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를 위한 첫 심리학 공부 - 시시각각 변하는 우리 아이 마음, 심리학이 답하다!
이경민 지음 / 믹스커피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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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양육하다보면 당황스런 혹은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될 때가 많다. 특히 첫째 아이인 경우 부모도 육아는 처음이기 때문에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되고, 보통은 ', 뭐가 문제지?‘ 또는 내가 뭘 잘못한 걸까?‘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왜 이렇게 생각할까? 이는 직면한 상황을 문제로 받아들이기 때문이고, 부모라는 타이틀 안에 원죄가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경민 심리치료사는 먼저 아이들의 다양한 증상 발현을 문제라고 지적하지 말자고 한다. 그런다고 해서 현재의 상황이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현재에 머무르며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비난이 아니라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원인을 찾는 것이다. 모든 부모는 아이가 잘 되길 바라는 한편, 자신이 부모로서의 역할을 잘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늘 반성 모드로 살아간다. 그러나 저자는 부모로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격려한다. 아이를 바른 방향으로 교육하고자 하는 마음만으로 충분하고, 부모 스스로에게 존중하는 마음을 표현하라고 말한다.


<우리 아이를 위한 첫 심리학 공부>에서 저자는 위 두 가지를 말하기 위해 유수의 심리학 및 아동발달 이론을 빌려와 다섯 장에 나누어 하나씩 풀어 설명하고 있다. 1장 멈추어 바라보기에서는 부모의 내면세계에 담겨 있던 무의식을 드러내기 위해 별명 짓기로 탈융합의 과정을 돕는다. 아이의 기질(클로닌저의 심리생물학적 인성모델)을 파악함으로써 자녀를 교육할 때 아이의 기질에 맞는 효과적인 접근법을 찾아볼 수 있다. 2장 부모와 자녀로부터 독립하기에서는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이론을 통해 단계별 발달과업을 제시하고 아이 독립의 방향성을 모색한다. 3장 아름다운 거리 유지하기에서는 피아제의 인지발달 이론 및 존 볼비의 4가지 애착유형을 통해 아이와 부모 간에 필요한 적정한 거리, 그리고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4장 자녀와 더불어 성장하기에서는 자녀가 부모에게 영문 모를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이유를 고전적 조건형성을 통해 알아본다. 5장 행복한 삶 완성하기에서는 에릭 번의 3가지 의사소통 유형, 자기조절능력을 키우는 방법, 도덕성과 행복의 상관관계, 5가지 갈등 해결 유형 등을 통해 부모와 자녀가 함께 행복에 이르는 길을 모색한다.


각 장의 처음에 여는 글을 두어 그 장의 개괄적 내용을 설명하고 챕터별로는 세 부분으로 나누었다. 각 챕터의 첫 부분에는 어떤 상황을 예시로 든 다음, ‘부모를 위한 심리 가이드에서 저자의 실제 경험이나 상담사례를 가져와 심리치료사로서 가이딩을 한다. 마지막 실전연습에서는 잘 되었거나 그렇지 못한 예를 보여준 뒤 이상적인 방향 혹은 위로가 되는 메시지로 끝을 맺는다.


심리학 서적을 많이 읽은 부모들이라면 제목을 보고 또 이런 책을 읽어야 할지 잠시 망설일 수 있겠지만 읽어보길 권한다. 우리가 읽었던 책의 내용을 모두 기억할 수 없듯 심리 이론 책을 읽었어도 실제 상황에서 적용하기는커녕 머리가 하얘져 아무 말도 못하거나 벌컥 화만 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다시 그런 상황이 없을 리 없다. 가까이에 두고 자주 찾아 읽어볼 부모필독서로 추천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쿵하고 돌덩이가 던져져 빠지직 금이 가면 신념이라 믿었던 생각들이 스르르 녹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나는 공감한다는 것에 대해 내가 조금 잘못이해하고 있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p.239~240


공감한다는 것은, 상대의 감정에 전적으로 동의하거나 가치를 판단해 평가하는 것이 아닌, 상대가 처한 상황을 알고 기분을 함께 느끼는 것에 가깝습니다. 무조건적으로 아이의 말에 공감하고 경청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실제로 아이가 늘어놓은 푸념에 고장 난 기계처럼 반응하거나, 자꾸만 옳고 그름을 따지는 부모가 많습니다. 부모는 좋은 뜻에서 충고한 것이지만 그런 대화를 이어가면 아이는 점차 입을 닫게 됩니다.


이는 꼭 아이들과의 대화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성인끼리의 대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고충을 이야기하는 상대에게 공감은커녕 너만 그런 줄 아냐? 나 때는 더했다는 라떼 꼰대버전이나 이러이러한 부분을 잘못했네, 이렇게 한번 해보라며 평가, 충고하는 어쭙잖은 교수버전을 시전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나도 그랬다. 이 책을 읽으며 지났지만 나의 육아방식에 얼굴이 화끈거렸고 우리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이제라도 아이들은 물론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과의 대화에 공감대화법(나전달법, GIVE기법)을 활용하도록 노력해야겠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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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최초의 여성 노동 운동가 강주룡 여성 인물 도서관 7
김미승 지음, 클로이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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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람 주니어의 여성 인물 도서관 시리즈일곱 번째 책으로 <강주룡>이 출간되었다. 일제 강점기에 최초로 노동운동을 했던 강주룡의 생애를 조망하는 책으로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읽기에 적당하다. 5학년 2학기 사회교과에서 일제의 침략과 광복을 위한 노력부분에서 다루는 내용과 연계된다. 한 한기만에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다 배우기 때문에 학생들 입장에서는 그 방대한 내용을 숙지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이렇게 동화형식으로 쓰인 인물전을 교과 전후에 읽으면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교과서에서 다루는 일제 강점기의 인물은 남성 독립운동가들이 대부분인데 여성 인물 도서관 시리즈는 어른들도 접해보지 못한 인물들을 소개하기 때문에 교사나 학부모들도 함께 읽으면 좋겠다.


강주룡은 1901년 평안북도 강계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가족과 함께 15세에 만주 서간도로 이주를 했으며 21세에 다섯 살 어린 최전빈과 혼인했다. 강주룡은 독립운동을 위해 대한통의부로 떠나는 남편을 따라나섰다. 그곳에서 남성들의 활동을 돕는 역할만 하다가 직접 현장에서 활동을 하기도 했다. 만삭의 임산부로 꾸며 독립자금 운반책 역할을 하면서 자신도 나라의 독립을 위해 한 몫할 수 있어서 기뻤다. 그러나 남편이 집으로 돌아가라고 해서 혼자 돌아왔고 6개월 후 남편은 병에 걸려 죽고 말았다.


시댁에서 아들을 죽인 며느리라는 구박을 받다가 친정으로 돌아온 후 강주룡 가족은 조선으로 돌아왔다. 1926년 그녀는 평원 고무농장에 취직했고 이듬해 평양 고무농장에서 노동자의 임금 삭감과 정리 해고에 반대하는 파업에 참여했다. 정달헌이라는 노동운동가의 영향으로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깨우치게 되고 평양 적색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이후 사장이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한다고 통보하자 평원 고무공장 파업을 주도했다.


동화의 뒷부분에는 좀 더 자세한 내용이 이어진다. ‘그때 그 사건에는 당시 고무농장 파업에 대한 상황을 설명해주고 있다. ‘인물 키워드에서는 강주룡의 생애를 다시 한번 정리한다. 이병희라는 또 다른 노동운동가의 삶도 간단히 나와 있다. ‘한눈에 살펴보기에는 1923년부터 1991년까지의 여성 노동 운동 역사를 연표와 쟁취 내용으로 정리되어 있다.


청어람 주니어의 블로그에서 독후활동지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데 교사나 학부모가 출력하여 아이들과 함께 풀어보면 더욱 풍부한 독서가 될 것이다. 특히 토의 토론 활동지의 세 가지 문항은 창의적 독후활동으로 손색없다.




여성노동자의 권리가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급여나 처우 부분에서 차별이 없지 않다. 또한 직종의 변화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교묘한 착취가 이루어지고 있다. <다음 소희>라는 영화가 그 사례이다. 100여년이 지나도 노동자의 권리는 여전히 쟁취해야하는 것인 게 씁쓸하다. 강주룡이라는 여성의 삶이 요즘 초등학생들에게 얼마나 공감이 될지 모르겠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노동권을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고 있으며 부모들은 제 아이가 사회에 나가 노동자가 될 것이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그러니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고 시위하는 이들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주룡이 남편과 대한통의부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했던 모습과 고무공장에서 부당한 대우에 항거하는 태도는 아이들에게 모범이 될 만하다. 그리고 고무공장 여성 노동자들의 착취에 자신이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고 하는 모습은 전태일을 연상시킨다. 전태일의 생애는 만화로도 나와 있으므로 노동운동사를 주제로 읽힐 경우 같이 읽도록 하면 좋다. 강주룡의 을밀대 고공농성 이후 40여년이 지났어도 비슷한 환경 속 여성노동자들이 있었다는 것을, 전태일이 그들을 위해 했던 활동과 자신의 몸을 불태워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친 것을 이 책을 같이 읽은 어른이 설명해주면 더욱 좋을 것이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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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가 되어
김아직 지음 / 사계절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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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장녀가 괴물로부터 지구를 구한다!

촬영소 세트장에서 사라진 동생을 찾아야 한다. 주인공 강유어는 평생을 장녀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유치원생 때부터 동생을 돌봤는데(부모가 있어도) 이젠 먼지가 되어 사라질지 모를 동생을 구해내야 한다.


강유어 외에도 사촌언니 한재원, 종합촬영소 고객지원팀 팀장 오하석도 집에서 맏이였고 퍽퍽한 삶을 살아왔다. 강유어는 집에서는 맏이라면 당연히 해야 한다고 짊어지우는 것들에, 밖에서는 월세에 대출금 이자까지 계속해서 몸집을 불려가는 것들이 채찍을 휘두르며 유어를 쫓아오는 느낌으로 살았다. 한재원은 그런 굴레를 벗어나려고 미국으로 떠났고, 오하석은 어릴 때부터 지뢰밭 같은 인생 속에서 살아남았다.


그런 그들에게 타르디그가 되어 살아갈 기회가 주어진다.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러한 상황 속에 잃어버린 양말 이론이 등장하는데 이 이론은 실제로 1500년대 후반 로어노크섬에서 115명의 정착민이 사라진 사건과 현재 파주 세트장에서 유어의 동생 유슬이 사라진 일과 연결된다.


실제 사건과 소설 속 상황, 그리고 잃어버린 양말 이론이 조밀하게 얽힌 이 소설은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세대의 절망을 풀어낸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이 절망적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보이질 않으니 회피하고 싶고, 세상이 멸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등장인물 셋의 선택을 보며 청년독자들은, 나라면 어떻게 할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이미 중년이고 지금보단 덜 힘든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희망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강유어에게 마음이 갔다. 또한 강유어처럼 맏이로 살아왔기 때문에 더욱 공감되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막냇동생이 태어났고 그 때부터 나는 누나가 아닌 거의 엄마처럼 생각하고 행동했었다. 동생을 보살피고 가정경제를 걱정하고 대학에 가고 싶었으나 포기했다. 어쩔 수없이 일찍 결혼했지만 결혼 후에도 친정 걱정은 끊이질 않았다. 친정의 모든 수입은 서울로 유학 간 동생의 박사과정에 몰빵되었지만 현재 친정의 시시콜콜한 것을 돌보는 것은 내 몫이다.


작가가 소설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은 있겠으나 독자마다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것은 다르다. 당연히 배경지식과 살아온 삶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족을 버리고 자신의 길을 가버린 이들과 달리 강유어는 현실을, 인간의 삶을 택했다. 먼지가 되어 자유롭고 싶어할 독자는 강유어의 태도에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마지막 강유어의 다짐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품어보자는 작가의 다정한 조언처럼 들린다. 조금은 결의에 찬 것 같은 강유어의 말을 인용하며 리뷰를 마친다.


"난 인간으로 살아갈 겁니다. 먼지로 흩어지지 않고, 내 세계를 묵직하게 다지며 살 거예요. 사실 한 번도 나한테만 집중하며 살아보지 못했거든요. 앞으로도 내 선택은 달라지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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갬빗 : 훔쳐야 이긴다
케이비언 루이스 지음, 이경아 옮김 / 비룡소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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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납치당했다. 죽을 수도 있다. 엄마를 구하려면 도둑들의 갬빗에 참가해야 한다. 로스는 대도가문인 퀘스트가의 딸로, 엄마와 21조로 작업했다. 평범한 대학생활을 하고 싶어 가출을 감행한 순간 엄마가 납치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나 몰라라 할 수가 없다. 엄마를 구해야 한다!


아무도 믿지 마라, 가족 외에는! 엄마의 평소 지론이다. 로스는 결국 갬빗에 참가하게 되고 엄마의 소식 때문에 이모와 연락을 주고받을 때마다 엄마의 저 말을 이모가 계속 상기시킨다.


"가족은 절대 너를 떠나지 않아. 네게 거짓말을 하지도 않지.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이 가족이야. 우리가 뭘로 먹고사는지 생각해 보렴. 사람들은 늘 뭔가를 원해. 대부분 남이 가진 것들을 말이야. 사람들은 자신들이 필요한 것을 네게서 얻어 내려고 너를 바이올린처럼 연주할 거야. 네가 친구로 생각했고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네 심장을 반으로 가르고 네가 죽어 가도록 내버려 두겠지. 그런 걸 바랄 정도로 어리석지 않잖니, 아가."


갬빗에 참가한 멤버는 로스의 예전 친구들도 있었고 원수 같은 아이도 있었다. 두 명씩 짝을 이뤄 공조할 수도 있고 개인 플레이를 해야할 때도 있었다. 지정된 물건을 훔쳐야 다음 미션으로 넘어갈 수 있는데 못 훔쳤을 경우 다른 팀이 훔친 것을 훔쳐도 상관없다. 하지만 절대로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 <갬빗:훔쳐야 이긴다>는 작년 아마존 최고의 영어덜트 소설에 올랐고 영화화가 진행중이다. 500쪽이 넘는 분량이지만 술술 읽혔다. 매 미션마다 플레이어들이 어떻게 속이고 속는지 관전하는 게 포인트다. 탈락자가 한 명씩 발생할 때마다 엄마를 구하기 위해서는 꼭 1등을 해야만 하는 로스가 미션을 클리어할 때마다 독자는 안도하며 주인공을 응원하게 된다.


그러나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 드러나는 커다란 반전은 입을 쩍 벌리게 만든다. 로스의 입장에 감정이입했던 독자들은 다른 플레이어들의 사연에는 별 관심을 두지 못한다. 물론 작가가 마지막에 가서야 각각 어떻게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풀어놓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인간은 누구나 제 고통이 세상 제일 큰 것이라 여긴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게 해 준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로스와 데브로의 썸이다. 십대 독자들이라면 그들이 공조했다가 오해했다가 하면서 간질간질 피어오르는 감정선에 공감할 것이다. 그런데 마지막 반전에서 둘의 관계가 최고조에 달했다가 바로 끝이 나버린다. 당연히 2권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영어덜트 소설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분량이 길어도 빠른 장면 전환과 대화체, 각 미션을 어떻게 수행하는지 따라가려면 책장이 휙휙 넘어가고 어느새 끝에 다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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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라스 오브 뷰티 - 세상의 아름다움을 만나다
미하엘라 노로크 지음, 권루시안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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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라스 오브 뷰티>는 세계 곳곳의 여성을 찍은 사진집이다. 제목대로 하자면 미인 지도책이다. 미인을 찾아나서는 책일까? 미인대회에 등장할 만한 아름다운 여성들이 있는 곳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그전에 미인에 대해 먼저 생각해보자. ‘미인을 검색해 나오는 사진을 보면 아주 천편일률적이다. 우리가 미인이라고 인정하는 기준은 그간 미디어를 통해 지속적으로 노출된 조건에 부합해야 한다고 여겨왔다. 어떤 여성이 그러한 기준에 모자란다 싶으면 완곡하게, “외모보다는 내면의 아름다움이 더 중요하다.”고들 말한다. 이 말은 반박을 부를 수밖에 없다. “내면의 아름다움이 어떻게 드러나는가, 내면 표현이 어려우니 너나없이 외모를 가꾸려 애쓰는 게 아니냐?”. 이제 아름다운 여성을 말할 때 이 책, <아틀라스 오브 뷰티>로 반론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사진집을 좋아한다. 풍경 사진 못지않게 인물 사진을 좋아한다.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매그넘사진전부터였고, 그 후 라이프사진전, 이후로 <월간 사진>을 구독하며 한미 사진미술관이나 고은 사진미술관을 다녔다. 카메라를 들고 직접 대상을 찍고 싶기는 했는데 이런 저런 핑계로 시도하지 못한 채 사진집을 사들였다. 내가 애정하는 유명인 사진집은 노무현 전대통령과 오드리 헵번 사진집이고, 일반인 사진집으로는 <윤미네 집>이다. 김경훈 사진작가가 출간한 책은 모두 읽었는데 사진을 바라보는 안목을 많이 키울 수 있었다.


이번 사진집 <아틀라스 오브 뷰티>는 받자마자 사진만 주욱 훑었다. 아름다웠다! 두 번째로는 눈길이 더 가는 사진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따뜻했고 뭉클했다. 한편 의문이 들었다. 어떻게 이런 표정과 자세가 나올 수 있지? 이 사람들은 사진가에게 순순히 자신을 내어주었을까? 설마 대가를 받았을까? 불순한 의심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 사진의 설명을 읽어보았다. 어디서 어떻게 찍게 되었는지 간단한 소개만 있는 사진도 있었고 인터뷰를 한 것처럼 인물의 사연이 있는 것도 있었다. 그래서 맨 앞으로 돌아가 사진가 미하엘라 노로크의 글을 읽었다.


루마니아 출신의 노로크는 열여섯살에 화가인 아버지로부터 중고 필름 카메라를 받았고 어머니와 여동생을 찍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사진 전공을 하려고 했지만 디지털 카메라 붐이 일던 시기였고 평범한 사진가가 되고 싶지는 않아서 그만두고 다른 일을 했다. 2013년 에티오피아 여행에서 본 여성들의 강인하고 아름다운 모습에 반해 세상에는 더 많은 아름다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찾아 나섰다.


처음에 저예산 배낭여행에서 찍은 사진들로 루마니아 내에서 시작한 개인프로젝트가 소셜 미디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후원도 받게 되었다. 그녀는 스스로에게 임무를 부여했다. 더 많은 다양성을 포착하겠다고. 그렇게 시작한 사진여행이 쉽지는 않았다. 힘겨운 시간들이었지만 세계 곳곳에서 만난 수많은 여성들 덕분에 계속 할 수 있었다. 내가 의문을 가졌던 부분에 대한 그녀의 답을 그대로 인용한다.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렌즈를 직시하는 눈빛에는 사진가를 향한 신뢰가 들어있다는 것을. 대상을 향한 사진가의 애정 또한 함께 한다는 것도. 그렇다! 우리가 아름다움이라 부르는 것은 그저 외양만이 아니다. 담뱃잎을 말아 물고 카메라를 수줍게 바라보는 노파의 주름살에서, 둥그런 배를 감싸 쥔 임산부의 기대에 찬 표정에서, 패럴림픽에 나가는 게 꿈인 오른쪽 다리에 의족을 달고 있는 아니아의 사연과 딸에게 젖을 물린 열다섯 어린 엄마의 모습에서 보이는 게 아름다움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사진집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제목과 표지 때문에 미인을 보겠다는 생각으로 이 사진집을 구매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사진집은 단순한 미인 사진집이 아니다. 세계 여성들의 모습을 통해 아름다움을 찾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다. 인물의 눈빛과 자세, 복장과 배경에서 드러나는 무수히 많은 단어들을 발견해보자. 독자가 찾은 그것이 바로 아름다움이다.


지난 달 탁현민이 만든 공연 더뷰티풀에서 그는 아름다움을 이렇게 말했다.


아름다움이란 우리 시대가 그리워하는 것을 정직하게 표현하는 것입니다.


나는 저 문장에서 정직이라는 단어에 꽂혔다. 우리는 정직하게 표현하는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인가? 세상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성형과 명품으로 외모를 치장하고, 영혼 없는 인사를 나누고, 가식적인 말인 줄 알면서 주고받고, 마주 앉아서는 각자의 휴대폰을 보는, 이런 행위에 정직은 없다. 가식과 위선 없이 살아가는 사람 안에 아름다움이 있다. 노로크도 아름다움은 우리에게 관용과 정직, 친절을 가르쳐 준다 고 말했다. 나아가 모두가 협력할 수 있는 길을 찾아 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이에게서 우러나는 향취가 아름다움일 것이다. 나도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뭐라도 해야겠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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