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시장
이경희 지음 / 강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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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작가의 신작 소설 <모란시장>은 늙은 점박이 개 삽교의 눈으로 모란시장이 서술된다. 알다가도 모를 인간 심리를 그릴 땐 삽교의 1인칭 시점 같고, 시장 사람들의 마음과 개인사까지 속속들이 알 때는 전지적 작가시점 같기도 하다. 두 시점이 경계감 없이 서술되어 자연스레 소설에 빠져들었다. 시장에 가면 살아있음을 느낀다. 인간은 살아가기 위해 시장에서 흥정을 하고 물건을 사고 판다. 시장은 꿈틀거리는 삶의 현장이다. 그러나 개 도축상이 있는(실제로는 20185월에 철거됨) 소설 모란시장에는 죽음이 상존한다.

 

 

개가 고기가 되는 곳, 대도축산에서는 피 비린내와 비명과 함께 돈이 오간다. 대도축산 박사장은 두 번째로 들인 아내 경숙에게 개 도축을 일임한다. 그곳에 싱싱한 개를 공급하는 이는 영달이라 불리는 개도둑인데, 삽교의 형제 넷과 어미를 훔쳐와 대도축산에 팔아넘긴 자다. 삽교 혼자 겨우 살아남아 대도축산 맞은편 대도빌딩에 사는 명진의 손에 길러졌다. 태어나자마자 잡혀온 삽교는 이제 10년이 지났는지 20년이 되었는지조차 가물거릴 정도다. 하지만 모란시장 골목골목이 제 발바닥 안처럼 훤하고 시장 상인들의 사연을 속속들이 아는 것도 연식이 그만큼 되었기 때문이다.

 

 

삽교가 아빠라 부르는 명진은 온갖 약들을 주렁주렁 달고 사는 사내다. 그가 하는 일이라고는 대도빌딩 창문 밖으로 대도축산을 내려다보는 것이다. 개를 죽이는 경숙을 바라본다. 아니다. 경숙이 박사장에게 개 맞듯이 맞는 것을 지켜보며 어쩔 줄 몰라하다가 뛰쳐내려가면 경숙모의 제지를 받고 돌아서 풀썩 쓰러지는 유약한 인간이다. 그가 나서서 말리지 못하는 이유는 박사장이 경숙과 자신의 관계를 의심하기 때문이며 명진은 박사장의 배다른 동생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깐, 이 소설의 주제는 사실 간명하다. 생명의 가치를 인간의 잣대로 논할 수 없음에도 인간은 돈의 논리로 생명을 평가하며 상위포식자답게 가장 잔인하다는 것이다. 작가는 모란시장의 밝은 쪽보다는 피하고 싶었던 어두운 면(진열되어 있던 그것들)에 대해 쓰고 싶었다고 한다. 공존과 책임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다고. 작가의 이런 생각은 등장인물들에 의해 다양하게 변주된다. 고양이 송이, 꽃집 여사장, 경숙의 대사로 또렷이 발화되고, 할머니들의 행동으로, 삽교의 생각으로 표현된다. 그러므로 작가의 의도가 명징하게 드러난다.

 

 

누구나 주제에 쉽게 도달할 수 있을 테지만 각자의 경험에 따라 인상 깊은 지점은 다를 것이다. 모란시장에 가서 개고기를 즐겨 먹었다면 아쉬움과 그리움의 정서가, 현재 모란시장의 모습만 아는 이에겐 충격과 안도의 정서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면 삽교와 송이에게 감정이입할 것이다. 나는 성남 모란시장의 개도축 역사를 신문기사로 접했을 뿐이지만 어느 정도 분위기는 알고 있었다. 부산 구포시장(구포시장 개도축 시설은 2019년 초에 철거됨) 근처에 살았던 적이 있다. 그곳을 지날 때마다 개 짖는 소리와 역한 냄새, 그리고 뜬장 속에 갇혀 있는 도사견, 껍질을 벗겨 가게 앞에 진열해 놓은 개들. 소설 속 대도축산에서 벌어지는 개 잡는 장면은 이 기억을 소환시켰고, 정용준의 단편소설 <개들>까지 오버랩이 되어 나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개들>에서는 개를 거의 죽을 만큼 팬 다음 높이 매달아 목숨이 끊어지길 기다린다. 소설 속 개 도축자 옆에서 보신탕을 끓이는 여성의 이름이 모란이었다. 두 소설의 공통점은 인간의 잔인성이다. 개를 죽이는 장면에서는 치를 떨었고 무엇보다 현실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견디기 힘들었다. 마지막 공통점은 엔딩 장면에서 두 소설 모두 도축업자가 죽는다. 잔인하게...

 

 

소설 <모란시장>의 분위기는 밝지 않다. 그나마 삽교가 화자이기 때문에 희극적 요소가 있긴 하지만. 인간이 아닌 다른 종의 눈으로는 이해되지 못할 일들, 한 발짝만 떨어져서 보면 같은 인간이지만 기막히는 짓거리들이 벌어지는 곳이 모란시장이다. 매일같이 벌어지는 악다구니가 활기찬 배경음악이 되기도, 죽음의 그림자를 품고 있기도 한 것이다. 개도축을 하는 대도축산을 중심으로 모란시장과 탄천 주위에서 생을 영위하는 모든 생명들의 이야기는 결국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다. 삶과 죽음은 돈과는 떼려야 뗄 수가 없다. 인간이 살아가는 곳은 어디든 애증과 연민과 복수가 있고 역시 돈이 있다. 돈에는 욕심이 자동완성어로 따라붙는다. 단순화하자면 돈을 더 많이 벌려면 더 많이 죽여야 한다.

 

 

인간은 더할 수 없이 흉포한 상위포식자다. 훔쳐온 개를 공급하는 영달도, 건강하고 믿을만한 물건이라고 큰소리 치는 박사장과 그에게 돈을 척척 내는 단골들도 인간이다. 박사장 대신 어쩔 수 없이 도축을 하다가 한 번씩 개들을 풀어주는 경숙도, 심장소리를 들어본 적도 슬픈 눈동자를 본 적도 없는 개를 모욕하지는 말자고 소리 지르는 능평꽃집 여자도 인간이다. 우리가 먹고 마시는 모든 것이 다른 생명의 희생에 기댄 것이라는 경숙의 말이 곧 작가의 말이다. 이 책을 읽고 생명의 소중함에는 공감하겠지만 그래도 육식을 멈출 수는 없겠다고 할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다른 동물의 시체를 먹지 않고도 우리는 살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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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동네 길고양이
우재욱 지음 / 지성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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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동네 길고양이><들개를 위한 변론>의 저자 우재욱씨의 신간이다. 그는 들개 관찰을 하면서 주거지 근처의 다른 동물들에 관심을 가져 고양이를 관찰하게 되었고 그것을 이번에 책으로 냈다. 저자가 사는 동네의 뒷산과 주택가, 농어촌, 공원과 산림에서 고양이들을 관찰한 후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것이다. 이 책의 구성은 아래와 같다.


1부 동네마다 있는 길고양이 에서는 고양이에 대한 개괄적인 내용과 고양이의 행동 특성, 나라마다 다른 문화를 살펴본다.

2부 동네 뒷산고양이는 뒷산에 살고 있는 고양이들과 캣맘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길고양이 간의 경쟁, 번식과 양육, 독립 과정을 관찰한 것을 소개한다.

3부 골목고양이 에서는 동네 주택가에서 정착해 살고 있는 길고양이들의 면면을 다룬다. 길고양이 TNR(trap-neuter-return, 안전한 방법으로 포획Trap한 뒤 중성화 수술Neuter을 하여 포획한 장소에 다시 방사Return하는 것) 과정에서 느낀 점도 함께 실었다.

4부 다른 동네 고양이 는 들에 관한 농촌, 어촌을 찾아가서 관찰한 고양이들에 대한 이야기와 들고양이에 대한 내용이다.

5부 길고양이는 야생동물이다 는 도시포식자로서의 길고양이들의 생태에 대해 조사한 것이다.

6부 길고양이와 공존 에서는 길고양이를 대하는 상반된 시선을 통해 인간과 길고양이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방안들을 제안한다.




나는 그동안 고양이 관련 책들이 출간되면 챙겨 읽었다. 삼냥이 집사로서 당연히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길고양이를 주제로 한 책도 여러 권 읽었기 때문에 책 내용들은 대부분 아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런 책을 읽는 이유는 미안하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들이는 인구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고양이 관련 서적도 늘었다. 치명적인 귀여움을 발사하는 화보집 같은 고양이 책도 좋지만 이렇게 길에서 지내는 고양이를 다루는 책의 저자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에 책을 읽고 소개하고 싶다. 한편 답답한 마음도 없지 않다. 길 위의 생명에게 모질게 대하거나 무자비한 폭력을 가하는 인간들이 아직 많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책을 찾아 읽기 시작한지 4년 쯤 되었다. 그나마 위안을 삼자면 길고양이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아주 조금씩이지만 변하긴 변한다는 점이다. 동네마다 캣맘, 캣대디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이런 책들의 출간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의 인식도 점점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길에서 태어나 길어야 2~3년을 살다가 생을 마감하는 그들에게, 훨씬 오래 사는 인간이 조금만 더 관대하게 대하면 어떨까. 그들의 특성과 생태에 대해 알아야 하고, 공존을 위한 방안에 동참하려고 노력하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위에서 소개한 목차를 보면 알겠지만 저자는 길고양이를 오랜 시간 직접 관찰해온 사람이다. 저자는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 위주만 살핀 것이 아니라 농.어촌까지 두루두루 돌아보면서 고양이들의 특성을 자세히 관찰했고, 그들의 삶을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지속적으로 관찰한 곳의 고양이들에게는 이름을 다 붙여주었고 책에는 사진도 다양하게 실려 있다. 그동안 길고양이를 대하는 방법과 태도에 대해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과 다르거나 몰랐던 것들에 대해 알게 되어 좋았다.




길고양이에 대해 관심이 있고 돌봐주고 싶은 마음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며, 주요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1. 길고양이는 좁더라도 사람의 손길을 피할 수 있는 곳을 좋아한다. 척추뼈가 53(사람은 26)이고, 뼈와 뼈 사이 연골이 스폰지 역할을 하여 유연성이 매우 뛰어나다. 작은 구명을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고 특유의 아치형으로 몸을 구부릴 수 있다.


2. 길고양이 새끼의 생존율은 아주 좋은 환경에서도 한 살까지 살 약 20퍼센트만 살아남는다. 그 원인으로 먹이부족이나 질병도 있지만 동족 수컷이 죽이기도 한다. 그 이유는 자신의 씨를 퍼뜨리기 위해 양육하느라 발정이 멈춘 암컷을 발정하게 만들려는 행동이다.


3. 길고양이가 전염병을 크게 퍼뜨린 사례는 없으나 직접적 신체접촉은 하지 않는 게 좋다. 톡소플라스마 원충은 고양이를 매개로 인간에게 감염될 수 있는데 망막변성, 뇌수막염을 일으킬 수 있고, 칼리시바이러스는 구강과 호흡기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촌충, 편모충, 진드기, 벼룩같은 벌레도 옮을 수 있다. 만약 만져주고 싶다면 도구를 사용해서 고양이의 그루밍과 비슷한 강도로 약하게 빗질하듯이 쓰다듬어주는 게 좋다.


4. 실내에서 키운다면 한 마리만 키울 것을 권한다. 고양이가 온전히 공간의 주인공이 되도록 해주고, 조명은 어둡게 큰 소음 없도록 하는 것이 좋다. 오하이오 주립대 수의사 토니 버핑턴의 연구에 의하면, 원인불명의 방광염에 걸린 고양이에게 스파르타식 생활시설을 제공했더니 나았다고 한다. 그 실험은 폭1미터의 우리에 가두고 같은 사람이 같은 시간에 간단한 식사만 제공했는데, 고양이는 작은 공간이라도 본인이 온전한 통제권을 가지고 있을 때 스트레스가 없고 건강하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실험이었다.


5. 번식 통제를 위한 중성화수술은 외출냥만이 아니라 실내고양이에게도 필요하며 장점이 많다. 요즘은 사료를 풍족하게 먹기 때문에 얼마든지 새끼를 낳게 되어 순식간에 많은 수가 늘어날 수 있다. 번식기에 짝짓기를 못해 괴로워하거나 집을 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줌 스프레이 행동도 줄고 발정음 문제도 해결된다. 첫발정 전에 중성화수술을 하면 암컷은 유방암, 자궁관련질환에 걸릴 확률이 거의 없다. 수컷은 전립선암 가능성도 거의 사라진다.




6. 길고양이의 존재 자체가 쥐의 번식을 억제한다. 고양이 오줌에 펠리닌이라는 유황이 포함된 아미노산이 임신한 쥐에게 노출되면 유산하거나 새끼를 적게 낳는다.


7. 고양이에게 유해한 음식으로는 양파, , 마늘, 부추 같은 파 종류인데 고양이의 적혈구를 파괴해서 빈혈을 일으킨다. 초콜릿의 테오브로민 성분은 구토 설사, 심박수 증가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소근 간을 한 음식은 대부분 고양이에게 염분 농도가 지나치게 진하다. 고양이는 유당을 소화하지 못해 우유를 먹으면 설사를 한다.


8.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었을 때 단점은 오히려 자생력을 약하게 한다는 것이다. 길고양이가 캣맘의 밥자리에만 의존하게 되면 스스로 먹이를 찾는 능력을 잃게 된다. 사정이 있어 먹이 주는 것이 끊기게 되면 길고양이는 굶주리게 되므로 신중하게 시작해야 한다. 또한 개체수가 늘어나 먹이 경쟁에서 약한 새끼가 먼저 도태되고, 서식 밀도가 높아지면 질병의 전파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먹이주기가 더 많은 죽음을 부르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9. 일정 구역에 한정된 고양이 급식소(사람들의 동선에서 벗어난 곳에 설치)에서만 적정한도에서 사료를 급식해야 한다. 급식 장소가 산재하면 과잉 공급되어 길고양이 개체수가 지나치게 늘어난다. 먹이 양을 한정하면 번식률이 낮아진다. 고양이 급식소가 지지를 얻으려면 행정기관과 길고양이 보호단체가 협력해 책임 있게 사후관리를 해야 한다.


10. 지정 장소에 급식소를 설치하면 함부로 훔치거나 파괴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공공기관이 설치한 고양이 급식소를 훼손하면 형법 제 141(공용물의 파괴)에 따라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개인이 설치한 급식소를 훼손해도 형법 제366(재물손괴등)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런 처벌 사항을 분명히 고지하고 집행해야 한다.


11. TNR의 효과는 개체 수를 억제하는 것보다는 군집의 성격을 바꾸고 안정화하는 것이다. 중성화 수술을 하면 영역 다툼과 짝짓기를 위한 싸움을 하지 않게 된다. 중성화된 개체군이 해당 영역을 지키므로 중성화되지 않은 길고양이가 들어와 앞에서 언급한 문제를 일으킬 소지를 줄인다. 사람과의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적은 군집이 형성되는 것이다. TNR 성공 사례들도 개체군을 안정화한 것이지 개체 수를 확연히 줄인 경우들은 아니다.


12. 길고양이가 주변에 있는 것을 호의를 가지고 받아들이되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을 권한다. 길고양이를 존중하지만 인위적인 도움을 주지 않는 것이다. 물론 학대 따위를 해서도 안 된다. 인위적 포획이나 안락사도 안 된다. 사람은 사람의 길을 가고 길고양이는 길고양이의 길을 가는 것이다. 야생동물과 인간이 서로 거리를 두고 간섭하지 않을 때 오롯이 바연 법칙에 따라 조화로운 생태계가 구현된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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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 관절, 아프지 않고 백 세까지
이우경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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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관절, 아프지 않고 백 세까지>는 현재 미국 자생한방병원에서 진료하고 있는 이우경 원장의 칼럼을 모아 출간한 책이다. 한국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던 이우경 원장은 2009년에 캘리포니아 한의사 면허를 딴 후 2012년부터 캘리포니아 자생한방병원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저자는 그동안 임상경험을 토대로 한 100여 편이 넘는 칼럼을 기고해왔다. 그 중 척추 및 관절 질환의 치료와 예방 그리고 다이어트, 면역 등에 관한 내용을 추린 것이다.


척추나 관절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라면 주의 깊게 읽고 지침으로 삼을 내용들이 많다. 물론 환자가 아니더라도 건강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가정 건강 상비용 책으로 읽기에 적합하다. 나는 친정엄마가 관절 질환을 많이 앓았기 때문에 이런 책은 꼭 읽는다. 이번에도 지식과 감성 출판사의 서평단에 당첨되어 읽게 되었는데 참고할만한 좋은 정보들이 많았다.


한의사라서 그런지 척추관련 질환(척추관협착증, 디스크)을 한방에서 치료할 수 있고 경과가 좋았다는 사례들을 책에 실었다. 근본적인 원인 치료를 위해 퇴행화된 뼈를 튼튼하게 해주는 한약 처방이 우선이라고 했다. 척추관협착증의 경우 척추 간격을 넓혀 주는 감압, 척추 교정치료와 침 시술로 증상개선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보통은 외과적 수술을 많이 받는데 이런 한방치료로 좋은 결과가 있다면 친정 엄마도 받게 해드리고 싶다. 엄마도 척추관협착증 때문에 허리부터 다리, 발가락까지 아프고 저리다고 하시는데 치료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작년에 무릎인공관절수술과 어깨인대 접합수술 후 신장이 안 좋아진데다 스테로이드 중독 증상도 있기 때문이다. 정형외과에서는 스테로이드 치료나 좁아진 부위를 벌리는 수술을 권유했는데 미루고 있는 상태다.


저자가 소개하는 방법들을 엄마에게 권유도 하고 나도 지킬 생각이다.


[척추 건강을 위한 방법]

1. ‘505 법칙’ 지키기 : 장시간 같은 자세를 취할 때는 반드시 50분마다 5~10분씩 휴식을 취해야 한다.

2. 기상 직후 15분 조심 : 선 채로 양말 신다가, 세수하려고 몸을 굽히다가 허리를 다치는 경우가 많으므로 기상 직후 15분 안에 몸을 움직일 때는 조심하고 가능하면 스트레칭 먼저 한 후에 활동하는 게 좋다.

3. 꾸준한 걷기 운동, 수영, 아쿠아로빅

4. 칼슘과 비타민 섭취 but 칼슘 소모 음식(커피, 에너지 드링크) 피하기

5. 충분한 햇빛 쬐기 : 일주일에 2~3회 각 10~20분씩, 비타민D 활성화

6. 허리보호대는 하루에 두 시간 이내로 착용


[무릎 관절 건강을 위한 방법]

1. 피해야 할 자세 : 스쿼트, 오랫동안 쪼그리고 앉기, 양반다리

2. 골프 스윙 연습 시 10회에 최소 1분간 휴식, 연습 전후에는 무릎, 허리, 골반 스트레칭 필수

3. 하이힐 신고 오래 걷거나 춤 추지 않기.

4. 무릎 통증이 있는 경우 운동 : 물 속에서 걷기, 대퇴사두근 강화운동(의자에 앉아 무릎을 90도로 굽혔다가 펴는 허벅지 운동)

5. 충분한 수분 섭취 필요 : 관절액이 충분해야 연골 마모 가능성이 줄어듬

6. 무릎보호대는 하루 3시간 이내로 착용


그 외에 평소 건강 관리를 위해 신경 써야 할 내용을 몇 가지 정리해 보았다.


1. 장이 편안해야 우울증이 없다

→ 장내 유익균이 활동할 수 있도록 야식은 금물, 일찍 수면, 세로토닌 생산을 위해 낮에 햇빛 쬐기

2. 여름에도 얼음물을 피해야 한다

→ 차가운 물이 위장으로 바로 들어가서 인체의 심부 온도를 떨어뜨리므로 면역력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 떨어진 체온을 다시 올리기 위해 상당히 많은 에너지가 소요된다. 아무리 더워도 상온의 물을 충분히 마시고 바람으로 자연스럽게 체온을 떨어뜨리는 것이 좋다.

3. 다른 사람보다 유독 추위를 더 탄다면

→ 근육량이 적기 때문이므로 근육량을 키우는 근력 운동을 하고 단백질 섭취를 충분히 해야 한다.

4. 바이러스, 점막만 튼튼해도 큰 도움이 된다

→ 결막, 비강점막, 구강점막 및 기관지 점막은 피부보다 얇은 층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외부의 어떤 물질이 몸 안에 흡수되기도, 몸 안의 수분이나 땀 점액 등이 배출되기도 쉽다. 점막은 항상 촉촉하게 유지되어야 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므로 평소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특히 노년층은 점막이 노화가 되므로 바이러스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따라서 수시로 상온의 물을 마시고 제때 식사를 하여 면역력을 키우면서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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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고 꾼 일공일삼 45
김정민 지음, 이영환 그림 / 비룡소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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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경성역 근처, 저 놈이. 놈이! 하고 불리다가 이름이 노미가 되어버린 사내아이가 있었다. 부모도 모르고 집도 모른 채 염천교 아래 소매치기 소굴에서 자라게 된 노미. 바른 길을 가야한다고 벅수누나가 잔소리처럼 말해도 노미의 꿈은 조선 최고의 소매치기 꾼이 되는 것이었다. 노미가 이곳에 왔을 때부터 열 두 살이 된 지금까지 살뜰히 챙겨준 벅수누나의 꿈은 이 짓을 그만두고 노미와 시골에 내려가서 사는 것이다. 그러나 파란 반도단(소매치기 무리 이름)의 두목은 자신의 수입원인 아이들을 놓아줄 마음이 없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계속 잡아두고 있는데 벅수는 처음부터 이 일을 하지 않겠다고 거부하지 못한 것을 자책하고 있다. 그러니 노미가 이 세계에 손을 담그는 것을 막고 싶어 하는 것이다.


<조선 최고 꾼>은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서울 역 근처에서 소매치기를 하는 무리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꾼이 되고 싶어하는 노미가 우연찮게 인신매매단에 붙잡힌 소녀들을 구출하게 된다. 그 사건이 신문에 실렸는데 구출하고 홀연히 사라진 이를 조선 최고의 뽀이꾼이라고 했다. 노미는 동네의 고보형(중학교에 다니는 형)에게 뽀이꾼이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았다. 서양 말로 소년이라는 뜻의 보이와 김군, 이군의 그 군을 합쳐 부른 말이라는 것을 듣게 된 노미는 그 뽀이꾼이 바로 자신이라고 자랑한다. 고보형은 어떻게 그런 용감한 일을 하게 되었는지 물어보았고, 노미의 용감한 행동을 들은 형은 넌 정말 조선 최고 꾼이라고 할 만해.”라고 칭찬한다. 노미가 소매치기꾼에서 조선 최고 꾼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는 순간이었다.




노미는 소매치기 무리에서 자랐지만 심성이 바르고 착한 아이였다. 옆에서 돌봐주고 긍정적인 말만 해준 벅수누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동네 고보형이 조선 최고 꾼이라고 불러주면서 노미는 드디어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어야할지 드디어 눈앞이 환해졌다. 이름 아닌 이름 노미에서 어엿한 최고군으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경성역 앞에서 만났던 솔이의 오빠를 돕기로 한다. 바로 독립운동 명부를 대전에 있는 대륙점방에 전달하는 일이다. 그것이 벅수누나와 고보형이 말하던 바른 길임을 아니까.


김정민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노미의 변화를 통해 무한한 사랑과 믿음을 아이들에게 주었을 때 얼마나 아름답게 피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아이의 한 면만을 보고 나쁜 아이로 단정 짓지 말고 긍정적인 눈으로 보자는 것이다. 소매치기 소굴에서 자란 아이는 소매치기가 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 극단적 상황에 있더라도 벅수누나나 고보형, 솔이 누나, 미카엘 선생님이 무한 신뢰를 주었기 때문에 노미가 소매치기꾼이 아닌 조선 최고 꾼이 되겠다고 다짐할 수 있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바른 길은 소매치기가 아닌 것이다.




이 책은 비룡소의 일공일삼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내용에 맞는 삽화가 적절한 장면에 들어가 있어서 초등 중학년 이상이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중학년의 경우 한국사에 대한 지식이 없더라도 부모나 교사가 일제 강점기에 대한 정보를 주어 읽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고학년이라면 환경의 영향력으로 토론이 가능하다. 열악한 환경이 인간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긍정적, 부정적인 면으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학생 자신이 부모에게서 들었을 때 힘이 나는 말이 무엇인지를 주제로 글쓰기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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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죄송합니다 - 왜 태어났는지 죽을 만큼 알고 싶었다
전안나 지음 / 가디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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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태어나서 죄송합니다>의 저자 전안나씨는 이미 여러 권의 독서 관련 책을 냈다. 그의 책은 SNS에 소개된 글에서 봤고 직접 읽어본 적은 없었다. 이번 신간 <태어나서 죄송합니다>는 가디언 출판사의 서평단 자격으로 읽게 되었다. 독서에세이인데 제목을 왜 이렇게 지었는지 궁금했다.


그의 지난 날에 대해 알고 깜짝 놀랐다. 입양아, 폭력 가정, 아동 학대... 얼마 전 종영한 <서른, 아홉>은 입양에 대해 긍정적으로 그린 드라마였다. 아무리 좋은 양부모 밑에서 자랐다 해도 입양아라는 딱지가 그들의 삶을 계속 지배할 수밖에 없다는 주지의 사실과 건강한 입양가정의 모습을 공감력 있게 그려냈다. 사실 입양가정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은 미디어에서 그려지는 모습을 현실인양 착각하기 쉽다. 물론 <서른, 아홉>속 입양가정의 모습도 있을 테지만 그렇지 않은 가정도 있을 것이다. 학대받은 아이, 양육지원비 때문에 입양한 사람들 같은 뉴스들이 그렇다.


전안나씨의 사연도 뉴스에 나올 법했다. 1982년에 태어났지만 부모에게 버림받아 무적자였고 86년에 입양되었지만 1년이나 지나서 양부모의 호적에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폭력과 학대. 그의 양부모, 특히 엄마의 폭언과 폭행은 분명 범죄였다. 아무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 채 오롯이 여린 몸으로 견뎌내야만 했다. 몸에 난 상처는 아물면 사라지지만 마음의 상처가 어디 그런가. 어서 성인이 되어 그 지옥 같은 곳에서 벗어나길 바라며 책장을 급하게 넘겼다.


그러나 아니었다. 성인이 되어서는 일만 했다. 대학교 등록금을 벌기 위해 쉼 없이 아르바이트를 했고, 취직을 하자 양엄마는 급여를 자기 통장으로 이체하라고 협박했다. 전안나 작가는 스물 일곱살, 결혼하기 전까지 6천만원이나 되는 돈을 양엄마에게 보내야했다. 양엄마라는 사람은 교회에서 신실한 권사인가 뭔가였는데 입양한 자식을 수시로 괴롭히고 돈까지 갈취한 사람이었다. 세상에 저런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이 무슨 기막힌 소설 같은 이야기인가 말이다. 하지만 이제 그에게 불행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두 아들을 낳아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뒷목 잡게 하는 시어머니의 행동도 있었지만 요즘은 좀 바뀌었다고 한다.


이런 자신의 인생에 대한 글을 쓰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세 번이나 고쳐 썼다고 한다. 3년 전 처음 쓸 때는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눈물을 흘렸고, 재작년에는 분노로 손이 떨렸다. 그리고 1년 후, 비관적 현실주의자가 되어 자신의 삶을 자산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고 표현했다. 이번 책을 통해 아마 작가는 치유가 되었을 것이다. 물론 100%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누구이며 도대체 왜 태어났어야 했는지에 대한 답은 얻은 것 같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p.237

내 삶에 스며든 자격지심을 내려놓는다. 고아가 된 것도, 입양이 된 것도, 아동 학대를 받은 것도 내 잘못이 아니야 하며 죄책감을 내려놓는다. 버림받았다는 상처도, 태어나서 죄송한 존재였다는 비참함도 내려놓는다. 친부모를 원망했던 마음도, 양부모를 미워하는 마음도 잠시 멈춰 본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친부모도, 돈이 필요할 때나 원하는 게 있을 때만 전화하는 양부모도 그냥 한 인생이려니 넘어간다. 그들도 순간순간 최선을 다한 선택이었으리라 이해해 보려 한다. 그들과 나는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서로 다른 세상을 살았다.


이 책은 독서에세이라고 했고, 30개의 꼭지에서 서른 권의 책을 다루지만 그 책을 자세히 소개하지 않는다. 작가 자신이 힘들었던 순간,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한 문장, 글쓰기에 도움을 받은 책처럼 지극히 작가의 개인적인 상황과 연관된다. 그래도 독자들은 충분히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독자의 상황과 꼭 같지는 않더라도 인간의 생애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의 고충은 엇비슷하기 때문이다.

 

22. 살기 위해 읽다 : <수전 손택의 말>


책을 계속 읽다보니 책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고, 나는 그렇게 책을 쓰게 되었다. 이제 책은 나에게 직업이 되었다. 나는 살기 위해 읽었고, 책을 붙잡아 꾸역꾸역 살아남았으며, 그 결과 지금까지 생존해 있다. “독서는 제게 여흥이고 휴식이고, 위로고 내 작은 자살이에요. 내가 모든 걸 잊고 떠날 수 잇게 해주는 작은 우주선이에요.”라는 수전 손택의 말처럼 나도 그랬다.

독서는 내 작은 자살이었고, 작은 우주선이었다. 나는 책을 읽고 책을 쓰면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는 지금도 다시 책으로시작하려 한다. 앞으로 나에게 독서는 치유를 넘어선 그 무엇으로 남을까...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그동안 잘 살아왔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젠 행복할 일만 남았다며 작가의 등을 토닥여 주고 싶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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