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악어>는 글라인, 이화진의 글과 루리 작가의 그림으로 완성된 그림책입니다. 스토리를 맡은 글라인은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부부의 세계>,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등을 집필한 단체이고 이화진 작가는 JTBC에 방영예정인 <기상청 사람들:사내연애 잔혹사편>을 쓴 작가입니다. 이야기의 힘을 믿는 사람들이 모였다는 글라인의 자기소개대로 도시 악어의 이야기에는 힘이 있고 빈 공간도 있습니다.
텍스트 행간의 빈 자리를 독자의 상상력으로 메울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럴 경우 상상력의 확장이라는 장점보다 구멍 있는 이야기로 오해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한 가능성의 빈틈을 루리 작가는 완벽하게 메웠습니다. 이미 <그들은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와 <긴긴밤>을 통해 글과 그림의 앙상블을 연주해 낸 루리 작가의 그림은 이번에도 역시!라는 감탄사를 자아내게 만듭니다.
<도시 악어>의 이야기는 어쩌면 간단해보입니다. 도시에 사는 악어는 어쩌다가 자신이 이 도시에 오게 되었는지 모릅니다. 토마토와 아이들과 햇볕을 좋아하고, 도시에 적응하기 위해 노오력도 많이 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악어를 싫어합니다. 사람들은 악어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악어 가죽으로 만든 제품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지요. 악어는 이 도시에서 잘 살아갈 수 있을까요?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자신을 사랑하며 살아갈까요?
이러한 이야기에 루리 작가의 그림은 풍부한 감정과 더 많은 이야기를 싣습니다. 독자들은 악어에 감정이입하게 되며 나아가 악어는 더 이상 악어가 아닌 것만 같습니다. 악어가 곧 나 인 듯합니다. 통계청 인구 총조사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1인 가구 비율은 31.7%라고 합니다. 서울, 대전 같은 도시는 그 비율이 35%가 넘습니다. 이처럼 도시에서 홀로 살아가는 우리는 바쁘고 외롭습니다. 벗어날 수 없는 외딴 섬 같은 도시에서 이방인으로 사는 기분일 때도 있지요. 내가 뭐 하러 이곳에 왔던가? 아니, 나는 왜 태어난거지? 나는 누구인가? 끊임없이 자문해봐도 답을 찾지 못한 채 미궁에 빠진 것만 같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선, 나를 찾으려면, 이 도시를 탈출해야 하는 걸까요? 도시 악어는 어떻게 될까요?
그림책이므로 그림을 많이 공개할 수 없지만 그림 없이 리뷰를 쓰기도 힘든 일이므로 최소한으로 인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