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꾸 나만 따라와 - 십대와 반려동물 서로의 다정과 온기를 나누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8
최영희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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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 모음 출판사의 신간 <왜 자꾸 나만 따라와>의 소개글에 10대와 반려동물이 다정과 온기를 나눈다 고 되어 있어서 기대했다. 개나 고양이가 나오는 소설을 좋아하기 때문이고, 10대와 반려동물이니 발랄과 감동이 같이 있을 거라고 지레짐작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첫 번째 소설 “누덕누덕 유니콘”부터 묵직한 주제였다. 유전자 설계로 인간과 짝을 지어 태어나도록 하는 반려동물, 이른바 ‘공생동물’에 대한 이야기다. 공생동물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원치 않거나 뭔가 잘못되면 반납도 가능한 존재다. 거의 물건에 가깝게 거래가 되는데 그들은 원래 주문자의 수요에 맞춤한 설계로 탄생한 것이기에 배신하지 않는다.

이 소설과 유사한 소재는 마지막 소설 “돌아온 우리의 친구”이다. 개와 고양이를 유전자 변형 및 배합하여 '캐양이'라는 존재를 만들어 내는 2044년이 배경인 이야기다. 도아네 집 주위에 비둘기와 쥐의 사체가 자꾸 발견되어 루이라는 도아의 캐양이가 범인 의심을 받지만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 전 캐양이 위미의 짓이었다. 위미는 루이에게도 위해를 가하는 등 거의 괴물이 된 상태로 도아네 집 주변을 배회한다는 이야기는 섬칫한 공포소설의 느낌을 자아낸다.

이 단편소설집의 시작과 끝은 근미래에 인간의 수요로 만들어진 반려동물의 예기치 못한 부작용에 대한 이야기로 수미상관을 이루고 있다. 이 두 소설은 미래에 탄생가능한 반려동물에 대한 소재이지만 다양한 층위의 이야기거리나 토론 논제를 찾아낼 수 있다. 고양이와 개를 유전자 변형하여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 내는 일은 토마토와 감자를 접붙이듯 간단한 일이 아니다. 우리가 유전자 조작 식품의 부작용이 아직 확인되지 않아서 불안하다고들 하지 않나.

“돌아온 우리의 친구”라는 반가운 제목의 이 소설은 캐양이가 괴물이 되어 돌아왔을 때 몸서리치게 두려운 존재가 될 수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그리고 인간이 마치 창조주가 된 듯 오만한 태도로 자신들의 수요에 맞춤한 생명체를 만든다는 설정은, 나중에 닥칠 예측불가한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는지를 무겁게 묻는다. 두 소설은, 고양이에게서 개의 충성심을 원하는 사람들, 개에게서 고양이의 도도한 애교를 원하는 사람들의 수요가 얼마나 인간중심적 사고인지 비판하고 있다.

 

 

두 번째 소설 “피라온”의 주인공 미르는 맞춤 아기다. 3D HB프린터로 만들어낸 기계인데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게 된 미르가 버려진 개 송이를 데려와 키우는 이야기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AI>가 떠올랐다. 부모님의 진짜 아이가 되고 싶어했던 두 아이 데이빗과 미르의 서사가 겹쳐지면서 심장이 따끔거려 혼났다. 이렇게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의 주제의식은 가볍지 않다.

책 소개를 보고 한 생각에 배신감이 들었다. 어쩜 이러한 내 생각부터가 반려동물을 얼마나 쉬운 서사로 생각하고 있었단 말인가 싶어 뜨끔했다. 그들은 그저 우리 인간을 기쁘게 해주는 쓸모를 가진 존재라는 기본인식이 있기에 이런 묵직한 주제에 깊이 발을 들이니 불편함이 느껴진 게 아닌가. 아마 다른 독자들 중에서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십대 아이들이 읽는 책인데 좀 더 가볍고 신나고 재미있는 소설이면 좋겠다.’

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허나 아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이니 책임감이니 하는 말을 기계적으로 읊어대는 것보다 이런 상상력 가득한 소설을 읽고 토론해 보는 건 어떨까. 반려동물과 관련해 지금 벌어지고 있는 문제, 기술의 발전으로 발생가능한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대안을 제시해보면 의미있는 독후활동이 될 것이다. 현재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아이라면 깊이 공감할 것이고, 키우지 않는 아이라면 생명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생길 것이다.

“냄새로 만나”“시벨”은 각각 개와 고양이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주인공이 처한 좋지 않은 상황이 더 문제다. 가정에 문제가 많아 학교에서도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아빠가 재혼하면서 저 혼자 나와 살고 있는 고등학생, 아빠가 장애인이라고 속인 것이 들통나 살고 있던 임대아파트에서 쫓겨나는 중학생이 그들이다. 이 주인공들이 다른 소설에 나오는 사랑 듬뿍 주는 부모의 자녀였다면 저렇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밥 먹듯 가출을 일삼는 지인의 중학생 아들이 생각났다. 찾아서 데려오면 나가고, 또 찾아오면, 또 나가는 일을 계속 되풀이 하는데 그것보다 더 힘든 일은 나가서 자꾸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친구의 아이폰을 뺏아 중고나라에 팔아먹고, 차에서 카드를 훔쳐 100만원 넘게 사용을 했다고 한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학교에 꼬박꼬박 나갔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는 한탄을 들으니 답답한 마음에 뭐라 해 줄 말이 없었다. 그 집도 재혼가정인데 그 아이의 행동은 불만을 표현하는 반항인걸까, 애정을 갈구하는 것일까? 이 역시 알 수가 없다.

두 소설에서 문제가 쉽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두 아이들에게 다가올 앞날도 현실적으로 밝지만은 않다. 그러나 희망의 씨앗은 준다. 바로 그들 옆에 개가, 고양이가 있기 때문이다. 지인의 아들도 마음을 나눌 반려동물이 있다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물론 입밖으로 내뱉지는 않았지만.

“스위치, ON”“고양이를 찾”

이 두 소설은 다른 소설들에 비해 비교적 가볍게 읽혔다. 물론 “스위치, ON”의 다온이는 캐나다에서 인종차별을 심하게 받고 아이스하키를 하다 부상을 입어 집에 지내고 있는 상황이니 그리 가볍다고 할 순 없다. 그러나 바다에서 앞발에 장애가 있는 새끼거북이를 데려와 다시 바다로 돌려보낼 때까지 키우는 동안 부상도 회복하고 자존감도 회복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밝게 느껴졌다.

“고양이를 찾”은 얼떨결에 길냥이(아마도 가출한 품종묘)를 집에 들이고, 고양이라는 생명과 한 집에서 함께 지내는, 그 첫 경험을 1인칭으로 서술하고 있는데 마지막엔 그 고양이가 가출해버려 휑해진 심정을 어찌할 바 몰라하는 이야기다. 이 소설도 내용이 그리 밝지는 않은데 1인칭 화자의 화법이 재미있다.

p.169~170

고양이가 다리를 뻗어서 제 몸에 안겼습니다. 살아 있는 뭔가가 뭉클거리면서 저를 붙잡고 있는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고양이 발톱이 제 옷에 박히는 느낌이 났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무거웠습니다. 어쩐지 고양이는 거품같이 가벼울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안고 있는 제 자세도 엉거주춤하고, 고양이도 뭔가 불편한 것 같았습니다. 고양이가 발톱을 더 내밀까 신경이 쓰였습니다.

꿈틀거림, 박동.

온기가 있으면서 꿈틀거리는 것.

천천히 아래로 미끄러지기 시작하는 엉덩이를 받쳤습니다.

고양이는 흘러내리는 동물이었습니다.


이 소설 덕분에 오늘 리뷰를 그나마 재미있게 마무리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7편의 단편 소설을 쓴 작가들은 모두 국내 유수 아동문학상을 수상한 실력있는 작가들이다. 그들은 길지 않는 분량의 소설 안에 묵직한 주제를 담아 독자들에게 문제의식을 던져주고 있다. 10대에게 무시로 벌어지는 가혹한 현실과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법한 반려동물 관련 이야기를 잘 버무려 놓았다. 아직 개학까지는 시간이 남았으니 집에서 이런 책을 읽고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이다.

 

 

 

*** 이 리뷰는 네이버 카페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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