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의 예술 - 포스터로 읽는 100여 년 저항과 투쟁의 역사
조 리폰 지음, 김경애 옮김, 국제앰네스티 기획 / 씨네21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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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의 예술>의 부제는 "포스터로 읽는 100여 년 전 저항과 투쟁의 역사"이다. A4용지보다 가로로 2cm 정도 넓은 사이즈로 포스터 화보집이다. 평소 그림 관련 책을 즐겨 읽는 편인데 이렇게 포스터만 모아놓은 책은 처음이다. 이 책은 지난 100여 년간의 인권·환경 운동을 다룬 포스터들에 설명을 더했다. 난민, 기후변화, 페미니즘, 인종차별, LGBTQ, 전쟁과 핵무기 반대 등 7개 주요 이슈를 다룬 포스터들인데 이렇게 모으니 예술에 다름 아니다. 또한 7가지 이슈 속엔 저항과 투쟁정신이 들어있다. 예술작품을 감상하며 포스터의 역사는 물론 저항과 투쟁의 역사까지 한눈에 볼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140여 개의 이미지들은 모두 국제앰네스티와 조 리폰 작가가 함께 선정한 것들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가들이 만든 사진, 포스터, 구호, 현수막부터 길거리 예술가들의 벽화까지 실로 다양하다. 사실 일반인들에게 포스터는, 학창시절 미술시간에 이후로 그려볼 기회는 거의 없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속에 늘 함께 하는 것이 포스터와 표어임에도 거리가 먼 미디어로 여겨진다. 이번 책을 통해 포스터의 상징과 예술성을 마주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사실 한겨레출판사의 서포터즈가 아니었다면 이런 책이 나왔다는 사실조차 몰랐을 것이므로 더욱 그러하다. 

대부분 설명을 읽지 않아도 그림만으로 한눈에 주제를 파악할 수 있다. 포스터의 특징이므로! 나는 이런 그림 서적은 늘 그림부터 한눈에 본 뒤 앞으로 돌아가 눈길을 사로잡은 작품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설명을 읽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포스터부터 주욱 넘겨보았다. 하나하나가 강렬했다. 이미지는 물론 메시지도.

그리고 설명을 읽었다. 보통 명화 서적의 경우 아는 그림(대부분 몹시 유명한 그림)이라 해도 설명을 꼼꼼하게 읽는다. 그 작품에 대해 새로운 정보와 주장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 실린 포스터들은 모두 처음 보는 것들이라 설명을 읽으니 더 잘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나는 독일화가 케테 콜비츠의 작품을 일본의 어느 미술관에서 처음 만났다. 서경식선생의 글에서 언급되어 이름만 알았는데 작품을 일본여행에서 만나니 반가웠고 감격스러웠다. 그는 어머니를 주소재로 하는데 고리키의 소설 어머니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연상시키는 조각과 판화는 비장한 숭고함이 서려있는 듯 했다. 이 책에서 그의 포스터를 발견했다. 암스테르담 노동조합 의뢰로 탄생한 "전쟁을 향한 전쟁"이다.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 다수의 국가가 보이콧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대한 항의 차원이었다. 그런 의도치고는 보이콧 포스터가 너무 귀엽다. 동화책 삽화가 치지코프가 디자인했다고 한다. 야수같은 러시아곰의 고정관념을 누그러뜨리려는 의도로 제작되었는데 성공이다. 테디베어어 버금가는 귀여움을 장착하고 있다. 그런데 유심히 보면 오륜기는 가시철사로 되어있고 곰은 경찰복장에 채찍을 들고있다. 러시아곰의 이미지는 세탁되었으나 엄혹한 러시아경찰은 오히려 부각되었다.


"나의 모국에서는 성적 정체성을 드러내면 범죄자가 됩니다."


위 포스터의 주인공은 튀니지 출신으로 그 나라에서 게이나 레즈비언은 최대 3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그가 둘러 쓴 무지개색 깃발은 다양성을 찬양하는 의미이며 미국인 길버트 베이커가 디자인했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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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두 번 사는 사람들 - 그들은 어떻게 스스로 미래를 바꾸었는가
도전 인생 2막, 원더풀 마이 라이프 지음 / 부크럼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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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 젊었으면 좋겠다며 해맑게 웃던 할머니를 TV에서 본 적이 있다. 할머니의 며느리는, “아이고, 어머니! 20년이나 젊어져서 뭐하시게요?” 라고 물었다. 그 할머니는 당당하게 말했다. 내 나이 80만 됐어도 영어공부에 도전할거라며, 아주 열심히 잘 할 자신 있다고 대답했다. 102세였던 할머니에게 청춘은 80세였다. 80이란 나이는 할머니에게 가만히, 그저 조용히 있어야 할 나이가 아니라 뭐든 도전해볼 수 있는 나이, 하고 싶은 걸 시작할 수 있는 나이였다. 할머니의 지론에 따르면 책 <인생을 두 번 사는 사람들>에 소개된 사람들은 청춘, 아니 거의 얼라 수준이다.


<인생을 두 번 사는 사람들>에 나오는 사람들은 젊었을 때 했던 일과 전혀 다른 일을 중년이 되어 시작했다. 중년이 뭔 대수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평생 동경하기만 했던 일을, 생활에 치여 접었던 꿈을 나이 지긋해져서 드디어 시작한 사람들 20명의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그들이 하는 일은 아주 다양하지만 분명히 공통점은 있다. 어렸을 때 꿈꾸었으나 여러 이유로 미루어졌던 일을 결국 이루어냈다는 것, 그리하여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간혹 결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있다. 어릴 적 꿈을 끝끝내 이루어 낸 것까지는 아니지만 우연한 기회에 새로운 길로 들어서 운명이라 여기며 살고 있는 경우다. 어쨌든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50대 이상이고 젊어서 하던 일과 다른 일을 하고 있다. 가히 인생을 두 번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맞다.


앞서 소개한 할머니에 따르면 인생, 두 번 아니라 세 번도 살 수 있다. 나이 먹었다고 스스로를 한계에 가두지 말고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헌데 할머니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일이 쉬울까. 그랬다면 인생을 두 번 살게 되었고 이렇게 책으로까지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대부분 나 같은 범인(凡人)은 생각만 뻔하지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 나는 다양한 사람들의 성공과 실패를 책을 통해 본다. 안타까워했다가 부러워도 했다가 나도 당장 뛰쳐나가야겠다고,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솟지만 그저 생각뿐이다. 결정적으로 그동안 해오던 일과 다른 일에 발을 들이기 쉽지 않았다. 결국 몇 년 만에 다시 시작한 일은 전에 하던 것이다. 내 경우가 모두를 대표할 순 없으나 나이 들어서 전혀 다른 분야에 발을 딛기란 쉽지 않다는 말이다. 그러니 이 책에 소개된 20명은 대단한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위 이름만 봐도 누군지 딱 알아보는 이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 20명 모두를 이 리뷰에서 다 언급할 순 없으므로 인상적이었던 몇 사람을 소개한다.


이상표씨는 쉰이 넘은 나이에 그림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그는 1983년 삼성그룹에 입사하여 누구나 부러워할 대기업 임원이 되었지만 화가라는 꿈과 점점 멀어져가는 현실에 허무함을 느꼈다. 결국 그는 2015년 과감하게 회사생활을 정리하고 그림에 몰두했다. 그는 1년 가까이 매일 10시간 동안 서서 그림을 그렸고 고된 작업으로 무릎 인공관절 수술까지 했지만 그림을 포기하지 않았다. 진경산수화계의 바이블 오용길 화가를 은사로 모시면서 스승의 가르침을 모두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끈질긴 노력 끝에 이상표씨는 두 개의 국가 공모전에 입상했다.


결과물이 아름답다 해서 이루어내는 과정까지 그러한 것은 아니다. 이 책에는 예술에의 꿈을 놓지 않고 있다가 결국은 성취한 사람들의 사연이 나오는데 하나같이 고된 작업의 연속이었다. 자신의 몸을 불살라 도달한 만족감은 이전 직업에서 받았던 어떠한 명성보다 큰 것이었으리라.


지금 시작해도 전혀 늦지 않았어요. 막상 일이 닥쳐서 생각해도 늦지 않았어요. 다만 그 꿈과 뜻을 정한 후에는 미친 듯이 몰입하고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주택 건축가에서 칼대장장이가 된 김정식씨의 사연을 읽다가는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타고난 손재주를 바탕으로 잘나가는 건축업자가 되었지만 마음은 늘 편치 않았다.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했던 것이다. 주택 건축과정에서부터 끝난 후까지 건축업자와 건축주 간에 분쟁이 발생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 스트레스와 피해는 당연히 건축주가 더 크리라 예상했는데 아닌 모양이었다. 김정식씨는 젊은 날 몸바쳐 이루어낸 성공이 인간관계로 인해 허물어지는 것에 큰 실망감을 느꼈다. 건축이 끝난 후 고객과 벌이게 된 법정 공방은 정신적으로 지치게 만들었고 급기야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그의 심장기능은 일반적인 심장의 40%밖에 활동하지 못한다. 인생에 커다란 고비가 찾아왔다.


김정식씨는 가슴 한구석에 늘 대장장이에 대한 꿈을 품고 있었다. 그것이 고비를 벗어나는 힘이 되어주었다. 어렸을 적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칼 만드는 일을 구경하고 직접 체험했던 행복한 추억을 되새길 때면, 사라졌던 삶의 활기가 돌아왔다. 20년을 돌고 돌아 대장간의 문을 열게 되었지만 인맥도 자본도 없던 그에게 걸음걸음이 고난이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이루어놓은 전통 칼의 명맥을 이어가겠다는 열정과 대장장이로서 나만의 작품을 만들겠다는 결심이 그를 이끌었다. 그는 칼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 역사의 전통을 지키는 동시에 그것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중이다.



 

뭐든 꾸준히 하는 게 제일이라는 말을 누가 모를까. 특히 운동은 하다가 안 하면 만들어놓은 근육이 그야말로 순삭, 빛의 속도로 사라져버린다. 또 운동은 젊은이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해 나이든 사람이 운동으로 경지에 오른 사례를 볼 때면, 특이한 사람들이나 저렇게 되는 거라며 절레절레하게 된다. 그런데 50대 후반의 나이에 머슬퀸에 오른 여성이 있다. 장래오씨는 국내 최고령 머슬 모델이자 국내 시니어 모델 시장의 개척자이다. 그녀는 우리 나이로 올해 66세다.


서른여덟에 교통사고를 당해 쇄골에 세 개의 철심을 넣는 큰 수술을 받았고 아직 두 개가 그녀의 몸에 남아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으나 사고 휴유증은 컸다. 그런 몸으로도 가정경제를 위해 안 해본 일 없이 닥치는 대로 했다. 그렇게 몸을 돌보지 않았고 살이 찌면서 대인기피증도 생겨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갔다. 그런 그녀를 양지로 이끌어준 이는 아들이었다. 전문트레이너 이성현씨는 어머니의 건강을 찾아주기 위해 설득했고, 그녀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아들의 손을 잡았다. 그렇게 57세에 운동을 시작했다.


늦은 시작이었지만 장래오씨는 꾸준한 노력과 운동으로 모두가 부러워할 몸을 가지게 되었다.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녀의 삶은 머슬 대회로 인해 완전히 뒤바뀌었다. 세 번째로 참가한 라스베이거스 대회에서 3위에 올랐다. 그녀가 세계 무대에서 시니어 머슬 모델로 두각을 나타낸 덕분에 국내 머슬 대회에서도 시니어 모델 부분이 만들어졌다. 여전히 국내 인프라는 부족하지만 후배들의 인생 제 2막을 위해 그녀는 손발을 걷어붙이고 있다. 그들에게 시행착오 끝에 터득한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하는 이유는 자신 역시 아들의 도움과 따스한 응원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 한 시간씩 나를 위해 투자하세요. 꾸준하게 매일 조금씩

 

이 책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세요!"


사실 우리는 부모와 사회가 제시하는 인간상에 부합하려고 노력했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하고 싶은지 헤아려보지 못한 채 어른이 되었다. 그래서 스스로 원하는 삶에 대해 생각해볼 시점이 되면 허망해진다. 내가 무엇을 위해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고, 이제는 나를 위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자각을 할 즈음엔 어찌할 바를 모른다. 결국 살아오던 대로 살게 되는데 그 틀을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그러니 이 책에 소개된 사람들은 아주 용감한 사람들이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모두 내가 원하던 삶, 꿈꿨던 인생으로 방향을 틀기란 힘들 것이다. 그러나 자각을 하고, 그로 인해 미세한 균열이 생겨, 아주 작더라도 발걸음을 바꿔보려는 시도를 한다면 이 책 속의 인물들은 많은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친 것이다. 살아있어도 죽은 것과 다르지 않으려면 바뀌어야 한다.


"꿈이 없는 사람은 죽은 것과 다름없다. 꿈을 가지고 도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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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식물집사 - 늘 긴가민가한 식물 생활자들을 위한 친절한 가이드
대릴 쳉 지음, 강경이 옮김 / 휴(休)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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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관리하기 쉬운가요?”


주로 초보 식물집사들이 이런 질문을 한다. 가드닝, 플랜테리어는커녕 죽이지만 않으면 다행이라는 초보들은 어떻게든 키우기 쉬운 화분을 들이고 싶어 한다. 내손은 똥손이라 선인장도 말려 죽인다며 엄살을 떨기도 하는데, 이런 사람들의 마음 한 켠에는 죄책감이 자리 잡고 있다. 뭐그리 호들갑인가 할 수도 있지만 내 손을 거치지 않았다면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생명이기에 내 손에 죽어나간 화분들에게 미안하고, 키우고 싶지만 죽이고 싶지 않으니 관리가 쉬운 것을 찾을 수밖에 없다.


이런 초보 식물집사를 위한 책이 나왔다. 물을 주라고 하는 대로 줬는데 왜 이럴까? 하는 심정으로 화분 앞에서 아리송한 표정을 짓는 당신이 꼭 읽어야 할 책, <퇴근하고 식물집사>이다. 기존의 가드닝 책들이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에만 초점을 맞춰 식물을 오래 유지하는 것이 목표인 반면 이 책은 식물의 순환을 받아들이는, 새로운 가드닝의 패러다임을 제안하고 있다


1부는 자연과 화원, 집이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의 차이와 빛, , , 해충, 번식과 분갈이, 가드닝 도구에 대한 적절한 지식을 설명한다. 2부는 저자가 직접 돌보고 있는 19종의 반려 식물 성장 기록이다. 현재 가드닝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식물 종들이다. ‘필레아 페페’, ‘마리모 모스볼’, ‘러브체인’, ‘몬스테라키우기 쉬운 식물이 아닌, ‘키우고 싶은 식물들을 보여줌으로써 식물집사의 욕구를 충족시킬 것이다.


이 책을 관통하는 용어는 거시적 돌봄이다.




저자는 실내 식물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빛, , 토양 구조, 토양 영양, 온도, 습도(중요도 순서)라고 한다. 1부 식물 돌보기 에서 위 여섯 가지를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 빛 : 조도계를 사용하고 빛을 측정하는 법부터 식물이 빛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알려준다.

- 흙 : 흙은 성분 별 특징과 비료주는 법을 소개한다.

- 물 : 물 주는 여러 방식과 시기, 눈에 보이지 않는 화분 내부의 물이 어떻게 흘러 배수공으로 빠져 나오는지 그림으로 알려준다.




- 토양 통풍 : 가장 덜 알려졌지만 가장 유용한 기술이다. 통풍의 목적은 물과 공기가 더 쉽게 통과하도록 덩어리를 더 작은 조각들로 쪼개는 것이다. 자연에서 곤충과 벌레가 하는 일을 사람이 해주어야 한다.


통풍을 시켜주어야 한다는 내용은 이 책에서 처음 읽었다. 10년 넘게 하나씩 사들인 화분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어떤 식물은 우리 집에 적응 못하고 일찍 죽었고 한 화분은 시들시들하다가도 새싹을 틔우곤 하더니 가장 오래 살아있다.(사실 이 식물의 이름도 잘 모른다) 그동안 물만 주었지 한 번도 통풍을 시켜준 적이 없다. 이 책을 읽다 보니 10년이 훨씬 지나도록 살아 있어준 그 식물에게 이를 데 없이 미안했다. 분갈이를 해 줘야 하나 싶은데 괜히 건드렸다가 죽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되어 일단 통풍이라도 시켜보아야겠다.


그 외 가지치기, 번식, 분갈이, 해충에 대한 정보도 알려 준다.


2부 반려식물을 위한 일기에서는 저자가 키우는 동안 즐거웠던 식물들의 이야기, 한 식물이 여러해 동안 변화하는 모습을 공유한다. 19가지 중 스킨답서스를 소개한다





나는 2 년전에 들였던 작은 화분을 꺾꽂이로 여러 개 성공시켰다. 물에 꽂으면 생장점에서 뿌리가 나온다. 이렇게 뿌리가 나온 것들 중 몇몇은 그대로 물에 꽂아두고 몇몇은 흙에 심어보았다. 그런데 수경으로는 잘 자라고 있는데 흙에 심은 것들의 잎이 누렇게 변하고 시들시들해져서 뭐가 잘못된 건지 궁금했다. 이 책에서 알아냈으면 좋으련만 그런 디테일한 내용까지는 나오지 않아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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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랜드
천선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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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기억나지 않지만, 우주를 떠올릴 때마다 고요한 그곳에 홀로 시끄럽게 돌고 있는 지구가 좋았다. 밖은 저토록 조용한데 이 안은 지나치게 시끄럽고, 지나치게 피곤하고, 지나치게 빠르게 흐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평생 좋아하는 노래만 듣다 죽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 작가의 말


우주에 대해 특별히 호불호가 없는 나는 SF소설을 즐겨 읽는 편이 아니다. 천선란 작가는 우주의 고요 덕분에 지구의 소음과 속도감이 좋다고 했다. 지구 밖으로 가보지 못했으니 차라리 이곳의 삶을 좋아하는 편이 낫겠다는 말로 들렸다. 나는 이 말을 우주는 가상의 세계로, 지구를 현실로 읽었다. 작가의 소설집 <노랜드>에 실린 10편의 소설들은 우주와 근미래가 배경이다. SF는 현재 이곳이 배경인 소설에 비해 더 많은 상상력이 필요한 작업일 것이다. 나처럼 SF에 관심 없는 이들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영역의 일말이다.


허나 아무리 미래, 우주 혹은 가상의 어딘가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라 해도 지금 우리가 여기에서 겪는 일과 고민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래서 나의 이 소설집 독법은 이랬다.

노랜드라는 우주선에 올라타 천선란의 상상력 속을 유영하다.‘

간혹 친절한 네비게이션이 절실하기도 했고, 데자뷰 같은 상황에서는 어리둥절했다가, 내 생각과 너무나 유사한 지점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작가는 행복과 사랑을 이야기 하고 싶었으나 그리 되지 않아 읽고 나면 지치는 책이 될까봐 두렵다 고했다. 하지만 그는, 사랑하고 싶어 소설을 읽고, 삶을 알고 싶어 소설을 읽듯 가끔은 더 지치고 싶어 소설을 읽는, 자신과 같은 사람이 또 있으리라 믿으며 두 번째 소설집을 엮어 전송한다고 덧붙였다. 이 책에 실린 소설 열 편 중 몇 편으로 이렇게 답신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나는 사랑하고 싶고 타인의 삶을 알고 싶어 소설을 읽는 사람이니까.


<옥수수 밭과 형>은 인간복제가 소재이다. 사람들은 복제양, 복제개 처럼 연구를 위해 동물을 복제하는 것에 무감하면서 인간 복제에는 윤리적 잣대를 먼저 떠올린다. 이 소설을 읽다보니 어쩌면 사람도 비밀리에 연구 중이거나 우리 주위에 이미 복제인간이 있을 지도 모르겠단 생각에 섬뜩했다.


사람은 다른데 똑같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면 같은 사람일까, 다른 사람일까?’

주인공 푸고의 형은 동생에게 같은 사람이라고 대답한다. 그런데 푸코는 형이 죽은 후 복제 형들을 만나면서 형의 그 말을 수긍하기 어려웠다. 복제 형들이 푸코와 함께 했던 기억을 정확하게 얘기했지만 엄연히 다르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30여 쪽의 짧은 소설임에도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했다. 인간복제의 윤리적 문제부터 기억이라는 말이 내포하고 있는 다층적 의미, 사람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한계까지. 근미래에는 AI가 인간을 대체할 거라고들 한다. 인간을 복제하는 것보다는 AI가 윤리적 문제의 무게감을 덜어주기 때문에 AI의 등장을 대세처럼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나는 푸코가 혼란스러워하는 게 이해되었다. 외모가 똑같고 아무리 같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복제형이라 해도 둘째, 셋째 형은 원래 그 형이 아닌 것이다. 우리 현실에선 복제형이 없다. 그러나 분명 같은 장소와 시간 속에 있었음에도 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며 깜짝 놀랄 때가 있다.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은 왜곡되고 윤색된다. 내가 기억하는 그 사람이 이젠 영 다른 사람 같을 때가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 마음대로 기억을 편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는다. 어렸을 땐 내 기억이 정확하다고 큰소리 쳤으나 나이가 들수록 입을 닫고 있는 게 낫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소설도 있다. <-에게>는 같은 단어 기억이 전혀 다르게 쓰인다. 희미해져서 종국에는 사라질지도 모를 어떤 일을 기억하길 바라는 소설이었다. 죽은 자를 잊지 않고 추모하는 사람들 덕에 귀신이 이름을 되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고 한 <-에게> 속 차사의 말처럼 그날, 2014416일의 사람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 그들이 억울함에 목매지 않고 행복했던 순간만을 떠올리게 간절히 바랄것이다. 그리하여 다음 생에는 자신들의 이름을 절대 잊지 않도록...


책이 소재인 소설 <두 세계> 속 두 세계 이야기가 가장 흥미로웠다. 주인공 유라가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아무 책이나 사고 책은 소비재라기보다 소장품에 가까웠다고 하는 내용에서 크게 고개 끄덕였다. 그녀가 다니는 회사 이름이 노랜드인데, 그 회사의 대표는 소설기반의 가상현실 프로그램을 개발해 책을 현실감 있게, 오감으로 읽도록 만들었다. 노랜드의 가상현실은 감각으로 소설을 읽는 것이다. 한 권의 책을 심도 있게 파고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소설 속 인물과 직접 소통이 가능하다.


이 프로그램에서 발생한 문제가 주 내용인데 나는 프로그램 자체에 관심이 갔다. 조만간 이런 프로그램이 나올 것 같다. 일반 독자로서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작가도 그랬다는 뜻이다. 소설 속에서 구현되었으니 실제로 나오게 되면 정말 작가와 독자의 경계가 모호해질 것이다. 책이 이 세상에 나오는 순간 작가의 손을 떠났으므로 더 이상 작가가 주인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책의 내용을 받아들이거나 인정하지 않거나 해석하는 것 모두 독자의 몫이라고. 특히 문학작품의 경우는 더욱! 이곳도 저곳도 어느 곳도 아닌 노랜드에서 오감을 사용해 읽고 등장인물들과 소통하는 것을 너머 자신이 만들고 싶은 이야기를 지어내겠다는 상상은 상상만으로도 흐뭇해진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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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 - 동물들이 찾아오고 이야기가 샘솟는 생태다양성 가득한 정원 탄생기
시몽 위로 지음, 한지우 옮김 / 김영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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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지 혹은 사막에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든 사람이 있다. 장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은 우화지만 중국여성 인위쩐은 실존인물이다. 이들과 비슷한 프랑스 사람이 있다. 시몽 위로는 사막을 숲으로 만든 것까지는 아니지만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실천한 사람이다. 도시 정원을 가꾸었고 그것을 책으로 냈는데 앞의 두 인물과의 차이점은 직접 그림으로 그리고 글을 썼다는 것이다. <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는 그래픽 노블로 원제는 L’Oasis(오아시스). 저자가 십년에 걸쳐 인공물 가득한 도시의 사막에 오아시스와 같은 역할을 하는 정원을 가꾼 이야기다.



어느날 저자는 라디오를 듣다가 환경부장관 니콜라 윌로가 정계를 떠난다는 발표를 듣고 깜짝 놀란다. 그 이유가 자신이 생태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데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었다. 저자는 이 사건에 영향을 받아 책을 내기에 이르렀다. 정원이 있는 집을 먼저 구해야 했다. 강가에 위치한 아름다운 마을이었는데 처음엔 이랬다.




참 무모한 사람이다 싶었다. 계획이나 목표도 없었고 특별히 공부를 한 것도 아니면서 충동적으로 이사를 왔으면서도 만족했단다. 처음에 길고 좁은 잔디밭과 축 처진 라일락 체리나무 두그루, 수국 세 그루, 주목 하나와 오래된 포도나무 몇 그루가 전부(도면 참고)였다.




그랬던 이곳을 아래 사진(책 맨 뒤 10년 후의 모습 그림)처럼 바꿔놓은 것이다.





그 과정이 고스란히 이 책에 녹아들어 있는데 놀랍기 그지없다. 대부분 자세한 그림이고 사이사이에 설명이 텍스트로 들어가 있는데 읽기 좋게 구성되어 있다. 원저 그대로 가져와 텍스트만 한글로 바꾼 것인지 궁금했다. 한국어판으로 옮기면서 글자체를 잘 선정한 것 같다. 그림과 글자체가 잘 어울리며 마치 원래 이 그림에 이 글자체인 것처럼 보였다. 또한 동식물 그림이 세밀화라서 도감 수준이다. 그런데 세밀화로 된 도감은 그 식물이나 동물만 자세히 그려져 있지 이 책처럼 사람이 등장한 만화는 아니다.


여기서 이 책의 장점이 십분 발휘된다. 어린 아이부터 어른까지 흥미롭게 볼 수 있다. 곤충이나 새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세밀화 도감의 역할을 충분히 한다. 그림과 이름 옆에 학명이 나와 있고 각주를 붙여 그에 대한 설명까지 자세히 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프랑스 어느 마을 가정집 정원에 이렇게 다양한 생명체가 살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저자와 가족, 그리고 고양이가 정원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그림은 표정이 살아 있어서 2차원이지만 영상을 보는 듯하다. 고양이를 포함한 정원을 오가는 동물들의 모습이 역동적이다. 그들을 의인화했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처럼 재미가 있다. 그러니 아이들에게는 도감이나 생태동화를 보는 효과를, 어른들은 자신의 정원도 저렇게 가꾸고 싶다는 욕구를 불끈 일으키는 책이다. 그림을 다 소개할 수 없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빈 땅에 숨은 자연을 이끌어내는 저자의 끈기 있는 행동에 놀랐고 아름다운 정원에 감탄했다. 그냥 정원을 가꾼 것으로 끝난 게 아니라 이렇게 멋진 결과물로 탄생시킨 것에 큰 박수를 쳐주고 싶다. 요즘 우리나라에도 식물집사란 말이 유행하고 관련 서적도 많이 나오고 있다. 이 책이 유행에 편승해서 휩쓸리듯 나왔다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태관련 서적으로 꾸준히 읽히길 바란다.



**위 리뷰는 김영사 서포터즈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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