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 (반양장) 창비청소년문학 106
이희영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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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리뷰는 창비에서 사전서평단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가공개 전에 작성했습니다**

창비 신간 <나나>는 독특한 마케팅으로 관심을 끌었다. 10월 1일 정식 출간될 이 소설은 제목부터 궁금증을 유발하는데 출판사에서 공개한 해시태그로 작가를 유추해보는 재미를 주었다. #페인트 #아몬드 #위저드베이커리 는 모두 창비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이니 #나나 도 수상작일지 아니면 기존 이 문학상 출신 작가의 신간일지 예상해보았다.

사전 서평단용 표지에 ‘소설Y 대본집 #01’이라는 문구를 넣고 대본집처럼 만들어서 좌우가 아닌 위아래로 넘기게 되어있다. 기존 책과 다른 스타일로 편집을 한 점이 신선했는데 출간될 책도 동일하게 나올지 역시 궁금하다.

#영혼가출 #K-영어덜트 라는 해시태그는 남녀 두 주인공이 고등학생이라서 학생들이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물론 어른에게도 해당된다. 그동안 창비 청소년문학 수상작들이 나이 구분 없이 꾸준히 사랑받고 있으니 이번 책도 그 대열에 합류할 것 같다.

책 내용 외에 다른 설명이 너무 길었다. 그간 사전 서평단으로 받았던 책들과는 구별되는 지점이 있어서 그 소개를 다하려는 욕심이 컸다.

처음부터 사고다! 버스가 가로수를 들이받으며 책이 시작된다. 남녀 고등학생 두 명. 은류와 한수리의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오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식물인간 그런 거 아니다. 몸은 다친 데 하나 없이 멀쩡해서 바로 정상생활을 시작하지만 둘의 영혼은 이미 몸에서 나와 있는 상태가 된다. 자신의 몸이 영혼 없이 루틴대로, 몹시도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걸 지켜보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어벙벙하게 지켜보는 둘에게 선령이 다가와 말을 건다. 애들이 깜짝 놀라 저승사자인지 뭐 그런거냐고 묻자 자신은 살아있는 영혼을 사냥한다며 저승사자와는 전혀 다른 일을 한다고 말한다.(선령 : 사냥할 선獮 영혼 령靈) 선령은 영혼 털린 영혼?에게 이 황당한 상황을 이해시키고 틱틱거림과 토닥임을 같이 하는 츤데레같은 역할을 한다.

둘의 영혼이 일주일 안에 자신의 몸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과연 가능할까? 들어가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 그걸 이 리뷰에서 다 풀수는 없고...

주인공 소개부터~~ 로사여고 2학년 한수리는 엄친딸의 대명사다. 그런데 영혼없이 잘만 살아가는 자신의 몸을 보고 있는 영혼 수리는 답답하고 기막혀 한다. 어서 몸 안으로 들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류는 자신이 살아있는 게 죽은 동생보다 못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이런 일이 일어나고 보니 자신의 몸으로 되돌아가는 것에 그리 관심이 없다.

여기까지 보면 둘의 상황이 반대인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각자 자신의 삶을 지탱해나가기가 너무나 버거웠고,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두 고등학생의 생각을 통해 드러나는 작가의 세계관은 독자의 나이와 상관없이 공감하게 될 것이다.

인간들은 자신의 마음속을 온전히 들여다볼 수 없었다. 그래서 인간을 곧 우주라 표현하는 걸까? 너무 광대해서, 그 시작과 끝을 알 수 없어서.

나락 하나에도, 대추 한 알에도 우주가 들어있듯 인간이 곧 우주라고 말한다. 이럴 때 우주와 위의 류가 깨달은 우주는 조금 다르다. 남의 마음을 다 알 수 없기에 우리는 타인을 이해한다는 말을 함부로 쓰지 못한다. 그럼 내 마음은 내 것이므로 잘 아는 걸까? 그게 아니라는 걸 고작 17년 남짓 산 류는 알고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세상물정 다 아는 것 마냥 잘난 체 하면서 정작 제 마음은 잘 모르는 어른들이 수두룩한데 말이다.

총체적 난국입니다. 아시겠지만 인간들이 터진 주머니 속 동전처럼 홀랑홀랑 제 영혼을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육체는 멀쩡히 살아 있는데 말입니다. 이런 괴현상이 영혼을 단단히 키워야 할 십대들에게도 발생할 줄은 몰랐습니다. 멀쩡한 사자를 선령으로 강등하면서까지 제게 이 문제를 해결하라 하셨지요. 솔직히 말씀드려 뾰족한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

수리는 몹시 조급해하며, 류는 아주 태연합니다. 이렇게 극과 극의 영혼이 동시에 육체를 이탈한 일은 정말 이례적입니다. 그만큼 제 피곤이 가중된다는 사실 또한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만약 남은 사흘 안에 개성이 또렷하다 못해 흘러넘치는 두 영혼이 육체로 돌아가지 못한다면 제가 직접 저승으로 인솔할 수밖에 없습니다.

(……)

암울한 소식 중에 티끌만 한 희망적인 이야기가 있습니다. 수리의 영혼이 드디어 자신에게서 한 걸음 물러섰다는 것입니다. 류는 이제야 비로소 스스로에게 한 발 다가섰습니다. 각자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알아가는 듯 보입니다. 결과는 아직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일주일이란 그리 긴 시간이 아니지요. 평생을 스스로를 잃어버린 채 사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까. 인간이란 본디 쓸데없이 복잡하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단순한 생명체니까요.

[선령의 첫번째 서]

이 책에서 선령이 보고하는 편지는 두 번 나온다. 위는 3분의 1지점에 나오는 첫 번째 편지의 일부이다. 두 번째는 마지막에 나온다.

첫 번째와 두 번째 편지 사이에 수리와 류의 내밀한 심리와 숨겨진 상황이 드러난다. 이 부분을 읽는 독자는 나이에 따라 꽤 다른 결의 감동을 느낄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고등학생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고단한 것인지를 공감하는 학생들, 부모로서 자식에게 드는 양가감정에 당혹스러워하는 어른들 모두 감정이입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다가 서로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실제로 상대에게 다정하게 대한다면 거창한 독후활동보다 나은 실천적 활동이 될 것이다.

수리와 류의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와 자신을 지켜보는 일은 성장과정에서 꼭 필요한 자기객관화 과정이다. 내가 왜 이런 마음이 들고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를 스스로 관찰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성장한다. 영혼 이탈이라는 소재를 사용해 작가는 청소년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자신을 바라볼 기회를 가져보라고 권유한다. 부모 역할, 자식 역할에 매몰되지 말고 한 발짝 물러나 여유를 가지고 서로를 바라보라고 한다. 세상 누구의 마음보다 알아차리기 힘든 내 마음을 조용히 지켜보라고.

허나 내 마음을 알아차리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도 선령의 입을 빌어 말한다.

"사실 자신을 아는 인간은 드물어.”

“인간들은 참 이상해. 점점 더 똑똑해지고 기술은 발전하는데 그럴수록 영혼을 잃어버리는 사람은 늘어나거든. 머리가 똑똑한 것과 영혼이 단단해지는 건 상관관계가 없는 모양이야.”

엄마 카톡 프로필에 올라갈 딸자랑을 위해 온 힘을 다해 열심히 살았던 수리, 아픈 동생 때문에 버려질까봐 두려워 예스맨으로 살아온 류는 자신의 영혼을 다잡고 살 수 있게 된다. 일주일간 자신의 몸 밖에서 제 행동을 바라보며 깨달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내가 나를 위해 사는 것임을! 자신을 사랑해야 타인도 사랑할 수 있을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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