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악어 당신을 위한 그림책, You
루리 그림, 글라인.이화진 글 / 요요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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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악어>는 글라인, 이화진의 글과 루리 작가의 그림으로 완성된 그림책입니다. 스토리를 맡은 글라인은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부부의 세계>,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등을 집필한 단체이고 이화진 작가는 JTBC에 방영예정인 <기상청 사람들:사내연애 잔혹사편>을 쓴 작가입니다. 이야기의 힘을 믿는 사람들이 모였다는 글라인의 자기소개대로 도시 악어의 이야기에는 힘이 있고 빈 공간도 있습니다.

텍스트 행간의 빈 자리를 독자의 상상력으로 메울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럴 경우 상상력의 확장이라는 장점보다 구멍 있는 이야기로 오해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한 가능성의 빈틈을 루리 작가는 완벽하게 메웠습니다. 이미 <그들은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와 <긴긴밤>을 통해 글과 그림의 앙상블을 연주해 낸 루리 작가의 그림은 이번에도 역시!라는 감탄사를 자아내게 만듭니다.

<도시 악어>의 이야기는 어쩌면 간단해보입니다. 도시에 사는 악어는 어쩌다가 자신이 이 도시에 오게 되었는지 모릅니다. 토마토와 아이들과 햇볕을 좋아하고, 도시에 적응하기 위해 노오력도 많이 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악어를 싫어합니다. 사람들은 악어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악어 가죽으로 만든 제품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지요. 악어는 이 도시에서 잘 살아갈 수 있을까요?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자신을 사랑하며 살아갈까요?

이러한 이야기에 루리 작가의 그림은 풍부한 감정과 더 많은 이야기를 싣습니다. 독자들은 악어에 감정이입하게 되며 나아가 악어는 더 이상 악어가 아닌 것만 같습니다. 악어가 곧 나 인 듯합니다. 통계청 인구 총조사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1인 가구 비율은 31.7%라고 합니다. 서울, 대전 같은 도시는 그 비율이 35%가 넘습니다. 이처럼 도시에서 홀로 살아가는 우리는 바쁘고 외롭습니다. 벗어날 수 없는 외딴 섬 같은 도시에서 이방인으로 사는 기분일 때도 있지요. 내가 뭐 하러 이곳에 왔던가? 아니, 나는 왜 태어난거지? 나는 누구인가? 끊임없이 자문해봐도 답을 찾지 못한 채 미궁에 빠진 것만 같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선, 나를 찾으려면, 이 도시를 탈출해야 하는 걸까요? 도시 악어는 어떻게 될까요?

그림책이므로 그림을 많이 공개할 수 없지만 그림 없이 리뷰를 쓰기도 힘든 일이므로 최소한으로 인용합니다.



⬆️ 그림책의 표지에는 도시 악어의 얼굴만 보입니다. 그러나 세로로 펼치면 몸은 물 속에 들어있고 얼굴은 내놓은 악어였습니다.

표지를 열면 면지 우측 하단에 이렇게 옷을 입는 악어가 있습니다.




언급한 대로 악어는 원해서 온건 아니지만 도시에 살고 있어요.



흔한 도시의 아침 풍경입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 생활에 어느 정도는 적응해 사는 것 같지만 사람들은 자신을 반기지 않는 것 같아요. 악어는 사람들을 미워하기보다 자책합니다.




어느날, 강가에 앉아 있던 악어는 게를 피하다가 강물에 빠집니다. 악어는 물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는데...



물속에서 깨닫습니다!

"나는 악어야"​


⬆️ 그림책 전체에서 이 그림이 가장 의미심장합니다.

휘황찬란한 도심의 불빛은 수면을 붉게 물들이고 그에 대비되는 물 속은 진한 청록입니다. 옷을 벗어버린 악어는 당당한 본연의 모습으로 물과 아주 어울리지요. 꼬리를 맘껏 흔들며 유영하는 악어에게 자유로움이 첨벙거립니다. 그리고 벗어진 인간의 옷은 중의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물 속에서 자연스레 벗어졌을 수도 있고 악어가 정체성을 찾으며 벗어던진 것일 수도 있습니다. 타의냐 자의냐, 보는 이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물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던 악어가 물 속에 빠진 뒤에 ‘나는 악어’라고 깨닫게 되었고 옷 없이 수영하게 된 것을 타의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도움을 받은 것일 수도 있고요. 그러나 아무리 옆에서 누가 말해줘도, 도움을 주어도 스스로 깨닫지 못하면 소용없습니다. 

나를 찾고 싶어하는 외로운 도시인들의 모습을 악어에 빗대어 표현한 루리 작가의 상상력은 대단합니다. 도시 1인 가구뿐 아니라, 혼자 살지 않아도 혼자라 여기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흔들만한 그림입니다. 청소년 시기에나 정체성을 찾는 거지 어른이 무슨 자신을 찾느냐는 지청구를 들으며 사는 어른들이 도시 악어에게 뭉클한 동질감을 느낄 것입니다. 네, 이 그림책은 어른을 위한 그림책입니다. 생존에 내몰린 어른들이, 자신을 찾는 것이 생존에 다름 아님을 알게 된다면 이 책을 보며 용기를 얻을 것입니다. “나는 악어야.”처럼 “나는 OOO야”라고 당당하게 말할 용기를요! 

덧!!

마지막 면지에는 앞면지와 수미상관을 이루는 악어 그림이 있습니다. 악어의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보세요~~ 

루리 작가가 건네준 보너스같은 이 그림이, 저는 정말 맘에 들었습니다!!


**위 리뷰는 네이버카페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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