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염장이 - 대한민국 장례명장이 어루만진 삶의 끝과 시작
유재철 지음 / 김영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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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평소에 장례지도사를 만날 일이 거의 없다. 나는 몇 년 전 시아주버님 입관할 때 보긴 했는데 염습 절차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작년에 일본 영화 <굿바이>에서 첼리스트였던 주인공이 장례지도사가 되는 이야기를 봤기 때문에 어떤 직업일지는 가늠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장례지도사로 유명하다는 유재철씨의 책 <대통령의 염장이>이 출간되었다기에 서평단에 신청했다.


대한민국 전통장례명장 1호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저자는 역대 대통령부터 유명인들의 염습(시신을 씻긴 다음, 옷을 입히고 묶는 일)을 해서 이름을 알렸다. 이 책은 1부와 2부로 나누었는데 1부 수천가지 죽음의 얼굴 에서는 그동안 그의 손으로 마지막을 마무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2부 웰다잉 안내자 에서는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의 애환과 우리나라 장례 문화에 대한 내용을 실었다.


누구나 태어나면 죽게 마련이다. 자신의 마지막을 누군가는 마무리해주어야 한다. 그 마무리를 가족이 하면 좋겠으나 요즘은 병원이나 장례식장에서 장례식이라는 절차를 거치므로 장례지도사가 마무리를 한다. 예전에 집에서 장례를 치를 때는 자식이나 가족이 염을 했었다고 한다. 저자도 그런 모습을 자연스레 보고 자랐고 30대 중반에 이 일을 하게 되었을 때 거부감 같은 건 없었다고 한다.


나는 1부보다 2부의 내용을 더 인상적으로 읽었다. 유명인의 장례 뒷이야기, 장례식장에서 벌어지는 별별 상황보다는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에 대한 이야기에 더 관심이 갔다.


고인을 돈으로 보는 사람은 장례지도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장례지도사는 한 인생의 마무리를 자신의 손으로 대신 해준다는 사명감으로 일하는 사람이다.”

라는 말에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배어있다. 저자는 사명감으로 이 일을 하지 장사꾼은 되지 말자는 말을 늘 곱씹고 산다고 한다.


시아주버님 입관 장면에서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두 가지다. 얼굴 화장에 너무 긴 시간을 보내는 것과 절차 중에 가족에게 지폐를 넣도록 하는 것이었다. 남자 얼굴을 그렇게 오래 치장할 필요가 있나 싶었고, 저 많은 오만원짜리들은 같이 화장하는 것인지 염습한 사람이 챙기는 것인지 궁금했다. 그리고 장례식장에서 하는 장례절차가 너무 천편일률적인데 살아생전 미리 원하는 방식을 가족들과 의논해 두는 건 어떨까 생각했었다.


저자는 처음 이 일을 배우러 전국으로 다닐 때 돈을 먼저 따지는 곳에서는 바로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고 한다. 또 장례 문화도 다양한 방식으로 바꿔나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날짜, 시간을 정해 조문객을 초대하는 방법, 고인에 대한 좋은 기억을 사람들과 나누는 시간을 보내는 방법 등을 추천했다. 또 수목장과 빙장(氷葬)에 대한 설명은 유용한 정보였다. 최근 친환경이라는 이유로 수목장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화장한 유골을 묻는 것은 토양이나 나무에 그리 좋은 건 아니라고 한다. 빙장이 화장보다 장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p.238~239


빙장은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 연구되고 있다. 말 그대로 시신을 급속으로 얼리는 장례방식인데, 얼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언 시신을 아주 곱게 부순다. 얼음이 된 시신을 한 순간에 깨뜨려 고운 가루로 만드는 것이다. 이 가루에서 수분을 제거하고 이물질을 분리해서 매장한 주변에 식물을 심는 친환경 장례 방식인데, 현재는 몇 가지 기술적인 문제로 사업화가 지연되고 있다. 얼려서 부순다는 점 때문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시신을 소각하고 남은 유골을 분쇄하는 화장 과정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면, 유해가스가 발생하는 화장보다 나을 수도 있다. 화장으로 형성된 분골은 나무 아래 묻으면 흙과 잘 섞이지 않는다. 인간의 몸에 지닌 영양소는 이미 불에 다 타고 난 후라 나무에 줄 영양분도 남아 있지 않다. 반면 빙장으로 형성된 조각들은 육신의 영양분이 그대로 남아 있다. 나무 아래 묻었을 때 나무의 성장에 도움을 준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지인의 장례식장에 직접 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대신에 조의금을 송금한다. 그런데 그리 친하지 않은 사람의 사망소식(장례식 일정)을 문자로 받게 되면 난감하다. 가야할지 말아야할지. 송금을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그러고 보니 몇 년 전부터 전화번호부에 있는 사람의 부고가 문자로 오기 시작했다. 고인의 가족이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연락처에 일괄적으로 부고를 보낸 것일 텐데 어떤 의도일까? 단순히 고인의 사망을 알리기 위해? 아니면 조의금을 받기 위해? 조의금 보내주면 고맙고 아니면 할 수 없고?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저자도 형식 맞추기에 급급한 억지 참석은 재고해보라고 말한다. 요즘 장례식장에서는 고인을 정성껏 모셔 배웅하겠다는 마음을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고인을 위한 애도보다는 상주를 위로하는 분위기로 변질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도 했다.


이 책은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을 통해 죽음과 장례를 준비하는 우리의 자세를 재고해보도록 한다. 가족이나 부모의 예고 없는 죽음에 허둥지둥하며 상조회사의 방식대로 영혼 없이 휩쓸리지 말아야겠다. 정신 차리면 고인은 떠난 뒤이고, 제대로 된 애도를 하지 못했다는 후회만 남을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장례절차에 대해 가족들과 미리 의논해 두는 게 좋겠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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