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다가 웃었다 - 김영철 에세이
김영철 지음 / 김영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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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다가 웃었다>는 개그맨 김영철씨의 에세이다. 최근에 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거의 본 적이 없어서 예전에 개그콘서트에서 했던 개그만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책을 냈다니 엄청 웃길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진 않았다.(“아는 형님”캐릭터 버전으로~ㅎㅎ) 김영철씨에겐 미안하지만 책을 이렇게 여러 권 낸 작가인줄 몰랐다. 영어공부하는 개그맨이란 것도 얼핏 알고 있었는데 그의 꿈이 영어로 개그하는 것인 줄도 몰랐다. 처음부터 작가 김영철씨에 대해 너무 몰랐다는 말로 시작하려니 쫌 미안하다.

책을 다 읽고 맨 앞에 싸인 문구를 다시 보니 그럴 줄 알았다며 잇몸만개하는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여는 글’에서 그는 자신을 어릴 때부터 돌봐준 누나의 대장암 선고 소식으로 시작했는데 제목처럼 울고 웃는 날들에 대해 이야기할 것임을 예고했다. 챙겨주는 사람 이렇게 많은데 뭔 걱정이냐던 누나는, “이 기회에 수술하고 나면 살 쫙 빠지겠제?”라고 문자를 보내와서 둘은 웃음보를 터뜨린다.

이 책은 김영철씨의 가족이야기부터 자신의 일과 꿈에 대해 조근조근 풀어내고 있다. 개그맨이니까 무작정 재미있을 거라고 나처럼 잘믓 예상하지 말길 바란다. 그는 매일 아침 라디오 DJ를 하고 영어공부와 운동 등등 하루를 바쁘게 살면서 주위 사람들을 잘 챙기는 사람이다. 자신의 일에 충실하고 강박증적으로 뭐든 열심히 한다.

그리고 효자다. 그는 엄마에게서 끼를 물려받아 개그맨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는 늘 엄마를 생각하고 챙기는 이야기를 포함 자신보다 더 웃긴 엄마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있다. 2016년 호주 멜버른 코미디 페스티벌 참가 때 썼던 대본도 엄마이야기였다.

화장품보다 돈을 좋아하는 엄마, 아들 하는 말은 안 듣고 자기 얘기만 하는 엄마, 했던 말 또하고 또하게 하는 엄마. 그런 엄마의 속마음은 아들을 믿고 깊이 걱정하고 생각하고 있다는 걸 잘 알기에 독자는 싱긋이 웃을 수밖에 없다.

p.47

오늘은 엄마와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이번 생신 때 갈 여행지를 정할까? 재작년에 어쩔 수 없이 제주도로 가자고 했을 때, “또 제주도 간다꼬?” 했던 게 머릿속을 맴돈다. 이번엔 이 말을 꼭 해야겠다.

엄마, 우리 안 가본 곳으로 꼭 가보자. 엄마랑 나랑 단둘이 여행한 적은 한 번도 없네? 올해는 우리 둘이서 여행 가보자, 꼭!

p.204

어릴 적, 집배원 아저씨가 우리 집에 오시면 과일과 음료수를 드시고 가곤 했다. 엄마는 냉장고 두 대에 음식을 가득 채워두었는데, 아마도 허기진 이웃이 집에 오면 베풀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그날 내가 택배 기사님의 허기진 목소리를 듣고 냉장고 문을 열어 음식을 챙긴 건, 100퍼센트 엄마에게 보고 배운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냉장고 문을 다시 열어보았다. 먹을 게 넘쳐날 정도는 아니더라도 비상시를 대비해서 적당히 음식을 채워두어야겠다.

갑자기 담배를 끊은 강호동을 보며 그는 이렇게 썼다.

p.124

다짐도 맹세도 날짜 맞춰서 해봤자 지켜지지 않는다. 언제든 딱 마음먹었을 때, 그때 바로 시작하면 된다. 나는 모두가 시간에 쫓기지 말길 바란다. 숫자에 갇히지 않길 바란다. 스스로 시간의 주인이 되어 현명하게 인생을 살기를 바란다. 몸에 걷기가 좋으니 걷는 시간도 만들고, 주변인에게 안부 문자도 자주 하고, 어학 공부도 하길 바란다. 무엇보다 문득 결심하길 바란다. 소소하게, 작은 것부터 하나씩 그렇게 말이다.

다른 사람들의 사생활에 관심을 너머 간섭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끝은 이렇게 맺는다.

p.199

생각해보니 궁금하기도 하겠다. 중년이 된 내가 왜 홀로 사는지, 결혼을 못한 건지 안 한 건지. 잘 모르겠지만 혼자 재밌게 살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 글을 읽고 또 누군가가 나에게 물을 것 같다. '영철아, <건조한 배려가 필요하다>란 글 잘 읽었어. 근데 그거 읽으면서 진짜 더 궁금해서 그러는데 왜 결혼을 안 하니? 왜 결혼 안 하느냐는 질문에 센스 있게 응수한 애숙이 누나의 답이 떠오른다.

"마, 한 번 갔다 왔다 생각하소."

그 외에도 김수현 작가에게 글솜씨 인정받은 이야기, 동료 개그맨들과의 일화 속에서 배우고 깨닫고 성장하는 이야기, 자신이 읽은 책과 일상을 연결하는 글 솜씨를 보니 이제 개그맨 김영철보다는 작가 김영철로 인정해야할 것 같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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