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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험가의 스케치북 - 발견과 모험의 예술
휴 루이스-존스.카리 허버트 지음, 최파일 옮김 / 미술문화 / 2022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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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이나 일기장, 펜(물감, 붓)을 챙긴다. 가슴에 지식욕을 장착한 후 출발한다. 오지로! 극지로! 내가 찾는 것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간다! 이들을 우리는 탐험가라 부른다. 탐험가들은 쓴다. 무조건 기록한다. 로버트 팰컨 스콧은 죽어가는 순간에도 일기를 남겼고, 마거릿 미는 24년동안 아마존밤나팔꽃을 찾아다니다가 78세 때 드디어 그 꽃봉오리가 열리는 순간을 그림으로 그릴 수 있었다.
<탐험가의 스케치북>은 스마트폰도 디카도 네비게이션도 없던 시절, 탐험가들이 현장에서 남긴 기록들을 수집하여 엮은 책이다. 중요한 순간을 포착하기 위한 수단이 그림밖에 없었던 때에 그들은 무슨 사명을 받은 것처럼 그렸다. 그림으로 부족한 내용은 빼곡하게 글로 보충했다.
p.15
이 책은 모험심과 호기심이 넘치는 많은 여행가들을 기리는 시각적인 개요이며 따라서 일부러 다방면에 걸쳐 취사선택했다. 우리는 유명한 인물들과 더불어 더 널리 알려져야 마땅한 이들을 골랐다. 이 책에 수록된 그림 중 상당수는 출판된 적이 한 번도 없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긴 역사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불모의 사막과 울창한 우림 한복판을 여행하며 인생을 보낸 대단하고 두려움을 모르는 인물들과 함께 탐험한다. 선구적인 탐험가와 지도 작성자, 식물학자와 화가 식물 사냥꾼 생태학자, 인류학자, 괴짜와 남녀 이상가 모두가 지평선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궁금해 하며 기록으로 남겼다.
이 책은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기록과 그 물건들을 보여 주고 있다. 처음으로 공개되는 것들도 많다. 이 책에 소개된 75명의 탐험가 이름 중에 들어본 적 있는 사람은 겨우 네 명에 불과했다. 특별히 탐험가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면 나처럼 아는 사람 몇 명 없을 것이다. 그럼 탐험가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이 책을 읽을 이유가 무엇일까?
서문에서 저자들은 이 책의 의의를 여러 가지로 짚었지만 나는 이 부분에 가장 공감하고 고마워서 옮긴다.
p.18
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을 하나로 묶는 공통점은, 저마다 천차만별인 삶의 어느 시점에 모험을 무릅썼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관습을 거부하며 고향의 안락을 버리고 힘든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 내놓는 약속을 좇아서 모두가 지평선 너머로 발길을 옮겼고, 미지의 것을 기꺼이 끌어안고자 했다. 그리고 뒤따라 올 이들을 위해서 자신들이 본 것을 기록으로 남겼다. 타인의 노트를 펼쳐봄으로써 우리는 중요한 역사적 여정을 그들과 함께할 수 있다.
타인의 여정에 함께 할 수 있게 해 준 저자들의 노고와 이 책의 서평을 쓸 수 있도록 해준 출판사에게 감사를 전한다. 75명의 여정을 다 소개할 수 없으니 극한 상황 속에서 남긴 글과 그림을 만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일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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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았을 때 나는 두꺼운 분량과 고급스러운 장정에 놀랐다. 먼저 사진 위주로 주욱 훑어보았는데 더욱 놀랐다. 아무리 디지털 편집 실력이 좋다지만 이처럼 오래된 것들이 잘 보존되어 있지 않았다면 출간이 힘들었을 것이다. 특히 곤충이나 꽃 세밀화는 절로 감탄이 나왔다. 또한 탐험가들은 모두 일기를 썼다. 그들의 일기가 있었기에 이런 고급스런 책으로 탄생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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훑어보기 후 서문을 읽었다. 그리고 각 인물 소개글과 자료(지도나 그림 또는 소장품)를 읽었다. 75명 중 여성을 골라보니 일곱 명이었다. 처음엔 이름만 보고 여자인줄 알았는데 남자인 사람이 있다.
‘비비언 푹스’
비비언이란 이름이 어떻게 남자? 네이버에서 검색해봤더니 나오지 않아서 구글에서 영문이름으로 검색하니 나왔고 한글로는 ‘비비안 푸치스’라고 떴다. 그는 1958년에 남극 대륙 횡단에 성공한 사람이다.
이제 진짜 여성 탐험가 6명 소개!
‘아멜리아 에드워즈’는 여행가이자 작가였다.
아래는 1888년 나일강을 거슬러가며 스케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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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폰테인’은 자연학자로서 정식교육을 받은 적은 없지만 잡지 <곤충학자>에 소아시아와 알제리, 코스타리카, 필리핀, 그리스에서 자신이 연구한 내용을 상세히 정리하여 기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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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미’는 화가였다. 아마존우림의 부족들과 동식물군의 보존을 위해 지칠 줄 모르고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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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리앤 노스’는 전 세계의 희귀하고 다양한 식생을 유화로 포착하기 위해 혼자 여행을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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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아 통'은 나인 쉰에, 남편과 사별한 후, 인도와 파키스탄 일대를 3년동안 여행했다. 열여섯권의 스케치북에 정묘하고도 광범위한 기록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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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명 중 두 명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먼저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이 그린 그림을 한번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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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평자들은 주장한다. “작품의 뛰어난 예술성 탓에 오히려 자연 과학자이자 곤충학자로서의 근대 초기 과학에 기여한 바가 덜 조명되었다”고! 대표작 <수리남 곤충의 변태>에는 식물과 곤충의 한살이가 이전에 묘사된 적 없는 방식으로 담겼으며 곤충을 실물 크기로 실었다. 그녀는 이 책에 실린 사람 중 가장 옛날 사람이다. 1647년생! 대단하지 않은가!
작가 ‘잔 모리스’는 전후에 <타임스> 통신원으로 일하다가 1953년 영국의 에베레스트 등반대를 보도하는 임무를 맡았고, 자동차로 미국 횡단 여행책을 출간했다. 열일하던 James Morris는 46살에 Jan Morris가 되었다. 그 내막이 좀 더 궁금하여 찾아보니 역시 국내에선 검색되지 않았다. 구글에서 영문 검색하니 ‘얀 모리스’라고 나왔다. 웨일스의 역사가이자, 여행작가! 23살에 엘리자베스 투크니스와 결혼해 자녀를 5명 낳았고 성전환 수술을 한 뒤 이혼했지만 2008년 시민 파트너십으로 결합해 2020년 사망할 때까지 함께 했다고 한다. 참으로 놀라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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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에서 홍성택 대장의 북극점과 베링해 그린란드 탐험 이야기를 듣고 탐험가들의 삶이 궁금했는데 마침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들의 기록은 경외심을 갖기에 충분했다. 탐험은 오지나 극지 정복이 아니란 사실도 확인했다. 직업이 무엇이든 자신이 원하는 게 있는 곳이라면 지체없이 달려가는 사람들을 우리는 탐험가라고 부른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