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 눈의 여자
박해로 지음 / 네오픽션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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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올빼미 눈의 여자>는 무속 공포소설이라는 홍보문구에 끌려 읽게 되었다. 작가 박해로씨는 같은 장르로 세 번째 소설울 냈고 나는 이 소설로 작가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공포소설은 여름에 적당하고, 한국 특유의 무속신앙 전통에 상상력을 덧붙인 소설을 쓰는 작가라고 해서 얼마나 무서울지 기대하며 펼쳤다.

 

소설은 2000년 초반을 배경으로 9급 공무원인 주인공이 경북 섭주라는 곳의 연수원에서 겪은 5일간의 일을 다루고 있다. 3분의 2정도 되는 분량까지는 주인공 한기성의 입장에서 겪는, 아니 당하는 이상한 일들이 주로 서술된다.

 

대민 업무를 담당하는 기성은 민원인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어 신청한 연수가 몇 달 만에 드디어 승인이 났고, 휴가 떠나는 기분으로 도착한 연수원에서 신임 공무원 교육때 만났던 동기 장준오와 3년만에 재회하게 된다. 연수 첫날 기성은 준오와 저녁을 같이 먹고 술이 거하게 취한 상태에서 노래방에 갔고 나이 많은 도우미 한 명이 왔던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다음부터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깨어보니 준오와 모텔방에 같이 있는 것이었다.

 

성은 치질이 있어서 술을 마시면 안 되는데 전날 과음해서인지 항문에 통증이 심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그 느낌이 평소의 통증과는 좀 달랐다. 그곳에 뭔가 삽입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준오의 태도와 외모가 좀 의심스러웠다. 노래방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기성은 전날 도우미로 왔던 주리라는 여성에게 연락을 해서 만나기로 했다. 어차피 서로의 휴대폰이 바뀌어서 만날 수밖에 없었다.

 

연수 둘째날 휴대폰을 맞바꾸는 곳에 나타난 이는 기성의 대학 동기 연진이었다. 노래방 도우미는 그녀의 엄마였고. 이 때부터 기성은 두 모녀에게 계속 휘둘리기 시작한다. 기성은 공무원 시험 준비 뒷바라지를 해준 화영이라는 여친이 있음에도 연진의 외모에 마음을 뺏기기 시작하고, 그녀의 엄마까지 유혹을 해오니 어찌할 바를 모른다. 거기다 항문의 통증은 점점 심해지고 급기야 이부자리에 하혈을 할 정도로 통증이 심해진다.

 

사건은 기성에게 점입가경이 되어가고 두 모녀의 작전에 자꾸만 휘말려 마치 늪속에 빠져 허우적대는 꼴이다. 이 소설 장르가 정말 무속 공포소설이 맞나 싶었다. 사실 좀 답답했다. 주인공 기성이 너무나 바보 같았기 때문이다. 두 여성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니기만 하다가 급기야 스스로를 컨트롤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성관계를 맺게 된다. 자신이 포르노 영상 범죄 대상이 되었다는 정도로만 알고 기성은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그 다음부터 기성에게 왜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는지 며칠 간 벌어진 사건들을 하나하나 풀어나가기 시작하면서 올빼미 눈을 가진 여성에 대한 이야기, 우리나라 무속신앙과의 연관성, 나아가 작가의 주제의식과 연결되었다. 뒷부분에서 강렬한 충격을 주기 위해 기성의 서사에서는 힘을 주욱 뺀 작가의 작전에 속아 넘어간 것이었다. 마취인지 최면인지 모를 상태에서 조종당할 수도 있고, 어떤 인물을 신과 같은 존재로 만들어 숭앙하게 할 수도 있다니!

 

이 소설은 기성의 죽음 후 밝혀지는 이야기의 반전과 올빼미 눈을 가진 무녀인 '치효성모의 전설'이 재미있었다. 리뷰에서 그 내용을 밝히면 책을 읽는 재미가 반감될테니 쓸 수 없어 아쉽다. 등장인물 각각에게 반전이 있었지만 나는 연진의 반전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작가가 말하려고 했던 주제의식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게 아닌가 싶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자기 목적을 위해서라면 남을 속이는 것도, 남을 이용하는 것도, 남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도, 심지어 남을 해치는 것도 가능한 게 세상이다. 나는 이 주제를 담아보려고 또 한 번 무속이라는 그릇을 빌려왔고 신비주의 스릴러라는 주걱을 썼다

고 말했다.

 

세상이 별 일 없이 잘 굴러가는 것 같아도 수시로 터지는 사건 사고들을 보면 세상엔 정말 별별 일들이 다 벌어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심심찮게 드러나는 납치나 실종사건을 봐도 그렇고, n번방 사건 같은 경우도 자신의 이익, 즉 돈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하는 게 인간이지 않은가. 인간이 어찌 그런 짓을 할까 싶지만 인간이기에 끔찍한 짓을 저지른다.

 

현실이 소설보다 잔인할 때도 종종 있지만, 소설은 지어낸 이야기이니 어떤 내용도 가능할 것이라는 허용치에 한계를 두지 않는다. 그리고 재미있다고 여긴다. 부디 현실이 소설 읽는 재미를 반감시키지 않길 바라며! 이 소설은 여름 밤에 읽기에 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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