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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고 꾼 ㅣ 일공일삼 45
김정민 지음, 이영환 그림 / 비룡소 / 202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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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경성역 근처, 저 놈이. 놈이! 하고 불리다가 이름이 노미가 되어버린 사내아이가 있었다. 부모도 모르고 집도 모른 채 염천교 아래 소매치기 소굴에서 자라게 된 노미. 바른 길을 가야한다고 벅수누나가 잔소리처럼 말해도 노미의 꿈은 조선 최고의 소매치기 꾼이 되는 것이었다. 노미가 이곳에 왔을 때부터 열 두 살이 된 지금까지 살뜰히 챙겨준 벅수누나의 꿈은 이 짓을 그만두고 노미와 시골에 내려가서 사는 것이다. 그러나 파란 반도단(소매치기 무리 이름)의 두목은 자신의 수입원인 아이들을 놓아줄 마음이 없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계속 잡아두고 있는데 벅수는 처음부터 이 일을 하지 않겠다고 거부하지 못한 것을 자책하고 있다. 그러니 노미가 이 세계에 손을 담그는 것을 막고 싶어 하는 것이다.
<조선 최고 꾼>은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서울 역 근처에서 소매치기를 하는 무리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꾼이 되고 싶어하는 노미가 우연찮게 인신매매단에 붙잡힌 소녀들을 구출하게 된다. 그 사건이 신문에 실렸는데 구출하고 홀연히 사라진 이를 ‘조선 최고의 뽀이꾼’이라고 했다. 노미는 동네의 고보형(중학교에 다니는 형)에게 ‘뽀이꾼’이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았다. 서양 말로 소년이라는 뜻의 보이와 김군, 이군의 그 군을 합쳐 부른 말이라는 것을 듣게 된 노미는 그 뽀이꾼이 바로 자신이라고 자랑한다. 고보형은 어떻게 그런 용감한 일을 하게 되었는지 물어보았고, 노미의 용감한 행동을 들은 형은 “넌 정말 조선 최고 꾼이라고 할 만해.”라고 칭찬한다. 노미가 소매치기꾼에서 조선 최고 꾼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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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미는 소매치기 무리에서 자랐지만 심성이 바르고 착한 아이였다. 옆에서 돌봐주고 긍정적인 말만 해준 벅수누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동네 고보형이 ‘조선 최고 꾼’이라고 불러주면서 노미는 드디어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어야할지 드디어 눈앞이 환해졌다. 이름 아닌 이름 노미에서 어엿한 ‘최고군’으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경성역 앞에서 만났던 솔이의 오빠를 돕기로 한다. 바로 독립운동 명부를 대전에 있는 대륙점방에 전달하는 일이다. 그것이 벅수누나와 고보형이 말하던 바른 길임을 아니까.
김정민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노미의 변화를 통해 무한한 사랑과 믿음을 아이들에게 주었을 때 얼마나 아름답게 피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아이의 한 면만을 보고 나쁜 아이로 단정 짓지 말고 긍정적인 눈으로 보자는 것이다. 소매치기 소굴에서 자란 아이는 소매치기가 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 극단적 상황에 있더라도 벅수누나나 고보형, 솔이 누나, 미카엘 선생님이 무한 신뢰를 주었기 때문에 노미가 ‘소매치기꾼’이 아닌 ‘조선 최고 꾼’이 되겠다고 다짐할 수 있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바른 길은 소매치기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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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비룡소의 일공일삼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내용에 맞는 삽화가 적절한 장면에 들어가 있어서 초등 중학년 이상이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중학년의 경우 한국사에 대한 지식이 없더라도 부모나 교사가 일제 강점기에 대한 정보를 주어 읽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고학년이라면 ‘환경의 영향력’으로 토론이 가능하다. 열악한 환경이 인간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긍정적, 부정적인 면으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학생 자신이 부모에게서 들었을 때 힘이 나는 말이 무엇인지를 주제로 글쓰기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