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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클래식
김호정 지음 / 메이트북스 / 2021년 9월
평점 :

<오늘부터 클래식>은 중앙일보 문화부 음악담당 김호정기자가 출간한 <오늘부터 클래식>을 컬처블룸 카페 서평단에 당첨되어 읽게 되었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관련 서적이 나오면 읽으려고 노력한다. 얼마전에도 영화 속 클래식음악을 찾아보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같은 소재의 책을 연거푸 읽게 되어 지겹지 않을까 살짝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소재는 같아도 책마다 컨셉이 다르고 저자도 다르니 겹치는 건 거의 없었다. 무엇보다 QR코드로 연결해주는 영상이 얼마나 다를지 기대하면서 들어가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만큼 세상엔 음악이 넘쳐나고 연주자도 많다는 사실!!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 기쁨 역시 이런 책을 읽는 맛이다.
보통 클래식 서적이 작곡가 위주의 설명과 음악 소개 및 감상에 포인트가 맞춰져 있다면 이 책은 차별점이 분명히 있다. 이 책의 저자가 기자이기 때문에 그만이 전할 수 있는 게 있다. 이를테면 유명 연주자와의 인터뷰나 클래식계의 새로운 소식 같은 것들이다. 이 책에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이 많은 데 그중 인상깊었던 것 중 피아노와 작곡가를 소개한다.
독일의 유명 피아노 제조사 스타인웨이가 2015년에 개발한 스피리오(Spirio)라는 피아노가 있다. 스피리오는 유명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그대로 재연하는 피아노이다. 이 피아노를 거실에 들이면 랑랑이 우리집에 와서 연주를 해준다. 스피커로 나오는 전자피아노가 아니다. 직접 건반이 움직이며 랑랑의 연주를 복사하여 재생하는 것이다. 일단 아래 영상을 확인해 보자!
https://youtu.be/lhW_tRmpLFs
이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피아노 연주의 석고틀을 상상하면 쉽다. 피아니스트가 건반을 누르는 깊이를 1초에 800번씩 1,020레벨로 나눠 기록한다. 스타인웨이 측은 예술가마다의 다른 감정을 건반과 페달의 고해상도 조합으로 복제할 수 있다고 한다. 2020년 현재 저장해놓은 곡은 3,400곡, 아티스트는 1,700명이고 가격은 2억원대이다.
야마하의 디스클라비어(Disclavier) 피아노도 살펴보자. 두 대를 각각 모스크바와 서울에 놓고 건반아래의 장치를 작동시키면, 모스크바에서 연주하고 서울에는 피아노 연주자가 없어도 건반이 똑같이 움직인다고 한다. 앞으로는 집에서 피아노를 인터넷에 연결하면 피아노가 라디오처럼 알아서 스트리밍되며 건반이 움직여 소리가 나는 제품도 나올 거라고 한다. 무인자동차 기술과 느낌이 비슷한데 예술영역에도 진화하는 기술을 믹싱한 사례인 것 같다. 연주자 없이 건반이 움직이면 마치 유령이 연주하는 듯 으스스할 것 같기도 하지만 조성진이 내 앞에서 연주한다고 상상하면 그 감동은 CD로 들을 때와 차원이 다를 것 같다.
저자의 직업으로서의 장점이 돋보이는 장은 3장 내가 만난 연주자들 이다. 우리는 CD나 영상으로만 연주를 감상하지만 저자는 음악기자로서 연주자들과 만났다. 책에는 인터뷰 한 내용과 개인적 느낌까지 보태어져 음악뿐 아니라 연주자들의 몰랐던 면모를 만날 수 있다. 첨부된 QR코드는 접하지 않았던 영상들이라 반가웠다. 사이먼 래틀이 베를린 필의 학생 오케스트라와 하는 리허설 영상은 정식 연주회의 진지한 모습으로만 만난 사이먼 래틀의 모습과 달리 유쾌했다. 저자가 2017년에 했던 인터뷰를 내용은 Sir로 불리는 래틀 경도 처음엔 어리버리 리버풀보이였다.
안드레아 보첼리 편의 QR로 들어갔더니 작년에 두오모 성당에서 불렀던 25분여의 영상이 나를 이탈리아로 데려가 주었다. 밀라노의 전경과 두오모 성당 안에 울려퍼지는 보첼리의 목소리는 내 마음도 깊이 울려주었다.
https://youtu.be/huTUOek4LgU
저자 김호정씨가 기자라서 좋은 점도 있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4장 클래식에 대해 정말 궁금한 것들 은 클래식 입문자가 읽기에는 조금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최근 클알못(클래식 초보)을 위해 아주 기초적인 이론부터 쉽게 즐기는 방법을 다루는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에 비하면 4장에서 설명하는 내용들은 초보자에겐 조금 버거울법한 내용이었다.
장조와 단조를 설명하면서 베토벤 교향곡 7번 2악장을 가져오는 부분이 그러했다. 클래식 전공자라면 이정도 설명은 식은 죽 먹기일 것이고, 이 곡을 즐겨 듣거나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조성의 전환을 설명하는 것을 읽으며 어떤 느낌인지 감이 올 것이다. 하지만 아예 모르는 사람 입장에선 무슨 말인지 당최 알아듣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7번은 내림바장조임에도 단조의 느낌이라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서두의 QR은 베토벤 교향곡 7번 2악장도 아니고 모차라트 피아노 협주곡 27번도 아닌,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8번으로 연결된다. 빠른 단조이기 때문에 장조의 느낌이 난다며 인간의 감정이 단순하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다. 베토벤 교향곡을 자세히 설명했으므로 그 곡을 QR로 볼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4장에서 현대음악 작곡가 중에 미국에서 더 이름이 알려진 김택수라는 작곡가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우리가 듣는 클래식 음악은 거의 200~300여 년 전 작곡가들이 쓴 곡이다. 비교적 최근이라 할 수 있는 프로코피에프(1891~1953)의 곡도 어렵다고 하는 사람이 많은데 동시대 작곡가의 클래식 곡은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김택수 작곡가의 ‘국민학교 환상곡’을 들어보니 아니었다. 우리가 국민학교 다닐 때 들었던 멜로디들이 나오니 낯설지 않고 오히려 반가웠다. '현대음악=난해함' 이라는 등식이 깨는 곡이었다. 작곡가가 직접 설명하는 영상을 첨부하니 한 번 들어보시라~ 초등학교 출신?들이라면 “클래식, 어렵지 않네!” 그럴 것이다.
https://youtu.be/sVEkbH4-CPU
이 책은 클래식 초보자보다는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사람들, 꾸준히 음악을 듣는 사람들, 클래식 관련 새소식이나 공연장, 연주자들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다. 혹여 클알못이 이 책을 손에 잡았다 하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텍스트가 어렵다면 각 꼭지에 연결된 QR 영상만 봐도 된다. 클래식 초보가 유튜브에서 좋은 영상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저자가 엄선한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