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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최초의 여성 노동 운동가 강주룡 ㅣ 여성 인물 도서관 7
김미승 지음, 클로이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4년 5월
평점 :

청어람 주니어의 ‘여성 인물 도서관 시리즈’ 일곱 번째 책으로 <강주룡>이 출간되었다. 일제 강점기에 최초로 노동운동을 했던 강주룡의 생애를 조망하는 책으로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읽기에 적당하다. 5학년 2학기 사회교과에서 ‘일제의 침략과 광복을 위한 노력’부분에서 다루는 내용과 연계된다. 한 한기만에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다 배우기 때문에 학생들 입장에서는 그 방대한 내용을 숙지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이렇게 동화형식으로 쓰인 인물전을 교과 전후에 읽으면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교과서에서 다루는 일제 강점기의 인물은 남성 독립운동가들이 대부분인데 ‘여성 인물 도서관 시리즈’는 어른들도 접해보지 못한 인물들을 소개하기 때문에 교사나 학부모들도 함께 읽으면 좋겠다.
강주룡은 1901년 평안북도 강계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가족과 함께 15세에 만주 서간도로 이주를 했으며 21세에 다섯 살 어린 최전빈과 혼인했다. 강주룡은 독립운동을 위해 대한통의부로 떠나는 남편을 따라나섰다. 그곳에서 남성들의 활동을 돕는 역할만 하다가 직접 현장에서 활동을 하기도 했다. 만삭의 임산부로 꾸며 독립자금 운반책 역할을 하면서 자신도 나라의 독립을 위해 한 몫할 수 있어서 기뻤다. 그러나 남편이 집으로 돌아가라고 해서 혼자 돌아왔고 6개월 후 남편은 병에 걸려 죽고 말았다.
시댁에서 아들을 죽인 며느리라는 구박을 받다가 친정으로 돌아온 후 강주룡 가족은 조선으로 돌아왔다. 1926년 그녀는 평원 고무농장에 취직했고 이듬해 평양 고무농장에서 노동자의 임금 삭감과 정리 해고에 반대하는 파업에 참여했다. 정달헌이라는 노동운동가의 영향으로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깨우치게 되고 평양 적색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이후 사장이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한다고 통보하자 평원 고무공장 파업을 주도했다.
동화의 뒷부분에는 좀 더 자세한 내용이 이어진다. ‘그때 그 사건’에는 당시 고무농장 파업에 대한 상황을 설명해주고 있다. ‘인물 키워드’에서는 강주룡의 생애를 다시 한번 정리한다. 이병희라는 또 다른 노동운동가의 삶도 간단히 나와 있다. ‘한눈에 살펴보기’에는 1923년부터 1991년까지의 여성 노동 운동 역사를 연표와 쟁취 내용으로 정리되어 있다.
청어람 주니어의 블로그에서 독후활동지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데 교사나 학부모가 출력하여 아이들과 함께 풀어보면 더욱 풍부한 독서가 될 것이다. 특히 토의 토론 활동지의 세 가지 문항은 창의적 독후활동으로 손색없다.
여성노동자의 권리가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급여나 처우 부분에서 차별이 없지 않다. 또한 직종의 변화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교묘한 착취가 이루어지고 있다. <다음 소희>라는 영화가 그 사례이다. 100여년이 지나도 노동자의 권리는 여전히 쟁취해야하는 것인 게 씁쓸하다. 강주룡이라는 여성의 삶이 요즘 초등학생들에게 얼마나 공감이 될지 모르겠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노동권을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고 있으며 부모들은 제 아이가 사회에 나가 노동자가 될 것이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그러니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고 시위하는 이들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주룡이 남편과 대한통의부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했던 모습과 고무공장에서 부당한 대우에 항거하는 태도는 아이들에게 모범이 될 만하다. 그리고 고무공장 여성 노동자들의 착취에 자신이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고 하는 모습은 전태일을 연상시킨다. 전태일의 생애는 만화로도 나와 있으므로 노동운동사를 주제로 읽힐 경우 같이 읽도록 하면 좋다. 강주룡의 을밀대 고공농성 이후 40여년이 지났어도 비슷한 환경 속 여성노동자들이 있었다는 것을, 전태일이 그들을 위해 했던 활동과 자신의 몸을 불태워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친 것을 이 책을 같이 읽은 어른이 설명해주면 더욱 좋을 것이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