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명상 1평온 - 오직 나만을 위한 하루치의 충만함
디아 지음 / 카시오페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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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는 하고 있는데 명상도 시작하고 싶어서 이 책 읽어보고 싶네요!! 하루 한번으로 맘이 평온해지길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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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독서의 힘 - 토론을 위한 논제 만들기
김민영 외 지음 / 북바이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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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독서의 힘> 제목이 왠지 어렵게 느껴지는가?

“토론을 위한 논제 만들기” 부제를 보니 머리가 아픈가?

별로 읽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아, 딱 내가 찾던 내용이다!’라고 생각한 사람이라면 너무나 반가운 책일 것이다.

우리 사회 양극화가 심하지만 독서도 양극화가 극심한 분야이다. 1년에 책 한 권도 안 읽는 사람이 50퍼센트에 육박한다.(2019년 국민독서실태조사) 내 주위만 봐도 그렇다. 1년에 한 권도 안 읽는 사람이 있는 반면, 한 달에 1~2권 정도는 읽는 사람이 있고, 거의 매일 한 권씩 읽는 사람도 있다. 책을 아예 읽지 않는 사람은 이 책 <질문하는 독서의 힘>을 읽을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면 이 책은 표지에 토론이니 논제니 하는 어려운 말(저 단어 발화는 한국인이라면 다 하지만 실제 행동하기는 어려운 말)이 들어가는데 어떤 사람들이 손에 잡을까?

책 읽기를 좋아하지만 그저 읽기만 하고 독후활동, 즉 토론하거나 쓰기는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유용할 것이다. 분명 읽기만으로 부족함을 느껴서 다른 활동을 하거나 독서모임 같은 데 참여하고도 싶지만 두려움이 있는 이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이 책을 읽고 그동안 자신이 해오던 읽기 방법에 전환점이 생길 것이고 토론이란 말에 두려움도 줄 것이다. 소심해서 독서모임에는 나가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혼자서 질문하고 토론하는 경험도 가져볼 수 있다.

이 책은 김민영, 권선영, 윤석윤, 장정윤 4명의 공저자가 썼다. 2014년에 나온 책 <이젠, 함께 읽기다>의 후속편 격이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먼저 읽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머리말을 쓴 김민영 저자의 가이드를 그대로 옮긴다.

p.7

이 책에는 질문하는 힘이 부족한 사람을 위한 단계별 상황별 지도법이 담겨 있다. 독서모임을 잘 하고 싶다면, 독서모임을 하지는 않지만 책을 읽고 그럴듯한 질문을 하고 싶다면, 질문하는 독서 지도법에 관심이 많다면 맞춤형으로 읽을 수 있다. (……) 질문하는 독서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1인 독자, 독서모임 독자, 독서 지도를 해야 하는 독자로 각 장을 구분해서 구체적인 방법론과 예시를 담았다. 1장에서는 질문하는 독서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 다양한 사례를 들어 이야기했다. 질문이나 논제 만들기를 어려워했던 독자라면 스스로를 이해하는 계기로 삼고 읽으면 좋겠다. 2장에는 홀로 책 읽는 이를 위한 질문 독서법을 실었다. 혼자서도 책을 능동적으로 읽고 싶다면 유익하게 다가올 것이다. 3장은 독서 모임을 하고 있는 독자가 반길 만한 부분인데, 논제 만드는 법과 논제 토론 진행 노하우를 담았다.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방법론이다. 4장에서는 독서 교육에 관심 있는 이를 위해 질문이 살아 잇는 독서 토론 수업법을 하나하나 짚었다. 논제 예시는 한 눈에 보여주기 위해 부록으로 실었다.

어떤가? 당장 그 자세한 내용을 읽어보고 싶지 않은가? 그대로 옮긴 이유는 저자가 각 장에 대한 소개를 아주 간단 명료하게 해주었기에 더 이상 넣고 뺄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위 소개만 읽어도 이 책이 필요한 사람들은 이미 장바구니에 담고 있을테니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얼마나 잘못했는지를 리뷰로 써야겠다.

<이젠, 함께 읽기다>를 읽었을 때 나는 습관처럼 부러워했다. 그리고 당장이라도 숭례문학당으로 뛰어가 독서모임에 참여해서 책에서처럼 독서토론을 감격적으로 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책을 읽은 지 5년이 지나도록 내가 한 것이라고는 계속 부러워한 것뿐이다. 구구절절한 변명을 하자면, 서울과 부산은 너무나 멀었고, 가까운 곳에서 진행되는 독서모임에 가봤으나 성에 차질 않았고, 직접 꾸려본 독서모임은 더더욱 실망스러웠다. 책과 관련해서 나를 돌아보면 늘 조울증 환자같았다. 독서모임 책들은 내 독서생활에 변화발전이 없었다는 자책만 하게 했다. 한편 그래도 다독은 했지 않냐며 자위하다가, 주위에 어쩜 맘 맞는 독서인이 한 명도 없다며 남 탓을 해댔다. 계속 읽기만 했는데 쓰기를 시작한 게 어디냐며 스스로 궁디팡팡 하기도 했다.

그동안 책 리뷰를 쓰면서 책에 대한 감탄뿐아니라 비판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출판사에서 무료로 받은 책이 많다보니 단점보다 장점 위주로 썼다. 이 책의 1,2장을 읽으며 그동안 나의 책 읽기를 돌아보니 다독은 했다. 그러나 리뷰 쓰기에 급급하느라 질문하기는 소홀했다. 현재 독서모임을 하고 있지만 혼자 읽고 리뷰 쓰는 책이 많으니 스스로 질문하기를 더 신경써야겠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을 읽고 자신이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써보고 행동으로 옮겼다는 어떤 이의 사례(무분별한 육식 자제, 한 달에 2만원씩 기부하려면 커피 몇 잔 덜 마시기 등등)는 책이 주는 자극을 몸으로 느끼고 자신의 삶의 변화가 책 속 질문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도 동물단체 기부를 시작했다.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에서 뽑은 키워드 ‘자립’으로 한 질문은 이런 것이다.

‘나는 부모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

‘정신적‧경제적‧정치적으로 자립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이따금 찾아오는 무력감의 원인은 무엇인가?’ ‘회사에서 나는 어떤 존재인가?’ 이처럼 여러 가지 질문 중 자신의 현 상황에 맞는 질문 하나로 생각을 넓혀나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얼마전 지인에게 말했던 청년에게 이 책이 필요할 것 같다. 서른이 되도록 엄마가 모든 걸 다해준다고 하니 말이다.

3장 독서모임을 위한 논제 독서를 읽으면서 반성했다. 내가 주도한 독서모임의 만족도가 낮은 이유는 논제 찾기를 제대로 하지 못한 내 실력이 허접해서였던 거다. 논제 발제에 도움이 되는 도서 리스트를 보면서는 머리를 쥐어박았다. 소개된 책 중에 읽은 책도 꽤 되는데 논제 발제에 활용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읽었던 책을 다시 펴 논제 만들기 연습을 더 해야겠다. 그동안 독서모임은 간단한 질문으로 대화를 나누기만 했지 발제하여 찬반 토론으로까지 연결하지는 못했다.

3장은 나처럼 독서모임만으로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도움 받을 수 있는 내용이 많다. ‘분야별 발제 포인트’(p.123)를 참고로 ‘함께 하면 더 좋은 논제 만들기’와 ‘발췌문 인용과 논제문 쓰기’는 독서모임 구성원들이 같이 읽고 해보면 실력향상되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4장은 자녀의 독서교육 지도시 도움 받을 수 있는 내용이라 학부모, 교사들에게 유용할 것이다. 그러나 어른이라도 독서 후 질문하기를 어려워하는 독자라면 4장의 방법을 직접 해보면 기초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장에서 사례로 든 책을 읽고 지시대로 해보다가 본인이 읽은 책으로 스스로 질문 만들기, 논제 만들기를 해보면 성취감을 맛볼 수 있겠다. 부록의 논제 만들기를 하나하나 해보는 것만으로도 부쩍 자신의 실력 향상을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17000원짜리 책 한 권을 사는 것이 소 한 마리 들여놓는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면? 속는 셈치고 사보길 강추한다! 농경사회에서 소는 노동력 제공뿐 아니라 먹거리로서는 양질의 고기는 물론 뼈와 꼬리를 국물로까지 우려내어 몸보신을 하지 않았던가. 이 책을 구워먹고 삶아먹고 우려내어 독서생활에 보신이 되도록 속속들이 활용해 보자. 어리버리한 독서초보자에서부터 독서토론으로 실력을 향상시키고 싶은 사람들까지~ 책을 양식으로, 벗으로 생각하는 모든 이들에게 소한마리 값은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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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 고전 살롱 : 가족 기담 - 인간의 본성을 뒤집고 비틀고 꿰뚫는
유광수 지음 / 유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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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 고전 살롱 : 가족 기담>2012년에 출간된 유광수 교수의 <가족 기담>의 개정판이다. 이번 책으로 처음 만나게 된 유광수 교수는 한국 고전문학을 전공하고 소설가이기도 하다. 책과 작가에 대해 꽤 알고 있다 생각했지만 신인도 아닌 유광수 작가를 처음 만나게 되니 세상은 넓고 읽을 책은 너무나 많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거기다 작가의 스타일이 마음에 들어 반가운 마음에 왜 이제야 알게 되었나 싶고 자연스레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아보게 된다. 출간된 소설을 살펴보니 역사소설, 스릴러소설이 있는데 작년에 나온 <싱글몰트 사나이>(2)가 구미에 당겼다. 여름휴가용 소설로 딱 일것 같아 올 여름에 읽을 책 목록에 넣어두었다.

 

출판사의 작가소개에 의하면,

"유광수 연세대학교 교수는 고소설과 현대소설, 설화와 동화, 구비문학을 자유자재로 누비며 현대인에게 지침이 될 만한 옛이야기들을 수집하고 선별한 다음, 여기에 새로운 상징과 가치를 부여하여 동시대의 사람들에게 탁월히 안내해주는 고전 큐레이팅의 대가"

라 한다.

 

<문제적 고전 살롱 : 가족 기담>의 뒷날개에 조금은 불편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섬뜩한 가족이야기가 펼쳐진다!’고 되어있다.

 

 

조금 불편하지 않다! 우리나라 고전소설에 숨어있는 권력자(양반,남성)들의 이데올로기를 낱낱이 까발리는 내용을 읽다보면 어떤 사람은 많이 불편할 수도 있겠다. 불편함을 너머 흥분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어린 시절 재미있게 읽었던 전래동화 속에, 학창시절 배웠던 고전소설 속에, 저런 잔혹한 내용들이 숨어있었다는 것은 몰랐기 때문이다.

 

9장에 걸쳐 까발리고 있는 고전 문학들중에서 그동안 읽으면서 의심하거나 고민해본 적이 있는 작품이 하나도 없었다. , 하나 있었다. 홍길동이 서자 출신(홍길동은 얼자라고 한다, 서얼은 서자와 얼자를 합친 말로 서자보다 낮은 게 얼자이다.)이면서도 나중에 처첩을 두어 자신의 억울함을 대물림하게 만드는 건 뭔가 싶었다. 작가 허균이 양반이라 거기까진 염두에 두지 않은 걸까?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작가는 홍길동을 이렇게 평가한다.

 

길동 이놈도 역시 남자였던 것이다.”

 

사회적 진출만 자유로우면 된다는 생각은 궁극적으로 여자와 그 지위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길동은 자기 울분과 자기 앞길만 생각한 것이다. 정말 괘씸한 녀석이다. 자기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 아닌가, 아니, 멀리 가지 않아도 자기 어머니를 한 번이라도 생각했다면 그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하긴 녀석이 어머니 춘섬의 고뇌와 깊은 한을 알 리가 있겠는가? 자식치고 부모의 마음을 아는 놈은 하나도 없으니 뭐라 할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불편을 넘어 흥분하게 될 내용은 대부분 가부장적요소들이다. 유교적 이념이라는 탈을 쓴 가부장(양반 남성)들의 행태다. 더 화가 나는 건 그들의 파렴치한 작태가 문학속에 스며들어 의식하지 못한 채 내재화 되었다는 것이다. 기득권 공고화를 위한 것까지는 그렇다치자. 유교라는 국가적 이념이니까. 그러나 교묘하게 숨겨진 양반남성들의 성욕구는 인식조차 못한채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로만 읽혔다는 것이다. 물론 여성은 철저하게 피해자다.

 

작가가 까발려 보여주는 것들을 처음 접하는 독자는 놀라고 불편할 것이다. 그러나 작가가 이 책을 단지 불편하라고 쓴 것만은 아닐 것이다. 몇 백년 전에 쓰여진 고전문학 속의 문제를 굳이 지금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관습, 문화, 도덕등 오랜 시간 굳어져 온 것의 기원을 밝히고 그것이 오늘날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님을 말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의문이 남는다. 권선징악이라는 윤리의식의 내면화를 위해 아동에게 읽혀온 전래동화를 계속 읽혀야할지 말지다.

 

예컨대 흥부전과 심청전이 그러하다. 흥부처럼 착하게 살면 복을 받고, 형제간에 우애가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새기던 이야기로만 읽혔는데 그 이면에 숨은 흥부의 무능함은 어쩌란 말인가. 그동안 청이의 효심을 강조했던 심청전에서 시각장애인 심봉사는 흥부에 비하면 적극적인 인물이라는 평가는 또 어떤가. 장화홍련전은 더 심각하다. 아버지 배좌수의 행동을 친딸 성폭행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은 독자는 분명 자녀들에게 전래동화를 읽힐 때 고민이 될 것이다. 어른에게는 충분히 신선하고 비판적 시각이었지만 아이들과 이야기 나눌 때 어느 선까지 언급해야할지 말이다. 아무래도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권선징악에 초점을 맞추되 고학년이상부터는 부모가 문제제기를 해서 비판적 사고를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을 것이다. 중고생의 경우, <구운몽>이나 <춘향전>으로는 처첩제도와 시대에 따른 여성의 시각에 대해 이야기 나눠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장 "가족의 재탄생"에서 작가는 사르트르를 인용하여 가족에게도 의미 부여를 하자고 말한다.

 

 

주욱 유지하던 스타일은 어디가고 갑자기 식상한 멘트로 교훈적인 마무리를 하니 살짝 당황스러웠지만, 그동안 나는 기다리기만 했던건 아니었는지 반성했다. 그렇다고 먼저 손내밀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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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 눈의 여자
박해로 지음 / 네오픽션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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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올빼미 눈의 여자>는 무속 공포소설이라는 홍보문구에 끌려 읽게 되었다. 작가 박해로씨는 같은 장르로 세 번째 소설울 냈고 나는 이 소설로 작가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공포소설은 여름에 적당하고, 한국 특유의 무속신앙 전통에 상상력을 덧붙인 소설을 쓰는 작가라고 해서 얼마나 무서울지 기대하며 펼쳤다.

 

소설은 2000년 초반을 배경으로 9급 공무원인 주인공이 경북 섭주라는 곳의 연수원에서 겪은 5일간의 일을 다루고 있다. 3분의 2정도 되는 분량까지는 주인공 한기성의 입장에서 겪는, 아니 당하는 이상한 일들이 주로 서술된다.

 

대민 업무를 담당하는 기성은 민원인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어 신청한 연수가 몇 달 만에 드디어 승인이 났고, 휴가 떠나는 기분으로 도착한 연수원에서 신임 공무원 교육때 만났던 동기 장준오와 3년만에 재회하게 된다. 연수 첫날 기성은 준오와 저녁을 같이 먹고 술이 거하게 취한 상태에서 노래방에 갔고 나이 많은 도우미 한 명이 왔던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다음부터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깨어보니 준오와 모텔방에 같이 있는 것이었다.

 

성은 치질이 있어서 술을 마시면 안 되는데 전날 과음해서인지 항문에 통증이 심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그 느낌이 평소의 통증과는 좀 달랐다. 그곳에 뭔가 삽입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준오의 태도와 외모가 좀 의심스러웠다. 노래방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기성은 전날 도우미로 왔던 주리라는 여성에게 연락을 해서 만나기로 했다. 어차피 서로의 휴대폰이 바뀌어서 만날 수밖에 없었다.

 

연수 둘째날 휴대폰을 맞바꾸는 곳에 나타난 이는 기성의 대학 동기 연진이었다. 노래방 도우미는 그녀의 엄마였고. 이 때부터 기성은 두 모녀에게 계속 휘둘리기 시작한다. 기성은 공무원 시험 준비 뒷바라지를 해준 화영이라는 여친이 있음에도 연진의 외모에 마음을 뺏기기 시작하고, 그녀의 엄마까지 유혹을 해오니 어찌할 바를 모른다. 거기다 항문의 통증은 점점 심해지고 급기야 이부자리에 하혈을 할 정도로 통증이 심해진다.

 

사건은 기성에게 점입가경이 되어가고 두 모녀의 작전에 자꾸만 휘말려 마치 늪속에 빠져 허우적대는 꼴이다. 이 소설 장르가 정말 무속 공포소설이 맞나 싶었다. 사실 좀 답답했다. 주인공 기성이 너무나 바보 같았기 때문이다. 두 여성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니기만 하다가 급기야 스스로를 컨트롤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성관계를 맺게 된다. 자신이 포르노 영상 범죄 대상이 되었다는 정도로만 알고 기성은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그 다음부터 기성에게 왜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는지 며칠 간 벌어진 사건들을 하나하나 풀어나가기 시작하면서 올빼미 눈을 가진 여성에 대한 이야기, 우리나라 무속신앙과의 연관성, 나아가 작가의 주제의식과 연결되었다. 뒷부분에서 강렬한 충격을 주기 위해 기성의 서사에서는 힘을 주욱 뺀 작가의 작전에 속아 넘어간 것이었다. 마취인지 최면인지 모를 상태에서 조종당할 수도 있고, 어떤 인물을 신과 같은 존재로 만들어 숭앙하게 할 수도 있다니!

 

이 소설은 기성의 죽음 후 밝혀지는 이야기의 반전과 올빼미 눈을 가진 무녀인 '치효성모의 전설'이 재미있었다. 리뷰에서 그 내용을 밝히면 책을 읽는 재미가 반감될테니 쓸 수 없어 아쉽다. 등장인물 각각에게 반전이 있었지만 나는 연진의 반전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작가가 말하려고 했던 주제의식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게 아닌가 싶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자기 목적을 위해서라면 남을 속이는 것도, 남을 이용하는 것도, 남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도, 심지어 남을 해치는 것도 가능한 게 세상이다. 나는 이 주제를 담아보려고 또 한 번 무속이라는 그릇을 빌려왔고 신비주의 스릴러라는 주걱을 썼다

고 말했다.

 

세상이 별 일 없이 잘 굴러가는 것 같아도 수시로 터지는 사건 사고들을 보면 세상엔 정말 별별 일들이 다 벌어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심심찮게 드러나는 납치나 실종사건을 봐도 그렇고, n번방 사건 같은 경우도 자신의 이익, 즉 돈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하는 게 인간이지 않은가. 인간이 어찌 그런 짓을 할까 싶지만 인간이기에 끔찍한 짓을 저지른다.

 

현실이 소설보다 잔인할 때도 종종 있지만, 소설은 지어낸 이야기이니 어떤 내용도 가능할 것이라는 허용치에 한계를 두지 않는다. 그리고 재미있다고 여긴다. 부디 현실이 소설 읽는 재미를 반감시키지 않길 바라며! 이 소설은 여름 밤에 읽기에 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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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미래를 찾는 여행, 타이베이 - 대만의 밀레니얼 세대가 이끄는 서점과 동아시아 출판의 미래 책의 미래를 찾는 여행
우치누마 신타로.아야메 요시노부 지음, 이현욱 옮김, 박주은 감수 / 컴인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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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여행을 갔던 때가 20136월이었으니 벌써 7년이 지났다. 패키지 상품으로 다녀온 대만여행에서 기억에 남는 거라고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데려간 곳, 대만 국립 고궁박물관이다. 당시에도 느꼈고 지금 생각해도 아쉽기만 하다. 두 시간도 채 안 되는 시간동안 허겁지겁 한 바퀴 휙 돌고 나오게 만들다니 말이다. 전시품마다 담긴 역사가 얼마나 깊을텐데 기차 창밖으로 지나는 풍경마냥 스쳐 지나고 말았다. 그리고 까맣게 잊은 곳, 대만!

 

대만에 대해 평소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제목 <책의 미래를 찾는 여행, 타이베이>를 보고는 확 끌릴 수밖에 없었다. 책과 여행의 조합이라니! 그리고 대만의 밀레니엄 세대가 이끄는 서점과 동아시아 출판의 미래라는 부제도 격하게 손짓을 해왔다. 어서어서 나를 펴서 읽어보라고~~

 

이 책의 공동 저자 우치누마 신타로아야메 요시노부20183월에 서울을 주제로 <책의 미래를 찾는 여행, 서울>을 출판한바 있다. 서울편은 못 읽어봤지만 이번 책 프롤로그에 대만과 한국을 비교한 내용을 보니 그들이 진행한 이 프로젝트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대만은 한국보다 더 작은 나라다. 2017년 말 기준으로 인구는 약 2,357만명(한국은 약 5,142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0퍼센트에 달하는 268만명 정도가 타이베이에 살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인구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출판업의 어려운 상황(초판 부수는 대락 2천부 전후)은 서울과 마찬가지였고, 1980년대생을 중심으로 한 젊은 세대가 자신들의 힘으로 서점이나 출판사를 시작한다는 점도 비슷했다. 흥미롭게도 양국의 민주화는 같은 시기에 시작되었고(한국의 민주화 선언과 대만의 계엄령 해제는 전부 1987). 그 이후 20대를 보내고 인터넷을 접하고 세기가 바뀔 때 사회에 나와 30세 전후로 독립한 젊은이들이 그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비슷한 상황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우리는 일본보다 인구가 적은 대만이나 한국의 현재를 보고 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일본 사회의 출판의 미래에 대한 힌트를 찾고자 한다. 그러니까 서울과 타이베이로 공간을 이동하는 이 시도가 바로 미래로 떠나는 시간 여행이 될 것이다.

 

 

이 책은 단순히 유명 서점 소개만을 다룬 게 아니기 때문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타이베이의 20곳 이상의 독립서점과 독립출판사를 방문해 인터뷰한 내용과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만의 출판 역사와 문화, 현 분위기, 젊은 출판인과 서점주들의 생각까지 여러 면들을 알 수 있었다. 방문해보고 싶은 서점, 직접 실물을 보고 싶은 잡지들이 꽤 있었다. 평소 성격같았다면, 코로나 상황만 아니라면, 당장 책에 소개된 서점들의 동선을 짜고 타이베이행 비행기 티켓을 예약했을지도 모르겠다.

 

한편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국적 분위기와 인테리어에 감탄하며 연신 사진을 찍고 향기로운 향에 끌려 커피 한잔을 마실지언정 해독불가인 글자들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아무리 책을 좋아해도 그림이나 사진보다 글자에 먼저 눈길이 가는 나로선 양각으로 확 튀어 오르는 낯선 글자들이 두려워질 게 뻔하다. 김정운 작가는 3개 국어를 할 줄 아는 장점은 여행지에서 책을 사는 즐거움이라고 했다. 나는 한국말밖에 모르니 그런 즐거움은 가질 수가 없다. 그렇다면 저자들의 시간 여행을 따라 타이베이 시내 곳곳의 공간을 여행해 보는 수밖에...

 

 ↑↑ 전원도시

 

타이베이 독립 서점의 개척자 천빙썬씨는 서점을 찾은 손님이 시장에서 물건은 사며 주인과 즐겁게 대화를 나누듯 전원도시에서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서점에 들러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실제 슈퍼마켓 매장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 바구니를 주문했다. 이 바구니는 고객이 물건을 담는 용도뿐 아니라 보관용, 이동용, 이벤트할 때는 공간을 만들 수도 있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서점이란 확실한 비전과 콘셉트를 가진 서점이라고 했다. 비전이 확실하고 매일 재미있게 진화해야 한다며 서점 경영이 그리 간단하진 않다고 했다.

 

한 때 서점을 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서울의 독립서점들을 기웃거렸던 적이 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컨셉트는 정하지 않은 채 구경만 하고 다녔다. 격주간지 <기획회의 513>의 이슈기사, ‘규모화되는 동네 책방을 읽으면서도 서점 운영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전원도시의 천빙썬씨가 말한 것과 공통된 내용을 확인했다. 당인리 책발전소 김소영씨와 구미 삼일문고 김기중 대표의 글이 특히 기억이 남는다. 그들은 자신이 서점을 내려고 하는 동네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사람들이 서점에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큐레이션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한 후에 서점을 열었다. 그런 고민들은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그저 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덜컥 시작해서 될 일이 아니었는데 만약 내가 서점을 시작했다면 바로 망했을 것이다. 물론 서점 낼 자금이 없어서 시작하지 못했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종이잡지를 발행하는 곳은 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 언급한 <기획회의>의 경우는 탄탄한 출판사와 매호마다 알찬 내용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대표님의 블로그에 올라오는 글을 통해) 혹시 출판이 끊길까봐 10년 넘게 후원하고 있는 격월간지 <녹생평론>은 훨씬 힘들어 보인다. <기획회의>는 정기구독 숫자도 꽤 되는 것 같지만 <녹색평론>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 빅이슈 타이완

 

잡지에 대해 관심이 있다보니 <빅이슈 코리아>에 대해서 처음 들었을 때는 좋은 취지지만 후원 없이 가능할지, 길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살지 회의적 시각이었다. 그러고는 관심에서 멀어졌는데 <빅이슈 타이완>을 읽고는 놀랐다. 거리에서 35천부를 판매된다고 한다. 편집자는 동정이나 자선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내용으로 승부한다며, 지금까지 안정적 경영이 가능했던 것은 많은 독자들이 표지를 보고 구입해서 내용에 대해 만족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종이와 웹을 믹스해서 동시 출판하는 곳도 있지만 <빅이슈 타이완>은 종이 매체에만 전념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디어의 질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도록 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고 있다는 말에서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 주간편집

 

<빅이슈 타이완>보다 더 놀란 잡지도 있다. <빅이슈 타이완>을 시작한 편집장 리취중씨는 일반 서점에서도 판매 가능한 잡지를 만들기 위해 2017<주간편집>을 창간했다. 종이신문의 쇠퇴가 확연한데 신문이라는 형태로 과연 출판이 가능할지, 5장의 앞부분에 간단 요약된 내용을 읽으면서도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리취중씨는 가벼운 지면 위의 무거운 내용이 들어가는 신문의 특성을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그가 중시하는 것은 물성의 가벼움보다는 품고 있는 내용의 무게감을 중시한다.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미적인 체험과 독서체험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전철 안에서 작게 접어서 읽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천천히 읽기 위해서 신문을 펼칠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을 찾는 것, <주간편집>은 이런 독서체험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레이아웃을 우선시하고 있어요." 

   

막 창간한 신문이 정기구독자 수가 1만명이 되었고, 매달(이름은 주간편집이지만 아직 한 달에 한 권 발행중) 권당 3만부 정도 발행하고 그 가운데 정기구독은 1만부라고 한다. 아직은 적자이고 한 권당 내용은 <빅이슈 타이완>2, 해외기사 구입비용도 있어 정기구독이 15~ 2만 명 정도에 도달하면 안정화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 청핀서점

 

1989년에 창립된 청핀서점은 현재 45곳(대만 41, 홍콩3, 중국1)의 점포가 있고 대만에만 직원이 약 700명 정도 된다. 주요 사업은 서적 판매지만 이외 쇼핑몰, 콘서트홀, 영화관, 극장, 갤러리, 레스토랑, 카페, 바, 호텔등 여러 업종을 운영중이다. 일본의 츠타야보다 업종이 더 많고 규모가 크다.

서점을 주 업종으로 하는 곳의 호텔은 어떨지 궁금하고 직원들의 큐레이션을 받아 책을 읽어보고 싶다.(언어가 다른데 의사소통이 될지...) 그래도 책 추전 받아보고 싶다. 모든 지점에서 직원들에게 큐레이션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고 하니 외국인에겐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

청핀서점의 캐치프레이즈는, "Books and Everythibg in Between"이다.

책에 관한 모든 것을 하는 곳이라 저렇게 다양한 사업을 하는 걸까?

직원 양수쥐안씨는 인터뷰에서 창업주가 항상 했다는 말, "화려한 서점이 아니라 사람들의 인상에 남는 서점" 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했다. 어떤 인상을 받을지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작은 책방, 웨웨서점과 파랑새서점도 가보고 싶다.

 

↑↑ 웨웨서점

 

↑↑ 파랑새서점

 

 

파랑새서점의 대표는 뉴스캐스터 출신의 차이산산씨다. 2017년에 파랑새서점을 오픈했고, 2012년엔 공동으로 웨웨서점을 창업 운영했다. 어쩐지 두 서점의 분위기가 비슷했다. 그는 대만의 독립서점 주인들이 일종의 사회운동 이념을 가지고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직접적인 정치적 행위 대신 주제가 있는 내용의 책을 고르는 것으로 자신의 생각을 독자와 사회에 전달한다고 느껴졌어요. 파랑새서점을 하나의 미디어라고 말한 이유이기도 하죠."

 

사람이 읽는 행위를 하는 한 서점은 영원히 존재할 거라는 낙관적 결론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유튜브는 거의 보지 않고, E-북보다 종이책을 좋아하지만 종이책과 출판의 미래에 대해서는 암울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대만은 우리와 많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타이베이의 서점주와 출판인이 우리보다 더 책을 사랑하기 때문일까? 아닐 것이다. 이 책에 일반 독자나 손님들과의 인터뷰는 실려 있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 대만에는 물성을 가진 활자 매체를 좋아하는 독자들이 많은 것 같다. 그렇게도 다양한 잡지를 만들어내고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들이 그 증거란 생각이 든다.

 

그런데 잡지 <LIP>의 대표 다나카 유스케씨의 인터뷰 내용은 의미심장하다. 타이베이 경기가 좋지 않음에도 개인 서점에 취재를 해보면 열심히 하고 있어요라는 답이 돌아오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허나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것은!

분명 현 상황이 힘들고 미래가 그리 밝지만은 않지만 그들은 더욱 양질의 내용을 담은 종이책을 계속 만들어 낼 것이다. 책을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들이니까!

 

** 이 리뷰는 네이버카페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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