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 배달룡 선생님 - 제2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작(저학년) 신나는 책읽기 61
박미경 지음, 윤담요 그림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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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창비출판사의 가제본 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떴다! 배달룡 선생님>은 2022년 창비 '좋은 어린이책' 저학년 부문 대상 수상작이다. 박미경 작가는 일 때문에 방문한 어떤 중학교에서 지나가다 들은 대화에서 영감을 얻어 이 책을 썼다. 교장선생님과 학생이 친구처럼 대화를 나누는 것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보통 교장선생님하면 권위적이고 훈화 길게 하는 지겨운 느낌이다. 그런 교장 선생님이 어떻게 학생과 허물없이 친하게 지낼 수 있을까.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아마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에이, 동화책이니까 그런 거겠지. 실제로 그런 교장선생님이 어딨겠어." 라고. 그러나 직접 읽어보면 배달룡 교장선생님의 매력에 푹 빠질지도 모른다.

배달룡 교장선생님은 학생들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진심이다. 151명이나 되는 전교생의 이름을 다 기억하고 있다. 300명도 거뜬히 외울 수 있는데 151명뿐이라 아쉬워할 정도다. 권위적이지도 않다. 교장실 바로 위에서 들려오는 소음의 근원이 딱지치기 인 것을 알게 되는데 못하게 하거나 혼내지 않는다. 오히려 같이 딱지치기를 한다. 또 막대사탕을 항상 들고 다니며 칭찬할 학생, 위로가 필요해 보이는 학생에게 건넨다.

사실 배달룡 학생의 어릴 적 꿈은 학교 짱이 되는 것이었다. 선생님이 친구들 괴롭히는 '짱' 말이냐며 묻자, 달룡이는 손사래를 치며 세상에서 아이들을 가장 잘 이해해주는 짱이 될 거라고 했다. 드디어 배달룡은 햇살초등학교의 짱이 되었다. 학교짱? 교장선생님이 되어 학생들에게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챙기는 짱이 되었다.

교장선생님의 다른 활동들을 보자. 분식집 테이블에 낙서를 한 학생때문에 불려가서는 떡볶이 맛있게 만드는 비법을 전수해주고, 학생에게는 테이블에 그림을 마저 다 그리라고 한다. '수진이의 그림'이라는 에피소드는 현실적이지 않다며 너무 판타지라고 딴죽을 걸 독자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학생들을 가장 잘 이해하는 짱이 되겠다던 어린 시절 달룡이를 환기해 보자면, 교장선생님이 되어 그것을 실천한 것이니 비판이 아닌 칭찬을 해줘야 하지 않을까. 어른이 되면 어릴 때 가졌던 마음을 죄다 잊고, 직위가 높아질수록 어린이를 이해하는 마음은 점점 사라진다. 어릴 적 다짐을 잊지 않고 그대로 실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숙제 셔틀 시키려는 학생들의 대화를 듣고 교장선생님이 직접 해주겠다고 나서고, 눈이 많이 온 날에는 학교 운동장에 눈썰매장을 만든다. 교장선생님 아내는 역도코치라서 학생의 재능을 알아보고 키워준다. 이러니 학생들에게 인기 짱일 수밖에 없다. 교장선생님들은 왠지 좀 무섭고, 학생들에게 훈계만 할 것 같다. 담임 선생님이라면 몰라도 교장선생님이 내 이름을 알리 없다. 이렇게 현실에서 교장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멀고 먼 존재다.

배달룡 교장 선생님은 반대다. 전교생의 이름은 당연히 알고 있고, 학생들이 친구처럼 생각할 수 있게 허물없이 대해 준다. 이렇게 자신을 잘 이해해주는 어른이 학교에 있다면 학교 가는 일이 얼마나 즐거울까. 멀리서 교장선생님이 다가오면 줄행랑을 치는 게 아니라 책 속 친구들처럼 반갑게 인사할 것이다. 이 책은 학생들에게 교장선생님의 인상을 긍정적으로 심어줄 것이며, 어른들에게는 모범적인 어른 상을 제시할 것이다.

학부모나 교사가 이 책을 읽는다면 뜨끔할 것이다. 그동안 자녀나 학생들에게 엄근진 교장선생님처럼 굴었던 게 아닌가 싶어서. 사실 모든 어른은 어린이였었다. 어린이였을 때 어떤 어른을 좋아했는지, 어떤 어른으로 자라고 싶었는지를 생각해보면 지금 자신의 태도에 낯부끄러워질지도 모른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당장 아이들을 이해해주고 진심을 알아주는 말을 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면 말 대신 배달룡 교장선생님처럼 막대사탕 하나 스윽 내밀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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