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악어 당신을 위한 그림책, You
루리 그림, 글라인.이화진 글 / 요요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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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악어>는 글라인, 이화진의 글과 루리 작가의 그림으로 완성된 그림책입니다. 스토리를 맡은 글라인은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부부의 세계>,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등을 집필한 단체이고 이화진 작가는 JTBC에 방영예정인 <기상청 사람들:사내연애 잔혹사편>을 쓴 작가입니다. 이야기의 힘을 믿는 사람들이 모였다는 글라인의 자기소개대로 도시 악어의 이야기에는 힘이 있고 빈 공간도 있습니다.

텍스트 행간의 빈 자리를 독자의 상상력으로 메울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럴 경우 상상력의 확장이라는 장점보다 구멍 있는 이야기로 오해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한 가능성의 빈틈을 루리 작가는 완벽하게 메웠습니다. 이미 <그들은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와 <긴긴밤>을 통해 글과 그림의 앙상블을 연주해 낸 루리 작가의 그림은 이번에도 역시!라는 감탄사를 자아내게 만듭니다.

<도시 악어>의 이야기는 어쩌면 간단해보입니다. 도시에 사는 악어는 어쩌다가 자신이 이 도시에 오게 되었는지 모릅니다. 토마토와 아이들과 햇볕을 좋아하고, 도시에 적응하기 위해 노오력도 많이 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악어를 싫어합니다. 사람들은 악어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악어 가죽으로 만든 제품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지요. 악어는 이 도시에서 잘 살아갈 수 있을까요?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자신을 사랑하며 살아갈까요?

이러한 이야기에 루리 작가의 그림은 풍부한 감정과 더 많은 이야기를 싣습니다. 독자들은 악어에 감정이입하게 되며 나아가 악어는 더 이상 악어가 아닌 것만 같습니다. 악어가 곧 나 인 듯합니다. 통계청 인구 총조사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1인 가구 비율은 31.7%라고 합니다. 서울, 대전 같은 도시는 그 비율이 35%가 넘습니다. 이처럼 도시에서 홀로 살아가는 우리는 바쁘고 외롭습니다. 벗어날 수 없는 외딴 섬 같은 도시에서 이방인으로 사는 기분일 때도 있지요. 내가 뭐 하러 이곳에 왔던가? 아니, 나는 왜 태어난거지? 나는 누구인가? 끊임없이 자문해봐도 답을 찾지 못한 채 미궁에 빠진 것만 같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선, 나를 찾으려면, 이 도시를 탈출해야 하는 걸까요? 도시 악어는 어떻게 될까요?

그림책이므로 그림을 많이 공개할 수 없지만 그림 없이 리뷰를 쓰기도 힘든 일이므로 최소한으로 인용합니다.



⬆️ 그림책의 표지에는 도시 악어의 얼굴만 보입니다. 그러나 세로로 펼치면 몸은 물 속에 들어있고 얼굴은 내놓은 악어였습니다.

표지를 열면 면지 우측 하단에 이렇게 옷을 입는 악어가 있습니다.




언급한 대로 악어는 원해서 온건 아니지만 도시에 살고 있어요.



흔한 도시의 아침 풍경입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 생활에 어느 정도는 적응해 사는 것 같지만 사람들은 자신을 반기지 않는 것 같아요. 악어는 사람들을 미워하기보다 자책합니다.




어느날, 강가에 앉아 있던 악어는 게를 피하다가 강물에 빠집니다. 악어는 물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는데...



물속에서 깨닫습니다!

"나는 악어야"​


⬆️ 그림책 전체에서 이 그림이 가장 의미심장합니다.

휘황찬란한 도심의 불빛은 수면을 붉게 물들이고 그에 대비되는 물 속은 진한 청록입니다. 옷을 벗어버린 악어는 당당한 본연의 모습으로 물과 아주 어울리지요. 꼬리를 맘껏 흔들며 유영하는 악어에게 자유로움이 첨벙거립니다. 그리고 벗어진 인간의 옷은 중의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물 속에서 자연스레 벗어졌을 수도 있고 악어가 정체성을 찾으며 벗어던진 것일 수도 있습니다. 타의냐 자의냐, 보는 이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물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던 악어가 물 속에 빠진 뒤에 ‘나는 악어’라고 깨닫게 되었고 옷 없이 수영하게 된 것을 타의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도움을 받은 것일 수도 있고요. 그러나 아무리 옆에서 누가 말해줘도, 도움을 주어도 스스로 깨닫지 못하면 소용없습니다. 

나를 찾고 싶어하는 외로운 도시인들의 모습을 악어에 빗대어 표현한 루리 작가의 상상력은 대단합니다. 도시 1인 가구뿐 아니라, 혼자 살지 않아도 혼자라 여기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흔들만한 그림입니다. 청소년 시기에나 정체성을 찾는 거지 어른이 무슨 자신을 찾느냐는 지청구를 들으며 사는 어른들이 도시 악어에게 뭉클한 동질감을 느낄 것입니다. 네, 이 그림책은 어른을 위한 그림책입니다. 생존에 내몰린 어른들이, 자신을 찾는 것이 생존에 다름 아님을 알게 된다면 이 책을 보며 용기를 얻을 것입니다. “나는 악어야.”처럼 “나는 OOO야”라고 당당하게 말할 용기를요! 

덧!!

마지막 면지에는 앞면지와 수미상관을 이루는 악어 그림이 있습니다. 악어의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보세요~~ 

루리 작가가 건네준 보너스같은 이 그림이, 저는 정말 맘에 들었습니다!!


**위 리뷰는 네이버카페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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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행복하기 위해 그림을 본다 - 마음을 정리하는 미술치료 솔루션
김소울 지음 / 흐름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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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왔는데 남들처럼 떡 벌어지게 뭔가를 이루어 놓은 게 없다. 내가 사라진다 해도 사람들은 아무 관심 없을 것이다."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 이런 생각 해봤을 것이다. 자꾸 생각하면 우울해지고 그 우울감이 우울증이 되면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친구가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라면...


<오늘도 행복하기 위해 그림을 본다>에 나오는 위 사례에서 저자는 르누아르의 보트파티에서의 오찬을 보여준다. 이 그림을 본 30대 여성 내담자는 자신과 다른 세상의 풍경이라며 굳이 오래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 자신에게 집중하기 시작했을 때, ‘나도 여기에 함께 있고 싶다고 했다. 처음 스스로를 사막 끝에 서 있는 것 같다고 했던 내담자는 마음을 회복한 뒤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고 사랑을 시작했다고 한다.




르누아르 그림의 분위기는 여유롭고 윤택하다. 그는 행복한 사람들의 모습을 그림 주제로 선택했다. 정작 자신은 가난한 화가였으나 가뜩이나 불쾌한 것이 많은 세상에서 행복한 것만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많이 배우고 많이 가진 사람들을 질투하기보다 배울 수 있는 부분들을 배우고, 좋은 에너지를 받아 자신의 삶에 긍정적인 기운이 맴돌도록 노력했고 그것이 관객들에게도 전달된 것이다. 르누아르 그림을 보면서 기분 나빠하는 사람은 없다. 밝은 에너지를 받게 되고 표정도 자연스레 부드러워진다.


이렇게 그림을 보면서, 그림을 매개로, 상담하는 것을 미술치료라고 한다. 이 책의 저자 김소울씨는 플로리다 마음연구소에서 상담을 하고 있다. 이 책은 미술치료로 상담했던 사례 모음집이다


대부분 이런 책을 읽는 독자들은 상담 사례에서 자신의 경험과 유사한 것을 찾아보게 된다. 목차에 나오는 15가지 심리 키워드를 보고 현재 자신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해당되는 것 먼저 읽으면 된다. 하나씩 읽다보면 자신 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과 유사한 사례가 눈에 들어올 것이다. 도무지 이해불가라고 여겼던 가족이나 회사 동료의 행동이 대입되면 조금이나마 이해가능하게 될 것이다.


저자는 공부하듯이 그림을 볼 필요는 없다고 한다. 보는 대로 느끼는 대로 말해보자고 한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면 더욱 좋다고 한다. 어릴 때 쓰던 그림일기처럼 자신의 감정을 그림으로 그려보라고도 했다. 혼자 해도 되지만 SNS에 올려 타인과 소통해보는 것도 추천했다. 무엇보다 그림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는 당부도 했다.


p.222


일상의 모든 것은 미술이 됩니다. 보고, 느끼고, 선택하고, 감상하고, 감명받고, 힐링받는 대상들에는 모두 미술이 담겨있습니다. 미술은 결코 어렵지 않습니다. ‘행복이라는 감정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미술작품 한 점, 그리고 내 기억의 장면 한 장을 떠올려 보세요. 이와 같은 방식으로 외로움’ ‘응원’ ‘사랑과 같은 감정들을 작품 한 점과 내 기억들과 연결해보세요. 일상과 미술을 분리해서 생각하지 말고 연결시켜보는 것, 미술과 친해지는 또 하나의 방법입니다.

 

 

↑↑상상하기



↑↑투사하기


미술 서적들을 자주 읽는 편인데 이 책은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화가들의 개인사, 새로운 미술 사조나 기법등을 알게 되어 좋았다. 코로나 이후로 미술관에 거의 가지 못해서 이런 책이 새로 나오면 읽으려고 노력한다. 미술관에 새로운 전시를 보러 가는 기분으로 책을 펼친다.


나는 화가의 생애와 그 그림이 그릴 당시의 사연을 알고 보는 것을 선호한다. 그러한 배경지식 없이 보면 내 감상이 오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그런데 저자는 꼭 그러지 않아도 괜찮다고 한다. 처음 본 느낌, 궁금증 그리고 자신이 어떤 감정인지 기탄없이 말해도 된다고. 정답은 없으니!


저자의 말대로 하면 내 감정에 변화가 생길지는 잘 모르겠다. 자꾸만 화가의 의도에 맞지 않으면 어쩌지? 오답일까봐 걱정한다. 그림 감상을 시험처럼 답을 맞히려고 하는 고질병이다. 그나마 이 책에 소개된 그림과 화가에 대해 설명이 충분해서 다행이었다. 만약 정보없이 그냥 맘대로 감상하세요~ 하고는 맥락과 설명이 없었다면 나는 몹시 답답해했을 것이다.



그림에서 전달되는 좋은 에너지를 자신의 삶에 잘 적응해보라는 저자의 충고대로 마티스의 그림 왕의 슬픔을 보고 그의 말을 필사해보았다. 




앞으로는 그림에서 정답을 찾으려하기 보다 조금은 편하게 느낌을 찾아보아야 겠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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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컬러링북 : 귀여운 동물 컬러링 5분 컬러링북 시리즈
김충원 지음 / 진선아트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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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이 리뷰는 교보북살롱카페의 이벤트에 당첨되어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5분 컬러링북>은 색연필로 하는 동물 컬러링북입니다. 저자 김충원 작가는 성격 급한 한국인들을 위해 이렇게 말합니다.

5분만 집중해 그리고 책을 접었다가 나중에 또 5분 집중하는 것을 반복하다 보면 완성에 대한 욕심이 누그러지고 그림 그리는 과정의 소중함을 알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저도 색연필과 스케치북이 있는데도 선뜻 그리지 못한 이유가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 때문이었어요. 위 언급대로 저 역시 한국인이기에 그림에 두려움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리고 싶다'는 욕구는 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활동을 통해 자신감과 꾸준함을 단련하고 싶었습니다.


작가님도 '연습을 즐기면 실력은 덤으로 는다'고 했거든요~~

컬러링북의 장점이 바로 밑그림이 있다는 거지요.

이 책은 윤곽선이 뚜렷한 밑그림을 사용하여 컬러링을 연습하는 워크북입니다. 밑그림은 불안을 없애고 편안한 마음으로 그림을 시작할 수 있게 도와주는 안전장치가 됩니다.


이제 책의 순서대로 살펴보겠습니다.

색연필은 기왕이면 다양한 색상으로 준비해 주세요. 여러 종류의 제품을 사용해 보길 권유하고 있지만 초보자의 경우 차이를 인지하기 어려우니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것으로 시작해도 됩니다. 



↑ 요 책은 누드사철제본으로 되어있어요. 그래서 좌우로 완전히 펼쳐지기 때문에 색칠하기 아주 편합니다. 



책의 순서대로 색칠하는 방식에 따라 제가 실제로 해본 사진을 첨부했습니다.



사선 스트로크 연습 2는 사선 스트로크 연습 1(사선으로 줄을 그으며 바탕을 메우는 것)을 한 후검은색으로 윤곽선을 그리는 것입니다.



↓ 스트로크 혼색과 윤곽선 연습입니다.



↓ 스퀴글 스트로크는 주로 동물의 곱슬거리는 털을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스퀴글 연습할 때까지만 해도 꽤 재미있었지요. 명암 표현도 잘 되더라구요~



그런데 짧은 스트로크로 털 표현하면서부터 조금 힘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짧은 털로 전체를 메우는데 시간이 제법 걸렸구요, 눈 주위와 눈동자 표현이 고난이도였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고양이입니다.




마지막으로, 올해가 호랑이 해이니까 호랑이도 색칠했어요.



그런데!! 눈동자와 코 아래쪽 표현하다가 마, 망했습니다...

좀 불쌍한, 멍청해보이는 호랑이가 되고 말았어요.ㅠㅠ





눈동자 표현은 계속 연습해야겠습니다. 컬러링북으로만 색칠하는 것을 너머 직접 밑그림을 그린 후 색칠하려면!

당연히 자꾸! 계속! 연습해야겠지요~~


색칠하는 동안 잡생각없이 집중하게 되어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 뭔가에 집중하고 싶은 어른들에게 추천합니다. 아이들도 색칠하다보면 동물 그림 잘 그리게 될 것 같네요.



참고로 저는 프리즈마 색연필을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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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험가의 스케치북 - 발견과 모험의 예술
휴 루이스-존스.카리 허버트 지음, 최파일 옮김 / 미술문화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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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이나 일기장, (물감, )을 챙긴다. 가슴에 지식욕을 장착한 후 출발한다. 오지로! 극지로! 내가 찾는 것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간다! 이들을 우리는 탐험가라 부른다. 탐험가들은 쓴다. 무조건 기록한다. 로버트 팰컨 스콧은 죽어가는 순간에도 일기를 남겼고, 마거릿 미는 24년동안 아마존밤나팔꽃을 찾아다니다가 78세 때 드디어 그 꽃봉오리가 열리는 순간을 그림으로 그릴 수 있었다.


<탐험가의 스케치북>은 스마트폰도 디카도 네비게이션도 없던 시절, 탐험가들이 현장에서 남긴 기록들을 수집하여 엮은 책이다. 중요한 순간을 포착하기 위한 수단이 그림밖에 없었던 때에 그들은 무슨 사명을 받은 것처럼 그렸다. 그림으로 부족한 내용은 빼곡하게 글로 보충했다.


p.15


이 책은 모험심과 호기심이 넘치는 많은 여행가들을 기리는 시각적인 개요이며 따라서 일부러 다방면에 걸쳐 취사선택했다. 우리는 유명한 인물들과 더불어 더 널리 알려져야 마땅한 이들을 골랐다. 이 책에 수록된 그림 중 상당수는 출판된 적이 한 번도 없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긴 역사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불모의 사막과 울창한 우림 한복판을 여행하며 인생을 보낸 대단하고 두려움을 모르는 인물들과 함께 탐험한다. 선구적인 탐험가와 지도 작성자, 식물학자와 화가 식물 사냥꾼 생태학자, 인류학자, 괴짜와 남녀 이상가 모두가 지평선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궁금해 하며 기록으로 남겼다.


이 책은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기록과 그 물건들을 보여 주고 있다. 처음으로 공개되는 것들도 많다. 이 책에 소개된 75명의 탐험가 이름 중에 들어본 적 있는 사람은 겨우 네 명에 불과했다. 특별히 탐험가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면 나처럼 아는 사람 몇 명 없을 것이다. 그럼 탐험가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이 책을 읽을 이유가 무엇일까?


서문에서 저자들은 이 책의 의의를 여러 가지로 짚었지만 나는 이 부분에 가장 공감하고 고마워서 옮긴다.


p.18


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을 하나로 묶는 공통점은, 저마다 천차만별인 삶의 어느 시점에 모험을 무릅썼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관습을 거부하며 고향의 안락을 버리고 힘든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 내놓는 약속을 좇아서 모두가 지평선 너머로 발길을 옮겼고, 미지의 것을 기꺼이 끌어안고자 했다. 그리고 뒤따라 올 이들을 위해서 자신들이 본 것을 기록으로 남겼다. 타인의 노트를 펼쳐봄으로써 우리는 중요한 역사적 여정을 그들과 함께할 수 있다.




타인의 여정에 함께 할 수 있게 해 준 저자들의 노고와 이 책의 서평을 쓸 수 있도록 해준 출판사에게 감사를 전한다. 75명의 여정을 다 소개할 수 없으니 극한 상황 속에서 남긴 글과 그림을 만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일독을 추천한다



책을 받았을 때 나는 두꺼운 분량과 고급스러운 장정에 놀랐다. 먼저 사진 위주로 주욱 훑어보았는데 더욱 놀랐다. 아무리 디지털 편집 실력이 좋다지만 이처럼 오래된 것들이 잘 보존되어 있지 않았다면 출간이 힘들었을 것이다. 특히 곤충이나 꽃 세밀화는 절로 감탄이 나왔다. 또한 탐험가들은 모두 일기를 썼다. 그들의 일기가 있었기에 이런 고급스런 책으로 탄생이 가능했다.



훑어보기 후 서문을 읽었다. 그리고 각 인물 소개글과 자료(지도나 그림 또는 소장품)를 읽었다. 75명 중 여성을 골라보니 일곱 명이었다. 처음엔 이름만 보고 여자인줄 알았는데 남자인 사람이 있다


비비언 푹스

비비언이란 이름이 어떻게 남자? 네이버에서 검색해봤더니 나오지 않아서 구글에서 영문이름으로 검색하니 나왔고 한글로는 비비안 푸치스라고 떴다. 그는 1958년에 남극 대륙 횡단에 성공한 사람이다.


이제 진짜 여성 탐험가 6명 소개!

아멜리아 에드워즈는 여행가이자 작가였다.

아래는 1888년 나일강을 거슬러가며 스케치한 것이다.



마거릿 폰테인은 자연학자로서 정식교육을 받은 적은 없지만 잡지 <곤충학자>에 소아시아와 알제리, 코스타리카, 필리핀, 그리스에서 자신이 연구한 내용을 상세히 정리하여 기고했다.



마거릿 미는 화가였다. 아마존우림의 부족들과 동식물군의 보존을 위해 지칠 줄 모르고 애썼다.



매리앤 노스는 전 세계의 희귀하고 다양한 식생을 유화로 포착하기 위해 혼자 여행을 다녔다.



'올리비아 통'은 나인 쉰에, 남편과 사별한 후, 인도와 파키스탄 일대를 3년동안 여행했다. 열여섯권의 스케치북에 정묘하고도 광범위한 기록을 담았다.



일곱 명 중 두 명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먼저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이 그린 그림을 한번 보시라.


 

일부 평자들은 주장한다. “작품의 뛰어난 예술성 탓에 오히려 자연 과학자이자 곤충학자로서의 근대 초기 과학에 기여한 바가 덜 조명되었다고! 대표작 <수리남 곤충의 변태>에는 식물과 곤충의 한살이가 이전에 묘사된 적 없는 방식으로 담겼으며 곤충을 실물 크기로 실었다. 그녀는 이 책에 실린 사람 중 가장 옛날 사람이다. 1647년생! 대단하지 않은가!


작가 잔 모리스는 전후에 <타임스> 통신원으로 일하다가 1953년 영국의 에베레스트 등반대를 보도하는 임무를 맡았고, 자동차로 미국 횡단 여행책을 출간했다. 열일하던 James Morris46살에 Jan Morris가 되었다. 그 내막이 좀 더 궁금하여 찾아보니 역시 국내에선 검색되지 않았다. 구글에서 영문 검색하니 얀 모리스라고 나왔다. 웨일스의 역사가이자, 여행작가! 23살에 엘리자베스 투크니스와 결혼해 자녀를 5명 낳았고 성전환 수술을 한 뒤 이혼했지만 2008년 시민 파트너십으로 결합해 2020년 사망할 때까지 함께 했다고 한다. 참으로 놀라운 인생이다.




팟캐스트에서 홍성택 대장의 북극점과 베링해 그린란드 탐험 이야기를 듣고 탐험가들의 삶이 궁금했는데 마침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들의 기록은 경외심을 갖기에 충분했다. 탐험은 오지나 극지 정복이 아니란 사실도 확인했다. 직업이 무엇이든 자신이 원하는 게 있는 곳이라면 지체없이 달려가는 사람들을 우리는 탐험가라고 부른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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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지축 변 감독 - 포복절도 황당액숀 체험기
변정욱 지음 / 달꽃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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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하나 👉

조지 플루이드를 기억하는가? 2020년 미국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해 사망한 흑인이다. 조지 플로이드처럼 아니 그보다 더 심하게 미국 경찰한테 두드려맞은 것!도 억울한데 오히려 경찰관 폭행으로 미국 감옥에서 썩을 뻔했던 한국인이 있었다.

이야기 둘 👉

앱에서 만난 여성을 실제로 만났더니 프로필과는 완전히 다른 거구의 우락부락해서 너무 무서웠다. 그녀가 스테이크 먹은 값으로 48만원이나 치르고 어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으나 자꾸 모텔로 가자고 하는 걸 겨우겨우 고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의 프사는 고소영 얼굴에 한채영 몸매였다는 거~~

이야기 셋 👉

뉴욕 힐튼호텔 근처의 한 일식집에서 사장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여행장소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어디냐는 질문에 벤쿠버라고 대답한 남자. 꿈에도 잊을 수 없는 첫사랑과의 추억이 있는 곳이었다. 어긋난 첫사랑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하다 사장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마는데... 그 여사장이 바로 첫사랑 그녀였다는 사실!

이야기 넷 👉

미국 유학 시절 총포상에서 알바를 하던 남학생은 거래처에서 총을 받아오던 도중 탈취범과 길거리 총격전을 벌이게 되는데 가슴에 총알이 관통한다. 죽었냐고? 아슬아슬하게 심장을 비켜가서 총알을 꺼내고 생명을 건졌다고~~

이 모든 이야기는 소설일까? 실화일까?

실화라면 한 사람의 사건일까? 여러 명의 에피소드 모음일까?

믿기 어렵겠지만 <천방지축 변감독>을 쓴 변정욱씨 자신의 이야기다. 모두다! 이 책엔 저 내용보다 더 많은 웃긴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나 사실 변정욱이 누군지 몰랐다. 달꽃 출판사의 서평단 모집 홍보 내용을 보니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신청했다. 요즘 너무 진지하고 무거운 책만 읽어서 낄낄거리며 읽을 수 있는 책을 찾고 있었는데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야말로 작가의 경험은 스펙타클 퐝당 시추에이션이었다. 일상이 재미있지 않으면 못 견디는 사람인 듯했다. 미국 유학시절 겪은 일들은 일반적으로는 겪기 힘든 참으로 특이한 사건 사고들 투성이였다. 주인공이 특이해서인가? 주위에 꼬이는 사람들도 참 희한했다. 그러니 황당 사건이 터질 수밖에.

본인만 유별난 게 아니었다. 작가의 딸도 작은 아버지도, 선배 후배도 유별난 사람들이니 그의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읽으면서 피식피식 했다가 배를 잡았다가 했다. 사실 저자는 페이스북에 이런 에피소드들을 올렸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아주 좋았고 자꾸 책으로 내보라는 권유를 받고 이 책을 내게 된 것이다. 여기까지 읽고, ‘뭐야, 그 정도 가지고 책으로 낼 것까지야...’ 이렇게 생각한 사람들 몇몇 있을 것이다. 그 정도 보다 더 책을 낼만한 이유가 있다.

그는 2020년에 <8월의 화염>이라는 책을 낸 작가이다. 앗, 처음 듣는 책이라고? 흠, 그럼 박정희 전대통령의 부인 육영수씨는 알텐데... 이 소설의 소재는 1974년 광복절 기념식 행사장에서 발생한 저격사건이다. 작가는 원래 영화로 만들 계획으로 오랜 시간 자료 수집을 하고 많은 사람을 인터뷰했는데 지난 정권에서 압력이 들어왔다. 아무래도 그 사건의 비밀이 밝혀지면 안 되는 이유가 있었던 게 아닐까? 저자는 끝내 영화를 찍지 못하고 책으로 냈다. 왜? 코로나 때문에...

이 책 <천방지축 변감독>에는 <8월의 화염>을 쓰게 된 이야기에 더해 자신의 이야기와 우리나라 영화계에 대한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이 책의 또다른 재미는 영화계 이야기이다. 자신이 직접 현장에서 겪은, 아니다! 자신이 직접 역사를 쓴 일화들 또한 스펙타클했다. 1988년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한 영화 <붉은 수수밭>을 단돈 일만불에 수입해와 초대박을 터트린 것을 시작으로 200만불을 들고 혼자 서극 감독을 찾아가 황비홍2를 수입계약 했으나 개봉을 못해 황비홍3가 먼저 개봉한 사건 등등. 거의 롤러코스터 격으로 지옥과 천당을 오르락 내리락했다.

그가 영화계에서 활동을 하게 된 것은 아버지의 영향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바로 영화감독 변장호씨이다. 미국으로 유학을 갈 수 있었던 것도, 총상을 입고 죽을 뻔 했는데 한국으로 데려와 수술을 하게 해준 것도, 그래서 군대 면제대상인데 군대를 가게 한 것도, 칸 영화제 같은 유수의 영화제에 다니면서 영화를 보는 눈을 키우게 된 것도 다 부친 덕분이었다. 그래서 그는 이 책에 아버지에 대한 감사와 존경, 한국 영화계에 대한 애정어린 글도 실었다.

이 리뷰에서 책 내용을 다 쓸 수 없어 아쉽다. 지금까지 쓴 것 외에도 배꼽잡을 내용이 많이 남아 있다. 라떼 군대 이야기에 공감하고 싶은 남성분들, 한국영화계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한 씨네필들,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가 읽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음, 누구나 다 읽어도 된다는 뜻? 맞다!!

마지막으로 작가님에게 항의 하나!

책 날개 사진 넘흐한 거 아입미꺼? 경험담 보면 나이 50대 중반 같은데 30대 때 사진을 올리면 우짭미꺼! 팬사인회에서 독자들 현타로 쓰러질 수도 이쓰요~~ㅎㅎ  앗, 혹시 실화?? 방부제 외모!!라면 죄, 죄송합니다...

그래두 책 넘넘 재밌게 읽었습니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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