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인 서울 사계절 1318 문고 122
한정영 지음 / 사계절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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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을 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마.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수 있는 것도 실력이야.

그게 무엇이든 말이야.

잘 기억해.

한번 빼앗기면 다시는 못 찾아.

네가 1등 하는 게 너만의 문제인 줄 알아? 아빠의 명예고 엄마의 체면이고 우리 가족의 자존심 같은 거야!"

 

 

저런 말을 하는 아빠가 있을까 싶지만 분명 있을 것이다. 자식을 패는 아빠가 있을까 싶지만 실제로 있다. 10여 년 전, 그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다. 아파트 꼭대기 층에 살 때였는데, 기역자로 꺽인 옆 동이었고, 우리 보다 한 층 아래 집이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들을 아빠가 골프채를 휘두르며 때리고 아이는 이리저리 도망다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대체 초등학생이 뭘 얼마나 잘못했기에 저럴까? 경찰에 신고해야 되는 거 아닌가? 라고 생각했고 아빠가 아들을 때리는 건 처음 본 충격으로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그 장면이 끝났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물리적 폭행만 폭행이 아니다. 위 인용한 문장에서처럼 말로 상처를 주는 것도 폭행과 마찬가지다. 직접적 폭행의 상흔은 시간이 지나면 옅어져 사라지지만 언어폭행으로 마음에 새겨진 상처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 문장대로 실현이 되는 저주받을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1등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던 <변신 인 서울>의 주인공 반희는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게 된다. 1등에서 2등으로 삐끗하고 내려왔다가 5등으로까지 떨어지게 된 반희는 1등을 한 수지에게 위해를 가한다. 수지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낄 짓을 하고, 그것을 영상으로 찍고, 수지가 교통사고를 당하게 만든다. 아빠의 말대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1등하는 친구를 끌어내리고 자신이 그 자리에 올라가기 위해 저지른 행동이다. 그러나 반희는 자신의 행동에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그런 짓까지 벌인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되돌리기에 너무 멀리 와버린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다. 그래서 반희는 토끼가 되기로 한다. 토끼가 되면 학교에 안 가도 되고 시험도 안 쳐도 되고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니까. 수지에게 사과하고 싶은 마음 반, 두려움도 반이다.

그런데! 시험날 아침 눈을 떠보니 토끼가 되어 있었다.

위 내용은 책의 줄거리라고 할 수 없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아니다. 토끼로 변해버린 반희의 기억 일부는 소실되었기에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진 모른다. 친구의 문자나 전화 내용으로 조각난 퍼즐을 맞추듯 유추해 본 것이다. 반희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반희도 제 행동이 기억나지 않기 때문에 토끼가 되고 싶어했는지 어쩐지도 모른다. 토끼로 변했으면 좋겠다는 반희의 무의식이 저렇게 만들었을거라고 예상한 것일 뿐이다.

<변신 인 서울>은 제목만 봐도 예측 가능하지만, 저자 한정영 작가도 작가의 말에서 카프카의 변신을 패러디 했다고 밝히고 있다.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던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일어나보니 벌레가 되어 있었다. 벌레가 된 그가 환영받을 리가 없다. 회사 동료도, 가족도 모두 그에게서 등을 돌린다. 소설은 사람이 벌레로 변한 것에 대한 개연성을 따질 틈도 없이 그레고르의 가족들에게 분개하게 만든다. 단순히 벌레라는 흉측한 외양 때문에 가족으로 인정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돈을 벌어오지 못하기 때문에 그를 가족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존재만으로 사랑하는 아들이 아니라 돈을 벌어오니까 사랑하는 아들이었던 것이다. 쓸모가 있을 때만 아들이고 오빠인데 이제 더 이상 쓸모가 없으므로 가족들은 그를 방에 가둬둔채 즐거운 마음으로 피크닉을 떠났다.

<변신 인 서울>도 카프카의 <변신> 마지막과 같다. 반희네 가족들은 반희를 없는 존재 취급하며 소풍을 떠나고, 반희는 혼자 방에 남아 괴로운 시간을 보낸다.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여전히 토끼로 변한 꿈일거라고 생각도 한다. 방에서 나가기 위해 자해를 하다가 들리지 않지만 꺼내달라고 외치다가 까무룩 잠들었다 깨었지만 여전히 토끼였다.

이 소설의 마지막 문단은 카프카의 <변신> 첫문단과 같으며 벌레가 토끼로 바뀌었을 뿐이다. 하지만 카프카의 <변신>보다 훨씬 잔인하고 슬프다. 카프카는 돈을 벌지 못하는 인간의 존재가치로 자본주의를 비판했지만 한정영 작가는 우리나라 10대의 존재가치는 단 하나, 성적으로 수렴된다는 것을 비판한다. 성적, 학교 등수로 존재 가치를 판별하는 교육시스템 속에서 살았고 그렇게 자란 10대가 어른이 되어도 이 시스템은 바뀌지 않고, 자신의 자식들에게도 이 시스템 안에서 고통당하도록 그대로 두는 이상한 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다. 누구나 이상하다는 것은 알지만 아무도 나서서 바꾸려하지 않으니 모두의 암묵적 지지하에 시스템이 유지되는 중이다. 아이들조차 성적으로 평가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수치스러운지 인지하지 못한채 무덤덤하게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을 이렇게 만든 모든 책임은 어른에게 있다. 반희가 저지른 행동과 마음은 정반대다. 자신이 저지른 행동과 시험 스트레스 때문에 학교에 가기 싫기도 하지만 토끼가 되어 의사소통이 안 되는 상황에서 자신이 반희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고 학교도 가고 싶다. 십대의 특징인 흔들리는 감정과 유사하다.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하기 싫은 반면, 자신도 공부를 잘하고 싶고 1등을 해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있다. 청소년 고민 상담의 1위가 이 내용이라고 하니 아이들에게 성적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성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욕구를 가지게 만든 것도 어른들 탓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있는 그대로, 너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해 주지 않았다. 아이의 성적 향상을 위해, 대입 정보를 얻으려고, 입시설명회를 쫓아다녔고, 아이의 자존감을 올리려면 어떻게 할지 전문가가 쓴 책에서 찾으려 했다. 이 땅의 모든 부모들은 그런 헛수고 대신 이 소설을 읽어야 한다.

소설 속 반희의 부모를 보며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부모의 체면과 자존심을 위해 자식이 1등하기를 강요하고, 공부를 못하면 투명인간 취급했던 자신의 모습을 책에서 확인하며 부끄러워하길 바란다. 인간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사랑받을 가치가 충분한 존재임을 제발 깨닫길 바란다. 자식은 성적을 잘 받아오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게 아니란 것도.

나는 반희 엄마의 행동에 치를 떨었다. 반희의 방에서 발견된 토끼가 반희일 거라고 짐작한 이후 그의 행동은 정말 엄마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마지막엔 누나 반지가 반희의 방으로 들어가려하자 이제 토끼 없다며, 제 집으로 갔다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반지가 너무 불쌍해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뻔히 눈뜨고 존재 자체를 부정당한 반희의 심정에 감정이입 되었다. 성적 하워권 아이들이 학교에서 투명인간 취급받는 것과 뭐가 다를까 싶다. 아이에겐 다 너를 위해서라고 하면서 공부에 목숨 거는 가식적 행동을 하는 엄마들이 이 책을 읽고 아래 질문의 답을 생각해 보면 좋겠다.

 

"반희를 토끼로 만든 건 누구일까?"

 

 

그리고 알아야 한다!

우리는!

그 누구라도 토끼가 될 수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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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한 권의 힘 - 읽고 쓰고 만드는 그림책 수업의 모든 것
이현아 지음 / 카시오페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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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학교현장에서 이미 검증해본 그림책이니 독자는 그대로 활용하면 되겠네요~^^ 출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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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꾸 나만 따라와 - 십대와 반려동물 서로의 다정과 온기를 나누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8
최영희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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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 모음 출판사의 신간 <왜 자꾸 나만 따라와>의 소개글에 10대와 반려동물이 다정과 온기를 나눈다 고 되어 있어서 기대했다. 개나 고양이가 나오는 소설을 좋아하기 때문이고, 10대와 반려동물이니 발랄과 감동이 같이 있을 거라고 지레짐작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첫 번째 소설 “누덕누덕 유니콘”부터 묵직한 주제였다. 유전자 설계로 인간과 짝을 지어 태어나도록 하는 반려동물, 이른바 ‘공생동물’에 대한 이야기다. 공생동물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원치 않거나 뭔가 잘못되면 반납도 가능한 존재다. 거의 물건에 가깝게 거래가 되는데 그들은 원래 주문자의 수요에 맞춤한 설계로 탄생한 것이기에 배신하지 않는다.

이 소설과 유사한 소재는 마지막 소설 “돌아온 우리의 친구”이다. 개와 고양이를 유전자 변형 및 배합하여 '캐양이'라는 존재를 만들어 내는 2044년이 배경인 이야기다. 도아네 집 주위에 비둘기와 쥐의 사체가 자꾸 발견되어 루이라는 도아의 캐양이가 범인 의심을 받지만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 전 캐양이 위미의 짓이었다. 위미는 루이에게도 위해를 가하는 등 거의 괴물이 된 상태로 도아네 집 주변을 배회한다는 이야기는 섬칫한 공포소설의 느낌을 자아낸다.

이 단편소설집의 시작과 끝은 근미래에 인간의 수요로 만들어진 반려동물의 예기치 못한 부작용에 대한 이야기로 수미상관을 이루고 있다. 이 두 소설은 미래에 탄생가능한 반려동물에 대한 소재이지만 다양한 층위의 이야기거리나 토론 논제를 찾아낼 수 있다. 고양이와 개를 유전자 변형하여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 내는 일은 토마토와 감자를 접붙이듯 간단한 일이 아니다. 우리가 유전자 조작 식품의 부작용이 아직 확인되지 않아서 불안하다고들 하지 않나.

“돌아온 우리의 친구”라는 반가운 제목의 이 소설은 캐양이가 괴물이 되어 돌아왔을 때 몸서리치게 두려운 존재가 될 수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그리고 인간이 마치 창조주가 된 듯 오만한 태도로 자신들의 수요에 맞춤한 생명체를 만든다는 설정은, 나중에 닥칠 예측불가한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는지를 무겁게 묻는다. 두 소설은, 고양이에게서 개의 충성심을 원하는 사람들, 개에게서 고양이의 도도한 애교를 원하는 사람들의 수요가 얼마나 인간중심적 사고인지 비판하고 있다.

 

 

두 번째 소설 “피라온”의 주인공 미르는 맞춤 아기다. 3D HB프린터로 만들어낸 기계인데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게 된 미르가 버려진 개 송이를 데려와 키우는 이야기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AI>가 떠올랐다. 부모님의 진짜 아이가 되고 싶어했던 두 아이 데이빗과 미르의 서사가 겹쳐지면서 심장이 따끔거려 혼났다. 이렇게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의 주제의식은 가볍지 않다.

책 소개를 보고 한 생각에 배신감이 들었다. 어쩜 이러한 내 생각부터가 반려동물을 얼마나 쉬운 서사로 생각하고 있었단 말인가 싶어 뜨끔했다. 그들은 그저 우리 인간을 기쁘게 해주는 쓸모를 가진 존재라는 기본인식이 있기에 이런 묵직한 주제에 깊이 발을 들이니 불편함이 느껴진 게 아닌가. 아마 다른 독자들 중에서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십대 아이들이 읽는 책인데 좀 더 가볍고 신나고 재미있는 소설이면 좋겠다.’

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허나 아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이니 책임감이니 하는 말을 기계적으로 읊어대는 것보다 이런 상상력 가득한 소설을 읽고 토론해 보는 건 어떨까. 반려동물과 관련해 지금 벌어지고 있는 문제, 기술의 발전으로 발생가능한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대안을 제시해보면 의미있는 독후활동이 될 것이다. 현재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아이라면 깊이 공감할 것이고, 키우지 않는 아이라면 생명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생길 것이다.

“냄새로 만나”“시벨”은 각각 개와 고양이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주인공이 처한 좋지 않은 상황이 더 문제다. 가정에 문제가 많아 학교에서도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아빠가 재혼하면서 저 혼자 나와 살고 있는 고등학생, 아빠가 장애인이라고 속인 것이 들통나 살고 있던 임대아파트에서 쫓겨나는 중학생이 그들이다. 이 주인공들이 다른 소설에 나오는 사랑 듬뿍 주는 부모의 자녀였다면 저렇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밥 먹듯 가출을 일삼는 지인의 중학생 아들이 생각났다. 찾아서 데려오면 나가고, 또 찾아오면, 또 나가는 일을 계속 되풀이 하는데 그것보다 더 힘든 일은 나가서 자꾸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친구의 아이폰을 뺏아 중고나라에 팔아먹고, 차에서 카드를 훔쳐 100만원 넘게 사용을 했다고 한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학교에 꼬박꼬박 나갔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는 한탄을 들으니 답답한 마음에 뭐라 해 줄 말이 없었다. 그 집도 재혼가정인데 그 아이의 행동은 불만을 표현하는 반항인걸까, 애정을 갈구하는 것일까? 이 역시 알 수가 없다.

두 소설에서 문제가 쉽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두 아이들에게 다가올 앞날도 현실적으로 밝지만은 않다. 그러나 희망의 씨앗은 준다. 바로 그들 옆에 개가, 고양이가 있기 때문이다. 지인의 아들도 마음을 나눌 반려동물이 있다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물론 입밖으로 내뱉지는 않았지만.

“스위치, ON”“고양이를 찾”

이 두 소설은 다른 소설들에 비해 비교적 가볍게 읽혔다. 물론 “스위치, ON”의 다온이는 캐나다에서 인종차별을 심하게 받고 아이스하키를 하다 부상을 입어 집에 지내고 있는 상황이니 그리 가볍다고 할 순 없다. 그러나 바다에서 앞발에 장애가 있는 새끼거북이를 데려와 다시 바다로 돌려보낼 때까지 키우는 동안 부상도 회복하고 자존감도 회복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밝게 느껴졌다.

“고양이를 찾”은 얼떨결에 길냥이(아마도 가출한 품종묘)를 집에 들이고, 고양이라는 생명과 한 집에서 함께 지내는, 그 첫 경험을 1인칭으로 서술하고 있는데 마지막엔 그 고양이가 가출해버려 휑해진 심정을 어찌할 바 몰라하는 이야기다. 이 소설도 내용이 그리 밝지는 않은데 1인칭 화자의 화법이 재미있다.

p.169~170

고양이가 다리를 뻗어서 제 몸에 안겼습니다. 살아 있는 뭔가가 뭉클거리면서 저를 붙잡고 있는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고양이 발톱이 제 옷에 박히는 느낌이 났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무거웠습니다. 어쩐지 고양이는 거품같이 가벼울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안고 있는 제 자세도 엉거주춤하고, 고양이도 뭔가 불편한 것 같았습니다. 고양이가 발톱을 더 내밀까 신경이 쓰였습니다.

꿈틀거림, 박동.

온기가 있으면서 꿈틀거리는 것.

천천히 아래로 미끄러지기 시작하는 엉덩이를 받쳤습니다.

고양이는 흘러내리는 동물이었습니다.


이 소설 덕분에 오늘 리뷰를 그나마 재미있게 마무리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7편의 단편 소설을 쓴 작가들은 모두 국내 유수 아동문학상을 수상한 실력있는 작가들이다. 그들은 길지 않는 분량의 소설 안에 묵직한 주제를 담아 독자들에게 문제의식을 던져주고 있다. 10대에게 무시로 벌어지는 가혹한 현실과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법한 반려동물 관련 이야기를 잘 버무려 놓았다. 아직 개학까지는 시간이 남았으니 집에서 이런 책을 읽고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이다.

 

 

 

*** 이 리뷰는 네이버 카페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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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해결사 깜냥 1 - 아파트의 평화를 지켜라! 고양이 해결사 깜냥 1
홍민정 지음, 김재희 그림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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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4회 창비  어린이 좋은 책 원고 공모 동화부문 대상 수상작

<고양이 해결사 깜냥> 가제본 사전서평단으로 쓴 리뷰.

 

 

<고양이 해결사 깜냥>은 1편이고 소제목은 "아파트의 평화를 지켜라"이다.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일에 주인공 깜냥이가 나서서 해결해 줄 모양이다.

 

목차를 보면 이야기 제목이 다섯이지만 각각이 연결된다.

깜냥이가 비를 피하려고 아파트 경비실을 찾았다가 너무나 바쁜 경비아저씨의 조수역할을 하게 된다. 단둘이 집을 지키는 형제 집에 찾아가 같이 놀아주고, 댄스동아리오디션 준비한다고 쿵쾅거리는 소녀의 집에 가서 조용히 춤추는 법을 알려주고, 택배기사를 도와주기도 한다.

그리고 어엿한 고양이 경비원이 된다.

고양이가 요물이라며 꺼리던 사고는 이제 옛말이 되었다. 요즘은 어떤 콘텐츠든 고양이가 들어가는 게 필수다. 그래야만 인기를 얻을 수 있다. 어린이 그림책이나 동화책에도 고양이가 자주 등장한다. 이 동화는 아예 고양이가 주인공이고 해결사다. 배경은 아파트이고 온갖 궃은 일을 다 하는 경비아저씨를 도와주는 역할을 깜냥이 척척 해낸다.

깜냥이 해결하는 일을 앞에서 소개했지만 우리네 삶이 아파트 생활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맞벌이 가정, 층간 소음, 경비원과 택배기사의 일등등. 그들이 없다면 아마 아파트생활이 원활하게 유지되지 못할 것이다. 일본 속담에 정말 바쁠 때는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한다더니 그에 딱 맞게 깜냥이 나타나서 거들어준다. 시크하고 도도하고 자유로운 길냥이지만 이 아파트 경비실에 한동안 머물면서 경비원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 같다. 그리고 어느 순간 홀연히 사라져 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동화에서 환타지는 여러가지 순기능을 한다. 현실적으로 해결하기 힘들 것만 같은 일에 환타지 요소를 첨가하면 어린이 독자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이 동화에서 고양이 깜냥은 사람처럼 군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춤을 가르쳐주는 걸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할 어린이 독자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고양이는 그 존재만으로 인간이 뭐든 다 허락할 수 있을 것같은 아량을 품게하는 생명체이니까.

그걸 증명하는 방송을 어제 'TV동물농장' 에서 봤다. 아파트 주민들의 비타민인 길냥이 단풍이가 소개되었다. 단풍이는 그 동을 지키는 경비원 같았다. 드나드는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하고 늘 아파트 입구를 지키고 있다. 주민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단풍이를 챙기기 바쁘고 단풍이에 대해 얘기하다보니 어느새 친해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 아파트 주민들은 이제 단풍이가 없으면 못살 것 같다고 했다.

애교 넘치는 삼색이 단풍이를 보며 나도 자연스레 엄마미소가 지어졌다.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계속 동네사람들의 비타민이 되어주길~~ 실재하는 단풍이가 동화속 깜냥이 그저 환타지만은 아님을 증명했다. 고양이라는 생명체가 주는 경이로움이 아닐 수 없다.

1편에서 아파트의 평화를 지켰으니 이제 2편에서는 어디에 가서 누구를 지켜줄지 깜냥이의 활약이 기대된다. 1편을 읽은 어린이들은 2편을 기다릴 것임에 틀림없다. 어른인 나도 벌써부터 기다려지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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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우울한 동네 핀란드가 천국을 만드는 법 - 어느 저널리스트의 ‘핀란드 10년 관찰기’
정경화 지음 / 틈새책방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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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나라가 있다.

1년 중 겨울이 6개월이나 지속되고, 낮에도 영하 20도는 기본이며 몇 날 며칠 동안 해 구경은 하지도 못하고, 월급의 35%는 세금으로 내야하는데 내가 낸 세금이 얼만지 전국민 누구든지 열람해 볼 수 있고,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아파서 병원에 가면 최하 2~3일은 기다려야 진료 받을 수 있는 나라!

이런 나라에서 살고 싶은가?

나는 못 산다!

일단 날씨 때문에 안 되겠다.

햇빛 못 보는 건 견디기 힘들다.

이런 나라도 있다.

무상 교육에 무상 급식, 무상 의료는 기본이고, 국민의 70% 가까이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노인들이 모여서 집을 짓고 같이 살겠다고 하면 도심에 부지를 장기 임대로 내어주고, 정치인과 공무원을 무한 신뢰하듯 서로가 서로를 믿고 사는 나라!

이런 나라라면?

나는 가서 살고 싶다.

교육과 복지가 잘 되고 무엇보다 상호신뢰가 국민성처럼 박혀있다지 않나.

그런데!

위에 언급한 두 나라는 다른 나라가 아니라 같은 나라다.

그러면 나는 가서 살고 싶은가?

내 대답은 아니오!다.

왜냐하면 위의 모든 조건 중 내게 가장 일순위는 날씨이기 때문이다.

어릴 땐 몰랐는데 나이들수록 나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핀란드의 추위는 어찌어찌 참을 수 있겠지만 어둡고 흐린 날이 많다고 하니 그건 견디기 힘들 것 같다. 비오는 날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며칠간 계속 비가 오면 우울해지면서 쨍한 햇님이 보고 싶고 따사로운 햇살을 느끼고 싶어진다. 이젠 봄가을이 많이 짧아졌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의 사계절이 좋다. 한 계절만 있는 곳에 산다는 건 불행한 일이다.

같은 나라인데 정반대일 법한 조건들이 공존하고 있는 나라는 바로 북유럽의 핀란드다.

위 조건의 양면성은 손바닥의 위와 아래처럼 공존할 수 밖에 없다.

책의 제목 <세상에서 제일 우울한 동네 – 핀란드가 천국을 만드는 법>처럼 말이다.

부제에 “어느 저널리스트의 핀란드 10년 관찰기”라고 되어있는데 저자 정경화씨는 핀란드와10여 년 간 이어진 인연으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2009년에는 1년간 교환학생으로 핀란드를 다녀왔고, 2016년에는 1년동안 조선일보 단기 특파원으로 머무르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취재한 내용을 이번에 책으로 내게 되었다.

이 책은 제목에서 짐작가능하다시피 핀란드는 세상 우울한 곳인데 또 천국이란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저자는 사회 각 분야를 조망하고 한국과 비교도 한다. 기자출신답게 핀란드 미디어나 핀란드와 관련된 외신 기사들을 분석, 인용하고, 일반인들과의 인터뷰도 비중있게 다룬다.

이 책은 핀란드하면 그저 복지가 좋고 학생들의 공부성적이 세계에서 1등이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 그 이면을 속속들이 보여준다. 핀란드를 단편적인 뉴스 기사로만 접했던 사람들 중 핀란드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이 책을 권유한다. 핀란드의 복지정책이 궁금한 사람들, 노키아가 어쩌다 추락하게 되었는지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추천한다. 핀란드에 대해 아예 무관심했던 사람들도 읽으면 좋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책은 핀란드라는 나라에 대한 이야기지만,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어려움, 사회적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가면 좋을지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우리나라에 바로 적용하지 못하겠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해볼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런 의미로 정치인들이 읽어보면 좋겠다. 눈앞에 이익이나 국회의원 자리 보전하는 것에만 눈 벌개진 사람들의 눈에 이런 책이 들어올리 만무하겠지만...

책은 총 3 PART로 나누었고 각각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PART Ⅰ는 핀란드의 교육에 대한 내용을,

PART Ⅱ에서는 노키아에 대한 내용을 위주로 핀란드 경제 전반에 대해 다룬다.

PART Ⅲ의 제목에 등장한 대로 핀란드에서 ‘신뢰’는 어떻게 보이지 않게 사회를 작동시키는기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책의 목차 대로 내용을 요약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소개를 읽고 내용이 더 궁금하다면 책을 사보길 권한다.

나는 이 책에서 찾은 키워드 두 개로 리뷰의 후반부를 정리하려고 한다.

두 단어는 ‘자립’과 ‘신뢰’이다.

놀라운 일이다.

며칠 전 읽은 기시미 이치로의 책, <나쁜 기억을 지워드립니다>에서도 두 단어가 가장 와닿았는데 전혀 다른 분야의 책에서 동일한 키워드를 찾아내게 되다니!

인간의 문제는 결국 국가의 문제로 확장되어도 그 근본은 유사할 수밖에 없고 개개인의 관계가 거미줄처럼 네트워킹 되어 국가가 되는 것이니 같은 단어로 수렴되는 것 같다.

먼저 ‘자립’이라는 키워드를 살펴보자. 나는 인간의 기본 조건은 자립이며, 그 자립이 꼭 부모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려서부터 자신의 일을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하고 사람에 걸맞는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일들도 본인이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아이들도 그렇게 가르쳤다.

저자는 복지강국 핀란드의 기본은 인간의 자립이라고 말한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어두운 겨울 아침, 눈 쌓여 발이 푹푹 빠지는 길을 아이 혼자 제 몸통만한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고, 초등학교 입학하는 일곱 살 아들에게 핀란드 부모는 안장이 높은 자전거를 주며 이렇게 말한다. “이 방향으로 5킬로미터 가면 학교가 나온단다.”

또 다른 사례, 핀란드 사람들은 집안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는다. 아무리 바쁘고 돈이 많아도 가정부를 고용하는 일은 드물다. 이처럼 핀란드에서 자신의 일을 스스로 하는 것은 어릴 때부터 몸에 배어 있고 그것을 타인이 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으로 생각한다.

일할 능력이 없는 노인들도 무작정 국가에 기대지 않는다. ‘로푸키리’라는 노인 주거 커뮤니티는 요양원이나 양로원이 아니다. 평균 69세의 노인들이 모여 ‘자립하는 노인들의 모임’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자신들이 자립할 수 있는 공간을 스스로 돈 들여 짓겠다고 했고 정부는 헬싱키 시유지를 건물부지로 싼값에 장기임대 해주었다. 공동생활을 하는 그곳에서 노인들은 남의 도움 없이 개인생활과 공동체 생활을 같이 누리고 있다. 이 모델은 인기가 많아져서 세 번째 시설을 짓기 위해 입주 희망자를 모집하고 있으며 시에서 부지를 공급한다.

 

                           

p. 192

핀란드의 복지철학은 한마디로 ‘시민의 자립’을 돕는 것이다. 자립이란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기 앞가림을 하며 살아가는 일이다. 부모도 자식도 남이다. 이렇게 말하면 지나치게 냉정한 개인주의로 비칠지 모르겠다. 사실은 그 반대다. “경제적으로 서로 의존하지 않는 가족들은 서로를 더 아끼고 사랑하게 된다”고 핀란드의 저널리스트 아누 파르타넨은 주장한다.“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핀란드 국민들은 자신을 스스로 돌볼 줄 알고 책임도 진다. 월급의 35% 이상을 세금으로 내면서 복지혜택을 당당하게 누리며, 우리의 사고로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신뢰감을 국가와 주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 단어, ‘신뢰’!

<나쁜 기억을 지워드립니다>에서 저자는, 자녀의 자립을 위한 기본은 부모의 신뢰라고 했다.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도록 지켜보는 일, 그 아이가 살아있어 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아이는 그것으로 부모가 자신을 믿고 있다고 여기게 된다.

국가와 개인을 같은 맥락에 놓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핀란드 사람들이 국가에 가지는 무한 신뢰감의 기본도 그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그들은 자신의 민감한 개인 정보인 의료 생체 정보를 국가에 제공하며 이용하도록 한다. 우리가 부모를 믿는다는 것은 그들이 자식에게 나쁜 짓을 하리라고 예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모니까 무조건 믿는다는 말의 전제에도 이미 그들은 우리가 잘못되길 바라지 않는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핀란드의 진짜 힘은 ‘신뢰’라는 챕터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p.255

 

핀란드의 미래를 밝게 비추는 근본적인 힘은 핀란드 사회 전반에 깔린 신뢰에서 나온다. 신뢰가 바꾸는 미래라니, 손에 잡히지 않는 추상적인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다. 경제발전을 위해 개인의 의료 기록과 유전자 정보를 개방하려는 정부, 이 정보를 활용해 바이오 신기술과 신약을 개발하려는 기업은 전 세계 어디에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을 기꺼이 신뢰하는 국민은 만나기 힘들다. 핀란드인들은 정부와 기업이 국민의 데이터를 악용하거나 유출하지 않고, 인간의 삶을 더 낫게 만들 기술을 개발하며 산업을 발전시키려는 선의로 활용할 것이라고 믿는다. 국민들이 꼭 알아야 할 정보는 제때 투명하게 제공될 것이라고도 믿는다.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핀란드 사람들이 꼭 지켜야 했던 것은 상호간에 약속이었다. 상대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때 얼마나 피해를 끼칠지를 잘 알기에 약속은 꼭 지켰고, 이러한 역사적 과정속에서 신뢰는 그들의 국민성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핀란드는 현재 여러 가지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고령화와 복지비용의 증가, 이민자 문제, 악화되는 경제상황과 일자리 문제등등. 그러나 역사적으로 그래왔듯 신뢰를 바탕으로 핀란드 사람들은 그들의 길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했다.

우울해도 천국을 만들 수는 있고, 자신의 지금 상황에 만족하고 사는 것을 행복이라 여기는 핀란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지금 우리의 환경, 내가 처한 상황을 한반짝 물러나 바라본다. 전염병때문에 경제가 너무나 힘든 상황이지만 정부의 대처방식과 국민들의 태도가 세계의 모범이 된다고 하니 자부심이 솟아난다. 우리는 이 난관을 잘 이겨낼 것이고 이 정부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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