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바와 춤을 - 진정한 자유인과 함께한 그리스 여행기
홍윤오 지음 / 넥서스BOOKS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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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바와 춤을>은 전 한국일보 기자 출신 홍윤오씨의 그리스 여행기이다. 제목에 조르바가 등장하니 분명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가 주요 소재로 사용되었으리라고 예상했다. 그리스 여행 가본 적 없지만 <그리스인 조르바>는 읽었기 때문에 그리스 여행과 조르바가 어떻게 콜라보 되었을지 궁금했다.




그런데 놀랐다. 저자가 인용한 많은 <그리스인 조르바> 속 문장 중에 하나도 기억나는 게 없다니! 책을 대충 읽어서? 감동적이지 않아서? 굳이 변명하자면 읽은 지 10년도 더 돼서 그런 거라고 해야겠다. 독후감을 써놓았더라면 다시 읽어보고 그 때 내가 어떤 느낌이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을텐데... 그러니까 읽었으면 꼭 써야 한다!


저자는 머릿 속에 계속 맴도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그리스 여행을 택했다.

“왜 사는가?”

“무엇을 위해 사는가?”

“왜 그렇게 사는가?”

저자의 해답을 찾기 위한 여행에 나도 동참했다.



그리스의 푸른 하늘과 유적을 찍은 사진과 그림이 나오는데 저자가 직접 찍고 그린 것이다. 그림으로 그려보고 싶어서 수채화 그리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배웠다는 말을 읽기 전에 그림을 먼저 봤을 땐 이미 실력자라고 생각했다. 금방 배워서 이 정도라면 원래 기본 실력이 있는 것 같다.



위 그림은 사진보다 더 멋스럽게 느껴진다.


저자는 그리스 여행을 혼자 떠났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책에는 <그리스인 조르바>의 문장들이 수시로 등장한다. 카잔차키스가 있던 곳, 조르바와 이야기 나누던 곳, 그 둘의 대화 등등 책 속 문장과 저자가 직접 다닌 곳이 연결되어 서술되니 조르바와 카잔차키스와 함께 다닌 여행 같았다.


p.19


나는 산토리니섬 남서쪽 끝 등대에서 에게해의 바람을 맞으면서 조르바를 만났다. 그 조우는 물론 상상이었따. 그곳에서 싱그럽고 부드러운 1월 에게해의 바람을 맞는 순간 조르바와 교감이 이루어지는 것만 같았다. 바로 그때 나는 깨달았다. 조르바가 왜 이 바닷가에서 춤을 출 수밖에 없었는지를. 사실 상상으로 따지자면 여행 내내 조르바는 나와 함께했다. 길을 걸을 때, 멋진 풍광을 보았을 때, 산과 들을 굽이치는 물줄기처럼 그림 같은 길을 운전할 때, 간단하면서도 건강에 좋은 그리스 음식을 먹을 때, 조르바는 늘 나와 그 감동을 함께 했다.


산토리니 섬은 오래 전 이온음료 cf 배경으로 나왔을 때 처음 보고 그 파랑과 하양의 조합에 홀딱 반했다. ‘손예진처럼 나도 저기서 저렇게 뛰어다니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 희망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렇게 다른 사람이 산토리니 다녀온 글을 읽고 있다. 저자는 산토리니 섬에서 거센 바람을 맞으며 두 팔을 벌리고 눈을 감았다. 제목처럼 조르바와 춤을 췄고 교감한 것이다. 그는 조르바와 영혼합일이 이루어졌다고 느꼈다. 그리고 마음이 맑아졌다.



저자는 앤서니 퀸이 조르바를 맡은 영화의 장면을 떠올렸다. 앤서니 퀸이 두 팔을 벌리고 산투르 반주에 맞춰 시르타키(전통 춤인 하사피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춤) 춤을 추고, 귀에는 “기차는 8시에 떠나고”가 맴돌았다.


저자는 신탁을 받기 위해 델포이로 갔다. 아폴로 신전에서 신성한 기운은 느꼈으나 신탁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박노해 시인의 시가 떠올랐다.

그리고 이런 생각에 도달한다.


'내가 이 세상에 왜 왔는지 모르듯이 앞으로 내게 어떤 인생이 펼쳐질지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안다. 모두가 죽음이라는 한 지점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을. 그때가 언제일지 알 수 없으나 항상 곁에 따라다니는 찰나, 한순간이라는 것을. 그러니 단 하루를 살더라도 인간답게 잘 살아야 한다는 것을…….'


저자는 카잔차키스의 묘지 앞에 서서 조르바의 질문을 받는다.

“지금 자네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여행왔다는 대답에 조르바는 웃으며 이렇게 응대한다.

“그 일을 하라. 삶은 자유다. 인간은 자유다.”


달랑 나무 십자가 하나 뿐인, 전혀 관리가 되지 않은 것 같은 카잔차키스의 묘지 앞에서 저자는 실망과 안타까움을 느끼며 카잔차키스의 생애에 대해, 자유에 대해 생각했다. 누군가를 추모한다는 것, 누군가의 무덤에 간다는 것은 잠깐이지만 영혼이나마 함께해 보고 싶은 것이라고. 조르바가 죽기 전 외쳤던 세 마디, 묘비에 남겨진 그 세 마디가 저자의 가슴을 두드렸다.


I hope for nothing.

I fear nothing.

I am free.


저자는 이라클리온이 내려다보이는 벤치에 앉아 나나 무스쿠리의 음악을 플레이했다.


그리스를 여행하면서 저자를 줄곧 따라다닌 화두는 삶과 죽음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마지막에 <장자> 제물론 편에 나오는 ‘오상아(吾裳我)’라는 말을 언급한다. 책의 뜻보다 단순하게 ‘내가 나의 상(裳)을 치른다’로 해석하고 싶다고 했다. 기존의 나를 스스로 죽여 없애야 새로운 나로 거듭날 수 있으므로. 조르바와 함께 한 그리스 여행에서 저자는 진정한 자유를 만났을까? 조르바가 추구했던 삶, ‘메멘토 모리’와 ‘카르페 디엠’을 마음에 새겼다. 저자는 여행에서 돌아와서도 조르바와 함께 걸어다니고 춤을 출 것 같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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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염장이 - 대한민국 장례명장이 어루만진 삶의 끝과 시작
유재철 지음 / 김영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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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평소에 장례지도사를 만날 일이 거의 없다. 나는 몇 년 전 시아주버님 입관할 때 보긴 했는데 염습 절차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작년에 일본 영화 <굿바이>에서 첼리스트였던 주인공이 장례지도사가 되는 이야기를 봤기 때문에 어떤 직업일지는 가늠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장례지도사로 유명하다는 유재철씨의 책 <대통령의 염장이>이 출간되었다기에 서평단에 신청했다.


대한민국 전통장례명장 1호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저자는 역대 대통령부터 유명인들의 염습(시신을 씻긴 다음, 옷을 입히고 묶는 일)을 해서 이름을 알렸다. 이 책은 1부와 2부로 나누었는데 1부 수천가지 죽음의 얼굴 에서는 그동안 그의 손으로 마지막을 마무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2부 웰다잉 안내자 에서는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의 애환과 우리나라 장례 문화에 대한 내용을 실었다.


누구나 태어나면 죽게 마련이다. 자신의 마지막을 누군가는 마무리해주어야 한다. 그 마무리를 가족이 하면 좋겠으나 요즘은 병원이나 장례식장에서 장례식이라는 절차를 거치므로 장례지도사가 마무리를 한다. 예전에 집에서 장례를 치를 때는 자식이나 가족이 염을 했었다고 한다. 저자도 그런 모습을 자연스레 보고 자랐고 30대 중반에 이 일을 하게 되었을 때 거부감 같은 건 없었다고 한다.


나는 1부보다 2부의 내용을 더 인상적으로 읽었다. 유명인의 장례 뒷이야기, 장례식장에서 벌어지는 별별 상황보다는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에 대한 이야기에 더 관심이 갔다.


고인을 돈으로 보는 사람은 장례지도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장례지도사는 한 인생의 마무리를 자신의 손으로 대신 해준다는 사명감으로 일하는 사람이다.”

라는 말에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배어있다. 저자는 사명감으로 이 일을 하지 장사꾼은 되지 말자는 말을 늘 곱씹고 산다고 한다.


시아주버님 입관 장면에서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두 가지다. 얼굴 화장에 너무 긴 시간을 보내는 것과 절차 중에 가족에게 지폐를 넣도록 하는 것이었다. 남자 얼굴을 그렇게 오래 치장할 필요가 있나 싶었고, 저 많은 오만원짜리들은 같이 화장하는 것인지 염습한 사람이 챙기는 것인지 궁금했다. 그리고 장례식장에서 하는 장례절차가 너무 천편일률적인데 살아생전 미리 원하는 방식을 가족들과 의논해 두는 건 어떨까 생각했었다.


저자는 처음 이 일을 배우러 전국으로 다닐 때 돈을 먼저 따지는 곳에서는 바로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고 한다. 또 장례 문화도 다양한 방식으로 바꿔나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날짜, 시간을 정해 조문객을 초대하는 방법, 고인에 대한 좋은 기억을 사람들과 나누는 시간을 보내는 방법 등을 추천했다. 또 수목장과 빙장(氷葬)에 대한 설명은 유용한 정보였다. 최근 친환경이라는 이유로 수목장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화장한 유골을 묻는 것은 토양이나 나무에 그리 좋은 건 아니라고 한다. 빙장이 화장보다 장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p.238~239


빙장은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 연구되고 있다. 말 그대로 시신을 급속으로 얼리는 장례방식인데, 얼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언 시신을 아주 곱게 부순다. 얼음이 된 시신을 한 순간에 깨뜨려 고운 가루로 만드는 것이다. 이 가루에서 수분을 제거하고 이물질을 분리해서 매장한 주변에 식물을 심는 친환경 장례 방식인데, 현재는 몇 가지 기술적인 문제로 사업화가 지연되고 있다. 얼려서 부순다는 점 때문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시신을 소각하고 남은 유골을 분쇄하는 화장 과정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면, 유해가스가 발생하는 화장보다 나을 수도 있다. 화장으로 형성된 분골은 나무 아래 묻으면 흙과 잘 섞이지 않는다. 인간의 몸에 지닌 영양소는 이미 불에 다 타고 난 후라 나무에 줄 영양분도 남아 있지 않다. 반면 빙장으로 형성된 조각들은 육신의 영양분이 그대로 남아 있다. 나무 아래 묻었을 때 나무의 성장에 도움을 준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지인의 장례식장에 직접 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대신에 조의금을 송금한다. 그런데 그리 친하지 않은 사람의 사망소식(장례식 일정)을 문자로 받게 되면 난감하다. 가야할지 말아야할지. 송금을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그러고 보니 몇 년 전부터 전화번호부에 있는 사람의 부고가 문자로 오기 시작했다. 고인의 가족이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연락처에 일괄적으로 부고를 보낸 것일 텐데 어떤 의도일까? 단순히 고인의 사망을 알리기 위해? 아니면 조의금을 받기 위해? 조의금 보내주면 고맙고 아니면 할 수 없고?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저자도 형식 맞추기에 급급한 억지 참석은 재고해보라고 말한다. 요즘 장례식장에서는 고인을 정성껏 모셔 배웅하겠다는 마음을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고인을 위한 애도보다는 상주를 위로하는 분위기로 변질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도 했다.


이 책은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을 통해 죽음과 장례를 준비하는 우리의 자세를 재고해보도록 한다. 가족이나 부모의 예고 없는 죽음에 허둥지둥하며 상조회사의 방식대로 영혼 없이 휩쓸리지 말아야겠다. 정신 차리면 고인은 떠난 뒤이고, 제대로 된 애도를 하지 못했다는 후회만 남을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장례절차에 대해 가족들과 미리 의논해 두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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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점수의 암극복 이야기
박점수 지음 / 메이킹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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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점수의 암 극복 이야기>의 소개를 보니 말기암을 이겨내고 6개월만에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고 적혀있었다. 어떻게 가능했을지 궁금했다. 몇 달 전엔 전립선 암에 걸린 남성이 항암치료 하지 않고 혼자 식이요법 조절로 완치되었다는 책을 읽었다. 박점수씨는 어떻게 암치료를 했을지 궁금해서 서평단에 신청했다.


박점수씨는 2014년에 직장암 4기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그 전부터 여러 가지 질환을 앓았다. 1995년 폐기종으로 금연을 시작했다. 그 후 허리 디스크, 목 디스크는 견인치료와 운동으로 극복했고, 왼쪽 아킬레스건이 완전 절단되어 복원 수술을 받았다. 2010년에는 협심증으로 스텐스 시술을 받았다. 저자에겐 미안하지만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다. 그런데 2015년에 직장암 수술을 하면서 담도에 문제가 생겼다. 직장을 전체 제고하고 대장과 간의 일부를 제거하면서 간에 붙어있는 한쪽 담도를 다른 담도로 연결해 놓았다. 그런데 담도가 막혀서 황달이 온 것이다. 담도는 쓸개즙이 통과하는 길인데 담도가 막혀 담즙이 흐르지 못하게 된 상황. 결국 담즙 주머니를 몸밖으로 만들어 차고 있어야 했다.


우리 몸이 신비롭다느니 이렇게 살아서 움직이는 것도 기적이라느니 그런 말들을 많이 한다. 그냥 하는 말이려니 했다. 그런데 내 몸 안에 있는 기관 이름도 하는 일도 모르고 있으니 참 멋도 모르고 산단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닌가 싶다. 저자의 직장암 투병기를 읽으며 고통스러워 보이는 건 암보다 담즙 주머니를 차고 다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직장이 없으니 항문 조절이 잘 안 되어 변이 흘러나오는 것도 힘들었을 것이다. 직접 겪어보지 못하고 남의 투병기를 읽는 것만으로 어떻게 그 사람의 고통을 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이런 책은 누구나 읽어볼 만한 책이다. 암 환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으므로.


저자는 암 극복 전도사로서 활동하며 자신의 노하우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그의 암 극복 5대 요법은 운동, 음식, 비타민C MSM섭취, 배변, 정신력 이다.

그 중 음식에 관한 부분을 요약하면 이러하다.




다른 내용들은 암 투병, 건강관련 책들과 엇비슷한데 저자가 실천한 방법 중 특이한 것은 비타민CMSM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는 자신이 암을 이겨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비타민CMSM 때문이었다고 믿고 있다. 커뮤니티의 다른 암환자들이 저자의 방법을 따라해도 잘 안 된다고 호소한다는데 그것은 정량을 지키지 않아서라고 했다.


 


나는 MSM이라는 물질을 이 책으로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MSM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물질이긴 하지만 그 양이 미미하고 전 세계적으로 벌목이 금지되어 식물성 MSM은 없다고 봐야한단다. 그러나 검증된 제품을 섭취하라고 당부했다. 저자는 비타민CMSM로 암 치료에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알렸고 그 사례까지 넣어서 이렇게 책으로 출간했다. 하지만 무조건 따라하는 것보다는 참고 후 본인에 현 상태에 맞춰서 해야 할 것이다. 책 마지막에는 전국의 비타민C 정맥주사 취급 병의원 목록과 저자의 방법대로 암을 극복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실려 있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돈으로 암을 고치겠다는 생각을 버리라고 했다그러나 일기를 쓰자고 했다.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냉수 한 컵을 마시고 등산을 했고 자신의 투병과정을 일기로 남겼다.

그래서 이렇게 책으로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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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욕심이 생겼어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고향옥 옮김 / 김영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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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을 재미있게 쓰고 싶다. 웃길 수 있으면 좋겠다. 웃기는 건 너무 큰 욕심 같아서 그보단 조금 작은, ‘재미있는글에 살짝! 욕심을 냈다. , 이것도 큰 욕심인가?재미있게 쓰는 건 어렵다... 요시타케 신스케 작가는 어떤 욕심이 살짝 생겨서 이런 제목의 책을 냈을까?

 

<있으려나 서점>을 재미있게 읽어서 신간 <살짝 욕심이 생겼어> 서평단에 신청했다. 작가의 그림은 좀 못난 듯하면서도 정감이 있다.

책 표지 그림을 모두 다르게 구성했다.



 

이 책 각 장의 끝에는 작가의 스케치만 있다.



 

그렇다. 작가는 이 책을 준비하면서 스케치를 해설 없이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고 출판사와 충돌은 있었지만 욕심이 충족되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스케치들도 있으니 너그럽게 양해해달라고 첫 부분에서 밝히고 시작한다. 궁금해서 스케치만 있는 페이지를 먼저 열어보았다.



역시 귀엽고 재미있는 그림체! 이번엔 아기, 어린이 그림이 많아서 더 그렇다. 스케치 보며 실실 웃다가 앞으로 다시 돌아가 텍스트 읽기를 시작했다.

 

이 책은 3장으로 구분했고 각 장의 제목은 아래와 같다.

 

1장 집에서도 밖에서도 욕심이 생겼습니다.

 

2장 부모와 자식이 함께 욕심을 부렸습니다.

 

3장 아침부터 밤까지 욕심을 부렸습니다.

 

 

작가는 역시 주위에 관심이 많고 상상력도 풍부한 것 같다.

 

글쎄 말이야, 그것만 해도 15퍼센트래!”

 

작가는 옆자리에 앉은 사람의 대화에서 저 말이 귀에 팍 꽂혔다. 대체 뭐가 15퍼센트일지 너무 궁금해졌다고. 그리고 이런 순간을 만날 땐 기분이 좋아져서 내일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단다. 세상에 버릴 게 하나도 없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카페에서 큰소리로 말하는 것이 소음이 아니라 기분이 좋아진다니, 세상에 버릴게 없다니 이건 초긍정의 마인드다.

 

이처럼 작가는 사소한 것에 기뻐하고 작은 것에서 의미를 찾아낸다. 나는 남이 그렇게 큰 소리로 말하면 일단 얼굴부터 찌푸린다. 지하철에서 큰소리로 통화하는 사람에겐, “저기요, 여기 당신 집 안방 아니거든요.”라고! 마음속으로 말한다... 나는 남의 잘못 지적질할 생각부터 떠오르니 역시 작가와는 차원이 다르다. , 갑자기 생각났는데 세상에 지적받을 짓 하는 상황 모음집을 써보는 건 어떨까? 꼭 좋은 것만 써야한단 법도 없잖아? , 책으로 내겠다는 뜻은 아니다. 블로그에 끼적거리겠단 거지.

 

작가는 꼬리도감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한다.


 

세상 곳곳에 꼬리들이 나와 있다고, 작정하고 찾아보면 세상 비밀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고. 작가가 수시로 스케치해둔 것이 꼬리가 될 수 있고, 사람들의 행동을 자세히 보고 왜 그럴까 의문을 가지고 그것을 꼬리삼아 살살살 잡아당기면 다양한 아이디어가 딸려나온다는 것이다. 내버려두면 그저 꼬리에 불과할 테지만 실제로는 더욱 풍성하고 커다란 것의 일부이다. 그럼 꼬리에서 무엇을 읽어내면 좋을까?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꼬리를 끌어당기는 주체는 나 자신이므로 본체에서 무엇을 읽어낼 수 있는가도 자신의 센스와 노력여하에 따라 달라진다.

 

작가처럼 관찰력 있는 사람은 꼬리를 발견할 수 있고 그 꼬리를 잡아당기며 의외의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이 책의 그림이 귀엽고 내용이 짧다해도 내용과 의미는 단순하지 않다. 곰곰 생각해봐야할 것들, 나에게 대입해볼만한 내용들이 많다. 작지만 큰 책이다.

 

텍스트를 다 읽은 후 스케치 모음만 다시 보다가 좀 놀랐다. 처음에 스케치 모음을 볼 때 보지 못했던 것, 그 그림에 맞는 글이 보이는 거다. 그림에 어울리는 문장 또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래서 재미있었다. 내 맘대로 스토리가 작가의 의도와 다를지라도 뭐 어떤가, 작가는 어차피 모를 텐데.

 

글자 있는 스케치 중에 맘에 드는 것 두 가지를 골랐다.



 

책꽂이에 다 못 꽂고 책상과 바닥에 쌓아두는 지금 내 상황과 비슷하다. 쌓여가는 책들을 보면 만족과 죄책감이 공존한다. 이 무슨 욕심인가 싶다.

 


안 좋은 상황 먼저 눈에 들어오는, 이 비관적인 태도라니... 그러니까! 비관적인거 모음집 써보자고~~

 

재미있는 그림 보며 조금 깊은 생각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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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
헤르만 헤세 지음, 김윤미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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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를 좋아하고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길만한 책이 나왔다

<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가 그 책이다.


나는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지만 헤르만 헤세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의 사상과 문장에 반했다는 사람들을 많이 봤는데 나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데미안><수레바퀴 아래서> 두 권만 읽어봤다. 그럼에도 이 책 서평단에 신청했다. 헤세는 음악을 어떻게 문자로 표현했을지 궁금했다. 나는 음악을 글로 쓰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아름답다, 멋지다, 대단하다같은 단어로 뭉뚱그려 쓰면서 늘 답답했다.

이게 아닌데... 왜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걸까? 어휘력 부족인가? 감동 부족인가?’


그래서 헤세의 시각이 텍스트로 어떻게 변환되었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이 책 <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는 헤르만 헤세 전문 편집자 폴커 미헬스가 헤세의 모든 글 가운데 음악을 대상으로 한 글을 가려 뽑아 책으로 출간했다그의 글은 예상했던 대로였다. 음악에 대한 관심과 애정, 그 바탕엔 수준 높은 지식이 있었다. 같은 문화권에 같은 독일출신 작곡가들의 음악이니 이해도가 깊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음악으로 표현되었다 하더라도 같은 언어와 문화안의 동질성은 아무래도 문학으로 쉬이 흐르는 것일 터이다. 


어느 중국 피아니스트의 쇼팽 연주를 듣고 헤세는 이렇게 썼다.


p.170


젝 들은 건 그저 대가다운 피아노 연주가 아니었습니다. 제가 들은 건 쇼팽이었습니다. 제대로 된 쇼팽요. 그것은 바르샤바와 파리를, 하인리히 하이네와 젊은 리스트의 파리를 생각나게 해주었습니다. 제비꽃 향기와 마요르카섬에서 맞는 비의 향기가 났어요. 최상류 살롱에서 풍기는 향기도요. 음악은 멜랑콜리하면서도 고귀한 느낌을 자아냈고, 리듬의 분화와 셈여림의 차이는 섬세했습니다. 기적이었어요.



나같은 사람이 쇼팽 연주를 듣고 기적이라고 쓰면 상투적인 표현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헤세는 바르샤바와 파리로 먼저 데려다 놓았다. 그리고는 마요르카섬의 보라빛 향기를 피웠다가 일순간 살롱의 멜랑콜리한 향기를 맡게 한 후 주의깊게 들어보라고 했다. 기적일 수밖에 없다고...


음악을 사랑하는 작가는 음악 관련 책(모차르트 전기)를 읽고 이런 리뷰를 쓴다.


p.227


모차르트를 사랑하고 모차르트를 탐구할수록 모차르트라는 인물은 더욱 신비로워 보인다. 열한 살 된 아이의 초상화들은 조숙하고 숙련되고 고도로 완성된, 자기 안에 침잠한 한 인간을 보여준다. 더 나이 든 모습의 초상화들과 편지들에서는 한 아이가 우리를 응시하고 있다. 기존의 전기들에 기대 모차르트의 생애를 추적하는 이에게 이 불가사의한 이의 초상은 호기심을 품고 해명을 바라는 바로 그 지점에서 거의 언제나 형체 없음으로 도로 미끄러져버린다. 모차르트가 심신을 불살라 사랑하고 고통 받으며 살아간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그런가 하면 모차르트는 도무지 인간의 삶을 살았던 적이 없던 것처럼, 이 축복받은 정신 속에서는 그 어떤 자극도 현실의 유혹도 우회로를 거치지 않고 곧장 음악이 되어버린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인간의 삶을 살았던 적이 없던 것 같다 는 그동안 모차르트를 표현한 어떤 문장보다 적확한 것 같다.


헤세의 경험과 유사한 내 경험이 있어 옮겨본다. 어느 연주회의 휴식시간에 독주가의 대기실 바깥에 서서 연습연주를 듣는 장면이다.


p.159


꼼짝없이 사로잡힌 채 서서 귀 기울이는 시간이 무한히 계속되었다 해도 우리 중 누구도 애석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발이 아프지 않았던가? 아니다. 발이 아팠다. 그러나 아무 상관없었다. 발의 통증은 다른 차원, 다른 세상과 시간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었다. 나직하지만 맑고 평화롭고 밝고 비현실적일 만큼 성스러운 음악이 회색칠 된 나무판자 저 편에서 샘솟고 있었고, 지금 내가 나를 꼼짝없이 사로잡은 문 앞에 서 있는 것처럼 요제프 크네히트’(소설 유리알 유희 주인공)가 언젠가 야코부스 신부의 방문 앞에 서서 소나타 연주에 귀 기울였던 장면이 떠올랐다.


중학교 3학년 때 좋아하던 친구 집 담벼락에 기대서서 그 친구의 피아노 연주를 들은 적이 있다. 나는 초등학교 때 배우던 피아노를 중학교 1학년 때 그만뒀기 때문에 바흐 연습곡 정도 겨우 치다 말았다. 그 친구는 나보다 훨씬 오래 쳐왔고 그 때는 콩쿨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도 발 아픈 줄 모르고 친구의 방 창문 아래에서 연주를 들었다. 헤세처럼, 그의 소설 주인공 요제프처럼 그랬다. 귀 기울여 들었던 그 기억은 두근거리는 즐거움이다. 작가처럼 글을 쓰진 못해도 작가와 비슷한 경험이 있다는 걸 확인하니 웬지 기뻤다.


헤세는 바흐와 모차르트를을 가장 좋아한다 했지만 슈만도 못지않게 좋아하는 것 같다. 나는 슈만의 음악에 심취하기 어려웠다. 클래식 음악의 종류가 많아도 듣는 곡은 늘 정해져 있다. 기분에 따라 듣는 곡도 정해져 있다. 그 리스트 중에 슈만 곡은 없다. 슈만은 가곡을 포함 피아노곡이나 현악곡등 유명한 곡이 많은데도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헤세가 슈만의 음악을 들으며 쓴 글을 읽으니 나도 그런 감정을 느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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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음악 안에서는 끊임없이 바람이 분다. 그 바람은 꾸준하지도 짓누르지도 무겁지도 일정하지도 않다. 껑충거리는, 유희하는, 돌풍 같은, 버릇없는, 부단히 놀라게 하며 시작되고 다시 사라져버리는 윙윙거림이다. 모래와 나뭇잎의 앙증맞은 소용돌이 춤을 보는 기분이다. 화창한 날의 바람, 근사한 방랑 벗이며 놀이 친구다. 활기차고 아이디어 넘치며 신나게 수다 떨다가, 때로 달리거나 춤추고 싶어 했다가 하는. 우아함과 청춘으로 가득한 이 음악 속에서는 팔랑거리고 나부끼며 나풀거리고 한들한들하며 춤추고 폴짝거린다. 빙긋 웃고 깔깔 웃고 유희하고 놀려댄다. 일부러 심술궂었다 애틋했다 하며. 이 마법 같은 리듬을 지은 시인이 우울과 분열 증세 속에 꺼져가다 죽었다는 건 납득할 수 없을 것 같다.


책에는 슈만의 가곡이 빈번하게 등장하기에 검색해서 들으며 책을 읽었다. 요나스 카우프만이 부른 시인의 사랑”, 디아나 담라우가 부른 여인의 사랑과 생애를 들었다. 역시 슈베르트 가곡과 비슷했다. 피아노 반주가 귀에 더 잘 들어왔고, 독일어의 높은 벽에 부딪혔다 튕겨 나와 주저앉아야 했다. 한국어 자막과 피아노 반주에 만족했다. 슈만의 음악 안에 부는 바람을 부디! 나도 느껴보고 싶다.


이 책의 부록에는 헤세의 시로 만들어진 가곡 리스트가 실려 있다. QR코드나 URL주소를 첨부해놓았다면 헤세의 시가 어떤 노래로 탄생했을지 들어볼 수 있었을텐데 아쉬웠다. 그래도 이 책에는 헤세의 시가 여러 편 실려 있다. 번역된 시는 원어의 맛을 다 살리긴 어렵다. 그렇지만 독일어를 모르니 한글로라도 헤세의 감성을 느껴보았다그 중 플루트 연주의 시구가 의미심장하여 옮겨보았다



위 시의 부연 설명으로 음악에 대한 헤세의 통찰이 든 설명으로 이 리뷰를 마무리 한다.



"음악을 철학적으로 표현한다면, 미적으로 지각 가능하게 된 시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시간이란 현재를 말하고요. 음악을 듣고 있으면 순간과 영원의 동일성이 또다시 떠오릅니다." - p.281




**위 리뷰는 네이버카페 컬처블룬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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