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편이 없는 자, 이방인을 위한 사회학 - 익숙한 세계에서 낯선 존재로 살아가기
김광기 지음 / 김영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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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기 경북대 교수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지만 평소 사회학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제목 <내 편이 없는 자이방인을 위한 사회학>에 끌려 서평단에 신청했다이방인하면 즉각적으로 경계주의보가 발동한다낯선 사람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가장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다제목처럼 이방인을 위한 사회학이 있는지 궁금했다저자는 2014년에 <이방인의 사회학>이라는 책을 냈는데 어렵다는 반응이 왔다그래서 이방인에 대한 대중서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쉽게 쓰려고 노력했다이번 신간이 그 결과물이며 이전 책이 클래식이라면 이번엔 재즈라고 표현했다성공 여부는 독자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했다.


이방인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에만 갇혀있던 내게 다양한 변주를 들려주었기에 재즈라는 설정에 동의한다그러나 이 책이 마냥 쉽다고는 하지 않겠다아다시피 재즈도 어렵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많은 철학자들의 저서와 문장을 언급하며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이방인을 다양하게 펼쳐놓았기에 독자의 배경지식에 따라 쉽게 이해될 수도 아닐 수도 있다그렇기에 장점이 있다저자의 주장에 동의하거나 부동의할 경우 왜 그런지 이유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이런 독서활동은 자연스레 사고의 확장이 된다낯설지만 매력적인 주장을 만나 기분 좋은 설득을 당하면 마치 재즈 연주를 들으며 그루브를 타는 느낌이 들 것이다.


이방인은 물리적 인지적 시공간을 가로질러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떠나는 모든 이다.”

이방인은 과거라는 도입부 없이 갑자기 새로운 환경에 뛰어든 자다.”

이방인은 기존 사회 구성원과는 다른 꿈을 꾸고 있는 자다.”

이방인은 가깝고도 먼 타인이다.”

이방인은 호기심의 사람이며 신체와 정신 모두에서 역동적인 사람이다.”

세상의 모든 지위와 직업배역에 목을 매지 않는 자모두 내걸지 않는 자언제든 그런 것이 주는 명예와 권력과 부를 벗어 던질 준비가 된 자그들이 이방인이다.”

이방인은 자신이 속한 세상의 자연적 태도에 의문을 갖고 그것에 뻗대며 그것을 거슬러 올라가려는 자다.”


위는 저자가 서술한 이방인’ 중에서 고른 것이다목차대로 떠나고상처받고홀로각성하는 이방인을 만날 수 있다자신의 상황과 유사한 혹은 자신이 생각했던 이방인을 만나게 될 것이다어쩌면 낯선 자의 얼굴에서 자신을 만날지도 모른다.


이 책 전체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17. 나란 인간 이었다저자는 라는 것은 결국 타인의 그림자일 뿐이라고 했다인간은 페르소나라는 가면을 쓰고 사는데 그 배역은 여러 가지다우리는 자기에게 주어진 가면을 자신으로 믿는 착각 속에 살고 있다그 배역에 시큰둥하게하찮게 여기며언제든 떠날 준비를 하는 사람을 이방인이라고 칭했다나아가 세상의 모든 지위와 직업배역에 목을 매지 않는 자모두 내걸지 않는 자언제든 그런 것이 주는 명예와 권력과 부를 벗어 던질 준비가 된 자그들이 이방인이라고.


그동안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페르소나를 역할이라고내가 맡은 역할들에 모두 충실해야 한다고그래서 나는 자기에게 주어진 가면을 자신으로 믿는 착각 속에 살았다이 나이 먹도록 나란 인간이 누군지 잘 모르겠는 이유가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이 챕터에서 오래 머물렀다이방인의 정의를 아는 것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저자의 말대로라면 내가 처한 직위나 지위직종서열 등에 의해 획득한 콩고물(권력이나 부명예)에 만족하면서 살아왔는데 그건 허상이란다나는 그런 콩고물을 벗어던질 수 있을까그런 것에 연연해하며 살지 않았다고 말한 유명인이 생각났다삶을 대하는 그의 태도가 늘 존경스러웠는데 그는 저자가 말하는 이방인인 셈이다.


노예가 아닌 주인자신의 삶에 진정한 주인이 되어야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그런데 자신이 누리고 있는 것그것을 소유하고 있으므로 주인이란 착각을 하며 사는 것이라는 내용에서는 놀랐다저자는 189쪽에서 언제든 자신이 처한 곳 밖에 설 준비가 되어 있는 자가 존재가 빛나는 자다.’ 라고 했다단지 빌려 쓰는 임차인인 주제에 주인입네 하지 말라며존재가 빛나는 자는 자신이 손님임을 일시 체류자임을즉 이방인임을 깨닫는 자라고 했다이 내용에서 나는이방인이라는 말보다 빛나는 자라는 말이 좋았다빛나는 사람을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나도 빛날 수 있을까나는 언제든 내가 처한 곳 바깥에 설 준비가 되어 있나콩고물에 연연하지 않고 손님의 정체성으로 언제든 내가 서 있는 자리를 툭툭 털고 나올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그렇다면 아등바등 목메며 살 일이 아니다.


리뷰를 쓰며 책의 부제 익숙한 세계에서 낯선 존재로 살아가기에 부합하는 사고활동을 한 것 같아 만족스럽다그러나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빛나는 사람이 되려면.




ϻϻϻ**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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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다가 웃었다 - 김영철 에세이
김영철 지음 / 김영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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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다가 웃었다>는 개그맨 김영철씨의 에세이다. 최근에 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거의 본 적이 없어서 예전에 개그콘서트에서 했던 개그만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책을 냈다니 엄청 웃길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진 않았다.(“아는 형님”캐릭터 버전으로~ㅎㅎ) 김영철씨에겐 미안하지만 책을 이렇게 여러 권 낸 작가인줄 몰랐다. 영어공부하는 개그맨이란 것도 얼핏 알고 있었는데 그의 꿈이 영어로 개그하는 것인 줄도 몰랐다. 처음부터 작가 김영철씨에 대해 너무 몰랐다는 말로 시작하려니 쫌 미안하다.

책을 다 읽고 맨 앞에 싸인 문구를 다시 보니 그럴 줄 알았다며 잇몸만개하는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여는 글’에서 그는 자신을 어릴 때부터 돌봐준 누나의 대장암 선고 소식으로 시작했는데 제목처럼 울고 웃는 날들에 대해 이야기할 것임을 예고했다. 챙겨주는 사람 이렇게 많은데 뭔 걱정이냐던 누나는, “이 기회에 수술하고 나면 살 쫙 빠지겠제?”라고 문자를 보내와서 둘은 웃음보를 터뜨린다.

이 책은 김영철씨의 가족이야기부터 자신의 일과 꿈에 대해 조근조근 풀어내고 있다. 개그맨이니까 무작정 재미있을 거라고 나처럼 잘믓 예상하지 말길 바란다. 그는 매일 아침 라디오 DJ를 하고 영어공부와 운동 등등 하루를 바쁘게 살면서 주위 사람들을 잘 챙기는 사람이다. 자신의 일에 충실하고 강박증적으로 뭐든 열심히 한다.

그리고 효자다. 그는 엄마에게서 끼를 물려받아 개그맨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는 늘 엄마를 생각하고 챙기는 이야기를 포함 자신보다 더 웃긴 엄마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있다. 2016년 호주 멜버른 코미디 페스티벌 참가 때 썼던 대본도 엄마이야기였다.

화장품보다 돈을 좋아하는 엄마, 아들 하는 말은 안 듣고 자기 얘기만 하는 엄마, 했던 말 또하고 또하게 하는 엄마. 그런 엄마의 속마음은 아들을 믿고 깊이 걱정하고 생각하고 있다는 걸 잘 알기에 독자는 싱긋이 웃을 수밖에 없다.

p.47

오늘은 엄마와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이번 생신 때 갈 여행지를 정할까? 재작년에 어쩔 수 없이 제주도로 가자고 했을 때, “또 제주도 간다꼬?” 했던 게 머릿속을 맴돈다. 이번엔 이 말을 꼭 해야겠다.

엄마, 우리 안 가본 곳으로 꼭 가보자. 엄마랑 나랑 단둘이 여행한 적은 한 번도 없네? 올해는 우리 둘이서 여행 가보자, 꼭!

p.204

어릴 적, 집배원 아저씨가 우리 집에 오시면 과일과 음료수를 드시고 가곤 했다. 엄마는 냉장고 두 대에 음식을 가득 채워두었는데, 아마도 허기진 이웃이 집에 오면 베풀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그날 내가 택배 기사님의 허기진 목소리를 듣고 냉장고 문을 열어 음식을 챙긴 건, 100퍼센트 엄마에게 보고 배운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냉장고 문을 다시 열어보았다. 먹을 게 넘쳐날 정도는 아니더라도 비상시를 대비해서 적당히 음식을 채워두어야겠다.

갑자기 담배를 끊은 강호동을 보며 그는 이렇게 썼다.

p.124

다짐도 맹세도 날짜 맞춰서 해봤자 지켜지지 않는다. 언제든 딱 마음먹었을 때, 그때 바로 시작하면 된다. 나는 모두가 시간에 쫓기지 말길 바란다. 숫자에 갇히지 않길 바란다. 스스로 시간의 주인이 되어 현명하게 인생을 살기를 바란다. 몸에 걷기가 좋으니 걷는 시간도 만들고, 주변인에게 안부 문자도 자주 하고, 어학 공부도 하길 바란다. 무엇보다 문득 결심하길 바란다. 소소하게, 작은 것부터 하나씩 그렇게 말이다.

다른 사람들의 사생활에 관심을 너머 간섭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끝은 이렇게 맺는다.

p.199

생각해보니 궁금하기도 하겠다. 중년이 된 내가 왜 홀로 사는지, 결혼을 못한 건지 안 한 건지. 잘 모르겠지만 혼자 재밌게 살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 글을 읽고 또 누군가가 나에게 물을 것 같다. '영철아, <건조한 배려가 필요하다>란 글 잘 읽었어. 근데 그거 읽으면서 진짜 더 궁금해서 그러는데 왜 결혼을 안 하니? 왜 결혼 안 하느냐는 질문에 센스 있게 응수한 애숙이 누나의 답이 떠오른다.

"마, 한 번 갔다 왔다 생각하소."

그 외에도 김수현 작가에게 글솜씨 인정받은 이야기, 동료 개그맨들과의 일화 속에서 배우고 깨닫고 성장하는 이야기, 자신이 읽은 책과 일상을 연결하는 글 솜씨를 보니 이제 개그맨 김영철보다는 작가 김영철로 인정해야할 것 같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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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스퀘어
안드레 애치먼 지음, 한정아 옮김 / 비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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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은 봤지만 소설은 읽지 못했다. 그래서 김영사에서 출간한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의 작가 안드레 애치먼의 소설 <하버드 스퀘어>를 읽게 되었다. 작가는 1951년 이집트에서 태어났으나 반유대주의를 비롯한 정치적 문제로 1965년에 가족 전체가 고국에서 추방당한 후 로마를 거쳐 뉴욕에 정착했다. 이번 <하버드 스퀘어>는 그의 자전적 소설이다. 실제로 하버드에서 약 7년간 학업에 정진하던 애치먼은 전문적인 연구가 오히려 문학에 대한 개인적인 사랑을 짓누른다고 느끼고 학교를 떠나 증권사에 입사했다가 되돌아와 비교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스스로 하버드에서의 나날은 증오와 사랑의 시간이라고 밝혔듯, 자기애와 자기혐오가 뒤섞인 청춘의 기록이 아련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소설 주인공은 아들과 캠퍼스 투어를 위해 하버드에 왔다가 지난 날의 추억 속으로 빠져든다. 1977년 여름, 이집트 유학생이던 는 종합시험 재시험을 앞두고 있었다. 도서관 알바, 프랑스어 과외로 바빴고 하버드에 적응하느라 더웠던 나날들이었다. 카페 알제에서 칼라지라는 아랍인을 만나며 둘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프랑스어를 쓰는 아랍인과 유대인의 만남은 신선한 충격과 동시에 동지를 재회한 듯했다. 택시 운전사와 아이비리그 대학생의 조합은 뭔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둘은 자연스레 어울리게 된다. 대화는 인간이 다른 인간과 함께 있을 때 즐기는 것이자 자연스러운 것이고, 일요일 오후에 사람들은 대화하고 웃고 커피를 마시며 산다는 것을 잊고 살던 시절이었다.


는 칼리지를 닮고 싶고 좋아하면서도 이질감을 허물기 어려웠다. 그러면서도 이방인이라는 동질감의 자장 안에 있었다.


p.74

나는 그를 부러워했다. 그에게서 배우고 싶었다. 그는 진정한 남자였다. 나는……. 나는 어땠는지 모르겠다. 그는 목소리였고, 내 과거와의 잃어버린 연결고리였으며, 내가 다른 길을 택했다면 나의 롤모델이 되었을 사람이었다. 그는 야성적이었지만 나는 길들여지고 억눌려 있었다. 그런 누군가 나를 강력한 용액에 담가서 내가 학교에서 배운 모든 습관과 미국에서 양보한 모든 것을 내 피부에서 벗겨낸다면 내가 아니라 그가 발견될 것이다.


p.96

우리 둘 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지만, 내겐 버티고 설 땅이 있었고 그는 언제나 방랑자였다. 내게는 영주권이, 그에게는 운전면허증이 있었다. 그는 날마다 벼랑 끝에 서 있었지만 나는 벼랑 밑을 내려다봐야 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내게는 그 심연을 가릴 담장이나 생울타리가 항상 있었던 반면 그에게는 그런 것이 주어지지 않았다. 한편 또 다른 차이도 있었다. 그는 그 벼랑에서 물러서서 살아나올 방법을 알고 있었지만 나는 벼랑과 나 사이에 그를 세워놓았다. 그는 내 가림막, 내 스승, 내 목소리였다. 어쩌면 내가 그토록 필사적으로 추구했던 삶이 그의 삶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칼라지의 이민국 인터뷰 준비를 도와주던 장면과 월든 호수 피크닉은 칼라지의 엉뚱한 매력을 드러낸다. 조르바와 체게바라가 여실히 오버랩되는 장면이었다. 주인공이 감탄했던 칼라지의 문장들은 프랑스어였다. 옆방에선 아무도 자지 않는다이 집에선 아무도 음악을 듣지 않는다가 절묘하게 대구를 이룬다고 했는데, 한글 번역본이므로 프랑스어의 맛을 느낄 수 없어 살짝 아쉬웠다. 시처럼 보였던 그 글은 이민국 직원들이 할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써둔 것이었다.


그해 여름, 주인공은 자신의 이율배반적 감정이 혼란스러웠다. 카페 알제에 가면 언제든 만날 수 있고 어떤 이야기든 나눌 수 있는 친구지만 하버드의 구성원으로 자리잡아가면서부터 서서히 그를 피하기 시작한다. 새 여자친구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길엔 우연히라도 마주치기 싫었다.


p.303

나는 그를 부끄러워했고, 그를 부끄러워하는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내가 속물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우리의 공통점이 열악한 경제 형편 말고도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남들에게 들키는 것이 부끄러웠다. 내가 그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 게 , 우리를 하나로 묶는 것은 저급한 카페에서 어울리기 좋아하는 극빈자 정체성뿐이라고 생각하는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급기야 새학기가 시작되면서 는 칼라지와 마주칠까봐 두려워하고 변명거리를 걱정하는 상황에 지쳐갔다. 그를 떨쳐내지 못하면서 그와 엮일까봐 걱정하는 자신이 싫었다. 운전면허가 정지된 칼라지를 프랑스어 시간강사 자리에 소개해 일할 수 있게 해주었다. 한 집에서 살게 되고 그의 직장까지 주선해주었으면서도 사적인 영역이 침범당하고 점령당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이런 양가감정에 괴로워하다가 결국은 칼라지가 미국을 떠나던 날 그를 배웅하러 가지 않았다.


p.372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피하고 싶었던 것은 눈물의 작별이었다는 끔찍한 사실을 깨닫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나는 그가 우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내가 울고 싶지도 않았다. 포옹도 싫었고, 야단스러운 약속도 싫었고, 슬픔을 과장하는 피상적인 말도, 비참한 기분도 싫었다. 깨끗하고 태연하게 작별하고 싶었다. 나는 완전히 구제불능으로 가식적인 인간이었다.


칼라지가 자신을 방해하고 싶지 않다며 다른 사람을 통해 작별인사를 대신 전해 받으면서 는 수치심과 슬픔 사이에 오가는 격통을 느낀다. 한편 안도감과 해방감도 동시에 느끼는데 결국 이러한 양가감정은 칼라지를 만나고 헤어지는 내내 지속됐다.


아들과 입학처를 나오며 그해 여름 하버드 광장의 추억에서 빠져나온 는 그 때가 좋은 시절이었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뜨거운 여름날 청춘의 시절을 회상하는 일은 심장이 간질거리면서 뻐근하고 애틋했다. 함께 한 시간이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해서 무어라 단정 짓기 힘든 감정이었는데 이제와 돌아보니 그건 사랑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마지막 문장은 프랑스어로 끝난다. ‘칼라지의 대화로.


자네가 날 찾아내서 정말 다행이야. 난 잘 지내. 딸이 둘 있지. 좋은 추억을 갖고 있고. 사랑해.”

나도 당신을 사랑해요.”


그 어떤 첨언보다 이상은의 노래 가사로 리뷰를 마무리 한다.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하지만 이제 뒤돌아보니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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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지켜낸 어머니 - 이순신을 성웅으로 키운 초계 변씨의 삼천지교 윤동한의 역사경영에세이 3
윤동한 지음 / 가디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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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은 역사상 가장 유명한 사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이순신을 모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테니 말이다. 유명한만큼 관련 연구가 많고 다양한 미디어로 계속 재창조되고 있다. 더이상 새로운 것이 나올 수 있을까 싶은데 이번에 이순신의 어머니를 다룬 책이 나왔다. 가디언 출판사에서 나온 <조선을 지켜낸 어머니>가 그것이다. 이 책은 이순신 장군의 어머니 초계 변씨의 행적과 이순신에게 미친 영향을 탐구했다.

 

사실 이순신 장군이야 조선왕조실록의 선조편에서부터 징비록, 난중일기까지 사료가 많지만 그의 어머니에 대한 사료가 있을지 궁금했다. 저자부터 확인했다. 윤동한씨는 역사학자가 아닌데 어떻게 연구를 했을지 또 궁금했다. 책 마지막에 저자가 밝힌 부분을 확인하니 박종평 작가의 <난중일기> 해설부분을 상당수 인용했다. 그리고 변씨 문중과 덕수 이씨 가문 사람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물론 초계 변씨의 직접적인 자료는 부족했기 때문에 역사추적과 문헌 검증이 어려운 부분에 일부 필자의 상상력이 가미된 부분이 있음을 양지해야 한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었으며 사진과 그림을 첨부하여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도록 했고, 각 부의 마지막에는 내용을 요약한 '정리편'을 두어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부록에는 초계 변씨 가계도, 초계 변씨와 이정, 이순신의 가계도, 초계 변씨 연보, 이순신 장군의 삶을 실어 최종 정리를 하도록 했다.

[1부 주요 내용 정리]

- 이순신의 모친 변씨, 지금의 충무로 인현동인 서울 건천동에서 셋째 아들 이순신을 낳다. 1545년 음력 3월 8일

- 변씨가 가르친 이순신은 목표를 위해 결심을 변치 않는 올곧은 신념이 있었다. 그는 어떤 위협에도 타협하지 않았으며 바른 길을 걸어가려는 정도의 가치관을 지녔다. 충성심과 위민의식으로 백성들을 사랑했다.

- 장자이지만 서울살이를 시작한 순신의 아버지 이정은 명목상의 직함은 있었으나 결국 벼슬에 나가지 못했다. 2대째 벼슬에 오르지 못하고 과거에 급제하지 못하자 가문이 기울기 시작했다. 이에 이순신의 모친 변씨는 고단한 서울살이를 정리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추측된다.

[2부 주요 내용 정리]

- 명종 인종 때 위세를 떨쳤던 영의정 이준경이 순신의 앞날을 도와주고자 보성 군수를 지낸 방진의 집안과 연결하며 중매를 선다.

- 이준경은 예지력이 뛰어난 인물로 수하에 있던 정걸 장군에게 판옥선을 만들게 하고 왜란을 예견해 선조에게 유언ㄲ지 남겼던 청백리 명재상이었다.

- 모친 변씨는 셋째 아들 순신이 급제 후 변방으로 돌고 있을 때 가문을 지키며, 기울어져 가던 집안을 철저한 재무관리를 통해 다시 일으켜 세웠다. 또 <별급문기>로 모든 재무 기록을 자세히 남겨두었다. 이를 통해 변씨의 철저하고 꼼꼼하며 청렴하고 독립적인 재무 능력을 엿볼 수 있다.

- 둘째 아들 요신이 병으로 사망하고 남편 이정과 맏아들 희신도 잃었ㄷ. 게다가 아산 이거 후 살아왔던 집도 화재로 잃어버렸다. 이런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그녀는 좌절하지 않았다. 남은 아들 순신과 우신, 그리고 손자들을 더 아끼고 위하며 새로운 터전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 독립심과 대쪽 같은 성격이 아들 순신에게 그대로 전해져, 누구도 흉내 내기 어려운 청렴한 공직자 순신을 낳게 했다.

[3부 주요 내용 정리]

- 1592년 4월 13일 임진왜란이 일어났다. 모친 변씨는 순신이 전라좌수사로 발령 나자 아산으로 일단 돌아갔다가 앞뒤 일을 세심히 살핀 후 여수로 단독 이겋기로 마음먹었다. 며느리 방씨는 아산에서 고향과 본가를 지키게 하고 셋째 손자 이면이 어머니 방씨를 모시게 하면서 자신은 셋째 아들 이순신을 여수에서 지켜주기로 결단한 것이다. 이미 78세의 고령이었다.

- 변씨는 고령이라 육로 이동이 불가능하자 뱃길을 통해 아산에서 여수 전라좌수영으로 이사하기로 했다. 이 뱃길은 나중에 이순신이 모함을 받아 감옥에 갇히자 아들을 만나기 위해 상경하는 길로 다시 이용하게 된다.

- 순신은 송현마을에 모친을 모심으로써 정신적인 안정을 얻었고 어머니 안위를 걱정하지 않으며 전쟁을 치를 수 있었다. 모친 변씨는 "내 아들이 기쁠 수만 있다면..." 오직 이 마음 하나로 고달픈 타향살이를 기꺼이 감당한 것이다.

- 왜군 수뇌부의 이간질로 아들의 하옥 소식을 들은 모친은 아들을 잃을 수 있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서울행을 결심한다. 아들 손자가 모두 말리는 와중에도 "내 관을 짜서 배에 실으라, 나는 죽어서도 서울에 가서 통젯 아들을 만나고야 말 것이야."라고 외쳤다.

- 뱃사람도 움직이기 싫어하는 음력 2, 3월의 죽음의 뱃길을 택한 것은 자신을 운명의 제물로 드리고 아들을 살리려는 결심이었다. 83세의 고령에 노환으로 앞날을 기대하지 못하는 노인이 순신에게 줄 마지막 선물이었다. 결국 모진 뱃길 속에서 버티던 모친은 결국 숨을 거두었고 순신은 풀려났다. 그와 모친이 상봉한 것은 4월 13일, 아산 게바위 앞이었다.

[4부 주요 내용 정리]

- 덕수 이씨 후손들은 저마다 삶의 현장에서 변씨 할머니의 희생정신을 드러내는 삶을 살았다. 종군과 순국의 길로, 공직자의 길로, 전란의 현장에서 후손들은 멸사봉공, 위국, 애민의 길을 걸었다.

- 장흥 지역 변씨 후손들은 명량과 지포해전, 노량해전에 적극 참전해 자신의 목숨을 초개같이 던져 넣었다. 변씨 형제들은 기꺼이 살길을 찾을 수 있었음에도 자신의 핏줄들이 전사하는 모습에 분개하여 함께 전사하는 용맹함을 보여주었다.

저자가 가장 많이 참고한 책은 역시 <난중일기>였다. 이순신 장군의 효심이 절절히 드러나고 모친의 행적도 기록되어 있다. 그의 일기가 없었다면 이런 책도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이순신 장군을 키운 것은 어머니지만 이 책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아들의 일기 덕분이다. 기록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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떴다! 배달룡 선생님 - 제2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작(저학년) 신나는 책읽기 61
박미경 지음, 윤담요 그림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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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창비출판사의 가제본 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떴다! 배달룡 선생님>은 2022년 창비 '좋은 어린이책' 저학년 부문 대상 수상작이다. 박미경 작가는 일 때문에 방문한 어떤 중학교에서 지나가다 들은 대화에서 영감을 얻어 이 책을 썼다. 교장선생님과 학생이 친구처럼 대화를 나누는 것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보통 교장선생님하면 권위적이고 훈화 길게 하는 지겨운 느낌이다. 그런 교장 선생님이 어떻게 학생과 허물없이 친하게 지낼 수 있을까.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아마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에이, 동화책이니까 그런 거겠지. 실제로 그런 교장선생님이 어딨겠어." 라고. 그러나 직접 읽어보면 배달룡 교장선생님의 매력에 푹 빠질지도 모른다.

배달룡 교장선생님은 학생들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진심이다. 151명이나 되는 전교생의 이름을 다 기억하고 있다. 300명도 거뜬히 외울 수 있는데 151명뿐이라 아쉬워할 정도다. 권위적이지도 않다. 교장실 바로 위에서 들려오는 소음의 근원이 딱지치기 인 것을 알게 되는데 못하게 하거나 혼내지 않는다. 오히려 같이 딱지치기를 한다. 또 막대사탕을 항상 들고 다니며 칭찬할 학생, 위로가 필요해 보이는 학생에게 건넨다.

사실 배달룡 학생의 어릴 적 꿈은 학교 짱이 되는 것이었다. 선생님이 친구들 괴롭히는 '짱' 말이냐며 묻자, 달룡이는 손사래를 치며 세상에서 아이들을 가장 잘 이해해주는 짱이 될 거라고 했다. 드디어 배달룡은 햇살초등학교의 짱이 되었다. 학교짱? 교장선생님이 되어 학생들에게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챙기는 짱이 되었다.

교장선생님의 다른 활동들을 보자. 분식집 테이블에 낙서를 한 학생때문에 불려가서는 떡볶이 맛있게 만드는 비법을 전수해주고, 학생에게는 테이블에 그림을 마저 다 그리라고 한다. '수진이의 그림'이라는 에피소드는 현실적이지 않다며 너무 판타지라고 딴죽을 걸 독자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학생들을 가장 잘 이해하는 짱이 되겠다던 어린 시절 달룡이를 환기해 보자면, 교장선생님이 되어 그것을 실천한 것이니 비판이 아닌 칭찬을 해줘야 하지 않을까. 어른이 되면 어릴 때 가졌던 마음을 죄다 잊고, 직위가 높아질수록 어린이를 이해하는 마음은 점점 사라진다. 어릴 적 다짐을 잊지 않고 그대로 실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숙제 셔틀 시키려는 학생들의 대화를 듣고 교장선생님이 직접 해주겠다고 나서고, 눈이 많이 온 날에는 학교 운동장에 눈썰매장을 만든다. 교장선생님 아내는 역도코치라서 학생의 재능을 알아보고 키워준다. 이러니 학생들에게 인기 짱일 수밖에 없다. 교장선생님들은 왠지 좀 무섭고, 학생들에게 훈계만 할 것 같다. 담임 선생님이라면 몰라도 교장선생님이 내 이름을 알리 없다. 이렇게 현실에서 교장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멀고 먼 존재다.

배달룡 교장 선생님은 반대다. 전교생의 이름은 당연히 알고 있고, 학생들이 친구처럼 생각할 수 있게 허물없이 대해 준다. 이렇게 자신을 잘 이해해주는 어른이 학교에 있다면 학교 가는 일이 얼마나 즐거울까. 멀리서 교장선생님이 다가오면 줄행랑을 치는 게 아니라 책 속 친구들처럼 반갑게 인사할 것이다. 이 책은 학생들에게 교장선생님의 인상을 긍정적으로 심어줄 것이며, 어른들에게는 모범적인 어른 상을 제시할 것이다.

학부모나 교사가 이 책을 읽는다면 뜨끔할 것이다. 그동안 자녀나 학생들에게 엄근진 교장선생님처럼 굴었던 게 아닌가 싶어서. 사실 모든 어른은 어린이였었다. 어린이였을 때 어떤 어른을 좋아했는지, 어떤 어른으로 자라고 싶었는지를 생각해보면 지금 자신의 태도에 낯부끄러워질지도 모른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당장 아이들을 이해해주고 진심을 알아주는 말을 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면 말 대신 배달룡 교장선생님처럼 막대사탕 하나 스윽 내밀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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