부분을 읽는 독자는 나이에 따라 꽤 다른 결의 감동을 느낄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고등학생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고단한 것인지를 공감하는 학생들, 부모로서 자식에게 드는 양가감정에 당혹스러워하는 어른들 모두 감정이입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다가 서로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실제로 상대에게 다정하게 대한다면 거창한 독후활동보다 나은 실천적 활동이 될 것이다.

수리와 류의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와 자신을 지켜보는 일은 성장과정에서 꼭 필요한 자기객관화 과정이다. 내가 왜 이런 마음이 들고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를 스스로 관찰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성장한다. 영혼 이탈이라는 소재를 사용해 작가는 청소년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자신을 바라볼 기회를 가져보라고 권유한다. 부모 역할, 자식 역할에 매몰되지 말고 한 발짝 물러나 여유를 가지고 서로를 바라보라고 한다. 세상 누구의 마음보다 알아차리기 힘든 내 마음을 조용히 지켜보라고.

허나 내 마음을 알아차리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도 선령의 입을 빌어 말한다.

"사실 자신을 아는 인간은 드물어.”

“인간들은 참 이상해. 점점 더 똑똑해지고 기술은 발전하는데 그럴수록 영혼을 잃어버리는 사람은 늘어나거든. 머리가 똑똑한 것과 영혼이 단단해지는 건 상관관계가 없는 모양이야.”

엄마 카톡 프로필에 올라갈 딸자랑을 위해 온 힘을 다해 열심히 살았던 수리, 아픈 동생 때문에 버려질까봐 두려워 예스맨으로 살아온 류는 자신의 영혼을 다잡고 살 수 있게 된다. 일주일간 자신의 몸 밖에서 제 행동을 바라보며 깨달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내가 나를 위해 사는 것임을! 자신을 사랑해야 타인도 사랑할 수 있을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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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고 아는 존재 - 인간의 마음은 어떻게 진화했을까
안토니오 다마지오 지음, 고현석 옮김, 박문호 감수 / 흐름출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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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과 경험에 의해 작성했음을 미리 밝힙니다**


"안토니오 다마지오"라는 사람이 누군지 몰랐다. 과학 역시 잘 모르며 물리는 젬병이고 생물과 뇌과학은 조금 관심이 있다. 그래서 과학분야의 책은 일부러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이번 책 <느끼고 아는 존재>는 제목에 눈 번쩍(어디서 들었던 아는 말 나왔다며!)했고, 색감 이쁜 표지에 혹(느낌에 완전 낚임ㅠ)했으며 감수자 이름(박문호)을 본 순간, 서평단 신청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이 재미있었느냐?

흠... 이런 과학 책은 재미있기 어렵다.

그럼 쉬웠나?

마지막 역자의 말에서 이 책이 그동안 다마지오의 책 중에 가장 대중적이라서 쉽게 쓰여졌다고 한 말에 깜짝 놀랐다.

쓰면서 다시 생각해보니 이 책을 고르게 한 최고 조력자는 박문호 박사다. 올해 초부터 그의 강의를 팟캐스트로 들었는데 과학의 세계를 너무 쉽게 설명해주어 내가 착각한 것이었다. 사실 박문호 박사의 강의는 여러 다른 분야보다 어려워서 몇 번씩이나 다시 듣기를 해야 했다. 왜냐? 한 번만 듣고는 뭔 소린지 당최 모르겠으니까... 지구에서 출발해 인간까지 이어지는, 과학의 전 분야가 통섭되어 있는 내용의 강의는 그 어떤 것보다 재미있었다. 동일한 내용을 듣는데도 들을 때마다 새로운 걸 알게 되니 신기한 노릇이었다. 그렇다! 박문호 박사를 몰랐다면, 몇 달 전 인간의 느낌과 의식에 대한 강의를 듣지 않았더라면 이 책은 스쳐지나갔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서서히 공포가 몰려왔다. 읽다 잠든 사이에 리뷰를 썼다. 꿈에 리뷰를 쓴 건 처음이었으며 일필휘지로 술술 써내려간 내용이 눈 뜨자 까맣게 클리어되어 버렸다. 그건 분명 악몽이었다. 저자 ‘다마지오’보다 박문호 박사 얘기를 더 많이 하고 리뷰 악몽으로 밑자락을 까는 이유가 혹시나? 크흠... 역시나! 이 책, 어렵다!(역자는 이 저자가 그간 낸 책 중에 가장 쉽다고 했음ㅠㅠ)


그래도!! 나같은 과알못에겐 어.렵.다!!! 그래서 이 리뷰를 읽는 사람이 리뷰만 읽고 말겠다고 해도 내 잘못이 아님을 굳이 강조하고 싶다. 리뷰 때문에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겠다고 생각했다면 당신은 도전 정신 충만한 느낌 좋은 사람! 인정!!ㅎㅎ

역자와 감수자의 말을 인용하여 합리화 해본다...

@ 역자 고현석씨의 말


다마지오의 이번 책은 매우 특이한 책이다. 신경과학 전공자가 아닌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쓰인 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책은 전작들과는 달리 분량이 매우 적은데다 소주제별로 잘게 나눠져 있어 가독성이 매우 높기도 하다. 다마지오의 전작들을 읽은 독자들, 특히 대학 수준의 심리학 또는 신경과학 지식을 가진 독자들은 이 간단하고 짧은 다마지오의 책을 무릎을 치면서 읽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다마지오 책을 처음 읽는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다마지오의 다른 책들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되길 바란다.


@ 감수자 박문호 박사의 말


의식을 향한 뇌과학은 엔트로피라는 개념을 통해 물리학과 만나게 될 수 있다. 다마지오는 이미지, 느낌, 의식에 관한 평생의 연구를 이 책에서 간략하고 핵심적으로 설명한다. 이런 책은 한 페이지를 읽고 한동안 창밖을 바라보고 싶다. 우리 자신과 세계가 어떻게 출현하게 되었는지를 알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의 숙독을 권하고 싶다.

목차를 보니 이 책에서 꼭 알아야 될 것은 마음과 느낌과 의식이라는 걸 눈치챘을 것이다. 그러나 책 내용 인용을 읽다가 용어 때문에 가독성이 현저히 떨어질 것 같아서 주로 사용되는 용어들을 정리하고 시작한다.

- 비명시적 능력 : 분자 수준 이하의 과정에 기초해 항상성의 명령에 따라 자신의 생명을 효율적으로 지배하는 능력. 단세포생물에게 해당(인지는 하지만 마음과 의식은 없음)

- 바이러스 : 살아있지는 않지만 살아있는 생명체에 기생해 ‘유사’생명을 유지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모호한 존재를 가능하게 하는 생명체를 파괴하고, 자신의 핵산을 만들어 퍼뜨린다. 생명체에 생기를 부여하는 비명시적 지능의 일부가 있다고 할 수 있다.

- (인간의)명시적 지능 : 마음, 느낌, 의식의 도움과 지각, 기억, 추론도 필요로 한다. 그 과정은 유기체가 유기체 안에서 이미지 패턴을 구축하고 저장해야 일어날 수 있다.



"인간의 마음 속에는 이미지가 들어있다. 우리 내부의 이미지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비전형적이다. 우리가 느낌이라고 부르는 혼합물은 몸 안의 내부기관들의 상태와 연결된 장치들과의 상호작용의 결과이다." (방금 세 문장을 읽고 뭔 말인지 몰라도 어쩔 수 없다. 미안하지만 책 71쪽의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마음의 내용물” 챕터를 나는 ‘인간은 이미징화한 내용물들을 언젠가 아웃풋하기 위해 마음 속에 저장한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이제 마음의 내용물들은 느낌으로 변화한다. 느낌의 근원은 우리 유기체 내부의 화학적 활동이다. 그 활동으로 우리가 즐겁거나 불쾌한 감정들을 느끼는데 근육섬유와 내부기관 골격계의 움직임(즉 유기체 특정기관의 행동)을 말한다.

느낌은 유기체의 내부에서, 생명의 모든 측면을 관장하는 화학적 활동이 일어나는 몸의 내부 기관들과 체액 수준에서 발생한다. 느낌은 대사 작용과 방어작용을 담당하는 내분비계, 면역계, 순환계에서 발생한다는 뜻이다.

P.118

마음의 내용물인 이미지들은 크게 세 가지 세계에서 비롯된다. 첫 번째 세계는 우리 주변의 세계다. 이 세계는 우리가 점유하고 있는 환경과 우리가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 등 외부 감각을 통해 끊임없이 살피는 사물, 행동 그리고 관계들의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두 번째 세계는 우리 안의 오래된 세계다. 이 세계가 오래된 이유는 대사 작용을 담당하는, 진화적으로 매우 오래된 내부 기관들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세계는 근골격, 사지와 두개골, 골격근에 의해 보호되고 움직이는 몸의 영역이다.

P.163

느낌의 기능은 생명조절에 도움을 주고 기민한 감시병 역할을 한다. 느낌은 우리 안의 감각(오감의 이미지화), 생존 반응, 신체 반응의 기능을 한다는 뜻이다. 즉 어두운 밤길을 걷는데 뒤따라 오는 발자국 소리(청각)를 듣고 거리감을 알 수 있고, 만약 그 사람의 얼굴을 보고(시각) 몸이 오싹해지며 빠르게 걷는다면 모두 느낌(신체 반응)에 해당된다. 여기서 나아가 그 사람의 얼굴을 기억(data base)하고 있는 범죄자 얼굴과 빠르게 대조해 보는 것까지 가능하다.

여기서 의문이 들 것이다. 우리가 그동안 느낌이라고 부른 것은, 감각이라는 아주 일부만 이야기하고 있었단 말인가? 그러하다! 동물은 감각은 가지고 있지만 느낌은 없다. 인간에게 느낌은 지능(앎)과 연동된다는 뜻이다. ‘미각의 반은 추억’이라는 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냄새와 맛이 미각의 전부가 아니다. ‘인생 음식’이라 부르는 사례들을 보라. 핀란드의 피오르드에서, 추위와 배고픔에 떨다가 끓여먹은 컵라면을 자신 인생 최고의 라면이라고 한 사람이 있고, 어떤 스님은 임종 직전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해주신 팥죽이 먹고 싶다고도 했다. 모두 미각보다는 기억(경험 포함)을 소환하고 있다.

저자는, 느낌은 우리에게 위험과 기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 정보에 따라 우리가 행동하도록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우리의 생명을 보호한다고 말하며, 느낌이 마음에 사실들을 제공하는 것을 또 다른 기적이라고 부른다. 또한 우리가 안다는 것을 아는 이유도 느낌에서 왔다고 말한다.

우리가 우리의 존재와 우리의 지각을 의식하게 되는 것은 참조 능력과 소유 의식을 구축하기 위해 지식을 사용할 때다. 우리가 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은(즉 우리 각각이 개인적으로 지식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은) 우리가 현실의 다른 두 측면에 대해 동시에 정보를 얻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는 느낌이라는 혼합적인 과정에서 표현되는, 오래된 우리 내부 기관들의 화학적 상태다. 다른 하나는 우리의 근골격계 내부, 특히 우리 자아의 표면을 고정시켜주는 안정적인 틀이 제공하는 공간적 구조의 상태다.

P.175

저자의 “맺는 말” 중, 단세포생물인 박테리아의 지능과 느낌에 대한 정리와 인간의 과제 일부를 그대로 옮긴다.

p.208~209

박테리아의 지능은 비명시적이다. 이 지능은 유기체의 구조나 주변 세계의 이미지를 담은 마음에 의존하지 않는다. 이 지능은 느낌(유기체의 내부 상태의 척도)이나 그 느낌에서 비롯된 유기체의 소유권 확보(유기체가 자신이 느끼는 그 느낌이 자신에게 속해 있음을 자각한 상태)와 이 소유권 확보로 인해 고유의 관점이 생성되는 과정, 즉 의식에 의존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마음이 없는 이런 단순한 유기체들은 이 숨겨진 비명시적 능력으로 수십억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성공적으로 생존해왔다. 이 능력은 우리 같은 다세포생물에 마음이 개입된 명시적이고 분명한 지능이 출현할 수 있도록 강력한 설계도를 제공했다. 박테리아(그리고 식물)의 이 간단하지만 광범위한 감각/감지 능력은 단순한 유기체들이 온도, 다른 생물체의 존재 같은 자극을 탐지해 방어적으로 그리고 선제적으로 반응할 수 있게 만들었다. 신기하게도, 이 소박한 형태의 인지는 후에 명시적 느낌이 마음의 구축에 기여하는 어떤 것의 전구체가 됐다.

p.211

인간의 지능과 감성이 만들어낸 위대한 예술 작품으로부터 우리가 느끼는 조화로움이나 공포 뒤에는 그와 관련된 행복감, 즐거움, 괴로움, 고통의 느낌이 존재한다. 이런 느낌 뒤에는 항상성 요구를 따르는 생명 상태와 그렇지 않는 생명 상태가 존재한다. 또한 이런 상태 뒤에는 생명 유지와 우주의 항성들과 행성들의 움직임을 조율하는 화학적, 물리적 과정들이 존재한다.

이런 우선순위를 인정하고 상호의존성을 인식하면 인간이 지구와 지구상의 생명체들에 가하는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기후변화와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등 우리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재앙은 지구가 인간으로부터 당한 피해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이런 인정과 인식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큰 문제들에 대한 숙고를 통해 현명하고, 윤리적이고, 실용적이면서도 인간이 점유하고 있는 이 커다란 생물학적 무대를 보존할 수 있는 해결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도록 동기를 부여할 것이다. 어쨌든 희망은 남아 있다. 낙관해야 할 이유 역시 남아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원제는 <FEELING & KNOWING>이지만 FEELING에 대한 내용이 훨씬 많다. 느낌 안에 앎이 포함되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느낌을 수 십억년 간 진화해온 산물이라고 했다. 이 책을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를 분자화하여 뜯어보며 우리의 경험과 의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느낌이라는 것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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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클래식
김호정 지음 / 메이트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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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클래식>은 중앙일보 문화부 음악담당 김호정기자가 출간한 <오늘부터 클래식>을 컬처블룸 카페 서평단에 당첨되어 읽게 되었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관련 서적이 나오면 읽으려고 노력한다. 얼마전에도 영화 속 클래식음악을 찾아보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같은 소재의 책을 연거푸 읽게 되어 지겹지 않을까 살짝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소재는 같아도 책마다 컨셉이 다르고 저자도 다르니 겹치는 건 거의 없었다. 무엇보다 QR코드로 연결해주는 영상이 얼마나 다를지 기대하면서 들어가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만큼 세상엔 음악이 넘쳐나고 연주자도 많다는 사실!!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 기쁨 역시 이런 책을 읽는 맛이다.





보통 클래식 서적이 작곡가 위주의 설명과 음악 소개 및 감상에 포인트가 맞춰져 있다면 이 책은 차별점이 분명히 있다. 이 책의 저자가 기자이기 때문에 그만이 전할 수 있는 게 있다. 이를테면 유명 연주자와의 인터뷰나 클래식계의 새로운 소식 같은 것들이다. 이 책에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이 많은 데 그중 인상깊었던 것 중 피아노와 작곡가를 소개한다.

독일의 유명 피아노 제조사 스타인웨이가 2015년에 개발한 스피리오(Spirio)라는 피아노가 있다. 스피리오는 유명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그대로 재연하는 피아노이다. 이 피아노를 거실에 들이면 랑랑이 우리집에 와서 연주를 해준다. 스피커로 나오는 전자피아노가 아니다. 직접 건반이 움직이며 랑랑의 연주를 복사하여 재생하는 것이다. 일단 아래 영상을 확인해 보자!

https://youtu.be/lhW_tRmpLFs

이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피아노 연주의 석고틀을 상상하면 쉽다. 피아니스트가 건반을 누르는 깊이를 1초에 800번씩 1,020레벨로 나눠 기록한다. 스타인웨이 측은 예술가마다의 다른 감정을 건반과 페달의 고해상도 조합으로 복제할 수 있다고 한다. 2020년 현재 저장해놓은 곡은 3,400곡, 아티스트는 1,700명이고 가격은 2억원대이다.

야마하의 디스클라비어(Disclavier) 피아노도 살펴보자. 두 대를 각각 모스크바와 서울에 놓고 건반아래의 장치를 작동시키면, 모스크바에서 연주하고 서울에는 피아노 연주자가 없어도 건반이 똑같이 움직인다고 한다. 앞으로는 집에서 피아노를 인터넷에 연결하면 피아노가 라디오처럼 알아서 스트리밍되며 건반이 움직여 소리가 나는 제품도 나올 거라고 한다. 무인자동차 기술과 느낌이 비슷한데 예술영역에도 진화하는 기술을 믹싱한 사례인 것 같다. 연주자 없이 건반이 움직이면 마치 유령이 연주하는 듯 으스스할 것 같기도 하지만 조성진이 내 앞에서 연주한다고 상상하면 그 감동은 CD로 들을 때와 차원이 다를 것 같다.

저자의 직업으로서의 장점이 돋보이는 장은 3장 내가 만난 연주자들 이다. 우리는 CD나 영상으로만 연주를 감상하지만 저자는 음악기자로서 연주자들과 만났다. 책에는 인터뷰 한 내용과 개인적 느낌까지 보태어져 음악뿐 아니라 연주자들의 몰랐던 면모를 만날 수 있다. 첨부된 QR코드는 접하지 않았던 영상들이라 반가웠다. 사이먼 래틀이 베를린 필의 학생 오케스트라와 하는 리허설 영상은 정식 연주회의 진지한 모습으로만 만난 사이먼 래틀의 모습과 달리 유쾌했다. 저자가 2017년에 했던 인터뷰를 내용은 Sir로 불리는 래틀 경도 처음엔 어리버리 리버풀보이였다.

안드레아 보첼리 편의 QR로 들어갔더니 작년에 두오모 성당에서 불렀던 25분여의 영상이 나를 이탈리아로 데려가 주었다. 밀라노의 전경과 두오모 성당 안에 울려퍼지는 보첼리의 목소리는 내 마음도 깊이 울려주었다.

https://youtu.be/huTUOek4LgU

저자 김호정씨가 기자라서 좋은 점도 있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4장 클래식에 대해 정말 궁금한 것들 은 클래식 입문자가 읽기에는 조금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최근 클알못(클래식 초보)을 위해 아주 기초적인 이론부터 쉽게 즐기는 방법을 다루는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에 비하면 4장에서 설명하는 내용들은 초보자에겐 조금 버거울법한 내용이었다.

장조와 단조를 설명하면서 베토벤 교향곡 7번 2악장을 가져오는 부분이 그러했다. 클래식 전공자라면 이정도 설명은 식은 죽 먹기일 것이고, 이 곡을 즐겨 듣거나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조성의 전환을 설명하는 것을 읽으며 어떤 느낌인지 감이 올 것이다. 하지만 아예 모르는 사람 입장에선 무슨 말인지 당최 알아듣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7번은 내림바장조임에도 단조의 느낌이라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서두의 QR은 베토벤 교향곡 7번 2악장도 아니고 모차라트 피아노 협주곡 27번도 아닌,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8번으로 연결된다. 빠른 단조이기 때문에 장조의 느낌이 난다며 인간의 감정이 단순하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다. 베토벤 교향곡을 자세히 설명했으므로 그 곡을 QR로 볼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4장에서 현대음악 작곡가 중에 미국에서 더 이름이 알려진 김택수라는 작곡가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우리가 듣는 클래식 음악은 거의 200~300여 년 전 작곡가들이 쓴 곡이다. 비교적 최근이라 할 수 있는 프로코피에프(1891~1953)의 곡도 어렵다고 하는 사람이 많은데 동시대 작곡가의 클래식 곡은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김택수 작곡가의 ‘국민학교 환상곡’을 들어보니 아니었다. 우리가 국민학교 다닐 때 들었던 멜로디들이 나오니 낯설지 않고 오히려 반가웠다. '현대음악=난해함' 이라는 등식이 깨는 곡이었다. 작곡가가 직접 설명하는 영상을 첨부하니 한 번 들어보시라~ 초등학교 출신?들이라면 “클래식, 어렵지 않네!” 그럴 것이다.

https://youtu.be/sVEkbH4-CPU

이 책은 클래식 초보자보다는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사람들, 꾸준히 음악을 듣는 사람들, 클래식 관련 새소식이나 공연장, 연주자들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다. 혹여 클알못이 이 책을 손에 잡았다 하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텍스트가 어렵다면 각 꼭지에 연결된 QR 영상만 봐도 된다. 클래식 초보가 유튜브에서 좋은 영상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저자가 엄선한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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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은 왜 그래 - 영화 속 그 음악
더라이프 [클래식은 왜 그래] 제작팀 지음 / 시월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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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미디어로 만들어내고 있다. 웹툰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건 이제 대수롭지도 않은 일이 되었다. 활자를 영상화하는 건 빈번하지만 그 반대는 거의 보지 못했다. 영상을 책으로 출간한 케이스가 있어서 읽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클래식 장르다.


책 <클래식은 왜-그래>는 더라이프 채널의 프로그램 <클래식은 왜그래>의 텍스트 버전이다.




책의 부제가 “영화 속 그 음악”이라서 딱 내 취향인 책이었고 최근에 만난 클래식 책 중에 가장 알찬 책이었다. 책 대신 유튜브에서 모든 걸 배운다는 세상인데 영상을 책으로 만들면서 우려가 있었을 것이다. 그것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이 보였다. 비주얼에서 흥미를 놓지 않게 하려고 사진은 모두 컬러로 사용한것 같다.(비용을 생각했다면 올컬러는 힘들었을 것!) 텍스트에서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하려고 내지 색상에 변화를 주었고, 표 활용처럼 디자인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클래식 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QR코드이다. 이론적인 내용이나 음악가에 대한 것은 텍스트로 읽어도 무방하지만 아무리 설명이 있다해도 연주를 직접 보아야 감흥이 온다. 글자로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요즘 클래식 책에는 모두 QR코드가 삽입되어있다. 그런데 여기서 또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누가 지휘하고 연주하는 영상을 볼 수 있게 해두었느냐가 책의 퀄리티를 결정한다.


클래식 책들은 계속 진화중이다. 작년에 출간된 클래식 책 중에는 QR코드가 없는 책도 있었고, 있더라도 연결된 영상이 실망스런 경우도 있었다. 가장 NG였던 책은 저자가 욕심을 너무 부린 경우였다. 저자가 연주자였는데 자신이 직접 연주를 하는 영상이 QR로 연결되어 있었다. 연주만 하면 다행인데 설명을 한 게 NG였다. 부끄러움은 왜 독자몫이어야 하는가... 연주자가 아나운서가 아니니 매끄럽지 못할 수도 있지만 자신도 쭈뼛거리는 게 너무 표가 났다. 그런 식으로 영상을 만든 출판사가 더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다른 책들의 NG사례를 나열한 이유는 이 책 <클래식은 왜-그래>는 그런 오류들이 모두 클리어된 상태라는 걸 말하고 싶어서다. 굳이 아쉬운 점을 하나 꼽으라면 추천음반이 없다는 것이다. 한 장안에 여러 곡의 QR코드를 삽입해 두었기 때문에 각 곡마다 추천음반을 다 소개할 순 없다. 하지만 대중적으로 아주 유명한 곡일 경우 비교감상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베토벤의 5번 교향곡은 지휘자 스타일에 따라 빠르기나 악기의 강조가 다르므로 유명한 음반 3~4개 정도는 소개하는 것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6장에서 영화 <불멸의 연인>을 다루며 베토벤의 주요 곡을 소개했다. 5번 교향곡은 어떤 지휘자일지 기대하며 QR로 들어가보았다. 1960년대 초반 번스타인이 뉴욕필을 지휘한 음반이었다. 같은 뉴욕필의 연주지만 30년 전인 1933년 뉴욕필을 지휘한 토스카니니의 5번 교향곡은 번스타인의 지휘보다 1.5배속 빨리감기의 느낌이다. 토스카니니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연주다. 같은 곡이라도 이렇게 느낌이 다르다. 이 책이 입문자를 위해 쉽고 재미있게 만든 책이라고 했지만 아닌 사람이 읽을 수도 있으니 작곡가의 가장 유명한 곡 하나쯤은 추천음반이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


이제 한 장의 구성을 살펴보자.

첫 번째 초대장은 영화 친절한 금자씨와 비발디이다.




첫 페이지에 포스터와 결정적 장면을 사진으로 배치했고, 영화 소개는 텍스트다. 어떤 장면에서 어떤 곡이 쓰였는지를 읽으면서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리게 해준다.





장면은 알겠는데 음악은 모를 가능성이 높다. 영화를 본지 오래되었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럼 바로 QR로 들어가면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배경음악을 들으며 텍스트를 읽으면 영화가 머릿속에 그려진다는 사실! 그렇게만 하고 넘어가면 좀 아쉽지 않을까? 왜냐! 이 책은 클래식 책이니까 그 음악에 대해 더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으니 읽어보고 음악을 끝까지 다 들으면 된다.




앗, 여기서 단점 아닌 단점! 책 읽는 속도가 너무 느려진다는 것이다. 장면 설명 하나 읽고 음악 찾아서 듣고 그러다 보면 한 장을 읽는데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러므로 아예 내려놓으시라~~ 이 책은 빨리 읽는 책이 아니다! 빨리 읽기에 어울리지 않는다! 뭣이 중헌디!! 영화에 어떤 작곡가의 어떤 곡이 쓰였는지를 알고, 클래식 곡을 감상하려는 거 아니었나? 그렇다면 빨리 읽기는 의미 없다. 텍스트로 영화와 음악을 읽은 후 영상으로 음악 공부를 하고, 다시 영화를 보면 감동과 즐거움이 배가 될 것이다.


그리고 각 장의 마지막에는 클래식 꿀팁과 좀 더 아는 척하고 싶을 때 써먹을 내용들까지 깨알같이 들어있다.






😝깨알재미 예!😝

⬇️ 무슨 숫자일까?

쇼팽 1.7

슈베르트 1.54

모차르트 1.5

베토벤 1.62

리스트 1.85


혼자 읽는 것도 재미있지만 옆에 있는 사람이나 아이에게 퀴즈를 내보거나 OO는 왜그래 코너의 MSG 버무려진 이야기를 들려줘도 좋겠다. 음악책이지만 여러모로 활용해 볼 수 있다.

책을 읽고 나니 이 프로그램이 궁금했다. 사실 이런 프로그램이 있는 줄도 몰랐다. 영상도 재미있었다. 책읽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이 프로그램 보면서 더 좋다고 할까봐 살짝 걱정됐다. (책 만든 사람도 아니면서 별 걱정을 다!ㅎㅎ) 내가 활자중독자라서 책에 더 마음이 기우는 건 맞지만 이 책이 그만큼 웰메이드라서 그렇기도 하다.


책에서 다룬 영화들은 다 봤는데 사용된 클래식 곡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너무 오래되어 그런 것 같다. 다시 보며 음악 확인하고 싶은 영화는 <인생은 아름다워>다. 이 영화를 볼 당시 나는 오펜바흐가 누군지 몰랐으며 그가 작곡한 음악이 이 영화에 쓰였다는 것도 당연히 몰랐다. 그래도 음악이 좋았다는 기억은 있다. 오펜바흐라는 작곡가를 모르는 사람들이 ‘오펜바흐는 왜 그래’ 코너를 읽으면 간략하게나마 그의 일생을 알게 된다. 물론 다른 작곡가들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클래식 입문자를 포함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한다.


😝깨알재미 예!😝

숫자는 뭥??

➡️ 땅에서 하늘로 잰 높이!!(meter 표기~)

😁😝😝🤣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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