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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죄송합니다 - 왜 태어났는지 죽을 만큼 알고 싶었다
전안나 지음 / 가디언 / 2022년 3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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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죄송합니다>의 저자 전안나씨는 이미 여러 권의 독서 관련 책을 냈다. 그의 책은 SNS에 소개된 글에서 봤고 직접 읽어본 적은 없었다. 이번 신간 <태어나서 죄송합니다>는 가디언 출판사의 서평단 자격으로 읽게 되었다. 독서에세이인데 제목을 왜 이렇게 지었는지 궁금했다.
그의 지난 날에 대해 알고 깜짝 놀랐다. 입양아, 폭력 가정, 아동 학대... 얼마 전 종영한 <서른, 아홉>은 입양에 대해 긍정적으로 그린 드라마였다. 아무리 좋은 양부모 밑에서 자랐다 해도 입양아라는 딱지가 그들의 삶을 계속 지배할 수밖에 없다는 주지의 사실과 건강한 입양가정의 모습을 공감력 있게 그려냈다. 사실 입양가정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은 미디어에서 그려지는 모습을 현실인양 착각하기 쉽다. 물론 <서른, 아홉>속 입양가정의 모습도 있을 테지만 그렇지 않은 가정도 있을 것이다. 학대받은 아이, 양육지원비 때문에 입양한 사람들 같은 뉴스들이 그렇다.
전안나씨의 사연도 뉴스에 나올 법했다. 1982년에 태어났지만 부모에게 버림받아 무적자였고 86년에 입양되었지만 1년이나 지나서 양부모의 호적에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폭력과 학대. 그의 양부모, 특히 엄마의 폭언과 폭행은 분명 범죄였다. 아무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 채 오롯이 여린 몸으로 견뎌내야만 했다. 몸에 난 상처는 아물면 사라지지만 마음의 상처가 어디 그런가. 어서 성인이 되어 그 지옥 같은 곳에서 벗어나길 바라며 책장을 급하게 넘겼다.
그러나 아니었다. 성인이 되어서는 일만 했다. 대학교 등록금을 벌기 위해 쉼 없이 아르바이트를 했고, 취직을 하자 양엄마는 급여를 자기 통장으로 이체하라고 협박했다. 전안나 작가는 스물 일곱살, 결혼하기 전까지 6천만원이나 되는 돈을 양엄마에게 보내야했다. 양엄마라는 사람은 교회에서 신실한 권사인가 뭔가였는데 입양한 자식을 수시로 괴롭히고 돈까지 갈취한 사람이었다. 세상에 저런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이 무슨 기막힌 소설 같은 이야기인가 말이다. 하지만 이제 그에게 불행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두 아들을 낳아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뒷목 잡게 하는 시어머니의 행동도 있었지만 요즘은 좀 바뀌었다고 한다.
이런 자신의 인생에 대한 글을 쓰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세 번이나 고쳐 썼다고 한다. 3년 전 처음 쓸 때는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눈물을 흘렸고, 재작년에는 분노로 손이 떨렸다. 그리고 1년 후, 비관적 현실주의자가 되어 자신의 삶을 자산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고 표현했다. 이번 책을 통해 아마 작가는 치유가 되었을 것이다. 물론 100%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누구이며 도대체 왜 태어났어야 했는지에 대한 답은 얻은 것 같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p.237
내 삶에 스며든 자격지심을 내려놓는다. 고아가 된 것도, 입양이 된 것도, 아동 학대를 받은 것도 내 잘못이 아니야 하며 죄책감을 내려놓는다. 버림받았다는 상처도, 태어나서 죄송한 존재였다는 비참함도 내려놓는다. 친부모를 원망했던 마음도, 양부모를 미워하는 마음도 잠시 멈춰 본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친부모도, 돈이 필요할 때나 원하는 게 있을 때만 전화하는 양부모도 그냥 한 인생이려니 넘어간다. 그들도 순간순간 최선을 다한 선택이었으리라 이해해 보려 한다. 그들과 나는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서로 다른 세상을 살았다.
이 책은 독서에세이라고 했고, 30개의 꼭지에서 서른 권의 책을 다루지만 그 책을 자세히 소개하지 않는다. 작가 자신이 힘들었던 순간,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한 문장, 글쓰기에 도움을 받은 책처럼 지극히 작가의 개인적인 상황과 연관된다. 그래도 독자들은 충분히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독자의 상황과 꼭 같지는 않더라도 인간의 생애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의 고충은 엇비슷하기 때문이다.
22. 살기 위해 읽다 : <수전 손택의 말>
책을 계속 읽다보니 책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고, 나는 그렇게 책을 쓰게 되었다. 이제 책은 나에게 직업이 되었다. 나는 살기 위해 읽었고, 책을 붙잡아 꾸역꾸역 살아남았으며, 그 결과 지금까지 생존해 있다. “독서는 제게 여흥이고 휴식이고, 위로고 내 작은 자살이에요. 내가 모든 걸 잊고 떠날 수 잇게 해주는 작은 우주선이에요.”라는 수전 손택의 말처럼 나도 그랬다.
독서는 ‘내 작은 자살이었고, 작은 우주선’이었다. 나는 책을 읽고 책을 쓰면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는 지금도 ‘다시 책으로’ 시작하려 한다. 앞으로 나에게 독서는 치유를 넘어선 그 무엇으로 남을까...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그동안 잘 살아왔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젠 행복할 일만 남았다며 작가의 등을 토닥여 주고 싶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