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섞이고 완벽히 녹아들 시간 - 스탠딩에그 커피에세이
에그 2호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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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est Coffee is The Coffee You Like."

 

책 <서로 완벽히 녹아들 시간>에서 찾아낸 위 문장. 세상 유명하다는, 최상 등급이라고 하는 그 어떤 커피보다 내가 좋아하면 그게 최고의 커피라는 말.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그걸 따라서 말해야만 하는 게 아닌! 내가 좋으면 그게 제일 좋은 거라는 말은 비단 커피뿐 아니라 모든 취향이나 개인의 선호에도 해당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신적으로 미디어와 SNS의 노예가 된 상태에서 내 취향이 진짜 내 취향인지는 알 수가 없다. 그 어떤 것에 휘둘리지 않고 직관적으로 내가 좋으면 좋은 것! 내 맘에도 딱 와닿은 저 문장을 저자는 더운 여름날, 스위스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MAME"라는 커피숍에서 마신 '콜드브루토닉'.

산미가 강한 에티오피아 계열의 브루 커피와 토닉 워터를 믹스했다는 그 커피를 한 모금 마신후 이렇게 표현했다.

 

 

더위에 헤롱거리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제일 먼저, 커피를 마시면서 단 한 번도 예상치 못했던 탄산의 자극이 전해지고 곧바로 혀의 양쪽이 조여지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강렬한, 하지만 기분 좋게 화사한 산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나도 모르게 와우 라고 크게 소리를 지른 탓에 모두가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이어서 다양한 크랜베리의 단맛이 입안에 오랫동안 맴돌았다. 말 그대로 단 한 모금에 더위를 싹 가시게 만드는 환상적인 맛이었다.

 

 

 

이 책은 커피와 책의 만남이라는 정보만 보고 아무 확인없이 신청했다가 받았다.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조차 모른 채 글을 읽어나가다보니 내 취향이었다. 이럴 땐 반갑고 좋고 고맙다! 보통 눈으로 본 것을 묘사하기는 쉽다. 하지만 냄새나 맛, 소리를 글로 표현하기란 그렇지 않다. 난 늘 어렵다. 저자의 커피에 대한 표현이, 문체가 맘에 들었다.이 책은 단순히 세계 유수의 카페를 다니며 커피 맛 본 것을 쓴 글이 아니다. 커피와 커피숍과 바리스타에 대한 이야기같지만 그 속에서 음악과 사람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의 표현들 중 마음에 들었던 것들을 인용해본다.

- 마음까지 울적하고 스산하게 만들어버리는 런던의 겨울아침에 마시는 플랫화이트는 마치 두툼하고 견고하게 짠 '영국산 모직 코트'의 온기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순전히 런던에 대한 나의 환상을 한스푼 첨가한 탓이다.

- 아포카토는 커피 맛 아이스크림과는 전혀 다른 맛이다. '커피를 넣어 만든 젤라토' 느낌이 아니라 젤라토의 표면에 커피를 코팅한 채로 입안에 넣는 것과 비슷하다. 커피가 먼저 느껴지고 젤라토가 그 뒤를 정리하는 느낌이랄까.

- 역시 어떤 공간을 사랑스러운 장소로 만드는 것은 그곳을 메우는 '빛과 공기' 그리고 '사람'이다. 카메마 안에는 나에겐 가장 아름다운 커피 도구인 '케맥스'를 사용해 행복한 표정으로 핸드드립을 하고 있는 바리스타들, 그리고 오후의 노란빛이 들이치는창가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있었다.내부는 은은한 커피향과 오븐에 파이를 굽는 냄새, 그리고 나른하게 데워진 공기로 채워져 있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릴 정도로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 좋은 커피는 생생한 붉은 색의 커피 체리 상태에서 씻기고, 건조되고, 뜨거운 불에 볶아지고, 마치 갈색의 곡물 같은 모습이 되고, 톱날에 갈려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뜨거운 물에 씻겨 갈색의 액체 상태가 되어도여전히 그 안에 체리 커피의 과육이 가졌던 단맛과 생기를 그대로 지니는 법이다.

- 문을 닫기 직전, 손님들이 모두 사라지고 흐르던 음악도 잦아든 카페에 홀로 앉아 커피를 기다리자니 '취이이이익' 하는 스팀 소리와 '쿠오오오'하고 우유 끓어오르는 소리, '우우웅'하는 에스프레소 머신의 보일러 도는 소리, '쪼르륵'하며 작은 샷잔에 담기는 에스프레소 소리가 마치 음악처럼 근사하게 들려왔다.

이외에도 인용하고 싶은 문장이 많지만 그랬다간 이 작은 책 천체를 다 베껴쓰기 할 것같아 여기까지만...

에세이의 경우 글빨의 부족함을 사진으로 보완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 에세이는 아니다. 시각적이지 않은 것을 눈에 보이게, 마치 맛보고 냄새 맡는듯이 텍스트화 한다는 것은 보통 실력이 아니다. 이것이야말로 글이 가진 힘이다. 나는 글을 읽으며 상상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이런 글이 좋다. 시각과 영상에 길들여져서 글의 이런 맛을 못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저자는 음악을 하며 커피를 내리고 글을 쓴다니 일반인보다는 훨씬 예민한 감각을 지니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가 내려주는 커피를 마셔보진 못해도, 음악을 들어보진 못해도, 이 책 한 권으로 그의 예술적 감성을 충분히 느꼈다. 작년부터 드립커피를 집에서 내리기 시작하면서 원두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골라 마시게 되었다. 단순히 커피에 대한 정보가 아닌 이 에세이가 마음에 꼭 든다. 취향과 예술에 대한 내용도 좋았다.

서로 섞이고 완벽히 녹아들 시간은 커피에도, 인간관계에도 꼭 필요함을 깨달았다는 저자의 말처럼 2020년 올해는 뭉근한 시간을 보내리라 다짐해본다. 난 너무 성질이 급해서 문제니까...

                            

p.142

사람과의 관계도 그가 말한 아메리카노처럼 '서로 섞이고 완벽히 녹아들 시간'이 필요한 것일텐데 나는 왜그리 성급하게 그를 놓아버렸을까. 시간이 많이 흘러 언젠가 12월의 어느 늦은 밤 그 카페를 찾아간다면 그의 커피를 다시 마실 수 있을까? 나를 커피 애호가에서 바리스타로, 그리고 카페 주인으로 만들어준 그의 커피를 꼭 다시 마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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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을 사랑하는 기술 - 물과 공기가 빚어낸, 우리가 몰랐던 하늘 위 진짜 세상
아라키 켄타로 지음, 김정환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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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구름, 하늘, 무지개, .

이런 단어를 듣고 말해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기분이 좋아진다. 그 이유는 낱말의 뜻을 알아서라기 보다는 그것의 시각적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모두 하늘에 있다. 우리는 평소 하늘을 얼마나 올려다 보고 살까? 하루에 한 번도 안보고 지나가는 날도 부지기수다. 딴 길로 잠깐 새자면, 우리가 가장 많이 쳐다보는 것은 스마트폰일 것이다. 하루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의 10분의 1, 아니 100분의 1만 할애해도 하늘을 올려다보고 구름의 모양이나 달의 모양의 변화를 알아채고 그것의 아름다움도 느끼고 나아가 주위 사람들과 공유할 수도 있을 것이다. ... 또 스마트폰이 등장하는군...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이 신체 일부가 된게 아닌가 싶다.ㅠㅠ

다시 돌아와서 내가 이 책의 서평단을 신청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었다.

 

오호, 구름을 사랑하는 기술이라~ 기술이란 단어가 살짝 걸리긴 하지만,

책표지만 봐도 기분이 상쾌해 지는데 이 책 안에 구름 사진이 얼마나 많이 나올까?

직접 구름을 볼 시간은 없어도 리뷰를 써야되니까 책 속의 구름이나마 맘껏 볼 수 있겠다!’

 

라는, 어떻게 보면 사심 그득한 심정으로 신청을 했고 당첨되어 책을 받았다.

책 속 구름 사진들을 소개하자면 이 정도다.

 

 

진짜 구름 사진 원없이 볼 수 있다. 게다가 직접 내가 보지 못한 구름이 더 많아서 구름의 거의 모든 종류를 다 본 것 같다.

...

제목의 기술이라는 말을 간과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이 책을 펼쳐 구름 사진만 본다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신기하고 재미있고 책 읽다 하늘을 보고 확인도 한번 해보고. 하지만 이 책으로 리뷰를 써야하고, 그러려면 텍스트도 자세히 읽어야 한다. 뼛속까지 문과인 나로선 이 책에서 광활하게 펼쳐진 텍스트의 절반, 아니 반의 반도 이해하지 못했다. 고백컨대 텍스트 읽느라 힘들었다. 그동안 몇 백권의 리뷰를 쓰면서 과학책을 안 쓴건 아니었다. 그런데 대부분 과학과 인문학의 콜라보 형식이 많아서 전문 지식이나 수학적 공식이 들어있지는 않았다이 책은 정말 수학적, 물리학적 공식이 많이 나온다. , 혹시라도 이 리뷰를 읽으며 이 책을 선택하지 않을까봐 급 걱정이 된다.

 

그럼 이 책을 읽으며 재미있어 할 사람들을 생각해 보자. 저자처럼 기상학을 전공하려는 사람이나 그 관계자들은 아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아마도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인 듯하다. 엄청난 양의 구름 사진, 디테일한 구름 관련 지식까지, 일본인들의 덕후스러움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그 다음으로는 우주나 천문학, 즉 하늘 쪽에 관심있는 이과계열 학생 및 관계자에게도 추천한다. 과학적 공식에 거부감이 없을 것이므로 사진과 텍스트 모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 본다. 그럼 나처럼 구름이란 단어에 홀려 구름 사진 보려고 하는 이들에겐 비추인가? 그렇지 않다! 의무적으로 리뷰를 써야할 조건 없이 책을 선택했다면 사진만으로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책이다. 텍스트 설명으로 이해에 어려움이 있을까봐 귀여운 일러스트로 설명을 많이 해주기 때문에 그것만 봐도 된다.

 

이 정도라면 이 책은 누구나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정리되었다.(나 혼자만의 생각인가?) ... 다행이다

 

이제 저자와 책 소개를 할 차례.

저자 아라키 켄타로는 기상 전문가이자 일본 기상청 기상연구소 연구원이다. 게이오기주쿠대학 경제학부를 거쳐 기상청 기상대학교를 졸업했으며, 지방기상대에서 예보·관측 업무를 시작해 현직에 이르렀다. 수년간 구름에 대한 모든 것을 수집하고 분석, 대기 현상이 초래하는 것들을 연구하며 구름 물리학에 몰입하고 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날씨의 아이>를 감수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 책을 쓴 이유를 이렇게 밝힌다.

하늘을 올려다보기만 하면 구름은 그곳에 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 팍팍한 사회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하늘을 올려다볼 기회와 시간을 잃고 말았다. 이 책의 목적 중 하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즐거움을 잊은 사람들에게 다시 그 즐거움을 떠올릴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평소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며 마음에 드는 구름이나 하늘의 모습을 사진 찍어 SNS에 올리는 사람에게 보고 싶은 구름을 좀 더 쉽게 만날 수 있는 방법이나 구름을 즐기는 몇 가지 요령을 공유하는 것 또한 이 책의 목적이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짧은 생애 에서는 구름 생성의 원리를,

 

 

2장 구름을 펼치면 에서는 구름의 종류를,

 

 

 

3장 구름의 빛 에서는 빛 때문에 볼 수 있는 하늘의 현상을,

 

 

4장 날씨를 읽는 방법 에서는 구름으로 날씨를 보는 방법을,

 

 

5장 구름과 우리 에서는 구름의 원리를 이용해 즐길 수 있는 법과 구름을 사랑하자고 설파하고 있다.

 

이 책은 어떻게 보면 구름 백과사전이라고 할 수 있다. 구름에 대해 거의 모든 것이 나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름에 관한 이렇게 많은 지식을 이 리뷰에서 정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책 소개와 이 책의 좋은 점을 알리는 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실력부족 때문임...) 구름에 관한 전문적 내용을 알고 싶은 독자들은 책을 직접 사보길 권유하고, 저자의 말로 마무리한다.

 

p.345

단순히 구름을 보기만 하는 관천망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구름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구름의 마음을 느끼고 감천망기(구름의 목소리를 듣고 구름의 마음을 느낀다면 날씨의 변화도 읽을 수 있게 되는 것)를 통해 구름과 친하게 지낸다면 우리는 충실한 구름 라이프를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p.346

즐거운 기분은 전염된다. 그 마음이 친한 사람에게 전해지면 그 사람의 마음이 다시 또 다른 친우에게 전해진다. 그리고 이것이 반복되면 많은 사람에게 즐거운 기분이 확산된다. 구름에 대한 사랑이 널리 전해지면 좀 더 구름을 즐기기 위해 구름을 사랑하는 기술을 키우는 계기가 된다. 구름을 사랑하는 기술을 익히면 아름다운 구름이나 하늘을 만날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감천망기를 통해 날씨의 급변을 불러오는 구름을 포함한 모든 구름과 적당한 거리감을 두면서 지내며 자신의 몸을 지킬 수 도 있게 된다. 요컨대 구름에 대한 사랑을 소중한 사람에게 전파하는 것은 그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길로도 이어진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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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빗 - 내 안의 충동을 이겨내는 습관 설계의 법칙
웬디 우드 지음, 김윤재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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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행동 연구 전문가이자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웬디 우드의 신간 <해빗>이 다산북스에서 출간되었다. 그녀는 현존 심리학자 중 가장 많은 인간 행동을 관찰하고 탐구한 과학자로 손꼽히며 심리학?뇌과학?경영학?사회학 등 여러 학문을 넘나드는 방대한 연구를 통해 습관 설계라는 자신만의 구체적이고 독창적인 방법론을 도출해냈다. 이 책은 지난 30여년간 연구한 결과물을 집약한 것으로 인간 행동 뒤에 감춰진 무의식이 만들어내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활용해 삶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알기 쉽게 전달하고 있다.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제목은 아래와 같다.

1부 무엇이 우리를 지속하게 하는가

2부 습관은 어떻게 일상에 뿌리내리는가

3부 습관은 어떻게 삶을 변화시키는가

3부는 15장으로 나누었고 각 장안에 3~4개의 챕터로 세부설명을 하고 있으며 그 제목만 봐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우리는 묵은 해를 보내면서 후회되는 것들을 새해를 맞아 야심차게 새해 목표 혹은 계획이라는 이름으로 몇 가지를 정한 후 열심히 노력한다. 다이어트, 운동, 금연, 금주, 영어공부 등등. 가장 많은 목표는 습관과 연결되는 것들이다. 그런데 그 거창한 계획도 결국 작심삼일 아니면 작심한달로 흐지부지되어 하던 대로 돌아가게 되는데 그야말로 나쁜 습관에게 휘둘리는 꼴이다. 책에 소제목으로도 나와 있다시피 이 책은 내 안의 충동을 이겨내는 습관 설계의 법칙을 배울 수 있다. 여기까지의 책 소개를 읽으면 궁금함이 생길 것이다.

 

나는 왜 평생 다이어트에 실패할까?’

규칙적으로 운동하려고 헬스장 이용권 1년을 끊었는데 왜 매일 운동하지 못하는 걸까?’

 

물론 답은 자신이 잘 알고 있을 것이고 각각의 변명거리도 몹시 장황할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좋은 습관을 들이면 누구나 목표달성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래는 저자의 주장에 해당되는 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p.341

네가 늘 포기하고 실패하는 건 네 인내심과 의지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라는 말은 다 거짓말이다.

p.132

우리는 건강, 행복, , 명예, 돈 등 성공을 얻는 열쇠가 인내와 끈기, 투지와 열정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습관을 만들어가는 방법을 깨달으면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을 굳이 선택하려고 매사 애쓰지 않아도 된다.

p.180

우리는 매 순간 세상을 객관적으로 인식하지 못한다. 무엇을 어떻게 인식할지는 이성이 아닌 우리의 습관이 결정한다.

p.222

반복은 모든 소원을 들어주는 도깨비 방망이나 마법의 도화선이 아니다. 그저 우리의 습관을 빠르게 유발하는 지름길일 뿐이다.

p.229

반복을 통해 좋은 습관이 형성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고, 우리는 새로운 행동을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

p.312

그 행동을 무수히 반복하면 반복할수록 결국 남게 되는 것은 자동으로 그것을 반복하는 무의식뿐이다. 일관되고 규칙적으로 작동하는 무의식은 우리에게 삶의 일상성을 받아들이게 한다.

p.313

우리에게 해악을 끼치는 행동이나 대상도 반복을 거치면 삶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계속 꾸물거리고, 말끝을 흐리고, 과식하고, 새벽까지 TV를 보고, 주말마다 과소비를 하는 안 좋은 습관 역시 딱히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늘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반복되는 것이다.

p.233

습관이 설계되는 원리는 명백하다. 특별한 계획이나 심사숙고 없이 어떤 행동을 반복적으로 지속할 때 습관은 형성된다.

p.260

좋은 습관은 예측 불가능한 스트레스의 시대에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줄 유일한 피난처다.

p.266

지치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우리는 나쁜 습관에 다시 빠져들게 된다.

p.275

습관은 선악을 구분하지 않는다. 인생을 구원하는 습관도, 파멸시키는 습관도 모두 우리의 선택에서 비롯한다. 평소 좋은 태도를 유지하고 몸에 각인시킨 사람이라면 급박한 상황에서도 언제나 올바른 행동을 반복할 수 있다.

 

 

습관 형성의 길! 너무나 간단해 보이지 않나? 그렇다! 사실 간단하다. 그렇다면 책이 이렇게 두꺼울 필요도 없지 않을까. 아니다! 단순히 위 내용만 주장하면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그래서 저자는 30여 년간 실험한 사례들을 가져와서 논증한다. 실 사례가 있어야 독자를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사례들을 읽으며 독자는 자신에게 해당되는 것들을 확인하고 가상으로 실험 참가를 해보기도 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그동안 나는 나쁜 습관을 들이기는 무의식적으로 반복했고 좋은 습관을 들이는데는 의식적 자아를 발동시켰다는 것을 확인했다. 운동이 가장 그러하다. 작년 1월부터 운동을 다시 하려고 헬스장을 등록했었다. 그런데 딱 이맘 때 교통사고로 입원하고 치료하느라 3월부터 다니기 시작했다. 2년 정도 쉬었다가 시작한 것이었는데 예전만큼 몸이 안 따라준다는 것을 느꼈다. 러닝머신에서 달리는 건 고사하고 빨리 걷기도 힘들었으며 요가를 따라하기도 벅찼다. 나는 몸이 꽤 유연한 편이었는데 몇 년 쉰탓인지, 교통사고 때문인지 예전처럼 유연하게 움직여지지 않았고 버티는 동작에서는 손목과 발목도 견디기 힘들었다. 그래서인지 자주 빠지게 되었고 헬스장을 샤워장처럼 이용하기에 이르렀다. 이 책에 따르자면 운동에 있어서 내가 해야 할 일은 규칙적 반복 이다. 무조건 규칙적으로 반복해서 몸이 자동적으로 움직이도록 해야 습관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새로 생긴 다른 헬스장에 등록했다. 나의 자율성을 믿지 못해 타율적 제어를 하려고 1:1 기구 필라테스를 같이 끊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신청한 것인데 책 내용을 보니 잘 신청한 것 같다. 저자의 권유에 따라 미리 조성해 놓은 환경에 이제 나를 적응시키면 되는 것이다. 일단 강제적이지만 운동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조성되었고 정해진 시간에 계속 나가서 반복적 행동을 하면 된다. 운동 뿐아니라 다른 부분에서도 실패한 이유는 규칙적 반복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운동에서 꼭 성과를 보고 싶다

 

여기까지 리뷰를 읽고도 좋은 습관이 왜 안 만들어지며 왜 우리는 자꾸 실패하는지 잘 이해가 안 된다면 저자의 친절한 서비스인 부록 편을 소개한다. 부록의 제목은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나기 이다. 애어른 할 것 없이 현대인은 스마트폰에 중독되어 있다. 스마트폰 사용으로 발생하는 부작용은 아주 많다. 그중 교통사고나 안전사고 발생은 심각한 부작용이다. 우리의 일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시대가 되긴 했지만 잠시라도 스마트폰의 노예상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려니 또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 저자가 알려주는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보고 한 번 실천에 옮겨보자.

 

1. 자각 : 너무 자주 사용한다는 것을 알아차리자.

2. 상황 신호 제어 : 외출 시 들고 나가지 말자.

3. 마찰력 추가 : 사용을 어렵게 만들자. 불필요한 알림 신호 제거/손에 들지 말고 백팩이나 파우치에 넣어두기

4. 덮어씌우기 : 스마트 폰을 무의미하게 들여다 볼 때마다 가족에게 안부문자 보내기

5. 교체행동 : 손목시계 착용하기

6. 보상 : 내재된 보상(2부 내용 참조)

7. 새로운 할 일 : 책 읽기

이 모든 과정을 꾸준히 반복해서 자동화 되도록 하라!

 

위 내용도 요약하느라 활용법과 사례는 많이 쓰지 않았다. 여기까지 읽은 사람들 중 좋은 습관을 실천해보기로 마음 먹은 이가 있다면, 나는  이 리뷰를 잘 쓴 것이다. 이 리뷰로 공감하지 못했다면 책을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새해 계획에 책 읽기가 들어있고 그동안 늘 했던 계획이었는데 자꾸 실패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무조건!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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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철학이 필요해 - 고민이 너무 많아서, 인생이 너무 팍팍해서
고바야시 쇼헤이 지음, 김복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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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괴롭다면?

새해부터 웬 고민?

새해라서 계획과 희망으로 설렌다면 다행이다.

그런데 잘 알다시피 조만간 그 계획도 수포로 돌아가고, 일도 제대로 안 풀려, 연애는 더 안 풀려, 이런저런 고민들로 괴로워질 것이다. 이건 무슨 회의론자, 염세주의자라서 그런 게 아니라 인생 웬만큼 살아보니 새해 첫 날 품은 장밋빛 희망이 대체로 한 달이 못가 무너졌던 경험이 차곡차곡 쌓였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아마 1월이 지나갈 즈음엔 무수한 고민들로 머리가 와글와글 거릴 것이다. 그럴 때 누군가에게 그 고민 확 털어놓고 싶은데, 무슨 말이라도 좋으니 조언을 듣고 싶은데, 그럴 사람이 주위에 없다. 그렇다고 상담소 같은 데를 찾아갈 수도 없고...

 

정말 그럴 때! 끙끙 앓거나 우울해 하지 말고 읽어보면 딱인 책이 나왔다. <그래서 철학이 필요해>이다. 상담소 찾아다닐 필요없이 철학자 상담소를 이용해보길 권한다. 이 책에서는 25가지 보편적 고민에 철학자 25명이 처방전을 써준다.

'앗, 철학?? 어렵겠는데...'

라고 지레 겁먹지 마시라. 이 책은 기존의 철학책들과 분명한 차별점이 있다. 그래서 쉽다. 25가지의 고민을 6개의 카테고리로 구분했고 일, 자존감, 관계, 연애와 결혼, 인생, 죽음이 그것이다. 이제 각 장의 구성을 살펴보자.

 

1장 "일" 파트의 다섯 번째 고민 '회사를 그만두고 싶지만 그만둘 수가 없어요.'는 질 들뢰즈가 맡았다.

 

그는 아주 쉽게 말한다.

 

p. 66~67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두지 못한다면 그만두지 않아도 됩니다. 단호히 회사를 등질 필요 따위 전혀 없고, 그대로 남아 있어도 아무 문제 없습니다. 그 상태에서 시간을 요령있게 활용하면 됩니다. 회사 내규에 반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혼자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인 일들이 있죠. 이때 회사 외부로 눈을 돌려 뜻을 함께할 사람들과 접촉하는 것입니다. 물밑에서 구상을 발전시키면서 뿌리를 키우고 싹을 틔울 수 있도록 북돋는 식으로요. 적당한 시기에 다다랐다 싶으면 창조적인 활동을 도모하는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어 회사 외부에서 자신의 가치를 높입니다. 그 과정 자체가 지긋지긋한 회사생활에 좋은 기분 전환이 될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물샐틈없는 관리가 속속들이 미치는 고도 자본주의 산업 사회에서도 모든 일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며 그 속에서 스스로 자유롭게 성장하며 살아가는 법을 들뢰즈는 탈주라고 명명했습니다.

 

5쪽 반 정도 분량의 상담으로 고민 해결법과 들뢰즈의 사상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상담 마지막에서는 이렇게 쐐기를 박는다.

폐쇄적이고 갑갑해 보이는 직장 환경도 마음먹기에 따라 언제든지 벗어날 수 있는방법과 틈새로 가득한 희망의 탈출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이 상담으로 2% 부족하다 싶으면 그 뒤에 연결되는 알아두면 쓸데 있는 철학 스토리로 보충할 수 있다. 본문에서 제시한 탈주’, ‘구멍(line of fight)’라는 개념을 추가 설명한다. 그리고 들뢰즈와 가타리가 제시하고 네그리가 영향을 받은 리좀이라는 개념에 대한 설명도 있다.

 

최종 마무리는 책 소개인데 들뢰즈 편에서는 <안티 오이디푸스>가 소개된다.

 

이렇게 하나의 고민은 11쪽으로 가뿐하게 해결된다. 읽는 속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담(읽는)시간은 넉넉하게 30분정도면 충분하다. 한 편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해서 이 책을 한 번에 다 읽는 것은 비추다. 지금 하고 있는 고민이나 유사한 것들, 궁금했던 것들 위주로 천천히 읽어보는 것이 좋다. 아무리 간단하게 고민 해결을 한다고 해도 상담 내용이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으니 꼼꼼하게 곱씹으며 읽고 마지막 추천 책을 더 찾아 읽어보면 좋겠다. 이 책은 책장에 꽂아두었다가 또 다른 고민이 생겼을 때 유명 철학자를 소환해보는 맛이있을 것이다. 일명 골라먹는 재미? 아니 골라 상담 받는 재미 되겠다.

 

그럼 이 책은 꼭 고민이 있는 사람만 읽어야 할까? 물론 그렇지 않다. 고민으로 연결했지만 일종의 철학책이기 때문에 철학자와 철학 사상 입문서로도 손색없다. 25명의 철학자를 한 권으로 만나볼 수 있으니 웬만큼 유명한 철학자는 이 책에 대부분 소개되고 있다. 그러니 철학에 관심 가지기 시작한 독자라면 쉽게 읽을 수 있다. 각각의 고민에 응답하는 철학자를 대리한 사람이 있으니 바로 작가 고바야시 쇼헤이"이다. 그는 게이오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한 후 현재 광고 프로듀서로 일하고 있다. <웃게 하는 기술>이라는 베스트 셀러를 냈고, 최근에는 인간관계, 커뮤니케이션 등과 같은 일상적인 문제에 철학과 역사의 지혜를 결합해 인문적 사고의 지평을 넓히는데 관심이 있다고 한다. 이처럼 그는 다른 분야를 철학과 콜라보하는 실력으로 이 책도 읽기 쉽게 구성했다. 인간사 고민을 철학을 끌어와 상담해주는 형식과 짧은 분량이 철학서임에도 읽기에 거부감이 없다.

 

내가 관심있게 읽은 주제는 5인생에서 왜 우리의 삶은 쳇바퀴 돌 듯 똑같을까요?'이다. 이 내용을 상담하는 이는 일본의 선승 도겐이다. 무언가에 유용하고 유익하리란 생각을 단념하라, 지금 여기에 있는 나에게 철저히 집중하라 는 가르침이다.

 

 

p. 259~260 

귀찮아서 차일피일 미루고 수습은커녕 왜 해야 하느냐고 툴툴거리던 일이 있다면 일단 그런 생각을 잊고 성심껏 임해봅시다. 평소 청소할 때 지나쳤던 부분을 말끔하게 치우고 오랫동안 닦지 않았던 물건을 닦아봅시다. 언젠가 버려야지 생각하고 쌓아둔 물건을 정리하고 세간 가짓수를 줄여봅시다. 정성스레 우려낸 육수를 넣어 밥을 지어봅시다. 회사에서 일정을 조정하거나 문서를 작성할 때 세부사항을 꼼꼼하게 처리해봅시다.

우리가 회사나 가정의 잡무를 움직이는 좌선으로 파악하고 목적을 품지 않은 채 전심전력으로 수행한다면 어느새 우리의 마음속에는 부처가 깃들 것입니다. 사소하게 보일지 모르나 이런 사소한 일들은 분명 우리 인생에 기쁨을 가져다줍니다.

 

새해가 되고 새로운 날들에 대한 희망도 사그라들어 지루해질 때는 이 부분을 다시 펼쳐볼 것이다. 손을 움직이고 매일 하던 일을 더 성심껏하면 과연 내 맘속에 부처가 깃들지 궁금하다. 부처까지는 아니어도 아마 마음 수양은 되지 싶다. 그러다가 지루한 일이 재미있다고 여겨지면 다행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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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고양이면 좋겠어 - 왜 그럴까? 어떤 마음일까?
나응식 지음, 윤파랑 그림 / 김영사 / 2019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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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고양이면 좋겠어>는 ‘냐옹신’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고양이 행동 전문 수의사 ‘나응식’원장의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집사로서의 나를 자아비판하게 되었다.

1. 고양이에 대해 미리 공부하지 않고 덜렁 들인 잘못.

2. 모시던 고양이 두 마리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한 마리 더 들인 잘못.

3. 냥집사 7년차이면서도 고양이의 기초적 감정조차 읽지 못한 잘못.

4. 바쁘다는 핑계로 고양이와 놀아주지 않은 잘못.

크게 네 가지 정도로만 정리했지만 더 많다. 나처럼 집사생활한지 오래된 사람도, 이제 막 고양이를 모시게 된 초보집사에게도, 고양이를 데려올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 이들에게도, 이 책은 훌륭한 지침서가 되겠다.

이 책의 구성은 고양이의 습성, 언어, 감정, 질병, 관리 이렇게 다섯 개의 장으로 분류하여 고양이를 키우는 데에 꼭 필요하고 알아야 할 내용들이다. 나응식 원장은 동물 병원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고양이에 대한 기본 이해 뿐 아니라 치료했던 사례와 병원에서 직접 키우고 있는 고양이 네 마리에 대한 내용까지, 두루두루 다루고 있다. 무엇보다 내용 하나하나에 저자의 고양이 사랑하는 고운 마음이 느껴진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자신이 궁금했던 부분이나 몰랐던 것을 확인하기에 좋다. 그리 두껍지도 않고 그림이 귀여워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이 리뷰는 책의 목차 순서대로가 아니라 내가 읽고 심히 찔렸던 내용 위주로 정리하고자 한다.

먼저 고양이에 대한 오해 두 가지.

첫 번째, 고양이 털이 아이들 기관지에 안 좋다?

☞ 고양이를 키우다 아기가 생기면 이런 걱정들을 많이 하고 심지어 파양까지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아기가 고양이 털을 먹어서 기관지에 안 좋을거라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만약 아기가 고양이 털을 먹게 되어도 털은 기관지가 아니라 위로 넘어가 배변으로 안전하게 빠져 나가기 때문이다. 고양이 털 때문이 아니라 고양이 타액이 알레르기와 관련 있다. 그루밍으로 고양이 털이나 피부 각질, 소변 등에 묻어있는 타액에 비누와도 같은 중화효소가 있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고양이로 인한 알레르기가 걱정이라면 입양 전 임시 보호를 해보거나 반려묘 가정에 가서 고양이들을 먼저 만나보고 자신이 알레르기가 있는지 테스트를 해보면 된다.

두 번째, 고양이 때문에 임신부가 유산할 수 있다?

☞ 이것도 전혀 근거없는 소문이다. 고양이 기생충이라 불리는 톡소플라스마는 주요 감염경로가 고양이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회나 육회 같은 익히지 않은 음식을 먹거나 외부의 흙, 물과 접촉하고 손을 제대로 씻지 않은 상태에서 음식을 먹어 감염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최근 20년간 임산부의 톡소플라스마 감염으로 인해 태아의 감염이 확진된 사례는 단 두건에 불과하며 그 또한 감영원이 고양이가 아니었다. 임신부의 유산이 걱정된다면 회나 육회를 먹지 않으면 된다. 더 자세한 발생 가능성(몹시 희박한)은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위는 책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옮겼다. 주위에서 저런 말들을 하는 것을 자주 들었기에 전문가의 정확한 설명을 알리고 싶었다.

이제 내가 고양이에 대해 잘 몰랐던, 어찌보면 아주 기초적 지식이거나 고양이를 들이기 전에 준비해야할 것들에 대해 쓰려고 한다.

나는 원래 개나 고양이를 집에서 키우는 것은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내 새끼 키우기도 힘든데 털 있는 동물을 데려와서 일거리를 늘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러다 형님 집 고양이 러시안 블루 암컷을 처음 만난 순간 그 아이에게 한 눈에 반하고 말았다. 미묘였던 그 아이의 외모에 반한 것이었다. 그러다 형님네 고양이가 새끼를 다섯 마리나 낳았고 우리 집에 남매 두 마리가 오게 되었다. 아무런 경험도 사전 지식도 없이 데려와서 지금껏 잘 살았던 이유는, 이제 와 생각해보니 이 아이들이 너무나 얌전한 아이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암컷이 중성화 수술을 두 번이나 하게 되었고, 수컷은 아파트에서 추락해 겨우 살려낸 사건사고들이 있었으나 아이들이 별나서 그런 일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러다 올 여름에 스코티쉬 폴드 수컷 한 마리를 더 모시기에 이르렀다. 이 아이를 데려온 것도 고백하자면 나의 욕심이었다. 털이 희고 파란 눈을 가진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내 소유욕때문이다. 2년 전 저 조건의 아이를 데려오고 싶어 껄떡대다가 그 마음을 꾹꾹 눌렀었다. 그 당시는 이성이 자신을 컨트롤하여 있는 고양이나 잘 키우자고 다짐다짐 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 맘은 또 희미해졌고 세 번째 아이를 데려온 것이다. 이번은 처음보다 더 무모한 결정이었음을 이 책을 읽으며 더더 반성했다. 미안하고 부끄럽다.

1. 화장실은 고양이의 숫자보다 하나 더 준비해야 한다.

☞ 한 마리라면 두 개를 준비해야 한다. 고양이는 여러 장소에 대소변을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자주 청소해주어야 함은 물론이고 너무 많은 모래보다는 5~10cm 정도의 높이가 적당하다. 너무 깊으면 발이 깊이 빠지므로 고양이가 좋아하지않는다.

 

☞☞ 나는 하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처음 두 마리 데려올 때 화장실 하나로 같이 쓰게 했고, 한 마리 더 데려오면서 아무래도 하나는 적겠다 싶어서 하나 더 장만했다. 현재 고양이는 세 마리, 화장실은 두 개인 거다. 원장님 충고대로라면 화장실 두 개를 더 마련해 주어야 한다. 얘들아! 미안하다!!

※ 돔형이나 타워형 화장실보다는 오픈형 화장실이 좋다. 돔형이나 타워형은 인간을 위해서이지 고양이의 본능은 무시한 처사다. 고양이는 오픈된 공간에서 천적이 오는지 경계하며 볼 일을 본다. 두부 모래보다는 자연의 모래와 유사한 모래를 사용하는 것이 고양이에게 더 좋다. 해가 조금 들어오고 습도가 낮은 곳에 화장실을 배치하는 것이 좋다.

2. 고양이는 배를 만져주면 좋아한다?

☞ 고양이가 만져주길 원하는 부위는 배가 아니다. 배를 만져줄 때 가만히 있는 것은 좋아서 그러는 게 아니라 싫지만 인내심을 발휘하는 것이다. 다리나 배가 아니라 머리와 얼굴 등 상체 위주로 만져주어야 한다. 고양이의 미간 사이를 손가락 두 개를 이용하여 비벼준 후 가볍게 턱 양쪽을 쓸어 만져준다. 고양이 얼굴에서 페로몬이 집중적으로 분비되니 손에 페로몬을 듬뿍 묻힌 후 뒤통수를 따라 등을 쓰다듬고 마지막으로 엉덩이 위쪽을 팡팡 쳐 주면 된다.

 

 

☞☞ 진심 나는 바보 같은 짓만 해댔다. 그냥 내 맘대로 주물럭주물럭 댔던 거다. 어쩐지 가장 순한 루키도 어느 정도 배를 대주다가 벌떡 일어나더라니... 원장님의 위 방법대로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이마를 쓰담쓰담 해준 적은 있지만. 또 미안하다!!

※ 그러면 고양이는 왜 배를 보이는 걸까? 그건 만져달라는 뜻이 아니라 놀아달라는 뜻이라고 한다. 격하게 집사를 향해 머리를 들이받는다든지 핥을 때는 칫솔모를 이용해 미간 사이를 쓸어주는 것이 좋다. 또 고양이에게 하는 인사는 집게 손가락을 이용해 코 끝에 살짝 갖다대는 것이 좋다. 이쁘다면서 손으로 얼굴을 바로 쓰다듬으려고 하면 안 된다. 만약 훈육을 위해 손찌검을 했다면 고양이는 더욱 손이 다가오는 것을 싫어하며 할퀴는 행동을 할 것이다.

3. 고양이 합사 방법

☞ 다묘가정에 캣타워는 필수이고, 싸울 때는 가해 고양이를 캣콘도에 넣어서 분리시켜야 한다. 분리되어 있다가 같은 공간에 머무르면서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가해고양이를 칭찬하며 간식을 준다. 매일 일정 시간에 규칙적으로 좁혀주면서 칭찬과 보상을 해준다. 함께 있는 시간을 차츰 늘이고 같이 놀게 하는 횟수도 늘이면서 잘 할 때 칭찬과 보상을 해준다.

☞☞ 이 부분이 우리집에서 가장 큰 문제인데 딱 맞는 솔루션은 아니다. 냥바냥(케바케처럼 고양이마다 각각 다 다르다는 의미)인 듯... 여름에 우리집에 온 고양이(토르)는 2개월이었고 기존에 있던 아이들(오키와 루키)은 7세이니 사람으로 치자면 중년을 넘어섰다. 새로 온 고양이는 그저 아기라고 생각하고 아무런 준비없이 거실에 같이 두었다. 점점 자라면서 이 혈기 왕성한 캣초딩이 어르신에게 덤비기 시작했다. 그저 놀자고 그러는 거겠거니 생각했지만 갈수록 강도가 심해지니 오키루키 입장에서는 공격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토르는 멋모르고 나대는 것이거나 서열 우위에 오르고 싶어 그러는 것 같기도 하다. 오키루키가 스트레스를 받으니 남편도 나를 원망하는 눈치다. 첫 정이 무섭다고 남편은 오키루키를 더 좋아한다. 그래도 오키루키에 비해 토르가 워낙 개냥이라서 이쁜 짓을 많이 하니까 다행이지만. 오키루키야! 진짜 미안하다!!

※ 대부분의 집사가 고양이 한 마리를 입양후 1년 정도 지나 혼자 지내는 것이 안쓰러워 한 마리 더 입양하려고 하는데 저자는 반대한다. 한 마리에 온전히 신경을 쏟지 못하면서 단순히 덜 외롭게 하려고 다른 고양이를 들이는 것은 성급한 결정이다. 사회적 성숙기가 시작되는 고양이 두 세살 때는 다묘가정에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 가족이나 친한 친구도 갑자기 같이 살면 갈등을 겪기 십상이듯 고양이도 마찬가지다. 이렇듯 인간의 관계와 비슷한 면이 많은 게 고양이들의 동거다.

여기까지 냥집사의 기본조차 갖추지 않은 채 집사 코스프레만 한 스스로를 자아비판하는 내용 위주로 책을 정리해 보았다. 이 외에도 책에는 목욕시키기, 놀아주기, 마음 읽어주기 등등 집사가 알아야 할 내용들이 많다. 나처럼 멋모르고 냥집사 시작한 이들이나 집사 세계에 들어오려는 이들은 꼭 읽어보면 좋겠다. 내가 바로 실천해 볼 것들을 하나하나씩 해봐야겠다. 이 미숙한 집사를 우리 오키, 루키, 토르가 이해해주었으면 좋겠다. 모르고 저지른 실수가 많았지만 사랑하는 마음만은 아주 크다는 것도 알아주길~~ 사고 많이 치고 오키루키에게 들이대는 토르를 어떻게 잘 컨트롤할지는 여전히 숙제다.

나를 바라보며 눈 맞춤하는 루키의 눈은 사람의 눈처럼 보인다. 나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것만 같다. 그럴때는 나도 잠시 고양이가 되고 싶다. 그 누가 나를 이다지도 애절한 눈빛으로 바라봐주는가 말이다. 내겐 루키가 나를 이해해주는 단 하나의 생명체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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